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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도시-평화 마을/3세계 숍

[커피 장사 수기 (41)] 바쿠스 커피 개발 과정

커피 장사 수기 (41)

 

바쿠스 커피 개발 과정

 

김승국(커피공방 뜰의 점장)

 

커피 맛을 내기 위해 뜨거운 물을 부어 핸드드립 커피를 만들고, 우유를 섞어 카페 라떼 등을 만든다. 또 하나 술을 섞을 수 있는데, 일반 커피숍에서는 술을 섞은 커피를 내놓지 않는다. 커피에 술을 섞었다고 하여 커피 술은 아니다. 술이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커피가 맛을 주도하기 때문에 술(커피 술)이 아니다. 그렇다면 커피에 술을 탄 것을 무어라고 불러야할까?

 

고민 끝에 나는 커피에 술을 탄 것을 ‘바쿠스 커피’라고 부르기로 했다. ‘바쿠스 커피’의 ‘바쿠스’는 술의 신(酒神)이므로 직역하면, 술의 신이 마시는 커피가 바쿠스 커피이다. 손님들이 바쿠스 커피가 무언가 질문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술의 신이 즐겨 마시는 커피’라는 해설을 ‘바쿠스 커피’라는 메뉴 이름 밑에 병기하기로 하고 바쿠스 커피의 개발에 나섰다.

 

바쿠스 커피에 어울리는 술

 

그렇다면 아무 술이나 커피에 탈 수 있나? 그렇지 않다. 맥주나 막걸리와 같이 도수가 낮은 것은 커피에 넣을 수 없다. 40도 이상의 증류주나 도수가 상당히 높은 칵테일용 음료가 바쿠스 커피의 재료로 적절하다. 40도 이상의 보드카․ 칼바도스․ 안동소주․ 법성 토주 등의 증류주와 깔루아․ 베일리스 등의 칵테일 음료가 커피와 잘 어울린다. 

 

베일리스

 

그럼 지금부터 베일리스(Baileys)라는 칵테일용 리쿼(위스키에 아이리쉬 크림을 섞은 liquor)를 통한 새로운 바쿠스 커피를 개발해보자.

 

베일리스 50㎖에 에스프레소 1.5샷․스팀 우유․계피가루를 넣으면 베일리스 라떼가 된다. 이 베일리스 라떼를 후배에게 시음해보라고 했더니 “맛이 좋지만 우유가 너무 많이 들어가 베일리스 안의 크림과 맛이 중첩된다”는 평가하여 스팀 우유의 양을 카푸치노 정도로 낮추기로 했다. 베일리스에 위스키가 들어 있는 탓인지 베일리스 라떼의 일부만 마셨는데도 술 기운이 올라왔다가 약 20분 뒤에 서서히 가라앉는다. 깔루아 라떼를 마실 때보다 술 기운이 더 고조되고 향기도 진하다. 가격은 6,500원 정도가 적당한 것 같다. 핸드드립 커피를 넣은 ‘카페 베일리스’, 얼음을 넣은 ‘아이스 베일리스 커피’, ‘아이스 베일리스 라떼’를 개발할 생각이다.(2012.2.20)

 

법성 토주

 

오늘 낮에 택배로 도착한 법성토주(굴비의 고장인 영광 법성포구의 주민들이 만드는 4도 이상의 증류주)를 이용한 바쿠스 커피 개발에 나섰다. 밤 9시 30분에 영업이 종료되어 가게 문을 닫은 뒤 심야까지 법성 토주를 이용한 바쿠스 커피 만들기 실험을 했다.

 

첫 번째 실험은, 아메리카노에 법성토주를 30~50㎖를 섞은 것이다. 두 번째 실험은 법성토주 라떼 만들기이다.

 

평소에 손님들에게 내놓은 아메리카노에 법성토주 50㎖를 부었더니, 토주(소주)의 독한 맛과 커피의 쓴맛이 상승작용을 일으켜 맛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대형 잔에 가득 아메리카노를 붓고 거기에 시럽을 넣은 뒤 법성토주를 부었더니 그런대로 괜찮았다. 아메리카노의 뜨거운 맛과 소주의 취기가 어울려 속이 좀 풀리는 듯 한 느낌을 준다. 해장술처럼 속을 풀어주는 바쿠스 커피로 활용하면 좋을 듯하다.

 

법성토주 라떼

 

법성토주 50㎖에 라떼(카푸치노와 카페라떼 중간의 스티밍 우유)․에스프레소 1.5샷․계피가루․바닐라 시럽을 넣어 법성토주 라떼를 만들어보았는데 마실만 했다. 계피가루 대신에 초콜릿 가루를 뿌리거나 계피가루와 초콜릿 가루 양자를 다 섞어도 좋다.

 

* 평가; 법성토주 특유의 쌉쌀한 맛을 억제하기 위해 스티밍 우유를 좀 더 넣고 에스프레소를 1샷으로 줄이면 더 좋을 듯하다. 법성토주의 쌉쌀한 맛과 에스프레소의 쓴맛이 상승효과를 가져오므로 이를 완화하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 바닐라 시럽․카라멜 소스를 넣어 단맛․단향을 가미해도 좋을 것 같다. 법성토주의 양을 30㎖로 줄이고 단맛․여린 맛, 연한 느낌을 강화하는데 좋을 듯하다.

 

이렇게 심야의 커피 술 만드는 연습에 취하고 바쿠스 커피에 취해 귀밑이 빨갛게 취기가 올라왔다.(2012.2.21)

 

일본의 정종 만들기를 모방

 

일본의 선술집(이자까야)의 뜨거운 정종(아쓰깡)을 모방하여 머그잔(대형잔)을 데우면 좋을 것같이 이 방면으로 실험을 거듭했다. 따뜻하게 데운 머그잔(또는 대형 잔)에 법성토주 50㎖, 핫 초코 수준의 스팀우유(우유 대신 두유를 사용?), 에스프레소 1샷, 바닐라 시럽 약간을 넣고 바쿠스 커피를 만들어 보았다.

 

바쿠스 커피에 술 기운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안주가 필요한데, 무엇을 안주로 삼을까 궁리한 끝에 크래커 또는 견과류가 좋다고 생각했다. 간단한 안주를 포함하여 6,000원에 판매하면 적절할 것 같다.(2012.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