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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연구(이론)-평화학/정신분석학의 입장

권력의 사이코패스化


김승국


강호순․유영철과 같은 살인범은 몇 수십 명을 연쇄살인한 사이코패스(Psychopath; 정신병질, 반사회적 인격 장애자)이다. 그런데 이보다 더욱 많은 사람들을 연쇄살인한 정치인들이 면죄부를 받는 경우가 있다. 사이코패스가 되기 쉬운 인간 유형중 정치인이 상석을 차지한다고 한다. 정치인 중에서도 전쟁 지향적인 지도자가 가장 악랄한 사이코패스이지 않을까? 예나 지금이나 전쟁에서 사람을 많이 죽일수록 영웅 취급받는 세상에서, 강호순의 연쇄살인이 대서특필되는 게 오히려 비정상적이다.

‘전쟁에 미친 사이코패스(전쟁광 사이코패스)’ 부시 전 대통령. 그의 잘못된 전쟁정책 때문에 죽은 아프간․이라크 민중의 숫자와 강호순이 죽인 사람의 숫자를 비교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강호순만 사이코패스라 규정하고 부시는 정상인으로 취급하여 전범 재판소에 세우지 않는다. 사람을 많이 죽인 정치인은 사형대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물론 죽을 죄를 지었지만 부시 보다 적은 사람을 죽인) 강호순은 사형시켜야한다고 악을 쓰는 인심(人心)의 얄팍함을 지적한다. ‘유전무죄(有錢無罪)’가 아닌 ‘유권무죄(有權無罪; 강호순에게 벌을 주는 공권력이 용산참사에서 처럼 사람을 죽여도 죄를 면제 받는다)’가 사이코패스 논쟁에도 적용되는 세태가 현기증을 일으킨다.  

부시 보다 더 악랄한 전쟁광 사이코패스는 히틀러이다. 히틀러와 같은 희대의 사이코패스 정치인이 되어야 역사에 악명을 남긴다. 나머지는 공익의 이름으로 죄명을 숨긴다. 사이코패스 질환에 걸린 정치인 중 가장 악독한 자가 히틀러이며 히틀러 집단에 의한 권력의 사이코패스化가 자주 회자된다.

따라서 가장 극단적인 권력의 사이코패스化를 히틀러 정권으로 상정하고, 히틀러 정권과의 상대평가를 통하여 이명박 정권(권력)의 사이코패스化를 거론할 수 있겠다. 제아무리 상대평가이지만 히틀러 정권과 이명박 정권을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게 무리이므로, 중간지대에 부시 전 대통령을 배치하면서 히틀러․부시를 정신분석할 수 있겠다. 히틀러 집단․부시를 통해 권력의 사이코패스化를 논의하고, 이 논의가 이명박 정권에도 적용될 수 있는지를 살펴본다. 이처럼 정신분석을 통한 권력의 사이코패스化를 첫 번째 주제로 상정한데 이어, 권력이 사이코패스化되는 현상을 두 번째 주제로 삼는다.


1. 정신분석


저스틴 프랭크의 저서『부시의 정신분석』에 나오는 사이코패스 경향을 소개하고, 용산참사에서 보인 이명박 정권의 사이코패스 경향을 비교평가한다.

프로이트(Freud)의 정신분석학에 따라 부시를 정신분석한 위의 책에 따르면 “[어린 시절의] 부시는 슬픔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견뎌낼 것인지 가르쳐줄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애도하는 법을 배울 기회를 박탈당했다. 어린아이는 대부분 자기 부모가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지켜보면서 애도하는 법을 알게 된다. 애도는 사랑과 슬픔이라는 모순된 정서를 받아들이고 통합하는 연습 과정이며, 심리적 성장에 필수적인 과정이다. 슬픔을 느끼는 능력은 타인을 동정하고 염려해주는 능력을 얻는 데 꼭 필요하다...마크 크리스핀 밀러는『독서 장애자 부시』의 9․11 테러 이후 개정판에서 이렇게 말했다; 부시가 적어도 공개적으로는 슬픔을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건 명백하다. 대본이 없으면 그는 그 위기의 비극적 측면을 온전히 이해하지도 못하고 심지어는 그 비극과 대면조차 할 수 없는 것 같았다. 부시는 그 비극적 사건을 단순히 우리가 궁극적으로 복수하게 될 행복한 날을 위해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로 바라보고만 있는 것 같았다. 부시가 미국의 슬픔에 립 서비스를 했을 때조차 그것은 분노의 표출에 금방 자리를 내주었다.”

이와 같이 슬픔을 이해하지 못하는, 타인의 고통에 공감할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 사이코패스가 될 확률이 높다고 한다. 로버트 헤어(Robert D. Hare) 박사가 만든 사이코패스 진단 도구인 PCL-R(Psychopathy Checklist-Revised)의 20개 문항 중 ‘공감능력 부족(냉담한 성격이고 다른 사람이나 동물과 공감하는 능력이 부족하다)’이 중요한 항목이다. 헤어 박사에 의하면 사이코패스는 어린 시절부터 다른 사람들의 감정․기대․고통에 무관심하고 이해하지도 못한다.

어렸을 적부터 타자(他者)의 고통에 공감하는 능력을 배양하지 않아 사이코패스가 될 잠재심리를 지닌 부시가, 9․11 사태 때 슬픔보다는 분노를 표출하며 아프간 전쟁을 선포한 게 아닐까? 이 명박 정부 역시 용산참사를 당한 철거민들의 고통에 공감하는 능력이 결여된 정권의 사이코패스化 경향을 드러내지 않았나?  부시․이명박 대통령이 9․11 사태․용산사태(용산참사)의 슬픔에 립 서비스를 했을 때조차 분노의 표출에 금방 자리를 내주지 않았나? 분노를 표명하는체 하면서 사태의 당사자들을 테러리스트로 규정하여 사회적 배제를 시도하지 않았나? 부시는 9․11 사태로 초상집이 된 미국사회의 슬픔을 애도할 겨를도 없이 9․11 사태의 원흉을 빈 라덴으로 규정하여 아프간 전쟁을 일으키면서 권력의 사이코패스化를 드러내지 않았나? 이명박 정권은 용산 사태(참사)의 슬픔을 애도하며 인간미를 보이기는커녕 사망한 철거민들(용산참사의 희생자)을 도심(都心)의 테러리스트로 규정했으며 그들이 자살테러를 벌렸다고 우기는 ‘권력의 사이코패스化’를 시도하지 않았나?

부시 정권․이명박 정권은 타자의 슬픔에 공감하기보다 타자를 테러리스트로 내모는 권력의 사이코패스化 경향을 나타내는 공통점을 드러냈다. 이는 타자에 대한 사디즘의 일종이므로 사디즘의 측면에서 분석할 수 있다.


  1) 사디즘


강호순의 연쇄살인은 피살자에 대한 사디즘(sadism; 타인에게 고통이나 치욕을 가함으로써 만족을 느끼는 성 도착증)이 핵심이며, 이게 ‘강호순=사이코패스’를 증명한다. 파괴적 성격의 사디즘이 개인화하면 강호순의 연쇄살인으로 연결되지만, 집단화하면 히틀러의 파시즘을 낳는다. 히틀러 정권이 저지른 유대인 학살에 파괴적인 사디즘이 내재해 있다는 정신분석의 연구물이 많다. 파괴의 사디즘을 통해 정권의 사이코패스化를 드러낸 히틀러 집단에 주목해보자.

히틀러의 추종자인 하인리히 히믈러는 악의에 찬 사디스틱한 성격의 대표적 본보기이며, 사디즘과 극단적인 항문애-저축형, 관료적, 권위주의적 성격 소유자의 예증이 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유럽의 경찰견(警察犬)’이라고 불리던 히믈러는 히틀러와 함께 1천 5백만에서 2천만 명에 이르는 무장도 하지 않은 무력한 러시아 인, 폴란드 인 그리고 유대인을 학살한 책임자였다. 부르크하르트(Burkhardt)는 이렇게 썼다. ‘히믈러는 음침한 부관(副官) 족속이라는 인상을 풍기는 편협한 고지식한 비인간적인 깐깐한 성품에다가 자동인형(自動人形)의 요소가 섞인 듯한 인상을 주었다.’ 이 묘사에서 [히믈러의] 사디스틱하고 권위주의적인 성격의 본질적인 요소가 거의 망라되어 있다. 히믈러는 자기의 치명적인 무능력감, 암담, 불안감을 극복하는 유일한 방법으로서 타인을 무제한으로 지배하는 정열을 키워 나갔다. 그는 무자비한 사디스트이자 겁쟁이지만, 다정하고 충실하며 용기 있는 인물이라는 이미지를 형성해 놓았다. 우리들 주변에는 몇 천 명이라는 히믈러가 살아 있다. 사회적으로 말하면 그들은 보통 생활에서 조그만 해를 끼치고 있을 따름이다. 다만 그들이 해를 끼치고 아주 불행하게 만들어 버리는 사람의 수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파괴와 증오의 힘이 국가 전체를 집어삼킬 만한 형세에서는 이러한 사람들은 극도로 위험한 존재가 된다. 그들은 공포와 고문과 살인을 위한 정부의 앞잡이가 되어 정부에 봉사하기를 갈구하는 사람들이다.

위의 글을 한국의 현실에 맞게 의역하면 다음과 같다; “우리들 주변에 몇 천 명의 히믈러가 존재하며 그중 한사람이 강호순이고, 이명박 정권의 주변에도 히믈러와 비슷한 인물들이 존재할 수 있으며 공권력을 행사하는 부서(경찰․검찰․정보기관)에 상대적으로 많이 포진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용산참사의 책임자인 이석기 씨(경찰청장 내정자)의 발언을 살펴보면, 그가 히믈러와 동일하지는 않지만 몇 천 명의 히믈러 중 한사람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 히믈러와 같은 경찰견이 많이 있을수록 권력의 사이코패스化 경향이 두드러질 것이다. 히믈러 같은 경찰견들이 이명박 정권에도 존재한다면, 그들은 파괴와 증오의 힘이 국가 전체를 집어삼킬 만한 형세에서는 극도로 위험한 존재가 될 것이다. 그들은 공포와 고문과 살인을 위한 정부의 앞잡이가 되어 정부에 봉사하기를 갈구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박정희․전두환 파시즘 시절에 이러한 사람들이 상당수 존재하여 정권의 사이코패스化에 앞장섰다. 이명박 정권에서도 그러한 인물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용산참사에서 드러난 타학적(sadistic)인 공권력의 모습을 보면, 히믈러 같은 ‘사이코패스 경찰견’이 부재(不在)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2. 권력의 사이코패스化 현상


강호순만 사이코패스가 아니고 권력을 쥔 말쑥한 신사도 사이코패스가 될 수 있음을 로버트 헤어 박사는 강조한다. 로버트 헤어의 저서『직장으로 간 사이코패스』는, 정장차림의 회사원들 중에 사이코패스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달리 말하면 정장을 한 사이코패스가 점퍼를 입은 강호순보다 더욱 큰 죄악을 저지를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청와대라는 직장으로 간 정장차림의 신사도 사이코패스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의 ‘옮긴이의 글’에, 권력의 사이코패스化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기술한 부분이 있는데, 청와대로 간 사이코패스를 빗대어 쓴 글 같은 느낌을 준다; “‘독사 같은 인간’이라는 말이 있다. 인정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냉정하며 오로지 자기 이익과 목적만을 추구하는 지독한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 사이코패스하면 보통 살인사건 그것도 엽기적인 연쇄살인을 저지르는 범죄자를 떠올린다. 사이코패스에 대한 일반의 인식이 주로 <양들의 침묵>이나 <아메리칸 사이코>등의 범죄․스릴러 영화를 통해서 형성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 ‘독사 같은 인간들’은 음습한 뒷골목보다는 기업 조직을 사냥터로 훨씬 더 선호한다. 사이코패스들은 특성상 긴장과 흥분을 좇아 모험을 즐기며 온갖 다양한 변화 속에서 모든 걸 자기 마음대로 결정해서 추진하고, 또 그 결과로 돈과 명예와 권력을 손에 넣고 싶어하기 때문에, 이런 조직을 모두 만족시키는 공간이 바로 음습한 뒷골목보다는 현대 사회의 기업조직이라는 것이다...이처럼 기업 조직 안으로 들어온 사이코패스를 ‘직장인 사이코패스’라고 규정하고, 이들을 정장을 입은 독사에 비유했다.”

위의 문장에 나오는 ‘기업 조직’을 ‘청와대’로 옮겨 해석하면 ‘청와대로 간 사이코패스’를 연상할 수 있다. 청와대로 간 일부 사이코패스들이 2009년 2월 달에 ‘강호순 살인사건(군포 연쇄 살인)을 용산 철거민 참사에 활용하라’고 홍보지침을 내린 것은 독사 같은 인간들만이 할 수 있는 짓이고 무고한 국민의 죽음을 정권 홍보에 악용한 부도덕한 정권만이 할 수 있는 망동이다. 군사정권의 보도지침을 연상케 하는 여론조작 꼼수를 부린 ‘독사 같은 사이코패스’가 청와대에 있을 수 있다는 점이 ‘정권의 사이코패스化’를 대변해준다.

그러면 독사 같은 사이코패스들이 창궐하면서 권력의 사이코패스化를 재생산하는 시스템을 밝혀야할 차례인데, 그런 시스템의 온상지대가 국가보안법 체계가 아닌가 생각한다.  
 

  1) 국가보안법은 사이코패스들의 온상지대


용산참사에서 보인 공권력의 사이코패스化 경향은 공안정국을 예고한다. 공안의 시각에서 용산참사를 바라보는 정부는, 공안관련 부서를 서둘러 확장하고 있다. 이른바 ‘MD 악법’ 중에서 공안 관련 법률이 제 기능을 발휘하면 국가보안법이 되살아나 공안정국이 형성될 것이다.

정신과 전문의인 정혜신 씨가 2005년 9월 12일의 국가보안법 청문회를 위해 박동운 씨(1981년에 ‘진도 간첩단 사건’에 연루되어 18년간 복역하고 출소함)를 면담한 결과를 담아『시사저널』에 보낸 글에 의하면 “국가보안법과 관련된 영역에서 볼 때, 나는 대한민국의 공권력은 ‘사이코패스’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사이코패스는 피해자에 대한 죄의식이나 후회도 없고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한다. 극도로 자기중심적이고, 자신을 마치 신과 같은 존재로 느껴 어떤 잔혹한 행동을 해도 부끄러운 줄 모른다. 지난 세월 특정 집단의 정권 유지를 위해 국가보안법이라는 미명으로 수많은 개인들의 몸과 마음을 회생이 불가능할 정도로 잔혹하게 짓이겨놓고 아직까지도 국가 보위와 법률의 엄정성을 큰소리로 되뇌는 대한민국 공권력은 사이코패스와 무엇이 다른가.”


  2) ‘생태 파시즘’을 수행하는 사이코패스들


국가보안법이 인간(시민․국민)에 대한 권력의 사이코패스化를 상징한다면, 자연에 대한 권력의 사이코패스化를 드러내는 것이 생태 파시즘이다. 생태 파시즘의 전형적인 예는 이명박 정권이 추진하려고한 ‘한반도 대운하’인데, 이 계획에 사이코패스의 증상이 내재해 있다. 강호순․유영철이 죽인 사람들을 토막 내어 생매장했듯이, 한강․낙동강의 물줄기를 토막 내어 죽인 뒤 꿰맞추는 대운하를 건설하겠다는 생태 절멸(genocide)의 발상. 이 발상의 주인공들이야말로 생태 파시즘을 수행하는 사이코패스들이다. 인간을 연쇄살인한 사이코패스들보다 더 무시무시한 괴물들이다.   


3. 맺음말


전문가들의 견해에 의하면 사이코패스는 고칠 수 없다. 정신이 멀쩡한 ‘권력지향적인 사이코패스’는 더욱 고칠 수 없다. 청와대로 간 사이코패스도 한국판 히믈러들도 국가보안법을 수행하는 괴물들도 사이코패스 증상을 고칠 수 없다. 이들 괴물들에 의한 권력의 사이코패스化를 저지할 수 없다는 게 이 시대의 비극이다.

사이코패스를 고칠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격리하면 된다. 청와대로 간 사이코패스들, 한국판 히믈러들, 국가보안법을 마구 휘두르는 괴물들을 국민의 이름으로 격리하면 된다. 그러면 권력의 사이코패스化를 저지할 수 있다. 제2의 용산 참사를 예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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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의 글은 {평화 만들기(http://peacemaking.kr)} 360호에 실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