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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연구(이론)-평화학/한반도 통일-평화협정

남북한 교차승인

김승국 정리

냉전체제하에서 남북한 교차승인은 미국과 일본을 한편으로 하고 중국과 소련을 다른 한편으로 하여 주변 4국이 동시에 남북한을 교차적으로 승인함으로써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키려는 것을 의미했다.
그러나 남한이 이미 중국 및 러시아와 국교정상화를 수립한 상황에서 남북한 교차승인은 미국과 일본의 대북수교가 성사됨으로써 결과적으로 주변 4국이 모두 남북한과 국교를 수립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북 ・미 수교 및 북 ・일 수교로 인한 남북한 교차승인은 고전적 세력균형 체제를 근간으로 하면서도 사안별 협조체제를 지향하는 협력적 동북아 질서 형성을 촉진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한편으로는 남북한 교차승인 이후 4대국이 남북한에 대해 경쟁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함으로써 동북아에서 상호 견제와 균형을 유지하는 세력균형 체제의 모습이 나타날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한반도에서 남북한을 양 축으로 한 적대적 동맹관계의 대립적 요인이 약화됨으로써 다양한 형태의 안보협력이 진행될 것이다. 이러한 다양한 안보협력은 동북아 협력 체제를 촉진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그리고 남북한 교차승인은 한반도 문제의 국제화를 심화시키고 주변 4국의 남북한 등거리 정책을 촉진시킬 것이다.(주1)

북 ・미 수교가 어떤 시점에서 어떤 양상으로 실현되느냐 하는 것은, 합의도출이 어려운 사안들이 어떻게 해결되느냐에 달려 있다. 이 가운데서도 가장 해결되기 힘든 현안인 과거 핵 투명성 문제, 평화체제 전환, 미사일 협상이 어떤 양상으로 해결되느냐에 따라서 북 ・미 수교의 시기와 형태가 달라질 것이다. 이러한 핵심현안들이 해결되는 양상에 따라 북 ・미 수교 유형은 ‘완전 타결’ ‘현안 해결 없는 수교’‘부분 타결’로 구분될 수 있다.
북 ・일 수교협상을 통해서 드러난 쟁점은 북한의 관할권 문제, 과거 역사 인식 문제, 일본의 패권추구 포기 등 국교수립의 기본 문제와 경제적 보상 문제, 북한 핵개발 문제, 일본인처 방일과 일본인 납치 문제 등이다. 그리고 1992년 11월 북 ・일 수교협상이 중단된 후, 북한 미사일의 위협 문제, 미 ・일 신안보 협력 지침 문제 등이 양국 현안에 추가되었다. 이 가운데서 북한의 관할권 문제, 과거 역사 인식 문제, 일본인처 방일, 경제적 보상 문제 등은 비교적 합의 도출이 용이한 사안들이다. 반면, 일본인 납치 문제, 북한 핵 동결, 북한 미사일의 위협 문제 등은 합의 도출이 용이하지 않은 사안들이다.
북 ・일 수교는 양국 간 현안 이외에도 북 ・미관계, 남북관계 등 주변국 여건과 북한 핵문제, 미사일 문제 등 안보전략적 차원의 문제로부터 영향을 받으며 전개될 것이다. 특히 일본인 납치 문제, 북한 핵 동결과 미사일 위협 문제가 어떻게 해결되느냐에 따라 북 ・일 수교 협상의 양상이 달라질 것이다. 이렇게 보면 북 ・일 수교는 수교협상 과정에서 논의되었던 세부적 현안보다 국제안보 이슈에 의해서 결정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현안의 해결양상에 따라서 북 ・일 수교 유형은 ‘완전 타결’ ‘현안 해결 없는 수교’ ‘부분 타결’로 구분될 수 있다.
남북한 교차승인 구도에서 일차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은 한반도 평화체제 전환 문제이다.
북 ・미 수교가 한반도 안보와 관련해서 미칠 중요한 영향은 한반도 평화체제 전환과 한 ・미 동맹, 주한미군의 위상 및 역할 등 문제에 대한 것이다.
남북한 교차승인 후 남북 평화공존을 정착시키고 남북한과 주변국간 경쟁과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동북아 질서의 안정화가 필요하다. 한반도 문제의 국제적 성격을 감안할 때, 동북아 질서의 안정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남북 평화공존이 정착되기 어렵다. 설혹 남북 화해 ・협력이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이를 보장할 수 있는 안정적 국제환경이 존재하지 않을 경우 이것은 매우 불안정한 형태가 될 수밖에 없다.
남북한 교차승인은 동북아 및 한반도 차원에서 역학관계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동북아 차원에서 남북한 교차승인은 주변 4국이 한반도에서 다차원적으로 상호 연결되는 세력균형관계가 형성됨을 의미한다. 주변 4국의 남북한 교차승인은 동북아 냉전질서의 근본적인 변화를 초래할 것이다. 그 결과 남북한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던 동북아 냉전구조가 해체되고 주변 4국과 남북한이 복잡한 양자 및 다자관계를 형성하는 동북아 신질서가 형성될 것이다.
남북관계의 개선과 교차승인 구도의 완성 이후 주한미군 문제의 주둔 문제가 등장할 것이다. 또 남북관계의 진전과 북 ・미-북 ・일 관계 개선, 나아가 북 ・미-북 ・일 수교가 이루어질 경우 딜레마에 빠지게 되는 것은 한-미-일 공조의 지속 문제이다. 북 ・미-북 ・일 관계 개선 이후에도 한-미-일 공조체제의 유지가 필요할 것인가?(주2)
(2004.11.14)

* 김승국 지음『한반도의 평화 로드맵』(파주, 한국학술정보, 2008) 248~251쪽을 참조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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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註>
(주1) 박종철 {남북한 교차승인 전망과 한국의 외교 ・안보 정책 방향}(서울, 민족통일 연구원, 1998) 1~4쪽 요약.

(주2) 조성렬 「남북한 교차승인과 주변 4강의 한반도 정책 변화」 {정책연구} 136호(2000년 가을 ・겨울) 7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