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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도시-평화 마을/3세계 숍

[커피 장사 수기 (40)] 바쿠스 커피

커피 장사 수기 (40)

 

바쿠스 커피

 

김승국(커피공방 뜰의 점장)

 

본래 커피에 술을 섞을 수 있다. 커피에 술을 넣으면 커피일까? 술일까? 아니면 두 가지를 혼합한 커피 술이라고 부를까? 커피 술이라면 술 쪽에 가까워 부정적인 이미지가 떠오르기 때문에 ‘바쿠스 커피(Bacchus Coffee)’라는 새로운 명칭을 부여하는 게 좋을 듯하다. 바쿠스 커피의 요소 중에서 커피가 중심이고 술은 보조(커피 량의 10% 정도)이므로 커피 술이라는 명칭이 적절하지 않다. 그 대신 술의 신인 바쿠스가 즐겨 마시는 커피라는 의미의 바쿠스 커피(Bacchus Coffee)를 명명(命名)하면 신선하게 들리고 호기심을 유발한다.

 

이러한 바쿠스 커피를 새로운 메뉴로 개발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였다. 코스트코에 가서 스웨덴 製 보드카인 ‘Absolut Vodka’, 멕시코 산(産)의 깔루아(Kahlua), 아일랜드의 베일리스(Baileys)를 구입하여 커피를 섞어 바쿠스 커피를 개발하여 여러 사람들과 시음했는데, 별로 평가가 좋지 않았다. 이어 북한의 술을 이용하여 실험했는데도 시원치 안았다.

 

그러면 우리 술(한국에서 빚은 전통주)은 어떨까 생각하여 수소문 끝에 법성 토주(영광 법성포의 마을에서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비법으로 빚는 증류주)를 구하여 바쿠스 커피를 개발하니 맛이 그만이었다. 40도의 법성 토주가 내뿜는 술의 향기가 커피의 향기와 어울리면서 감칠맛이 나는 가운데 술기운이 도는 묘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맨 처음 연습할 때는 술의 기운에 커피 맛이 눌려 양자의 상생효과가 적었다. 그래서 에스프레소 기계로 스티밍(steaming)한 우유(라떼 우유)를 섞으니 커피 맛도 살아나고 술 기운도 잘 감돌았다. 라떼 우유를 섞는 기법의 진화가 계속 이루어진 끝에 카푸치노에 법성토주 25㎖를 살포시 부은 뒤 그 위에 안주감으로 슬라이스 아몬드(sliced almond)를 뿌리는 게 가장 맛이 좋다는 결론을 얻었다. 카푸치노 잔을 올려놓는 그릇의 가장자리에 설탕을 많이 뿌리고 카푸치노 잔의 테두리에 레몬즙을 바른 뒤, 그 잔에 카푸치노를 담은 뒤 법성 토주를 부으면 훨씬 맛이 좋다.(2011.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