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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도시-평화 마을/3세계 숍

[커피 장사 수기 (39)] 바보 같은 짓

커피 장사 수기 (39)


 

바보 같은 짓

 

김승국(커피공방 뜰의 점장)

 

크리스마스 날의 愚行

 

5,000원짜리 거스름돈을 내줘야하는데 50,000을 주는 우행(愚行)을 저질렀다. 은행이자 내려고 지갑 안에 소중하게 간직한 50,000원권과 5,000원권을 섞어서 넣었는데, 5,000원권을 서둘러 낸다고 하다가 착각하여 50,000원을 거스름 돈으로 지불한 것이다. 5,000원권과 50,000원권의 모습이 비슷하기 때문에 이런 착각을 한 것이다. 산타크로스 할아버지도 아닌 내가 손님에게 45,000원의 바보 같은 선물을 준 것이라고 생각을 여러 번 했지만, 바보 같은 짓을 했다는 자괴감에 대한 은근한 분노심이 여간해서 가라앉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 하루 장사는 망쳤다. 하루에 45,000원의 매상을 올리기도 어려운데, 45,000원을 손님에게 더 주었으니 말이다. 피 같은 돈인데...이웃 PC방 주인에게 이야기했더니 다른 사람들로 그런 실수를 많이 한다고 하여 그나마 위안을 얻었다.

하여튼 장사에 미숙한 내가 비싼 수업료를 치른다고 스스로 위안했다.(2011.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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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한건씩의 바보 짓

 

어제의 우행(愚行)에 이어 오늘도 바보 같은 짓을 저질렀다. 오전중 손님이 없는 시간을 이용하여 후지 로얄 製의 핸드드립 용 자동 분쇄기를 청소한다며 뚜껑을 잘못 열었다가 큰일을 저질렀다. 청소한 뒤 다시 조립했으나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식은땀이 등을 적셨다. 어제에 이어 황당한 일이 또 벌어졌다. 이렇게 미숙해서 커피장사 할 수 있나?

 

아무리 손으로 기계를 만지작거려도 분쇄가가 작동이 되지 않아, 하루 영업을 포기한 채 기계를 들고 서울 용산의 후지 로얄 한국 대리점으로 달려갔다. 그 곳에 수리를 맡겼으나 수리비가 얼마나 나올지...수리비에 하루 영업 중단한 2중비용을 생각하니 목에 침도 넘어가지 않는다.

 

매일 한 건씩의 바보 같은 일을 저지르는 김승국의 가련한 모습....오늘 오후에 5시간 동안 영업을 하지 못한 탓에 오늘 매상액은 고작 5,000원. 연말에 지출한 항목이 산적하여 있는데 오히려 일을 저질러 돈을 쓴다니....이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오늘부터 두 달간 저녁식사는 무조건 짜장면 곱빼기(2,000원)를 먹기로 했다. 짜장면집의 바로 옆에 있는 저가 식당의 4,000원짜리 돈가스를 먹고 싶지만, 짜장면을 먹어서 남긴 2,000원을 축적하여 오늘의 실수로 인한 손실을 메우기로 한 것이다. 연이어지는 우행(愚行)에 대한 체벌로 받아들여 매일 저녁 지겹도록 짜장면 곱빼기를 먹어야할 판이다.(2011.12.25)

 

크리스마스에 환장할 만큼 속상한 우행(愚行)을 계속 저지르고 나니 마음이 허(虛)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