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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안보-군사/무기(核, 북한 핵, MD)

핵무기에 얽힌 문제들

김승국


1945년 8월초 히로시마ㆍ나가사키에 투하된 핵무기로 말미암아 인류의 역사가 바뀌었다. 핵무기에 의존하는 핵 시대가 열린 것이다. 핵 시대는 핵무기에 의해 인류가 절멸될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인간ㆍ자연의 대량학살(genocide)을 예고하는 핵무기. 삼라만상이 무차별하게 파괴되는 핵 겨울을 재촉하는 핵무기. 이러한 핵무기에 관한 공부를 통하여 삶과 죽음, 살림과 죽임에 대하여 근원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핵무기 체계에 대하여 심층적으로 논의할수록 생명평화의 가치를 절감하게 된다. 모든 살아있는 것을 전면 부정하는 ‘핵 시대의 문명’을 넘어 ‘비핵(非核) 평화의 문명’을 여는 생명평화의 노력이 필요하다.  생명평화의 관점에서 접근하는데 도움이 되는 시청각 자료가 많은데 그 중에서 영화『검은 비』, 만화 『맨발의 겐』을 권유한다.


그리고 영화『검은 비』, 만화 『맨발의 겐』을 보시기를 권유하는 뜻에서, 핵무기와 관련된 문제를 아래와 같이 제시한다.


1. 히로시마ㆍ나가사키에 떨어진 핵무기는 일본 제국주의의 죄악을 심판하는 무기이었나?


한국의 일부 인사들은 “히로시마ㆍ나가사키의 피폭자들의 죽음에 애도를 표명하지만, 일본 제국주의의 죄악에 대한 천벌로 핵무기 세례를 받은 게 아니냐”는 반문을 던지는데, 독자 여러분들은 이에 동의합니까? 동의하지 않는다면 그 이유는?


이러한 이야기를 들은 일본인ㆍ일본의 반핵운동가들은 ‘히로시마ㆍ나사사키에서 목숨을 잃은 피폭자들의 생명을 경시하는 발언이다. 반일감정ㆍ민족주의 경향을 지닌 한국인들이 피폭의 의미를 잘못 파악한 채 극언을 서슴지 않는다’고 반발하는데 여러분들은 이에 동의합니까? 동의하지 않는다면 그 이유는?


이러한 일본인들의 반발에 대하여 대개의 한국인들은 ‘너희 일본 놈들이 일제 강점기에 죽인 조선 사람의 숫자, 수탈해간 것들을 계산하면 당신들 피폭자의 죽음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고 맞받아칠 것인데, 여러분들은 이에 동의합니까? 동의하지 않는다면 그 이유는?


2. 차별의 문제


1945년 피폭 당시 히로시마ㆍ나가사키에 조선인 강제연행 노동자 등이 많이 거주했으며, 그들은 일본인들로부터 민족차별을 당하며 기구한 삶을 영위하다가 일본인과 함께 핵무기 세례를 받았다. 히로시마ㆍ나가사키에 핵무기가 떨어지자마자 아수라장이 되어 일본인과 조선인을 구분할 수 없었으며 모두들 살아남으려고 안간힘을 다했다. 서로 살아남으려고 아귀다툼하는 순간에 일본인들이 조선인들을 밀치고 먼저 살겠다고 아우성쳤다는 이야기가 있다. 너무나 순간적인 핵 지옥의 상황이어서 사실자료를 확보하기 어려우나, 당시 일본사람들의 조선인 멸시 태도로 보아 그러한 정황이 발생했을 개연성이 있다. 


관습처럼 내려오는 일본인의 조선인 차별은 피폭자의 묘지를 만드는데도 적용되었다. 동일한 피폭자인데, 조선인들의 묘지는 찬밥신세이다. 일본인 피폭자의 묘지는 잘 가꾸어 반핵평화의 성지로 만들었는데, 조선인 피폭자의 묘지는 평화공원의 귀퉁이,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있다. 그나마 옛날에는 히로시마 평화공원 안에 들어오지도 못하고 초라한 모습으로 내동댕이쳐져 있었다. 지금도 나가사키 폭심지 부근에 있는 조선인 피폭자 묘지의 비석이 화장실 부근의 귀퉁이에 외로이 서 있다.


이러한 조선인 차별의식이 작동된 탓인지, 조선인 피폭자에 대한 보상ㆍ치료ㆍ피폭 증명서 발급 문제에서 일본인 피폭자와 확연히 다른 차별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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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는 평화 활동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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