커피 장사 수기(62)
자영업자의 3개월 고비
김승국(커피공방 뜰의 점장)
일반적으로 자영업자의 첫 번째 고비가 3개월만에 나타난다. 3개월만에 영업이 호전될 기미가 보이면 안정괘도를 달리게되고, 무언가 비전이 없는 듯하면 내리막길로 나아갈 수 있다. 특히 나같이 예비자금 없이 사업을 시작한 사람의 경우, 3개월이 되면 지출할 항목이 크게 늘어나 카드로 돌려막기 시작한다. 다행히 4개월째부터 장사가 잘되기 시작하면 카드 돌려막기가 수월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고이율의 카드 빚을 지게되어 어두운 터널로 계속 들어가게 된다. 결국 카드 빚을 갚는 한편 월세와 관리비를 조달하는 2중고를 감당하기 어려워 월세부터 까먹기 시작하면 영업상태가 하강곡선을 걷고 이렇게 몇 달간 헤메다가 대책이 없으면 문을 닫아야할 것같다는 위기감이 심화된다.
무엇보다 이 위기의 3개월동안 손님이 잘 늘어나지 않는 게 문제이다. 예비자금 없이 장사를 시작한 자영업자가 엄청난 돈을 들여 홍보에 나설 수 없으므로, 대개의 경우 수동적으로 손님을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 다행이 가게의 위치(몫)가 좋아 손님들의 눈에 잘 띄면 그나다 손님이 꾸준히 늘지만, 우리 가게처럼 2층에 있으면 존재감이 거의 드러나지 않아 파리 날리게 된다.
나는 극도의 초조감 속에서 3개월의 고비를 힘겹게 넘겼다. 개업식을 두차례나 하면서 들어온 찬조금도 도움이 되었고, 처음부터 바리스타 교육을 한 탓에 바리스타 수강료로 월세를 지불하게 된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이렇게 위기를 넘길 수 있는 호재(好材)가 없으면, 3개월 위기를 넘기기 힘들다.(2012.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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