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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연구(이론)-평화학/마르크스_ 정치경제학

신자유주의와 ‘군사’의 관계

김승국

1. 자유주의와 평화

신자유주의(neo-liberalism)의 사상적인 원조는 자유주의(liberalism)이다. 자유주의의 특질은 단지 개인적 자유의 실현을 우선시한다는 점에 있다기보다는 사적 소유제와, 사적 소유제와 결부된 이른바 자유시장경제 체제를 개인적 자유를 실현시키는 필요불가결한 사회적 조건으로서 파악하면서 사적 소유제와 그러한 시장경제 체제를 보호하는 데에 적합한 정치체제의 수립 등을 옹호하고 있는 데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김세균, 1996).

자유주의의 자유시장 경제체제 옹호론은, 자유시장 경제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에 경제에 대한 국가개입은 불필요하다고 본 아담 스미스(Adam Smith)에 의해 정치철학적-경제학적 논거를 획득한다. 그래서 이러한 아담 스미스의 주장을 따르는 고전적 자유주의의 주류적 형태에서는 국가개입을 기본적으로 불필요한 것으로 간주하는 이른바 자유방임주의 국가론내지 최소 국가론이 제출되고 있으며 국가를 필요악으로 간주하는 관점이 제시되고 있다(김세균, 1996).

아담 스미스는 자유무역을 통한 평화증진 효과를 주장했다. 그는 전쟁을 자유무역으로 대체하여 평화를 구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유무역은 당시 호전적인 귀족들에 반대하는 사회계층을 고무했다. 이 때문에 아담 스미스의 낙관적인 평화 만들기(peace making)가 설 땅이 있었다. 그 당시만 해도 제국주의가 형성되기 이전이므로 무역을 통한 민족 ・국제 간 교류의 폭이 넓혀져 평화에 공헌할 수 있었다. 이를 한반도에 적용하면 남북한의 경제교류가 평화통일을 증진시킨다는 믿음과 비슷하다.

그러나 자유주의적인 평화의 모델인 자유무역은 아담 스미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아담 스미스의 평화에 대한 희망은 보편적인 가치가 된 것이 아니라 일부 문명화되고 개화된 무리들과 국가들의 전용물이 되었다. 사유재산을 보유한 시민계층만 평화의 희망을 갖게 되었다. 야만인(프롤레타리아, 非서방인)은 평화를 배양할 능력을 부여받지 못하여 평화 만들기로부터 소외되었다. 자유무역의 수혜자인 영국 제국만의 평화, 즉 ‘Pax Britannica(영국의 힘에 의한 세계 평정)’이 꽃피웠다.

근대의 자본주의 역사가 말해 주듯이 시민계층이 부르주아지 계급을 형성한 다음에 제국주의의 온상이 만들어지면서, 무역은 제국주의의 해외팽창을 위한 수단이 되었다. 아편전쟁에서와 같이 자본주의의 폭력적 ・팽창적인 성격을 지닌 무역이 드디어 전쟁의 도구로 사용되었다.

이와 같이 평화를 예약했던 자유주의가 전쟁의 수렁으로 빠진 역사의 퇴행은, 신자유주의가 ‘Pax Americana(미국의 힘에 의한 세계평정)’로 퇴행하는 길을 선행한 것으로 보인다.

2. 신자유주의와 평화의 상실

1970년대 중반 이후 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가 세계적 수준에서 출현함과 더불어 경제에 대한 국가적 규제에 반대하는 새로운 자유주의 조류가 부각된다. 국가의 최소화, 탈규제화와 사유화 ・민영화 및 국가 간의 관계에서는 지구화 ・개방화와 같은 요구를 제출하고 있는 신자유주의의 이념적 핵심을 형성하고 있는 것은 개인적 욕구들과 사적 책임에 기초해 있는 것으로 파악되는 바의 시장 경제적 관계를 모든 사회생활의 중심적인 원리로 상승시키고, 이에 따라 사회적 총체를 그러한 시장 경제적 관계 내지 상품화폐 관계에 적합하게 개편하거나 종속시키려는 시장 이데올로기이다. 그런데 이러한 신자유주의는 그간의 혁신 자유주의적인 민중 통합적 구조 개편을 무효화시키고 자본운동의 자유를 극대화시키는 데에 방해가 되는 일
체의 정치적-사회적 제약을 폐기하려고 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수적 자유주의의 현대적 형태이다. 이 신자유주의는, 구조적 축적위기의 부담을 노동대중과 제3세계 민중에게 폭넓게 전가시키려는 중심부 독점 부르주아지의 반동적 정치이념의 성격을 기본적으로 지니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김세균, 1996).

이러한 신자유주의는 ‘20 대 80의 사회구조’를 낳아 평화의 상실(peacelessness)을 전 세계적으로 만연시켰을 뿐만 아니라 한반도의 평화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주1) 신자유주의는, 20을 차지한 중심부가 80의 주변부를 지배하는 ‘구조적 폭력(structural violence)의 세계화’를 초래했다. 구조적 폭력은, ‘인간안보(human security)를 무시하는 국가안보’를 통해 외화된다. 구조적 폭력의 온상인 국가안보는,교환가치를 지니고 있지 않으므로 신자유주의 무역의 거래 품목이 아니다. 이러한 탓인지 일부 신자유주의 학자들(하이예크, 프리드맨)조차 ‘국방 ・안보’를 국가가 떠맡아야 한다고 강조한다.(주2) 국가 사이의 경계를 허무는 데 열중인 신자유주의가 국가안보를 열외지대로 설정한 것이다.

3. ‘안보’라는 신자유주의의 해방구

미국은 국방 ・안보상품(무기 등)을 WTO 협정의 예외조항으로 설정했다. WTO 신자유주의 체제의 다자간 투자협정(MAI)은 군 ・산 복합체에 초법적인 특혜를 부여했으며 이를 미국이 주도했다. ‘국가안보’를 MAI의 신자유주의적 조치들로부터 제외시켜야 한다는 것이 미국 쪽의 생각이다.(주3) MAI의 관련 조항에 따르면, 협약 당사자국들은 필요 불가결한 안보상의 이해를 위해 그에 상응하는 어떠한 군사적 행동 ・전쟁도 할 수 있다. 군대, 무기체계 개선, 무기 생산, 군수산업에 대한 직접적인 정부 지출이 예외항목에 포함된다.

이는, 신자유주의의 맹주국가인 미국이 ‘국방 ・안보라는 신자유주의의 해방구’에서 군사적 행동 ・전쟁을 기획 ・수행할 수 있음을 말해 준다. 오히려 전쟁국가 미국(주4)의 국가권력과 신자유주의가 상호작용하고 있는 지점에 주목해야 한다. 국민국가(nation state)의 경계선을 없앤 신자유주의는 국경 없는 다국적 전쟁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 국가권력의 군사적인 외화물인 군 ・산 복합체는 신자유주의 노선에 입각한 국경 초월의 전쟁(borderless war)을 다그치면서 전쟁마저 민영화하고 있다.(주5)

이와 같이 국가의 개입을 부정하는 신자유주의 이론이, (국가권력의 가장 큰 물리력인) 국방을 예외 사항으로 남겨둔 것은 논리적 모순인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논리적 모순에만 매몰될 경우, 신자유주의의 맹주국가인 미국이 (신자유주의의 금과옥조인 국가개입 배제를 어기며) 일방주의적인 국방정책을 펼치는 이유를 알 수 없다.

국방을 신자유주의의 예외조항으로 삼는 이유는 국방을 공공재(公共材)<주6>로 설정하기 때문이다. 국방이라는 공공재를 생산하는 군 ・산 복합체와 (이 공공재를 관리하는) 펜타곤을 신자유주의의 치외법권 지역으로 남겨 두어야 한다는 초권력(hyper power)의 발상이 문제이다. 이런 발상은 국방(무기 등 안보 상품)을 WTO(세계무역기구) 협정의 예외조항으로 설정하는 쪽으로 발전했다.

안보를 위해 무기 생산의 길을 무제한 열어 주어야 한다는 MAI 협정은, 펜타곤과 군 ・산 복합체에 전쟁의 면허장을 준 것에 다름 아니다. 신자유주의의 주도국가인 미국이 (신자유주의 원리인 ‘국가개입 배제’를 어기며) 침략지향적인 국방정책을 펼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제국’의 차원에서 신자유주의와 침략 지향적 국방정책을 동시 병행하는 것이다.

4. ‘군사 제국’ 미국

네그리(Negri)의 저서 {제국(Empire)}은 ‘제국’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풀이한다: 지구적 규모로 人(인간)-物(자본)의 관계를 규제하기 위해 제도화한 새로운 통치양식을 ‘global governance’라고 부른다. 이 통치양식에 의해 규율적인 메커니즘이 새로운 주권으로 되어 지구촌 차원(global)의 시장 ・생산의 순환에 따르는 지배의 형태를 ‘제국(Empire)’이라고 부른다. 유일한 지배 논리 아래에 통합된 일련의 초국가적인 주권의 세계적인(global) 형태가 제국이다(佐藤幸男,2002. 21).

한편 藤原帰一은 Negri의 제국 개념에 토를 달면서 제국주의나 지구적인 경제의 정의뿐만 아니라, 제국 그 자체의 동태(動態)도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주7)

레닌의 제국주의론과 다른 느낌을 주는 Negri ・藤原帰一의 논리전개에 따른 ‘제국’ 미국은, 신자유주의와 군사주의의 논리적 부정합성 ・분절(disarticulation) 현상을 Pax Americana의 이름으로 통합(integrate)하면서 군사 제국(주8)으로 맹진하고 있다.

이처럼 ‘군사 제국 미국’이라는 설명 틀을 대입하지 않으면, (국민국가의 경계를 허물기 위해 신자유주의를 도입하는) 미국 특유의 ‘국민 국가적 민족주의 물결(9 ・11 사태 이후 미국인들의 성조기 물결, God bless America의 열창을 통한 국민 통합, 아프간 전쟁 ・이라크 전쟁 이후의 전쟁국가 모습)’을 이해하기 어렵다. 이러한 설명틀에 의존하지 않으면 9 ・11 사태의 근본원인도 규명하기 어렵다.

9 ・11 사태의 원인(遠因)을 ‘제국’ 미국 스스로 제공했다는 분석이 있다. 이러한 분석에 따르면 9 ・11 테러가 ‘제국’형 신자유주의의 종언을 강요한 측면이 있다. 그런데 9 ・11 사태로 성난 ‘군사 제국’ 미국이 신자유주의의 종언 강요에 대하여 화답하기는커녕 반테러 전쟁으로 되받아친 데에서 ‘신자유주의형 군사주의’의 면모를 발견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신자유주의 경제체제가 신자유주의형 전쟁 양식을 규정한다는 논리 쪽으로 논의를 확대할 수 있다. 이는 신자유주의의 축적체제를 대변하는 ‘IT 산업(경제)의 군사화’ 노선에 입각한 이라크 전쟁의 양식을 통해 증명할 수 있다.

미국은 이라크에서 제국의 힘-세계지배의 폭력 장치를 마음껏 보여주었다. 이라크 전쟁은 ‘신자유주의의 생산력’과 ‘군사주의의 살상력’의 종합판이며, 군 ・산 복합체 자본이 ‘생산력→살상력으로 전화(轉化)’하는 것을 매개했다. 이라크 전쟁 이후 ‘자본의 세계화(신자유주의)’와 ‘전쟁의 세계화(반테러 전쟁의 세계화)’가 동시 진행되고 있으며, ‘군 ・산 복합체(초국적 군수업계 ・죽음의 상인들)’가 양자의 연결고리이다.

5. 군 ・산 복합체와 ‘경제-안보 연계구조’

미국 사회의 특질 중 하나는 ‘경제와 안보의 연계구조’에 있으며, 군 ・산 복합체가 ‘경제-안보 연계구조’의 대명사이다.
미국의 대통령 아이젠하워(Dwight David Eisenhower)는 1961년 1월 17일의 퇴임연설에서 “미국의 민주주의는 새로운 거대하고 음험(陰險)한 세력의 위협을 받고 있다. 그것은 군 ・산 복합체의 위협이다”고 경고했다. 아이젠하워는 이어 1963년 4월 16일 미국 신문협회 편집인들 앞에서 한 연설에서 “인간이 만든 모든 총, 인간이 바다에 띄운 모든 전함, 그리고 인간이 발사하는 모든 로켓탄은 궁극적 의미에서 볼 때 배고픔으로 굶주린 사람들, 입을 옷이 없어서 추위에 떠는 사람들로부터 도둑질을 한 것들이다. 무기로 무장한 이 세상은 돈만을 쓰는 것이 아니다. 이런 세상은 노동자들의 땀을 소비해 버리는 것이고 과학자들의 천재적인 두뇌를 허비하는 것이고 세상의 어린이들의 꿈을 없애 버리는 것이다. 이런 세상은 어떤 진지한 의
미로 보아도 전혀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이 아니다. 이것은 전쟁의 구름이 잔뜩 끼어 있는 하늘 아래에서 사람이 철로 만든 십자가 위에 달려 있는 것과 같은 세상이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 군사주의, 미국 군 ・산 복합체에 대한 엄중한 경고이다.

9 ・11 테러 이후 군사주의로 무장하고 있는 미국은 전쟁의 구름이 끼어 있는 하늘 아래에서 미국 국민들이 철로 만든 십자가 위에 달려 있는 형국이다. 미국이 기독교 국가이므로 십자가를 내세우는 게 당연하지만, 철로 만든 십자가로 무장해 있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것이다.

‘철로 만든 십자가’는 대뜸 ‘철의 3각(Iron Triangle)’을 연상케 한다. ‘철의 3각’은 ‘무기 생산자-펜타곤-의회(정계)’의 철통같은 3각 동맹관계를 풍자하는 말이다. 의회(정계)가 군 ・산 복합체(무기 생산자 ・펜타곤)의 든든한 후원세력인바, 이 3자가 군사지향적인 미국의 자본주의 사회를 주무르는 ‘철밥통(?)’이라는 뜻이다. 미국 GDP의 7.2%에 해당되는 군사비가 이 철밭통 안에서 맴돈다.

그런데 철의 3각은 십자가로 만들어져 있는데 묘미가 있다. 철의 3각이 기독교 근본주의 세력(십자가)과 유착되어 있기 때문이다. 부시 정권을 좌지우지하는 네오콘(Neo Con)이, 철로 만든 십자가(철의 3각+기독교 근본주의)를 휘두르며 미국 사회를 전쟁국가, 전쟁의 먹구름이 잔뜩 낀 사회로 만들어가고 있다.

철로 만든 십자가, 즉 ‘철제(鐵製) 십자가’는 군사주의로 무장한 채 미국 국민의 혈세로 조성된 국방예산을 합법적으로 ‘도둑질(?)’한다. 군사주의로 무장한 철제 십자가의 핵심인 군 ・산 복합체에 관하여 언급할수록 ‘인간이 만든 모든 총, 인간이 바다에 띄운 모든 전함, 그리고 인간이 발사하는 모든 로켓탄은 궁극적 의미에서 볼 때 배고픔으로 굶주린 사람들, 입을 옷이 없어서 추위에 떠는 사람들로부터 도둑질을 한 것들이다’는 점을 인지할 수 있다.

그럼 철제 십자가를 짊어진 군 ・산 복합체가 국방 혈세를 어떻게 합법적으로(계약을 통해) 도둑질하여 철의 3각을 배불리게 하는지를 살펴보자.

군 ・산 복합체를 구도화하면 <그림 1; 군산복합체의 4가지 구성요소>와 같다.
* 김승국『마르크스의 「전쟁‧평화」론』(파주, 한국학술정보, 2008) 285쪽에 <그림 1; 군산 복합체의 4가지 구성요소>가 실려 있으니 참고하세요.

이 4가지 구성요소가 매년 4천3백억 달러 이상의 미국 국방예산 및 기타의 군사비를 ‘도둑질(국민의 혈세를 도둑질)’하여
나누어 갖는다. 이 4가지 구성요소 중 대학을 제외한 철의 3각(군부+산업계+정치가)은 인맥관계로 얽혀 있다. 회전문이 돌듯이 서로 돌아가면서 요직을 맡는 ‘회전문(revolving door) 현상’은, 철제 십자가를 조종하는 인간들의 철통같은 유착관계를 대변한다.

이들의 제1차 먹잇감은 국방예산 중 장비 조달비이고 제2차 먹잇감은 연구개발(R&D)비이다. <그림 2; 미국 국방예산의 내역>의 조달비(장비 조달비) ・연구개발비는, 미국 군수업계가 이윤을 창출하는 황금 밭이다.
* 김승국『마르크스의 「전쟁‧평화」론』(파주, 한국학술정보, 2008) 285쪽에 <그림 2; 미국 국방예산의 내역>이 실려 있으니 참고하세요.

군축(군비축소) 지향적이었던 클린턴 정권과 군확(군비확장) 지향적인 부시 정권의 차이점은, 장비 조달비를 축소하느냐 확대하느냐에 있다. 클린턴 정권은 장비 조달비 ・연구 개발비를 대폭 줄인 평화 배당금(peace dividend)을 통하여 경제발전을 도모했고, 부시정권은 장비 조달비 ・연구 개발비를 증액하여 군 ・산 복합체의 배를 불리고 있다.

<그림 3; 미국의 재정수지와 국방비>를 보면 제2기 클린턴 정권이 국방비(특히 장비 조달비)를 삭감함으로써 재정 흑자를 가져온 반면에, 부시 정권은 장비 조달비+연구개발비를 대폭 증액함으로써 재정 적자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 김승국『마르크스의 「전쟁‧평화」론』(파주, 한국학술정보, 2008) 287쪽에 <그림 3; 미국의 재정수지와 국방비>가 실려 있으니 참고하세요.

<그림 2>의 2006년 미국 국방예산 중 (장비)조달비 780억 달러 ・연구개발비 694억 달러(합계 1,474억 달러)가, 국방 총예산(4,193억 달러)의 35.2%를 차지한다. 35.2%의 장비 조달비 ・연구 개발비는 군・산 복합체를 먹여 살리는 철밥통이다. 이 철밥통을 군 ・산 복합체가 많이 차지하면 안보시장의 활황이 이루어지고, 적게 차지하면 불황이 닥쳐온다. 군 ・산 복합체의 사활이 걸린 장비 조달비의 증액 ・감소 논쟁은 안보전략과 직결되므로, 이를 에워싼 ‘장비조달 논쟁’이 클린턴 정권 때부터 일어났다. 클린턴 정권은, 장비 조달비를 삭감한 BUR(Bottom Up Review) 전략 등에 따른 평화 배당금 2,500억 달러로 경제의 활성화를 이뤘다. 그런데 장비 조달비 삭감 정책은 군 ・산 복합체의 사망선고나 다름없었기 때문에, 군 ・산 복합체의 생존 ・부활을 위해 미국의 ‘국방족國防族들(네오콘 포함)’이 대동단결하여 클린턴의 민주당 정권을 타도(?)하고 부시 공화당 정권을 옹립함으로써 대군확(大軍擴)에 성공했다. 부시 정권은 출범하자마자 QDR(Quadrennial Defense Review; 4개년 국방계획)을 통해 장비 조달비를 대폭 증액함으로써, 국방족들의 부시정권 수립 노력에 보답했다.
부시정권 수립의 1등 공신인 군 ・산 복합체(국방족들)에게 논공행상한 결과 네오콘이 요직을 차지했고, 군수업계의 순위(펜타곤의 발주액 순위)가 결정되었다. 클린턴 정권 때 발주액의 상위권에 끼어들지 못했던 칼라일(Carlyle) 그룹이 상위권으로 진입한 것도, 논공행상과 무관하지 않다.

<표 1; 미국 군수산업을 주도하는 Top15>에서 보다시피 칼라일 그룹이 11번째를 차지한다. 칼라일 그룹보다 상위인 록히드 마틴(Lockheed Martin), 보잉(Boeing), 레이시온(Raytheon), 제네랄 다이내믹스(General Dynamics), 그루먼(Northrop Grumman)이 국방예산을 독식하고 있다. 이 5개 군수업체를 ‘Big 5’라 부른다.
* 김승국『마르크스의 「전쟁‧평화」론』(파주, 한국학술정보, 2008) 289쪽에 <표1; 미국 군수산업을 주도하는 TOP 15>가 실려 있으니 참고하세요.

신자유주의로 무장한 Big 5는 초국적 군수업계를 대표한다. Big 5는 신자유주의를 군사화하는 선봉장이다. Big 5를 비롯한 미국의 군수산업계는 1990년대의 군수생산 위기를, 신자유주의 생산방식(IT 중심의 유연생산 체제)으로 극복했다. 군 ・산 복합체의 중핵인 초국적 군수산업은, 자본운영 원리로서 신자유주의 노선을 추구하므로 ‘신자유주의와 미국 군사주의는 동전의 양면’이다.

Big 5 등의 초국적 군수기업은 신자유주의 방식을 따르지만 국방색이 짙다. Big 5는 한국의 재벌과 같이 거대한 기업군이지만 한국의 재벌과 달리 방위산업에 주력하므로 방위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표 2> 참조).
* 김승국『마르크스의 「전쟁‧평화」론』(파주, 한국학술정보, 2008) 290쪽에 <표2; Big 5의 방위 의존도: 2000년 현재>가 실려 있으니 참고하세요.

Big 5의 매상고 합계 611억 달러는 2000년 국방예산의 21.8%에 해당된다. Big 5가 국방예산의 상당부분을 독점하는 독점 군수기업이므로 의외로 간단하게 떼돈을 번다. 펜타곤의 주문에 따라 무기를 만들기만 하면 된다. 무기가 아닌 일반 상품을 만드는 회사처럼 고난의 마케팅을 할 필요가 없다. 부시 대통령 ・체니 부통령을 인맥으로 두고 있는 칼라일 그룹처럼, 철제 십자가를 쥔 자들에게 로비를 하여 국방예산(장비 조달비)을 많이 따내면 된다.

소비자가 제한된 안보상품의 특성상 Big 5가 만들어내는 군수품은 독점가격이 형성된다. Big 5는 독점 군수자본의 노른자위를 형성한다. 이들 독점 군수자본에 의해 만들어진 안보상품의 단가는 군수업체 독단으로 매겨지는 경향이 강하다. 록히드 마틴이 만든 벙커 버스터(Bunker Buster) 한 발의 단가는 15만 달러이고, 레이시온이 만드는 토마호크 미사일 한 발이 60만 달러이며, 보잉의 FA18 호넷 전투기가 5,700만 달러이며, 그루만이 제조하는 B2 폭격기는 13억 달러이다. 이렇게 고가의 안보상품의 단가를 매기는 자유를 만끽하는 독점 군수자본이 만들어내는 무기가 공장문을 나서자마자 펜타곤에 납품되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Big 5 등이 생산해내는 무기(안보상품)의 재고가 쌓여 군수산업이 안 돌아가면 미국 자본주의의 동맥경화증이 생기므로, 재고정리를 위한 전쟁 ・무기의 해외수출이 거의 주기적으로 필요하다. 전쟁은 자동적으로 무기를 해외 수출하는 결과를 가져오므로 군 ・산 복합체는 전쟁을 선호한다. 전쟁이 무기의 최대 소비처이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거의 10년마다 미국이 전쟁(1991년의 걸프전, 2002년의 아프간 전쟁, 2003년의 이라크 전쟁)을 일으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의 기간산업인 자동차 산업이 GDP에 차지하는 비율이 1.2%를 차지하는 데 비하여 군수산업은 그 6배에 해당되는 비중을 가진 전략산업이므로, 전쟁을 감행해서라도 군수자본의 동맥경화증을 예방해야 한다. 동맥경화증을 없애기 위해 이라크 전쟁을 벌였으며, 미사일 방어(MD; Missile Defense)도 추진 중이다. 이라크 전쟁은 초국적 군수업계의 재고정리를 해 주었으며, MD는 새로운 최첨단 무기의 유효수요를 창출할 것이다. 이라크 전쟁과 MD는 모두 미국 군수산업의 숨통을 트여주는 역할을 한다.

5. MD; 신자유주의의 최첨단 군사화

신자유주의의 원리인 ‘세계화 ・국경초월 ・IT 산업의 집대성 ・정보자본주의 ・민영화’를, 군사 분야에 적용한 것이 MD이다. MD는 IT산업을 군사화하므로 ‘경제의 군사화’ 명제를 증명한다. 지구촌 ・우주에 걸친 MD 우산은, 군사적 세계화(globalization)를 반증한다. MD는 정보 자본주의의 생산물을 무기로 변용한 최첨단 무기체계이다.

부시 정부가 IT 정보기술의 군사화를 통해 MD를 구축하려는 구상 자체가 ‘경제와 안보의 연계 구조’를 반영한다. 보잉 사 등의 초국적 기업이, MD 등을 통해 신자유주의와 군사주의를 군수자본으로 연결 지어주는 고리 역할을 한다. 초국적 군수기업의 발전과정은, 군사주의 ・전쟁과 밀접히 연계되어 있음을 입증한다. 초국적 군수기업은 제국 미국의 군사력을 위협 수단으로 삼는 펜타곤의 안보전략에 편승하여 MD를 안보 상품화한다. Big 5 등의 초국적 군수기업은 MD를 통해 ‘신자유주의의 최첨단 군사화’를 추진 중이다.

6. 군수자본과 금융자본의 결합; 칼라일을 중심으로

앞에서 언급한 Big 5 등의 초국적 군사기업은 막대한 자본을 동원하기 위해 금융자본과 유착한다. 군수자본과 금융자본의 융합이 Big 5 또는 Big 15(<표 1>의 Top 15)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Big 5의 선두주자인 록히드 마틴은 거대 금융집단인 록펠러와 연계되어 있다. 록히드 마틴의 군수이익은 록펠러 금융집단의 돈줄인 시티뱅크(Citibank) 등을 거쳐 민간자본화(민간부분에 투자, 주식투자 등)한다. 이러한 ‘금융과 무장화의 결합’을 가장 잘 드러내는 초국적 기업이 칼라일이다.

칼라일의 전모를 폭로한 Dan Briody의 저서 {Iron Triangle}은, 금융집단(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사모(私募) 주식투자 펀드: ‘사모투자’는 기업사냥과 동의어로 쓰인다)인 칼라일이 초국적 군수기업으로 맹활약하는 가운데 Big 15 안에 들어간 내막을 잘 설명한다.

세계적인 투자회사인 칼라일은 전 세계의 부호(富豪) ・기관투자가로부터 자금을 조달하여 군수산업 ・에너지 산업 ・의료산업 ・IT산업 ・부동산업 ・통신업 등의 주식을 사들여 그룹의 산하에 두는 방식으로, 거대한 금융 ・군사 ・에너지 ‘복합기업(conglomerate) 제국’을 이룬 금융자본이다. 금융산업(사모 펀드)과 군수산업 ・석유 ・에너지 산업이 유착 ・융합하는 결절점(結節点)이, 칼라일을 통해 형성된다.

칼라일은 전 ・현직 고위층을 내세워 미국 정부의 정책결정 과정에 개입했으며 중동의 분쟁에도 관여했다. 카스피 해 유전 사업에 뛰어든 칼라일은 아제르바이잔 석유개발(AIOC)을 1997년에 설립했다.

중앙아시아의 가스 ・파이프라인(투르크메니스탄~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계획을 위해, 유노칼 사(社) 주도의 프로젝트를 1997년부터 추진했다. 이 프로젝트의 걸림돌인 탈레반의 제거는 필수적인 선택인 바, 펜타곤이 탈레반 박멸을 위한 아프간 전쟁을 전개했다. 軍(펜타곤)-産(칼라일)의 합동작전 아래 아프간 전쟁이 수행된 현상이 군 ・산 복합체의 정체를 잘 드러낸다. 칼라일의 자회사인 United Defense가 제조한 자주곡사포(自走曲射砲)를 이용하여 탈레반 소탕 작전을 수행함으로써, 칼라일이 간접적으로 아프간 정세에 개입했다.

칼라일의 아시아 담당 고문인 아버지 부시가 2001년 6월 아들(부시 대통령)에게 메모를 보내 북한과의 협상을 재개하라고 요청함으로써 한반도 정세에도 개입했다. 부시 정권이 북한과 대립하면 칼라일의 한국에서의 이권(2000년에 한미은행의 지분 40.7%를 4억 5천만 원에 낚아챈 다음 10억 달러를 한국경제에 투자함)이 흔들리므로, 아버지 부시가 아들 부시에 메모를 전달한 것이다.

이처럼 칼라일은 군사 두뇌 집단임과 동시에 금융 두뇌 집단이기 때문에 ‘군수자본과 금융자본의 결합’을 잘 해낼 수 있다. 칼루치 전 국방장관이 회장으로 일하는 칼라일은 백악관 배후에 있는 첩보 기관의 군사 두뇌 집단이다. 칼라일은, 랜드 코퍼레이션(미국의 안보관련 두뇌 집단)-CIA 인맥이 1990년대에 만든 경제 커넥션으로서,CIA의 경제전략을 수행한다(히로세 다카시, 2000, 111).

칼라일 그룹은 도마뱀처럼 여러 색깔을 드러내며 임기응변을 잘하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칼라일 그룹의 금융부분에 속한 달러는 민간자본의 속성을 가진 Green Back이므로 푸른색이다. 그러나 이 Green Back이 칼라일의 군수 프로젝트에 투입되어 국방색의 달러로 변색된다. Green Back의 푸른색 달러를 국방색의 달러로 재빨리 변색시키는 Spin On(민수용~군사용으로 전환) 과정에서 칼라일 자본의 확대 재생산이 이루어지며, 이와 반대로 국방색 달러를 푸른색(Green Back)으로 둔갑시키는 Spin Off(군사용~민수용으로 전환) 과정에서 칼라일 자본의 확대 재생산이 또 이루어진다. 이렇게 칼라일이라는
재벌의 자금 운용과정에서 민수-군수의 전환, 즉 Spin Off-Spin On이 자유자재로 넘나든다.

칼라일 그룹의 암약은 금융 ・무장화의 연합을 잘 드러내고 있으며, 이는 신자유주의와 군사주의의 최첨단 결합 형태이다. 이러한 신자유주의-군사주의의 유착에도 불구하고 세계 경제의 고질병인 스태그플레이션<과잉생산 ・과잉축적 ・과소(寡少)소비 현상>을 해소하지 못하는 데 미국의 난제가 있다. 제국 미국이 이 난제를 평화가 아닌 ‘전쟁’을 통해 해결하려고 하는 데에서 지구촌의 비평화(非平和; peacelessness)가 시작된다.

참고 문헌

1. 활자매체
* 김승국 {오만한 나라 미국} (고양: 아이필드, 2002).
* 이시영 ・한태준 「국방비와 국가경제」 {21세기 국방운영과 국민경제} (1999년 9월 17일 한국경제학회와 국방부가 개최한 토론회 자료집).
* 홍성태 「미국은 왜 전쟁을 필요로 하는가」 {황해문화} 2002년 봄호.
* 佐藤幸男 「‘帝國’のなかの国連」 {軍縮問題資料} (2002년 4월호).
* 藤原帰一 「デモクラシーの帝国」 {世界} (2002년 5월호).
* 히로세 다카시 지음, 박승오 옮김 {미국의 경제 지배자들} (서울, 동방미디어, 2000).

2. 인터넷 매체
* 김세균 「신자유주의 정치이론의 연구경향과 문제점」(http://prome.snu.ac.kr/~skkim/) {이론} 15호(199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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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Le Monde diplomatique} 한국어판 제2호(2006년 10월)에 저자의 이름으로 기고한 「군산복합체, ‘제국’의 기둥이 되다」를 수정 보완한 것이다(2008년 5월 31일 최종 탈고).
* 김승국『마르크스의「전쟁‧평화」론』(파주, 한국학술정보, 2008) 273~295쪽에도, 위의 글이 실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