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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연구(이론)-평화학/종교적인 접근

핵전쟁을 대망하는 기독교 근본주의자들

김승국

제국 미국의 핵무기의 성격을 가장 확실하게 파악하는 방법은 핵전쟁을 대망하는 사람들의 이념 예컨대 네오콘・부시 정권의 ‘핵 제국주의’에 접근하는 길이다. 이 길을 찾기 위해 미국에서 핵전쟁을 대망하는 사람들의 사고 유형을 먼저 추적해본다.

1. 핵전쟁을 대망하는 사람들
---성서 근본주의파(fundamentalism: 기독교 근본주의/기독교 원리주의)의 경우

아래는 ‘핵무기를 통한 아마겟돈전쟁을 대망하는 핵전쟁 대망론자들(기
독교 근본주의자들)’을 취재한 Grace Halsell의 저서<Grace Halsell 지음/越智道雄 옮김 核戰爭を待望する人びと(東京, 朝日新聞社, 1991)>를 요약한 것이다;

* 내가 이스라엘 성지순례 도중 오엔이라는 인물을 만났는데 그는 ‘무슬림들이 신성시하는 이슬람 사원을 파괴해야 하고, 핵전쟁 아마겟돈을 통해 지구라는 혹성을 파괴해야 한다’고 말했다(Grace Halsell, 17쪽).
* 미국의 전직 참모총장인 죤・베시 장군은 펜타곤에서 기도회를 열었는데, 그는 소련과의 핵전쟁에서 그리스도의 재림이 앞당겨진다고 말했다. 이로써 소련에 대한 선제 핵공격을 결단해야 할 군사지도자들 사이에 린제이와 비슷한 사고방식이 널리 보급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Grace Halsell, 18쪽).
* 1984년 양겔로비치社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핵무기를 동원하는 아마겟돈 전쟁에서 우리들 자신의 손으로 지구를 파괴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 사람이 39%에 이르렀다. 이 조사가 정확하다면 8,500만 명의 미국인이 아마겟돈 전쟁으로서의 핵전쟁을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Grace Halsell, 20쪽).
* 미국의 수백 개의 성서 연구소, 10만 명의 학생들이 다니는 신학교의 교사・학생 중 8∼9할이 ‘天國 移送(rapture: 아마겟돈전쟁이 일어나면 그리스도에 의해 천당으로 올라갈 사람들만 구원받아 천국으로 이송된다. 그러므로 천국이송을 믿는 사람들은 핵전쟁을 통한 지구촌의 붕괴를 환영한다)과 핵전쟁 아마겟돈을 믿고 있다(Grace Halsell, 27쪽). 이들은 ‘예수
가 재림하기 전까지 이 땅에 평화는 없다. 재림 이전에 평화가 온다고 설교하는 교의는 모두 이단이다. 그것은 신의 말씀에 반하는 반(反)기독교적인 것이다’고 말한다(Grace Halsell, 28쪽).
* 아마겟돈이 종국에 이르러 수백만 명의 전사자 시체가 켜켜이 쌓이면, 주 예수가 敵그리스도(현재의 기독교 근본주의자가 볼 때 敵 그리스도는 북한이다)를 ‘불・황으로 끓는 못’에 내던진다(Grace Halsell, 51쪽).
* 에스겔서 39장 2절에 따라 ‘소련군의 6분의 5가 아마겟돈 전쟁의 최후 단계에 섬멸될 것이다. 신이 마무리하는 최후의 대살육은 에스겔서 39장 4절・17절∼18절에 걸쳐 묘사되어 있다. 요한계시록 19장 17∼18절, 마태복음 24장 28절에 의하면 아마겟돈의 뒤에도 동일한 살육이 일어나게 된다. 여기에서 공산주의(북한 등 악의 축 국가)의 위협이 근절・멸종된다(Grace
Halsell, 56쪽).
* 레이건 대통령과 天啓的 史觀(요한계시록대로 역사가 이루어진다는 역사관)의 관련을 연구한 안들 랑그(워싱턴에 있는 기독교 연구소 조사부장)는 “레이건이 대통령 취임 이후에 천계적 사관을 버렸다고 하더라도 취임 이전에 그것을 믿고 있었다. 레이건은 천계적 사관을 갖고 아마겟돈 전쟁설을 신봉하고 있었다”고 말했다(부시 대통령도 레이건과 비슷하게 아마겟돈 전쟁설을 믿고 대북 핵전쟁을 기도하고 있지 않을까?) 레이건과 아마겟돈 전쟁설에 관하여 기자회견을 한 내용이 당시 미국 신문에 대서특필되었다. 그 기자회견에서 랑그는 “신(神)이 사전에 핵전쟁 시나리오를 작성했다고 개인적으로 믿는 대통령을 모시고 있기 때문에 몇 가지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지요. 예컨대 그 대통령이 가상 적대국과의 무기삭감 교섭의 유효성을 진지하게 믿을 수 있을까? 핵전쟁의 위기가 임박했을 때 그 대통령이 신중・냉정하게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까? 그러기는커녕 그가 선제공격용 버튼을 누르고 싶어 안달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아무튼 버튼을 눌렀을 때 ‘신(神)이 성서 속에 사전에 예정한 세계 최종 전쟁의 시나리오’를 실연(實演)하는 데 자신(레이건)의 손을 빌리게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랑그의 설명에 의하면, ‘天啓的 史觀論者들, 즉 아마겟돈설의 신봉자들은, 성서를 미래에 대한 예언집으로 정독하는 성서 근본주의자(기독교 근본주의자)이다. 기독교 新右翼의 天啓的 史觀論者들은, 성서는 지구규모의 핵전쟁・천재지변・경제공황・사회적 혼란 등이 이어진 뒤에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이 실현됨을 예언하고 있는 것으로 믿고 있다.’(Grace Halsell, 63∼64쪽)

캘리포니아 주의 상원의장이었던 제임스・밀즈가 1985년 8월 Sandiego Magazine 에서 들려준 말을 들어보자. ‘재림에 관하여 성서에 분명히 써있는 것은, 재림이 언제 이루어질까를 누구도 모른다는 것 아닙니까?’라고 그가 일침(一針)을 가하자, 레이건은 날카롭고 드높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한다: “모두가 예언대로 되어가지요. 에스겔서에는 불과 유황이 신(神)에 역행하는 자들의 머리 위에 비처럼 내리붓는다고 써 있어요. 이것은 그들이 핵무기로 멸망당한다는 의미에 지나지 않아요. 그 핵무기는 현재 존재하지만 예전에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Grace Halsell, 72쪽)

레이건이 보기에 신(神)에 역행하는 사상은 공산주의이며 신(神)에 역행하는 자는 공산주의자이고 신(神)에 역행하는 정치세력은 소련이다. 그러므로 에스겔서에 나오는 불과 유황의 현대판인 핵무기로 소련을 멸망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레이건은 소련을 ‘사탄의 나라’로 보았다. 그는 1983년에 소련을 ‘악의 제국’이라고 불렀다. 마치 부시 대통령이 북한을 악의 축 국가로 부르듯이… 레이건이 자신의 신앙심에 따라 ‘악의 제국 소련을 핵무기로 멸망시켜야 한다고 확언했듯이, 부시 역시 자신의 신앙에 따라 북한이라는 악의 축 국가를 핵무기로 싹쓸이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레이건의 군사예산에 대한 자세, 핵무기 감축 제안에 대한 낮은 관심은 ‘요한계시록에 따라 이스라엘 군대와 미군이 소련을 멸망시켜야 한다’는 신앙심과 관련이 있다. 그가 보기에 아마겟돈은 비무장 상태의 세계에서는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핵무장을 가속화하여 악의 제국을 멸망시켜야 한다. 이런 사고방식에 따라 레이건 대통령 시절에 미국은 엄청난 핵군비 확장을 한 끝에 쌍둥이 적자(재정적자, 무역적자)를 유발했다.

레이건과 기독교 근본주의 세력은 요한계시록에 따른 핵전쟁 대망론의 선봉에 서서 악의 제국인 소련을 핵무기로 멸망시키려 했다. 이런 끔찍한 발상은 클린턴 정권 때의 잠복기를 거쳐 부시 대통령 시절에 다시 도진다. 이번에는 그 대상이 소련에서 북한으로 바뀌어졌을 뿐이다. 그래서 ‘레이건과 성서 근본주의 세력이 요한계시록에 따른 핵전쟁 대망론의 선봉에 서서 악의 제국 소련을 핵무기로 멸망시키려 했다’는 문구를 ‘부시와 기독교 근본주의 세력이 요한계시록에 따른 핵전쟁 대망론의 선봉에 서서 악의 축 국가인 북한을 핵무기로 멸망시키려 한다’로 바꾸면 된다.

부시 정권은 기독교 근본주의 세력의 지척에 있는 네오콘(Neo Con: 신보수주의자들)과 함께 악의 축 국가들을 섬멸하는 핵전략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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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국 지음『한반도의 평화와 북한 핵문제』(파주, 한국학술정보, 2007) 140~144쪽을 참조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