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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연구(이론)-평화학/종교적인 접근

종교사회적 관점에서 본 이라크 전쟁

김승국

이라크의 원유(석유)를 빼앗기 위해 미국이 이라크 전쟁을 강행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는 맞는 말이지만 이라크 전쟁의 전체 구도를 총괄하는 것은 아니다. 이라크 전쟁의 배후에 부시 정권의 비정한 사회 진화론(Social Darwinism)이 숨어 있는 것을 파헤쳐야 이 전쟁의 진면목을 파악할 수 있다.

Social Darwinism이 온상

사회 진화론(Social Darwinism)은 미국 지배계급인 WASP(앵글로 색슨系의 백인 개신교도: White Anglo Saxon Protestant) 일부의 기본적인 사상인데, 미국이 끝내 세상을 평정(pacification)해야 한다는 ‘미국 일극(一極)주의’의 다른 표현이다. 이러한 일극주의(unilateralism)에 기초한 부시 정권의 대외정책이 포괄적 핵실험 금지조약(CTBT)비준 거부, 쿄토의정서 탈퇴 등에서 나타나며 9 ・11 사태 이후 ‘제국(Empire)’ 미국의 모습으로 드러나고 있다. 즉 미국 일극주의에 의한 세계평정이 ‘Pax Americana(미국의 힘에 의한 세계평정)’의 핵심이며, 미국을 지배하고 있는 유태인의 시오니즘(Zionism)이 신대륙 미국에서 구현된 것 중 하나가 Pax Americana이다.

물론 WASP의 핵심 세력인 앵글로 색슨계와 무관하지 않은 미국 기독교 근본주의(Christian Fundamentalism)(주1)가 구상하는 Pax Americana 역시 Zionism이 구현한 Pax Americana와 잘 어울린다. 미국의 패권을 에워싸고 유대인 세력과 기독교 근본주의 세력이 갈등을 빚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국’ 미국을 위한 Pax Americana에는 뜻을 같이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라크 전쟁을 판독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면 유대인 세력과 기독교 근본주의 세력이 갈등을 빚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두 세력이 ‘제국’ 미국을 위한 Pax Americana에 동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부시 대통령이 야훼전쟁(Yaweh’s War)의 이름으로 ‘非미국-非기독교 세계의 악마들’을 처치하는 전쟁에 열중하기 때문이다. ‘非미국-非기독교 세계의 악마’의 최신판은 지난해 부시의 연두교서에서 밝힌 ‘악의 축(an Axis of Evil)’이다.

이라크 ・북한 ・이란 등 ‘반미경향의 제3세계 국가들’은 미국 문명의 악마로서 미국의 제1차적인 타도 대상이라는 것이다. 여기에서 ‘an’이란 표현이 들어간 게 재미있다. ‘an’은 ‘~과 같은(同類)’의 의미가 있다. 부시 대통령은 빈 라덴과 같은 무리들이 악의 축이라고 규정하고자 하여 ‘an’을 삽입했다. 즉 이라크 ・북한 등은 단순한 ‘불량국가(Rogue State)’가 아니라 9 ・11 테러의 용의자인 빈 라덴과 같은 악의 축이라는 것이다. ‘불량국가’와 ‘반테러 전쟁’이 이러한 수사법을 통해 너무나 쉽게 연결된다. ‘악의 축’ 발언은, 반테러 전쟁의 차원에서 불량국가를 지구촌에서 없애는 ‘정의의 전쟁(Just War)’을 전개하겠다는 선전포고나 다름없다. 이 ‘정의의 전쟁’의 첫번째 과녁이 이라크이며 다음 차례가 북한이다.

‘Shalom’이 아닌 ‘Pax’에 의존

본래 백악관의 참모(speech writer)가 표현한 문구는 ‘증오의 축(axis of hatred)’인데 이를 ‘악의 축’으로 수정한 부시 대통령의 세계관을 분석해야 한다. 매우 보수적인 기독교풍이 강한 미국 남부지역에서 자란 부시는 보수적인 복음주의 교단에 소속되어 있다. 그가 어렸을 때부터 성경의 무슨 구절을 읽고 감명받았는지를 분석하면 ‘전쟁광’ 부시의 정신분석에 도움이 될 것이다. 혹시 구약성서의 ‘야훼전쟁’을 단순하게 받아들여 현실정치에 적용하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 그는 왜 신약성서의 예수님 말씀 중에서 평화의 메시지를 채택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 그리고 그가 성서의 가장 중요한 개념인 ‘Shalom’을 ‘Pax Romana’의 ‘Pax(힘에 의한 평정)’로 받아들여 이라크 전쟁에 임하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부시는 이라크 전쟁을, 미국 문명에 적대하는 ‘적(敵) 그리스도(anti Christ)’를 타도하는 성전(holy war)으로 보고 있다. 물론 북한도 적 그리스도 중의 하나이므로 언젠가는 보란 듯이 붕괴시켜야 한다. 이런 세계관은 국내의 극우 근본주의 신앙체계에서도 나타나는 증상이다.

타자(他者), 타 종교를 전혀 이해하지 않는 배타적인 기독교관의 폐해를 지적하는 사람들이 많다. 기독교는 기본적으로 관용의 종교이며 나눔의 종교인데, 기독교를 믿지 않으며 미국 문명에 저항한다 는 이유만으로 ‘적 그리스도’로 낙인찍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부시는 현실정치인임에도 불구하고 사고방식이 매우 단순하다. ‘빈 라덴의 편에 서면 미국의 적이고 우리 편에 서면 미국의 우방’이라는 이분법은 부시 특유의 ‘선 ・악 이원론(二元論)’에 입각한 것이다. 그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선의 세력은, 미국 사회의 기둥인 WASP, 성공한 유대인(시오니즘), 기독교 근본주의 및 이의 이웃사촌인 초국적 자본, Wall Street, CNN, 실리콘 밸리(Syllicon Valley), 할리우드, 펜타곤, 보잉사, 미국의 우방국가이다. 그러므로 이런 보수적인 기독교 자본주의에 저항하는 놈들은 악마(적 그리스도)이므로 제거해야 한다. 이와 같은 부시의 ‘마니교식 선 ・악 이원론’이 지구촌의 평화를 위협하는 화근이다.

마니교식 선 ・악 이원론이 화근

지금의 미국 행정부는 부시의 ‘마니교식 선 ・악 이원론’을 신봉하는 전쟁광 집단으로 채워져 있으며, 이들의 행각은 마치 ‘컬트(cult)’ 같다. 이 집단의 수장인 부시는 마치 신학자처럼, 고대의 제사장을 겸한 임금처럼 선 ・악을 가려 주면서 ‘악의 화신’인 이라크를 치라는 ‘전쟁 십계명’을 내렸다.(주2)

이런 마니교식 이원론은 ‘매카시즘’의 후예로서 레이건의 ‘Great America’를 추구한 패권주의와 닮은꼴이다. 소련이 붕괴된 다음에 무주공산(無主空山)이 된 지구촌을 성조기로 뒤덮는 것이 대통령에게 부여된 성스러운 과업이며 이를 수행하기 위해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것이다. ‘정의의 전쟁’론은 부시의 ‘막가파식’ 전쟁구도의 장식품일 뿐이다. 부시의 ‘마니교식 선 ・악 이원론’에 의한 이라크 타도전쟁은 아우구스티누스(Augustine)와 아퀴나스(Thomas Aquinas)가 말한 ‘정의의 전쟁’ 원칙마저 유린하고 있다. 이게 바로 ‘전쟁에 미친 미국 자본주의’의 정신이상 증세이며, 이런 전쟁 도착증이 더욱 심해지면 미국 문명의 황혼을 재촉할 뿐이다. 로마도 무력이 부족해서 망한 게 아니라 도덕력의 붕괴로 망했다. 미국도 이런 길을 좇는 것 같다.

또한 부시의 ‘마니교식 선 ・악 이원론’에 따른 전쟁정책은 구약성서의 ‘야훼 전쟁’의 뜻에도 어긋난다. 하나님의 말씀을 순종하지 않는 자들을 힘으로 징계하여 회개하도록 하는 하나님의 권능을 보여 주는 ‘야훼 전쟁’과 이라크 전쟁의 구도는 다르다. 부시는 하나님도 아니요 하나님의 대리인도 아니다. 하나님의 대리인인 로마 교황도 반대하는 이라크 전쟁을 고집하는 부시, 부시 휘하의 전쟁광들은 기독교 정신을 훼손하는 ‘반(反)기독교 무리들’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일요일마다 교회에 가서 ‘적 그리스도’인 이라크와 북한의 무리들을 절멸시킬 힘을 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한다. 이들의 기도를 들어줄 하나님은 어떤 하나님인지 규명해야 기독교의 정체성이 제대로 확립된다.

전쟁광들의 집단심리 분석해야

또 하나 정신분석학적으로 분석할 대상은 부시 주변에 밀집되어 있는 전쟁광(체이니, 럼스펠드 등)들의 집단심리이다. 이들은 미국사회의 전쟁신(戰爭神), 미국의 호전적인 지배 세력이 간구하는 전쟁신의 가호를 구하며 Pax Americana를 구현하려고 한다. 이교도 특히 이슬람에 대한 이들의 편견은 ‘미국 군국주의의 종교적인 그루터기’를 이루고 있다. 이들과 인맥으로 연결되어 있는 기독교 근본주의가 미국 군 ・산복합체(military-industrial complex)와 강고한 연대체를 이루며 미국 군국주의의 아성이 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이 믿는 미국 문명의 전쟁신은 폭력을 양산하는 기제
(mechanism)로서 제3세계의 진보적 정치 세력을 발본색원(아옌데 정권 붕괴)하는 귀신 노릇을 했다.

희생양을 필요로 하는 미국 문명

이러한 미국 문명의 폭력성은 어디에서 연원되는가? {폭력과 성스러움}을 쓴 르네 지라르(Rene Girard)의 ‘욕망의 3각형’에서, 오이디푸스의 아버지인 라이오스라는 희생양이 필수적이다. 희생물이 없으면 모든 사회질서(기독교 문명)가 불가능해진다는 게 지라르의 지론이다. 희생양은 상호적 폭력에서 공동체적 평화로의 이행을 확실하게 한다. 이때 오이디푸스는 평화의 초석이 된다.

이러한 지라르의 이론을 자본주의 분석에 원용한 학자들의 견해에 따르면, 근대자본주의 시민사회의 동맥인 화폐 ・자본 안에 이미 ‘타자(他者)로서의 희생양’이 들어 있으며 이런 희생양이 없으면 자본주의가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타자로서의 희생양’을 배제하는 운동체로서의 자본과 이런 자본에 의해 국가권력이 작동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자본주의에 입각한 국가권력은 반드시 폭력을 내재한다.

이라크 ・북한은 ‘현대판 라이오스’

이러한 설명구도를 이라크 전쟁에 대입해 보자. 지라르가 말하는 희생양은 이라크의 후세인 정권과 북한의 김정일 정권이다. 이라크와 북한은 현대판 라이오스이다. 미국의 지배 세력은 소련이라는 거대한 주적(主敵: 敵 그리스도)이 사라진 다음에, 군 ・산 복합체 중심의 군국주의 유지 및 이를 기반으로 한 미국 경제의 유지를 위해 새로운 가상적(새로운 敵 그리스도) 사냥에 나섰다.

새로운 사냥터는 민족분쟁이 끊이지 않는 유라시아 대륙의 남부지역(중앙아시아, 중동)과 동아시아이었다. 이 두 곳에서 새로 발견한 라이오스가 이라크와 북한이다. 이라크와 북한은 미국의 신념체계에 거슬리는 이슬람과 주체사상을 신봉하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눈엣가시였다.

따라서 ‘이라크 ・북한의 대량파괴무기 보유’라는 신종 위협론을 개발하여 미국 자본주의의 동력으로 삼았다. 즉 이라크 ・북한의 대량파괴무기로 인해 미국(미국 자본주의)이 위협받기 때문에 이들 적 그리스도를 징계하기 위한 전쟁이 필연적이며 미사일 방어망(MD: Missile Defense) 등의 수단을 총동원해야 한다는 점에서 유대계와 기독교 근본주의의 이해가 상통(相通)한다.

이라크 전쟁과 자본주의의 폭력성

서구 기독교가 낳은 자본주의는 (본래의 청교도주의(Puritanism)의 순기능과 달리) 가상적이 없으면 생존이 불가능한 체제로 되었다. 끊임없이 라이오스를 재생산하고 라이오스를 희생양으로 자본을 번식해야 생존하게 되어 있다. 이러 발상의 밑바탕에 기독교 우파의 사회사상인 Social Darwinism이 내재해 있다. Social Darwinism에 입각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관계(이 관계 속에서 적자생존 경쟁의 탈락자들은 구제불능임)’를 자본주의 사회의 기본질서로 설정하고 여기에서 탈락한 자(者)는 ‘타자’로 배제된다(이러한 타자 배제의 물질적인 외화물이 근대 시민사회의 화폐 ・자본이다. 그러므로 자본주의에는 근본적으로 폭력성이 내재해 있다). 미국 국내의 이러한 지배질서가 대외 ・안보정책이란 이름으로 미국의 대외정책으로 드러나며 이라크 전쟁이 가장 극단적인 사례이다.

Social Darwinism을 전 세계적인 차원에서 펼치겠다는 ‘Social Darwinism의 세계화’에 유럽문명이 저항하는 가운데 유럽의 시민들이 반전운동을 가장 적극적으로 벌이고 있다. <유럽에서 번창한 기독교 정신의 기둥인 ‘타자(이라크)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유럽식 다자주의(multilateralsim) 對 <이라크를 희생양으로 해야 숨통이 트이는> 미국문명의 일방주의 사이의 대결이 이라크 전쟁의 막후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는 무주공산인 세계를 집어먹으려는 거식증(巨食症) 환자인 부시 정권과 “유럽의 앞마당(동유럽까지)을 넘보지 말라.”는 프랑스・독일의 대립 양태로 발전하고 있다. 유럽과 미국이 번갈아 가면서 중동을 지배하고 있지만 서 있는 위치에 따라서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같은 유럽 안에서도 이라크의 옛 종주국인 영국은 프랑스 ・독일과 달리 미국식 일방주의의 깃발을 들고 있다.

폭력의 원동력을 제공하는 세력

<이라크 ・북한과 같은 현대판 라이오스를 타학(他虐)함으로써 미국의 전쟁기구(군 ・산 복합체 포함)가 돌아가는> 미국 자본주의 안에 내재된 폭력성을 분석하고 이러한 폭력의 원동력을 제공하는 세력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이라크 ・북한을 타학(他虐)하는 전쟁지향적 자본주의의 물리력은 군 ・산 복합체가 제공하고, 이데올로기는 기독교 근본주의가 제공하며, 유대인 세력이 뒷돈을 대주며, WASP가 총괄한다. 부시 정권을 원격조종하는 3대 세력인 기독교 근본주의, WASP, 유대인 세력이 서로 각축을 벌이며 이라크 전쟁에 임하고 있다. 한국의 극우 근본주의 신앙체계와 비슷한 세계관(반공 ・냉전 수구 의식)을 갖는 미국 기독교 근본주의 세력에 힘입어 부시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따라서 부시는 기독교 근본주의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악의 축’을 징계하기 위한 전쟁을 벌여야 할 입장에 놓여 있다.

한편 소련이 사라진 세계를 꿀꺽 삼키고 싶은 ‘Great America 거식증’에 걸린 WASP는 부시 정권의 본당이다. 석유재벌의 아류인 부시 가문, 군 ・산 복합체의 맹주인 모건(Morgan)재벌 등 Anglo Saxon Protestant가 백악관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기독교 근본주의와 유대인 세력(금융자본의 핵심인 록펠러 재벌, 군 ・산 복합체의 기둥인 로스차일드 재벌, 키신저의 조직 등)을 좌청룡 우백호로 거느리면서 미국과 전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기독교 근본주의 세력과 유대인 세력은 부시를 에워싸고 신경전을 벌이면서 자신들의 지분을 넓혀 가고 있다. 이러한 갈등의 뒷전에서 9 ・11 사태를 조작하는 일이 벌어졌다는 설(說)이 있으나 보통사람들은 이를 증명할 길이 없다.

이들 두 종교세력은 특유의 원리주의(기독교 근본주의, 시오니즘)로 무장한 채 ‘라이오스(이라크 ・북한)의 희생제(犧牲祭)’로서의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기독교 근본주의와 시오니즘은 모두 후세인의 아랍 민족주의(Arab Nationalism)와 김정일의 주체사상을 적 그리스도로 설정하고 이를 섬멸하는 전쟁에 돌입했다. 여기에 종교전쟁의 요소가 내재해 있지만, 헌팅턴이 말하는 문명충돌론으로 몰고가면 논리적인 한계가 뒤따른다. 헌팅턴은 기독교 문명과 이슬람 원리주의(Islam Fundamentalism)의 대결을 기본 축으로 삼고 있으나 논리설정이 잘못되어 있다.

헌팅턴의 ‘문명 충돌론’의 한계

헌팅턴은 <이슬람 원리주의의 기초에 있는 성전(聖戰: Jihad)에, 서구문명에 도전하는 요소가 있기 때문에> ‘반미 이슬람 세력’을 소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맥을 잘못 짚은 것이다. 코란에 자주 나오는 Jihad는 기본적으로 기독교의 샬롬(Shalom)과 같이 평화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으나, 이슬람 세계를 위협할 때는 자위의 수단으로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뉘앙스를 내포하고 있다. 헌팅턴은 이 후자만을 과장하여 이슬람 위협론을 과대하게 선전함으로써 부시 정권의 전쟁욕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Shalom’과 ‘Jihad’의 유사성으로 볼 때 기독교 미국과 이슬람 이라크가 싸울 하등의 이유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싸움을 거는 것은 유대인의 중동지배욕과 미국 지배계급의 세계제패 야욕이 있기 때문이다.

중동을 시오니즘의 텃밭으로

이스라엘의 군국주의를 지원하는 유대인 세력은 중동의 친미 이슬람 세력을 키우되 반미 이슬람 세력은 철저하게 섬멸하겠다는 것이다. 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세력은 말할 나위 없이 후세인과 이란의 호메이니 후계자들이다. 후세인의 내치에는 문제가 있으나 그는 기본적으로 낫셀주의자(Nasserist)이다. 그는 젊은 시절 이집트에서 공부할 때 ‘아랍 민족주의(Nationalism)’의 상징인 낫셀주의(Nasserism)의 세례를 받고 감명받았다.

아랍 민족주의의 선봉자인 후세인이 아랍 민중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에, 후세인의 제거는 이스라엘의 세력 확장 전략의 첫 번째 요소이었다. 이스라엘의 초강경파들은 팔레스타인을 병탄한 뒤에 바그다드까지 진격하여 중동을 시오니즘의 판도로 만들겠다고 덤비고 있다. 이를 잘 알고 있는 후세인이 전쟁내각을 구성하면서 강경한 정치를 펼치기 때문에 서방세계로부터 비민주적인 정권으로 낙인찍혔다.

그리고 ‘바그다드를 점령하려는 시오니즘-미국 자본주의’에 맞서는 또 하나의 요새는 이란의 이슬람 혁명정신이다. 이 요새를 반드시 공략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기 위해 부시가 이란을 ‘악의 축’ 명단에 집어넣었다.

바그다드는 세계제패의 경락

미국의 이라크 점령계획의 제1차적인 목적은 원유(석유) 패권의 확보에 있음은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전쟁목적이 이것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미 아프간 전쟁을 통해 중앙아시아에 미군이 진주함으로써 카스피해의 천연가스 ・유전지대를 석권하게 되었다. 이제 중앙아시아에서 조금 남하한 이라크를 장악하면 전 세계의 자원을 미국의 손아귀에 쥐며 유라시아 대륙의 남쪽 지방을 장악하고 중국을 결정적으로 포위하게 된다. 이러한 패권 싸움의 체스 게임을 중심으로 바라볼 때 바그다드는 세계제패의 경락이다. 이 경락을 미국이 쥐고 세계를 향해 호령하겠다는 것이고 프랑스 ・독일 ・러시아는 호락호락 내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바그다드’라는 경락을 쥐기 위해 미국의 에너지 자본과 군수자본이 총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기독교 근본주의 세력과 유대계의 강경파 시오니스트(Zionist)들이 관여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이라크 점령을 향한 미국의 ‘군(軍) ・산(産) ・종(宗:종교) ・자본 동맹’이 전 세계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이라크 위협론’, ‘북한 위협론’보다 ‘미국 위협론’, ‘미국의 군 ・산 ・종・자본 동맹 위협론’을 더욱 중요하게 다루며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미국 위협론’은 잠복해 있고 ‘이라크 위협론’, ‘북한 위협론’만 지나치게 드러나 있는 불균형을 고치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세상에 평화가 깃들지 않을까?

* 출처={평화 만들기(http://peacemaking.kr)} 112호(20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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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註>
(주1) “10년 전 러시아에서 필자는 선교하러 온 한국인 성직자를 만난 일이 있었다… 그 성직자와 이야기하면서 놀랐는데, 그는 그때 막 끝난 걸프 전쟁에 너무나 큰 의미를 부여했다.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은 ‘살아 있는 사탄’이고 미국의 전쟁을 ‘악에 대한 징벌’로 보면서, 후세인을 완전히 타도하지 못한 것을 미국의 ‘신앙 결핍과 도덕적 실패’로 생각하는 것이었다… 그때 그 성직자는 나에게 걸프 전쟁의 ‘신앙적 해석’에 대한 자신의 저서도 주었는데, 그 책의 골자는 후세인을 ‘예비 적(敵) 그리스도’로 보고 그와의 전쟁을 ‘아마겟돈의 시연(試演)’으로 본 것이었다… 미국의 복음주의적 근본주의에 관해 공부한 뒤, 그 성직자의 사고가 한국기독교보다 오히려 미국의 극단적인 근본주의와 연결됐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과격한 전체주의나 아랍인에 대한 극히 편협한 사고는 미국의 기독교적 근본주의를 따른 셈이었다… 문제는 세상을 이와 같은 ‘색안경’을 통해서 보는 사람들이 미국에서 약 2천만 명에 이른다는 사실과, 그들이 현재 집권 여당인 공화당 안에서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부시의 ‘악의 축’ 망언도, 추종자 상당수의 근본주의적 배경을 먼저 이해하지 않고서는 제대로 해석할수 없다.”<박노자 「사탄의 국가여, 지옥으로 가라」, {한겨레 21} (2002.9.5) 88쪽>

(주2) 독일과 프랑스 등 과거 맹방은 물론,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반전 시위에도 불구, 이라크전에 대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강한 의지는 어디에서 연유된 것일까. ‘팍스 아메리카나’ 구현, 이라크 원유 지배권 확보 등 일각에서 갖가지 해석들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주요 시사 주간지와 영국의 일간 인디펜던트는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전 강행 의지를 신앙과 연관 짓고 있어 주목된다.
<유에스(US)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 최신호(2003년 3월 10일자) 인터넷 판은 부시 대통령에게 이라크전은 단지 정책적 고려사항이 아니라 ‘도덕적 명령’이라고 보도했다. 이 주간지는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를 ‘악의 축’으로 지명한 것도 따지고 보면 그의 투철한 종교관에서 비롯됐다고 시사하면서 부시 대통령의 종교관에 대해 자세하게 묘사했다. 이 주간지는 부시 대통령의 종교적 수사(修辭)를 들어 보면 일부 미국인들이 대통령을 선출한 것인지 목사를 뽑은 것인지 의아해할 것이라고 전하며 부시 대통령의 역사인식이 기독교적 신앙에 기반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은 성공회를 믿는 집안에서 자랐으나, 로라 여사와 결혼하면서 감리교 신자가 됐고, 1985년 빌리 그레이엄 목사와의 대화 이후 부쩍 신앙심을 키우는 데 열성을 기울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부시 대통령은 현재 기독교 중에서도 근본주의적 성격이 강한 복음주의 교파(敎派)에 속한다. 특히 부시 대통령이 40살 되던 해 신앙의 도움으로 완전히 술을 끊고 이후 매일 새벽기도와 함께 설교집과 성서 읽기를 반복하는 등 철저한 신앙인이 됐다고 이 주간지는 전했다.
이러한 종교적 관점들을 감안해 볼 때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전 강행 의지는 옳을 수밖에 없는 일이며, (부시 대통령이 천명한) 선제공격이 정당한 전쟁에 대한 전통적 기독교적 표준에 입각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
‘부시와 신(God)’이란 제목의 뉴스위크 최신호(2003년 3월 10일자) 커버스토리에서도 부시 대통령의 종교관은 자세히 묘사되고 있다. 뉴스위크는 부시 대통령 측근들의 말을 인용, 그의 조용하지만 열렬한 기독교적 신념이 그에게 힘을 부여해 주고 있다고 밝혔다.
이 잡지는 부시 대통령의 신앙심이 다른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려는 열정을 주고 있으며, 선과 악이라는 명확한 이분법적 관념을 부여하고 있다고 전한 뒤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이 이와 무관치 않다고 시사했다. 때문에 부시 대통령에게 이라크전은 미국이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과 같은 악과 싸우는 것으로 간주되는 것이며, 필요할 경우 전쟁에 의해 싸울 수밖에 없다는 신념으로 발전했다고 뉴스위크는 분석했다.
실제로 부시 대통령은 최근 사담 후세인 정권 타도가 이라크를 민주화할 뿐 아니라 “해방된 이라크가 자유의 힘을 보여 줌으로써 중동 전체의 민주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전쟁 불가피론’을 주창했다. 특히 후세인 제거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를 평화롭게 해결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연합 뉴스} (200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