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평화연구(이론)-평화학/종교적인 접근

인도의 힌두 원리주의에 관하여

김승국

Ⅰ. 들어가는 말

종교․문화적인 측면에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분쟁을 탐구하려는 필자의 목표에 따라, 인도의 종교적 갈등에 관한 심층적인 분석을 시도한다. 인도에서 종교적 갈등의 뿌리를 이루는 ‘힌두 원리주의(Hindu Fundamentalism)’를 연구하는 게 본 연구의 핵심이다.

종교적 다양성을 충분히 인정하는 힌두교에서 ‘Hindu Fundamentalism’과 같은 원리주의가 등장한 모순을 어떠한 관점으로 이해해야 하는가? 본 연구는 이러한 의문에서부터 출발하여 힌두 원리주의의 탄생과정, 종교-정치-경제-사회-문화적인 배경을 규명하는 데 주력한다.

힌두 원리주의는 한갓 종교적인 현상이 아니다. 힌두 원리주의의 원인을 제공한 영국 제국주의 지배, 파키스탄과의 분리독립, 세속주의 정치로부터 결별에 대한 사전연구 없이 힌두 원리주의에 관한 총체적인 연구가 어렵다.

이러한 사전연구를 하기에는 필자의 능력이 부족하고 연구 기간도 짧은 점을 고려하여 2차 자료를 중심으로 본문을 작성했다.

힌두교와 인도 사회에 대한 내재적인 접근을 통해 힌두 원리주의를 분석하는 게 정도(正道)라고 생각한다. 힌두교의 정수(精髓), 힌두교도들의 신심(信心), 무슬림과의 갈등이 일어나는 사회-정치-경제적인 근원, 복잡하기 이를 데 없는 인도 사회에 대한 총체적인 지식 등을 터득함으로써 비로소 내재적인 관점을 정립할 수 있다.

비록 본 연구에 내재적 관점이 결여되어 있지만 나름대로 심층적인 접근을 시도했다. 반영(反英: 영국 제국주의에 대한 반대) 투쟁과정에서부터 힌두 원리주의의 맹아가 내재한 점, 분리독립 이후의 정치상황과 근대화 과정이 힌두 원리주의를 증폭시킨 점을 부각시키려 했다.

그리고 ‘RSS(Rashtriya Swayamsevak Sangh; 민족 의용단, 민족 봉사단) 일가(一家)’에 대한 분석을 통해 힌두 원리주의의 구조적인 측면을 다루었다. 특히 ‘아요디야(Ayodhya) 사태’가 발생한 현장에 육박하여 힌두 원리주의 현상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이하 생략>

Ⅴ. 결론

지금까지 힌두 원리주의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에 중점을 두고 기술했다. 이 글은 크게 3부분, 즉 힌두 원리주의에 대한 이해에 중점을 둔 도입부분(Ⅰ), ‘힌두 원리주의의 주체인 RSS 일가(一家)’를 다룬 부분(Ⅱ), 힌두 원리주의의 극단적인 현상인 아요디야 사태를 다룬 부분(Ⅲ)으로 나뉜다.

(Ⅰ)은 힌두 원리주의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느냐에 중점이 있다. 먼저 ‘Hindu’의 포괄성, 인도인의 생활 자체인 힌두교를 바탕으로 Fundamentalism에 접근했다. 이어 ‘Fundamentalism’을 ‘원리주의’로 해석한 필자는 인도에서 원리주의와 세속주의의 다툼을 설명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힌두-무슬림의 오랜 분쟁의 뿌리가 무엇인지를 규명하려 했다. 특히 20세기의 독립운동 기간 중에 대두된 힌두 민족주의와 힌두 원리주의와의 상관관계를 분석하면서 ‘fundamentalistic Hindu nationalism’이라는 조어를 만들어 냈다. ‘fundamentalistic Hindu nationalism’이란 조어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인도 특유의 국가-국민-민족관이 힌두 원리주의에 스며들어 있어서 힌두 원리주의와 힌두 민족주의가 서로 포섭되는 부분과 개념을 달리하는 부분을 가려내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Ⅱ)는 힌두 원리주의의 주동자인 ‘RSS 일가(一家)’의 성장과정을 분석하기 위하여, 인도에서 세속주의 정당인 국민회의(INC)가 퇴조하고 힌두 원리주의 정당인 BJP(인도 인민당)가 집권한 배경을 집중적으로 설명했다.

(Ⅲ)은 힌두 원리주의의 극단적인 사례인 ‘아요디야 사태’를 예시하면서, 단순한 ‘종파 폭동(communal riot)’으로 볼 게 아니라 ‘성(聖)의 재정향’이란 시각으로 이 사태에 접근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요디야 사태는 인도사회의 세속적 통합 모델과 종교적 통합 모델의 분기점을 드러내준다. 여기에서 INC의 세속적 국민통합 모델을 대신하는 종교적 통합 모델로서 힌두 원리주의(Hindu Fundamentalism)가 등장하는 과정에서 아요디야 사태가 발생했다.

이러한 필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 연구는 몇 가지 한계를 지니고 있다. 첫째, 인도 사회를 내재적으로 분석하는 가운데 힌두 원리주의에 접근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힌두 원리주의의 내재적 접근을 위해서는 우선 힌두교의 정신․교리에 심취한 인도인의 종교세계에 익숙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이 논문의 태생적 한계가 가로놓여 있다.

둘째, 인도인의 삶 속에 용해된 힌두 원리주의에 육박해야 이 연구가 더욱 심층적이 되었을 텐데 그렇게 하지 못한 점이다.
셋째, 필자의 능력부족으로 힌두 원리주의와 카스트 제도의 연관성, 힌두 원리주의와 폭력의 상관성(아요디야 사태의 폭력성 등)에 관한 논리 전개에 미흡한 점이다. 이 두 주제는 필자가 인도에 관한 인식능력을 제고한 다음에 다룰 예정이다.

다섯째, INC의 세속주의-힌두 원리주의 모두 인도의 국민통합 모델로 미흡한 상황에서, 인도사회를 평화롭게 만들기 위한 대안 찾기가 부족한 점이다.
-------
* 김승국『평화연구의 지평』(파주, 한국학술정보, 2009) 229~305쪽에도, 위의 글이 실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