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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안보-군사/칼럼-에세이

천황제, 일본 민주당 집권, 평화국가의 길


김승국

 

일본인의 마음


* 속마음(혼네)과 겉마음(다테마에)이 다른 이중성. 화산폭발이 많아 늘 불안한 삶, 섬나라 거주...쫓겨나면 생존 불가능...일본 씨름의 좁은 원이 일본열도...이 좁은 열도 안에서 날뛰는 사무라이의 등쌀에 시달리며 봉건시대의 착취를 견디어 낸 일본 민중들. 생존을 위해 힘센 놈에게 의존...세끼가하라 전투때 민중들은 언덕에 올라 구경하며 이긴 쪽에 무조건 귀의함. 태평양전쟁 패전 뒤 힘센 미국에 의존하며 미국추종(미국의 꼬붕 노릇)...주일미군에 안보 맡겨...강자에게 응석 부리는 심성.

 

나까마 의식

* 일본인의 이러한 집단심리는 일본특유의 나까마(仲間; 동아리)를 만듦. 나까마에는 반드시 보스가 있고, 이 보스를 중심으로 뭉쳐 있음. 나까마의 구성원은 보스에 충성을 바침. 일본의 수많은 나까마의 최정점에 천황이 존재함. 보스중의 보스이므로 천황에 최대의 충성을 바침. 일본 군국주의가 천황을 신격화함. 천황은 살아 있는 神. 이게 일본에 기독교 발전의 장애물(천황이라는 신이 있으므로 야훼 신을 따로 믿을 필요가 없음).

* 일본인의 神;

① 일본인들은 제2차 세계대전 전범조차 신으로 모신다. 야스쿠니 신사는 전범을 신으로 모신 대표적 신사로서 그 기저에는 원령신앙이 깔려 있다. 전쟁터에서 비정상적으로 죽은 자는 원령이 되어 산 자를 괴롭힐 수 있다는 생각에서, 그 원령을 위로해주어야 현재의 일본이 평안할 것이라는 관념이 있는 것이다. ② 악을 씻어버린 본래의 생명력이야말로 최고의 선이다. 예를 들면 일본 각지의 마쓰리(祭り)는 바로 그런 의미의 신도 의례다. ③ 화(和)의 사상이 저변에 깔려 있다. 신도[자기]와 불교[타자]가 융합된 이른바 신불습합이라는 현상이 나타났다. 신도와 불교는 서로가 타자를 포용할 줄 아는 종교이다. 특히 불교는 일본인의 관용 정신에 많은 영향을 미쳤으며, 지금도 일본인 사이에는 사람이 죽으면 누구나 호토케[일본에서는 신도의 신을 ‘가미(神)’, 불교의 불(佛)을 ‘호토케’라 부른다]가 된다는 관념이 일반적으로 통용된다. ④ 숲은 신들의 거주장소이며 신화의 무대 공간이다. 숲은 환태평양 조산대에 위치한 불안정한 일본 열도에서 가장 안정적인 땅을 갈망하는 일본인의 정신세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에도시대에 완성되었다고 하는 일본의 전통적 촌락지연 공동체인 무라(村)에서는 무라 단위의 숲을 설정하면서 그곳에 신사를 세워 자기 공동체의 안녕을 기원한 관행이 있어 왔는데, 이 역시 그 같은 믿음에서 나왔다고 보여진다.<전종한 외 지음『인문지리학의 시선』(서울, 논형, 2008) 136~137쪽>

 

천황제와 군국주의


1. 첫째 유형; 천황제와 군국주의의 밀착형
대동아 전쟁을 일으킨 일본 제국주의의 수장인 천황(군 통수권 장악). 천황에게 모든 권력을 부여한(서양의 경우 임금을 죽이고 민주주의를 이룩했는데 일본은 이에 역행) 메이지 유신. 메이지 유신을 계기로 국가신도(神社를 중심으로 한 민중들의 자연신앙인 神道를 국가화함. 야스쿠니 신사가 대표적인 국가신도의 상징물)가 형성됨. 국가신도의 주재자가 천황임(제정일치 시대를 연상케 함). 천황은 국가제사를 담당하면서 전쟁 명령권도 지닌 슈퍼 파워의 소유자. 물론 천황가는 일본 최대의 부동산 소유자임(재물도 많이 소유). 이러한 무소불위의 권력을 지닌 천황이 주도한 전쟁이 태평양 전쟁이며, 이 전쟁 이전에 이미 일제가 조선 땅을 점령하여 식민지 통치를 함. 따라서 옛날 천황제는 군국주의와 한몸이었음. 천황이라는 神에게 자신의 몸을 맡기며 가미가제를 수행한 일본 병사들. 천황을 위해 죽는 것을 최대의 명예로 여김. 그 유산이 야스쿠니 신사.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된 전쟁신들이 천황제의 지주임. 천황제의 상징인 신사참배 강요함. 


2. 둘째 유형; 천황제와 군국주의의 분리형;
일본의 패망 이후 천황제와 군국주의를 분리시킨 평화헌법을 제정함. 태평양 전쟁 패전직후 천황이라는 神이 점령자 맥아더 앞에서 굽실거리는 모습을 보고, 일본민중은 미국이라는 새로운 神에 귀의함. 힘센 미국이 새로운 神이 되고 옛날 神인 천황은 강등되어 일본왕(군 통수권을 빼앗긴 로봇 같은 王)이 되었지만 천황제는 유지함. 미국이 전범인 천황을 살려두고, 천황제와 평화헌법을 맞바꿈. 평화헌법 제9조에 ‘국권의 발동으로서의 교전권 금지, 전력(군대) 보유 금지, 침략전쟁 부인’을 규정함. 옛날 군국주의 일본과는 완전히 다른 평화지향적인 민주주의 국가를 지향함(천황을 얼굴마담으로 강등시켰기 때문에 이런 일이 가능함. 천황으로부터 군국주의의 지휘봉을 빼앗았기 때문에 가능함).

 

평화헌법의 틀을 깨는데 앞장선 권력


1. 자민당 권력

일본은 평화헌법 아래에서 군비부담 없이 경제성장을 이룩함(한국전쟁 특수가 시발점임). 그런데 자민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우익들이 자위대의 무장력을 증강하는 군비확장을 지속하여 세계 3위의 군사대국으로 발돋움. 평화헌법 9조를 허수아비로 만드는 해석개헌의 연장선상에서 헌법 9조 등을 개악하려는 법률안을 마련함.


2. 오자와(小澤)의 보통국가론

이번에 일본 민주당이 집권하는데 일등공신이 된 오자와는 자민당에서 탈당한 일본 정치의 거두인데...오자와는 일본이 보통의 나라들처럼 군대를 보유한 채 무장해야한다는 ‘보통국가’론을 제기하면서 이를 위해 필요하다면 개헌해야(헌법 9조의 수정)는 논리를 전개함. 따라서 오자와의 논리대로라면 민주당 역시 평화헌법 9조에 손을 대는 개헌안을 마련할지도 모르나 개연성은 낮음.

 

오자와라는 인물과 민주당 집권


1. 민주당 집권의 1등공신인 오자와라는 인물에 대해 연구할 필요가 있음(한국에는 그러한 정치인 없음). 그의 대외정책의 근간인 보통국가론에 문제가 있지만, 국내정책은 신선함. 그는 자민당 중심의 정치판을 물갈이하는데 주력하느라 수상 제의도 거절함. 정당들끼리 자유경쟁하면서 정권교체가 가능한 구조를 만드는 게 오자와 구상의 핵심임. 이 구상이 성공하여 자민당 장기독재 체제 붕괴시킴. 오자와는 선거의 귀재임. 여성 자객을 보내 자민당 거물을 낙선시킴.

 

민주당의 선거공약과 평화

 

민주당이 내건 선거공약(Manifest)중 외교 안보 분야의 내용; ① 긴밀하고 대등한 미일 동맹관계를 만든다 ② 미일 지위협정(SOFA)의 개정을 제기한다 ③ 미군재편(GPR)도 수정한다 ④ 동아시아 공동체의 구축을 겨냥하여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의 지역협력을 확립한다(아시아 공동화폐). 동북아시아 지역의 비핵화를 지향한다.

수상이 된 하토야마(鳩山)가『Voice』(2009년 9월호)에 게재한「나의 정치철학」이라는 글의 주요내용; ① 냉전 이후(탈냉전 시대)의 일본은, 미국주도의 시장원리주의, 세계화(Globalization) 때문에 인간의 존엄을 상실했다 ② 우애(Fraternity; 하토야마의 정치적인 모토임)가 이끄는 국가목표는 동아시아 공동체의 창설이다(물론 미일 안보조약이 일본외교의 초석이지만...) ③ 우리는 아시아에 위치한 국가로서의 정체성(Identity)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④ 미국주도의 세계화(Globalization)는 끝났고 세계는 다극화를 지향하고 있다. ⑤ 일본은 (지배적인 패권을 계속 유지하려는) 미국과 (새로운 패권을 노리는) 중국과의 사이에서 어떻게 하면 정치적ㆍ경제적인 자주성을 지닌 채 국익을 지킬 수 있는가?

 

하토야마의 탈미입아(脫米入亞) 노선의 실현가능성?


하토야마의 탈미입아 노선은 메이지 유신 때의 ‘탈아입구(脫亞入歐)’ 노선과 반대임.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천황제, 패전이후 상징 천황제 아래의 자민당 1당 독재 속의 군사대국화가 모두 ‘탈아입구’론에 따른 것인데, 이를 뒤집을 만한 평화지향적인 대안을 마련해야함.

 

민주당의 외교안보 정책 실현을 위한 제안


1. 탈미를 위한 각고의 노력; 미국추종 외교를 벗어나 일본 독자외교를 통한 아시아 공동체 창설할 동력이 필요함. 이를 위해 현재 진행 중인 주일미군 재편(GPR)의 축소가 불가피함. 이와 더불어 미일 동맹의 군사적인 성격을 바꿔 정치동맹으로 만들어야함.


2. 군비축소의 길을 걸어야; 오자와의 보통국가론이 헌법 9조의 수정으로 가는 길을 차단하고 군비를 감축하는 조치를 내려야한다. 이어서 민주당 스스로 평화헌법 9조 지킴이가 되어 자위대의 해외확장(해외파병 등)을 막아야. 자위대가 연안방어 하는데 그칠 정도로 군비를 축소해야한다(자위대의 경찰화. 이는 오자와의 보통국가론을 역행하는 일이다). 자민당의 외교안보 정책의 근간인 유사법제(有事法制; 북한 위협론을 빙자한 군국주의 지향적인 입법체제)를 중단시켜야함. 자민당의 군사대국화 정책을 통해 천황제와 군국주의가 유착하는 길로 점진적으로 나아가고 있었는데, 이러한 길을 영원히 폐쇄하는 조치를 취해야함.   


3. 탈미입아를 위한 사전정지 작업으로 일본 제국주의의 죄악에 대한 사죄, 야스쿠니 신사 참배 중단, 군사대국화 중단해야.


4. 고이즈미ㆍ김정일의 평양선언 정신에 따라 북-일 수교 추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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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는 평화활동가이다.
* 이 글은, 2009년 10월 11일 서울(오장동) 제일교회에서 열린 일본 관련 강연(주제; 동아시아 평화를 위한 일본 현대사 이해)에서 필자가 발언한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