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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연구(이론)-평화학/평화경제론

경제+안보; 경제 안보론

김승국

경제-안보의 연계구조가 가장 발달한 미국의 군․산 복합체(Militaryindustrial Complex)를 예시하면 ‘경제-안보 연계론’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미국 사회의 특질 중 하나는 ‘경제와 안보의 연계구조’에 있으며, 군·산 복합체가 ‘경제-안보 연계구조’의 대명사이다.

미국의 대통령 아이젠하워(Dwight David Eisenhower)는 1961년 1월 17일의 퇴임연설에서 “미국의 민주주의는 새로운 거대하고 음험(陰險)한 세력의 위협을 받고 있다. 그것은 군·산 복합체의 위협이다”고 경고했다. 아이젠하워는 이어 1963년 4월 16일 미국 신문협회 편집인들 앞에서 한 연설에서 “인간이 만든 모든 총, 인간이 바다에 띄운 모든 전함, 그리고 인간이 발사하는 모든 로켓탄은 궁극적 의미에서 볼 때 배고픔으로 굶주린 사람들, 입을 옷이 없어서 추위에 떠는 사람들로부터 도둑질을 한 것들이다. 무기로 무장한 이 세상은 돈만을 쓰는 것이 아니다. 이런 세상은 노동자들의 땀을 소비해 버리는 것이고 과학자들의 천재적인 두뇌를 허비하는 것이고 세상의 어린이들의 꿈을 없애 버리는 것이다. 이런 세상은 어떤 진지한 의미로 보아도 전혀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이 아니다. 이것은 전쟁의 구름이 잔뜩 끼어 있는 하늘 아래에서 사람이 철로 만든 십자가 위에 달려 있는 것과 같은 세상이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 군사주의, 미국 군·산 복합체에 대한 엄중한 경고이다.

9.11 테러 이후 군사주의로 무장하고 있는 미국은 전쟁의 구름이 끼어 있는 하늘 아래에서 미국 국민들이 철로 만든 십자가 위에 달려 있는 형국이다. 미국이 기독교 국가이므로 십자가를 내세우는 게 당연하지만, 철로 만든 십자가로 무장해 있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것이다.

‘철로 만든 십자가’는 대뜸 ‘철의 3각(Iron Triangle)’을 연상케 한다. ‘철의 3각’은 ‘무기 생산자-펜타곤-의회(정계)’의 철통같은 3각 동맹관계를 풍자하는 말이다. 의회(정계)가 군·산 복합체(무기 생산자·펜타곤)의 든든한 후원세력인 바, 이 3자가 군사지향적인 미국의 자본주의 사회를 주무르는 ‘철밥통(?)’이라는 뜻이다. 미국 GDP의 7.2%에 해당되는 군사비가 이 철밭통 안에서 맴돈다.

그런데 철의 3각이 십자가로 만들어져 있다는 데 묘미가 있다. 철의 3각이 기독교 근본주의 세력(십자가)과 유착되어 있기 때문이다. 부시 정권을 좌지우지하는 네오콘(Neo Con)이, 철로 만든 십자가(철의 3각+기독교 근본주의)를 휘두르며 미국 사회를 전쟁국가, 전쟁의 먹구름이 잔뜩낀 사회로 만들었다.

철로 만든 십자가 즉 ‘철제(鐵製) 십자가’는 군사주의로 무장한 채 미국 국민의 혈세로 조성된 국방예산을 합법적으로 ‘도둑질(?)’한다. 군사주의로 무장한 철제 십자가의 핵심인 군·산 복합체에 관하여 언급할수록 ‘인간이 만든 모든 총, 인간이 바다에 띄운 모든 전함, 그리고 인간이 발사하는 모든 로켓탄은 궁극적 의미에서 볼 때 배고픔으로 굶주린 사람들, 입을 옷이 없어서 추위에 떠는 사람들로부터 도둑질을 한 것들이다’는 점을 인지할 수 있다.

그런데 국민의 혈세로 조성된 국방예산을 합법적으로 ‘도둑질(?)’하는 세력은 미국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남한에도 있을 수 있고 북한에도 있을 수 있다. 여기에서 ‘있을 수 있다고’ 가볍게 평론하는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국방예산을 합법적으로 도둑질하는 세력’이 군국주의로 무장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군국주의로 치달을수록 경제-안보의 평화지향적인 선순환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군국주의로 치달을수록 경제-안보의 평화지향적인 선순환에 의한 남북한의 평화군축-평화체제 구축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군국주의로 치닫는 세력이 존재할 경우 경제-안보의 쌍방통행로 즉, ‘경제협력을 통한 신뢰구축에 의해 군비통제․군축을 촉진함으로써 안보 공동체를 구축해 나가는 길’이 봉쇄될 것이다.

이러한 점에 유의하면서 함택영의 경제-안보 연계론을 들어보자. 경제-안보 연계 카드에 관하여 함택영은 아래와 같이 제안한다;

남북한의 철도사업이 시사 하듯이 현금의 남북관계를 볼 때 일정한 정치적 신뢰구축 이상의 정치군사적 해결을 기대하기란 매우 힘들다. 이 경우 보다 효과적인 방법은 경제협력이라는 간접적 접근방법이다. 남한은 ‘선 신뢰구축․후 경제협력’이나 ‘선 신뢰구축․후 군비감축’ 같은 철저한 상호주의 조건을 고집하지 말고 양자를 공시적으로 진전시켜야한다. 동서독 관계가 보여주듯이, 경제협력이야말로 남한 측이 구사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신뢰구축 방안이기 때문이다. 사실 남북의 두 정상들도 6.15 공동 선언에서 ‘남과 북은 경제협력을 통하여 민족경제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키고, 사회, 문화, 체육, 보건, 환경 등 제반분야의 협력과 교류를 활성화하여 서로의 신뢰를 다져 나가기로 하였다.’ 세계화 시대의 평화통일 전략으로는 정치․군사적 접근보다는 경제적인 접근에 의하여, 즉 경제통합을 통하여 민족경제의 기반을 조성하는 길이 보다 유망하다. 세계화 시대에 남북한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시장의 논리’와 ‘(민족)공동체의 논리’를 변증법적으로 종합하는 길이다. 즉 상호의존성 증대를 통해 경제적 공영을 모색하고, 또한 경제협력을 통한 신뢰구축을 통해 군비통제 및 군축을 촉진함으로써 안보 공동체를 구축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러한 ‘경제통합을 통한 민족공동체’ 수립 전략은 남북한의 협력, 즉 남한의 대북 온건책(경제지원 및 군비통제)과 북한의 개혁개방을 요구한다.(함택영, 2002, 6/ 30-31)

그러면 함택영의 위와 같은 경제-안보 연계론을 염두에 두고, 경제 안보론의 이론적인 근거를 아래와 같이 밝히면서 10․4 선언(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2007년 10월 4일에 서명한 '남북관계의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과의 접합을 시도한다.

1. ‘경제 안전보장(경제안보)’의 개념

일반적인 의미의 경제안보(economic security)는 국제․국내경제 영역에서 한 나라의 경제적 활동을 원활하게 전개하고 최대의 이익을 얻기 위한 환경․조건을 확보하는 것을 뜻한다. 종래의 경제안보는 ‘국가의 외부로부터의 침략․위협에 대하여 국가의 생존을 확보한다’는 군사적 안전보장 개념의 하위개념으로서, 경제적 위협을 방지․배제하기 위한 방책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최근의 국제이론에서는 군사적 안전보장 개념과 같은 정도로 중요시되는 분석 대상이 되었다. 특히 발전도상국과 선진국 쌍방의 안전․번영의 유지와 관련하여, 석유․천연자원․어업자원을 에워싼 국제경제․무역을 안정적․계속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불가결한 조건이 되면서 경제안보의 충족이 중요한 국가목표로 되었다.

안전보장은 무엇을(목표․가치), 무엇으로부터(위협), 어떻게(수단) 지키느냐는 3대 요소로 구성된다. 이 3대 요소에 군사적인 것이 많이 들어가면 군사적 안전보장 개념이 되고, 경제적인 요소가 많이 들어가면 경제안보 개념이 된다.

군사적인 위협에 대하여 경제적인 수단으로 대항하는 ‘경제제재’가 경제안보의 전형적인 사례이다. 미국이 북한 핵실험 이후 경제제재를 강화할 때 ① 목표(북한 핵 사태를 동결함으로써 국제평화를 증진한다는 목표)를 갖고 ② 위협(핵무기를 탑재한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이 미국 본토를 위협한다)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③ 수단(경제제재의 수단)을 강화했다.

이와 같이 경제제재는 군사적 위협(대포동 미사일)에 대하여 비군사적 수단을 강구하는 것이다. 북한의 붕괴를 노린 펜타곤의 5027-98 작전계획은, 군사적 위협(북한 위협론)에 대하여 군사적인 수단을 취하는 작전이다. 그런데 동일한 군사적 위협(북한 위협론)이지만 경제제재라는 수단을 동원하면 경제안보에 해당된다. 군사적 위협에 대하여 군사적 수단을 강구하는 안보정책이 ‘채찍 정책’인데 비하여, 경제적 수단을 강구하는 게 ‘당근 정책(북한이 핵시설을 폐기하면 경제제재를 해제하고 경제지원을 하겠다는 당근 정책)’이다. 미국은 지금까지 북한을 상대로 채찍 정책과 당근 정책을 병행해왔다.

한편 경제적 위협에 대하여 군사적인 수단을 동원하는 경우가 있다. 자원확보를 위한 파병이 이러한 경우로서 제국주의 시대에 빈번하게 일어났다. 또 경제적 위협(국제경제․국내경제의 불안정, 빈곤, 경쟁력의 저하)을 중시하며 경제적 수단을 동원하는 경우도 있다.

2. 10 ․ 4 선언과의 관련

이처럼 경제안보는 비군사적 안전보장 개념으로서, 10․4 선언의 ‘서해 평화수역을 통해 안보문제(NLL 사태)를 해결하려는 발상’과 연결된다. 남북한의 군대가 두 차례 교전한 NLL 사태에서처럼 군사적 위협에 대하여 군사적인 수단을 동원하는 것이 아니라, NLL이 지나는 수역을 평화지대(서해 평화협력 특별지대)로 변환하기 위해 경제적 수단(공동어로 구역설정, 해상 평화공원 조성, 해주 경제특구 건설, 해주 직항로 개설)을 동원하는 것이다.

따라서 안보의 주체가 어떤 환경에서 어떤 수단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판이하게 달라진다. 동일한 NLL 문제인데, 남북한 해군의 교전에서처럼 군사적으로 맞대응하면 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높지만, 10․4선언에서처럼 경제적 수단을 강구하면 NLL 주변 수역의 평화 만들기(Peacemaking)가 가능하다. 어떠한 안보환경에서 어떠한 목표(전쟁이 목표인가 평화가 목표인가)를 지향하면서 어떠한 수단(군사적 수단인가 경제적 수단인가)을 동원하느냐에 따라 전쟁(지옥)과 평화(천당)의 극적인 차이가 발생한다.

이러한 관계를 안보개념에 따라 더욱 구체적으로 분석한다. 안보의 주체(A)가 수단(x)에 따라 환경(E)의 교란(z)으로부터 객체(O)의 목표(y)를 지킨다는 일반적인 안보개념을 이용하여 경제안보를 다음의 세 가지 항목으로 분류할 수 있다;
① 경제상태(y)의 안전을 목표로 하는 경제의 안전보장 ② ‘경제력에 의한 교란(z)’에 대처하는 경제(력)에 대한 안전보장 ③ 경제력을 수단(x)으로 이용하는 경제(력)에 의한 안전보장(山影進, 1994, 192)

위의 세 가지 항목을 간단히 정리하면 ① 경제‘의(of)’ 안보 ② 경제(력)에 ‘대(對)한’ 안보 ③ 경제(력)에 ‘의한(by)' 안보를 종합한 것이 경제안보라는 뜻이다.

이를 제2차 남북정상회담에 대입하면 ① 민족경제‘의’ 안전을 보장하고 ② 북한 경제에 ‘대한’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③ 남한 경제력에 ‘의한’ 안전한 담보를 약속한 것이 10․4 선언의 제5항이다. 10․4 선언문에 따라 더욱 자세하게 풀이하면 ① 민족경제‘의’ 안전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공동의 번영을 위해 경제협력 사업을 공리공영과 유무상통의 원칙에서 적극 활성화하고 지속적으로 확대 발전시켜 나가기로 하였다’(제5항) ② 북한 경제에 ‘대한’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해주 경제특구 건설, 해주항 활용, 민간 선박의 해주 직항로 통과, 한강하구 공동이용을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하였다. 개성공업지구 1단계 건설을 이른 시일 안에 완공하고 2단계 개발에 착수하며, 문산~봉동간 철도화물 수송을 시작하고, 통행․통신․통관 문제를 비롯한 제반 제도적 보장조치들을 조속히 완비해 나가기로 하였다. 남과 북은 개성~신의주 철도와 개성~평양 고속도로를 공동으로 이용하기 위해 개보수 문제를 협의․추진해 가기로 하였다. 남과 북은 안변과 남포에 조선 협력단지를 건설하며 농업, 보건의료, 환경보호 등 여러 분야에서의 협력사업을 진행해 나가기로 하였다.’(제5항) ③ 남한 경제력에 ‘의한’ 안전한 담보를 약속하는 뜻에서 ‘각종 우대조건과 특혜를 우선적으로 부여하기로 하였다. 남북 경제협력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현재의 남북경제협력 추진위원회를 부총리급 남북경제협력 공동위원회로 격상하기로 하였다.’(제5항)

이와 같은 10․4 선언 제5항의 ‘경제안보’를 군사적으로 보장하는 제3항을 통해 ‘NLL의 평화수역 만들기’가 이루어질 것이다. 제3항의 ‘서해에서의 우발적 충돌방지를 위해 공동어로 수역을 지정하고 이 수역을 평화수역으로 만들기 위한 방안과 각종 협력사업에 대한 군사적 보장조치’를 북한이 주도적으로 취할 것이다. 그러면 제5항의 경제 안보를 제3항의 군사안보가 군사적으로 보장하는 경제-군사안보의 관계망이 형성될 것이다. 이 관계망이 튼튼해질수록 ‘해주지역과 주변해역을 포괄하는 서해 평화협력 특별지대를 설치하고 공동어로 구역과 평화수역을 설정하는 사업’에 성공한다.

앞으로 되돌아가서 안보의 주체(A)가 수단(x)에 따라 환경(E)의 교란(z)으로부터 객체(O)의 목표(y)를 지킨다는 일반적인 안보개념을 이용하여 10․4 선언의 경제안보를 해설하면 다음과 같다;
남북한이라는 안보의 주체(A)가 ‘남한쪽 경제력+북한쪽 노동력․자원의 합성’이라는 수단(x)을 이용하여, 국제환경(E)의 교란(z; 미일 안보동맹의 북한 협공에 따른 한반도 정세의 교란 가능성)으로부터 객체(O; 민족-남한쪽 국민․북한쪽 인민)의 목표(y; 남북한의 상생경제를 통한 ‘민족-남한쪽 국민․북한쪽 인민’의 안전한 삶․잘사는 평화)를 지키기 위해 제2차 정상회담을 열었고 10․4 선언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① 경제상태(y; 남북한의 상생경제)의 안전을 목표로 하는 경제‘의’ 안전보장 ② <국제환경의 교란(z; 미일 안보동맹의 북한 협공에 따른 한반도 정세의 교란 가능성)을 지양하려는 경제력(남한쪽 경제력+북한쪽 노동력․자원의 합성)>에 ‘대한’ 안전보장(‘서해 평화협력 특별지대’라는 경제안보 틀) ③ 경제력(남한쪽 경제력+북한쪽 노동력․자원의 합성)을 수단(x)으로 이용하는 민족경제(력)에 ‘의한’ 민족의 안전보장을 이룩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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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만들기(http://peacemaking.kr)』310호에 실린 필자의 글「남북 경제공동체와 평화경제」(2008.2.18)을 참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