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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연구(이론)-평화학/종교적인 접근

부시와 神들의 전쟁

김승국

부시 대통령은 2003년 3월 20일 ‘신(神)의 이름’으로 이라크 공격을 명령했다. 텔레비전 카메라 앞에선 부시는 “승리 이외의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 우리들은 이겨 번영할 것이다. 미국과 미국을 지키는 자에게 신의 축복을….”이라고 연설했다.
부시의 공격명령에 즉각적인 반응을 보인 후세인 역시 ‘神의 이름’으로 미국에 대한 반격을 명령했다.

권위주의적 세속지도자로 명성을 쌓아 온 사담 후세인 대통령이 미국 주도의 이라크 전쟁에서 이라크 국민을 결집시키기 위해 자신의 정권 수호가 아닌 종교와 애국심에 호소하고 있다.

이것은 부시 미국 대통령이 9 ・11 테러 이후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라크 전쟁을 수행하면서 자신의 정당성을 국민들에게 호소하기 위해 종교적인 표현을 즐겨 사용하는 것과 유사하다.

후세인 대통령은 3월 24일의 텔레비전 연설에서 “神께서 참고 기다리는 신도들에게 약속한 승리가 가까이 왔다.”며 현 정권의 방어가 아닌 조상의 땅을 수호하기 위해 싸우라고 호소했다.

후세인 대통령은 이번 연설에서 ‘神’이라는 단어를 28번이나 언급했으며 성전을 뜻하는 ‘지하드(Jihad)’는 7번, ‘신도들’은 4번 언급했다. 이라크 일간지에 게재된 군부의 성명은 이라크 병사들을 ‘神의 병사들’이라며 “소수가 종종 다수의 병력을 격퇴할 수 있었다.”는 내용의 코란 구절들을 인용했으며 神은 위대하다는 의미의 ‘알라 아크바르’로 끝맺음을 했다<{연합뉴스} 2004.3.25>.

부시와 후세인이 서로 철천지원수이지만 ‘神’에게 승전을 비는 마음을 동일하게 표현했다(물론 두 사람이 표현하는 ‘神’의 격(格)이 다르다. 한쪽은 기독교의 神이고 한쪽은 이슬람의 神이다). 그래서 이번 전쟁은 인간이 神의 이름으로 벌이는 ‘神들의 전쟁’인 셈이다. 문제는 인간사의 전쟁은 반드시 한쪽이 이기게 되어 있는데 이 ‘神’이 어느 쪽 손을 들어 줄 것인가에 있다. 정의의 神이라면 약자이며 무고한 이라크의 편을 들어 주겠지만 호전적인 전쟁신(戰爭神)이라면 미국의 편을 들어 줄 듯하다. 그래서 그런지 부시는 날마다 미국의 전쟁신(戰爭神), 기독교의 야훼神을 향해 열심히 기도한다고 한다.

매일 아침 설교집 읽는 부시

부시 대통령은 매일 아침 5시 반에 기상한다. 그는 기상하면 맨 먼저 기독교의 설교집을 읽는다. 이어 실내의 운동기구를 이용하여 약 5킬로미터의 달리기를 한다. 운동이 끝나자마자 그는 성서연구회 모임에 참석한다.

신학자도 아닌 부시가 매일같이 기도하며 기독교 근본주의(Christian Fundamentalism)의 가르침에 따르는 신학을 연구한다. 그가 ‘악의 축’ 발언을 한 것도 이 신학연구의 덕분인 듯하다. 요즘 그의 표독스런 전쟁 발언의 뒤에 숨겨져 있는 비수 같은 ‘전쟁신(戰爭神) 타령’을 들어 보면, 그가 마치 고대의 제사장과 전제군주를 겸한 인물인 듯한 착각이 생긴다. 하긴 그가 21세기의 전제군주를 꿈꾸며 이라크를 공격하고 있으니 이 말도 크게 틀리지 않은 듯하다. 더욱이 그는 자신이 제사장으로서의 신학 무장이 부족하다고 느낀 듯 그렇게 바쁜 일정을 쪼개 신학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전쟁신의 가호를 빌려

백악관은 세계의 운명을 결정한다. 트루만 대통령의 원자폭탄 투하, 케네디 대통령의 쿠바 위기 등 역대의 지도자들은 결단의 중압에 괴로워했다. 그런데 ‘단순무지한(?)’ 부시에겐 이런 괴로움이 없는 듯 마음이 평안하다고 한다. 호전적인 기독교 근본주의가 믿는 전쟁신(戰爭神)의 가호로 이라크를 족칠 수 있다고 안심해서 그토록 평안한 것일까?

부시는 “나를 지지하고 있는 것은 신앙이다.”고 자주 말한다. 2003년 2월 종교 관계자와의 조찬회에서 그는 “신의 섭리에 자신을 갖는다. 모든 배경에는 목적이 있다. 그것은 神의 손에 의해 정해지고, 흔들리는 것은 없다.”고 설파했다. 부시는 본래 믿음이 강하지 않았다. 그는 정치 명문가에서 태어났지만, 30대까지 술독에 빠지는 생활을 했다. 그런데 기독교와 만난 그는 금주를 하면서 출세의 길을 달렸다.

기독교 근본주의의 선악 이분법에 심취

부시가 보기에 神의 은총을 받는 미국에는 특별한 사명이 있다. 이 특별한 사명에 따라 ‘악의 축’인 후세인과 싸우는 것이다. 이는 지나치게 이분법적인 ‘선악관(善惡觀)’이다. 미국은 언제나 선(善)이므로 이기게 되어 있고 이라크 ・북한 등 ‘악의 축’은 언제나 악(惡)이므로 붕괴시켜야 한다는 부시의 발상은 기독교 근본주의에 따른 것이다.

부시 정권의 일방주의적인 전쟁정책의 뿌리에는 기독교 근본주의의 발상이 깃들어 있다. 정치 세력화된 기독교 근본주의는 현재 미 공화당의 최대 세력이 되어 있다. 기독교 근본주의의 전쟁신(戰爭神)에 심취한 부시의 회개가 없는 한 ‘악의 축’ 국가에 대한 순차적인 공격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라크 다음에 북한, 그리고 그 다음에 이란의 순서로 공격명령을 내릴 부시는 줄기차게 ‘神’의 이름으로 미국에 승리를 안겨 달라고 기도할 것이다.

전쟁꾼의 대선 전략

기독교 근본주의 신앙으로 무장한 카우보이 ‘부시’는 정치적 노름꾼이자 전쟁꾼이다. 2003년에 잇단 기업 스캔들로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자, 그는 이라크 문제를 중간 선거의 중심적인 전략으로 내세워 재미를 보았다. 이라크 공격은 9 ・11 테러 이후 부시 정권내의 매파(강경파)가 뜸들인 시나리오이지만, 선거 쟁점으로 적중했다. 상하 양원을 여당인 공화당이 차지했기 때문이다. 이제 마지막 남은 숙제인 차기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부시는 이라크 전쟁이란 도박을 시작했다.

그러나 단기전에서의 승리를 점쳤으나 예상 밖으로 고전하기 시작하자 부시의 안색은 달라지고 있다. 애써 초조함을 감추려 하고 있을 뿐이다. 뜻밖에 미국이 패전하거나 장기전으로 돌입하여 이라크 전쟁의 늪지대에 빠지면 재선가도에 먹구름이 덮칠 것이다. 그땐 제아무리 부시가 전쟁신(戰爭神)에 빌어도 쓸모없다. 부시는 지금이
라도 미국만이 神의 축복을 받는다는 비합리적인 신앙을 뿌리쳐야 할 것이다. 미국 제일(第一)주의를 일방적으로 엄호할 神은 없기 때문이다.

어쨌든 神의 이름으로 전쟁을 벌이는 부시 같은 무리들이 있기 때문에 神은 피곤하다.

* 출처={평화 만들기(http://peacemaking.kr)} 112호(20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