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국
한미 간 조약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한-미 상호방위조약이다. 한-미 상호방위조약은 미국에 대한 남한의 종속, 미국의 대북(對北) 전쟁 가능성이 상존하는 냉전형 조약이다. 한-미 상호방위조약은 SOFA 협정(주둔군 지위 협정) 등 수많은 하위 법률체계를 거느리는 ‘한 ・미 악법(惡法)’의 대명사이다.
한미 상호방위조약이라는 악법을 없애지 않는 한, 탈냉전을 통한 자주 ・평화 ・통일의 길을 닦을 수 없다. 한미 상호방위조약은 ‘악법체계’이므로, 이 체계를 하루아침에 제거하기 어렵다. 그리고 한미 상호방위조약은 미군 철수의 속도와 연결되어 있으므로 종합적인 시각에서 악법 개폐운동을 전개해야 할 것이다.
우선 미군 재배치(GPR)에 따라 주한미군의 ⅓이 자발적으로 철수하는 평화 로드맵 제1단계의 전반부(남북한 교류 단계)
에는, 한미 상호방위조약 개폐운동을 전개한다.
대중성 확보를 위해 SOFA 전면개폐운동과 한미 상호방위조약 개폐 운동을 병행하는 게 바람직하다. SOFA 협정의 모법(母法)인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온존시킨 채 SOFA 개정만 운운하는 운동의 한계를 극복하고 ‘미군 철수에 따른 한미동맹의 재정립(미군 없는 한미동맹 지향)’을 선도하기 위해, SOFA-상호방위조약 개폐운동의 병행이 중요하다.
이처럼 대중과 더불어 상호방위조약 개폐운동을 전개하면, 민중이 나서서 한미동맹을 재정립할 공간이 넓혀진 끝에 한미 상호방위조약이 폐지될 것이다. 한국 정부나 미국 정부가 나서서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폐지할 리 만무하므로, 민중이 주도하는 상호방위조약의 개폐가 불가피하다.
상호방위조약 개폐는 남북 평화선언과 무관하지 않다. 제아무리 남북한의 정상이 노력하여 평화선언을 발표해도, 한미 악법 특히 상호방위조약이 건재하는 한 ‘미국이 평화선언의 실행’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므로 남북 평화선언을 대중적으로 실현하는 운동과 상호방위조약 개폐운동은 자동적으로 병행될 것이다.
이런 과정을 겪으며 한미 상호방위조약이 폐지되면, 다음 단계로 ‘신(新) 한미 상호방위조약 체결'로 나아간다. 한미 호혜
평등 관계를 약속하는 ‘新 상호방위조약’이 없으면, 남・북・미 평화협정을 무난하게 체결하기 어려울 것이다.
新 상호방위조약 체결에 이어 남 ・북 ・미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무난하게 남북한의 평화공존 단계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1. 新 한미 상호방위조약 체결
<한-미 상호방위조약 개폐의 이유>
(1) 현행 상호방위조약의 한-미 종속관계를 제거해야 한다.
(2) 남북한 간의 교류 ・이해증진에 걸맞은 남북 간 군사협력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3) 현행 상호방위조약은 냉전시대의 산물이다. 탈냉전시대의 평화통일 지향적인 흐름을 존중하여 현행 조약은 개폐되어야 한다.
(4) 한-미-일 3각 군사 공동체를 엮어주는 한-미 상호방위조약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
(5) 미국의 최첨단 전쟁양식에 의한 한반도에서의 전쟁(제2의 한국전쟁에서 핵무기 ・MD ・최첨단 무기의 사용 가능성)이 내정되어 있으므로 이런 전쟁이 발생하지 못하도록 쐐기를 박아야한다. 민족절멸용 핵무기, MD(미사일 방어망), 최첨단 무기의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
<개폐의 원칙>
(1) 평화의 원칙
新 한-미 상호방위조약에는 한반도의 평화증진, 동아시아의 다자간 평화 틀(regime)을 실제로 보장하는 문구가 들어가야 한다. 을지훈련 등 한미 합동훈련, Rimpac 등 대양훈련을 지양하고 순수하게 방어적인 군사지원 체제로 탈바꿈하는 내용이 새로운 상호방위조약에 들어가야 한다. 재래식 무기 중심의 군사지원 태세로 낮춰야 한다.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평화공존을 위한 협력안보 ・공동안보 ・대안안보의 새로운 개념이 들어가도록 해야 한다. 미국의 일방주의를 없애야 한다. 북한 주적론의 근거인 현행 상호방위조약을 개폐하여 남북한 간의 군사적 신뢰를 마련하는 새로운 방위조약을 체결해야한다. 이런 바탕이 없으면 남북 간 불가침 조항(남북 기본합의서의 주요 내용)의 이행-군축평화가 불가능하다.
(2) 통일의 원칙
국가 연합~연방제 이행단계의 최대 걸림돌이 현행 한-미 상호방위조약이므로 통일과정에 대비하여 새로운 한-미 상호방위조약안을 마련해야 한다.
(3) 미국 쪽의 미군 철수론이 반영되어 미국이 스스로 미군을 철수하도록 유도하는 족쇄를 새로운 상호방위조약안에 마련해야 한다. 한국 쪽의 단계적 미군 철수론(한국 민중의 단계적 미군 철수론)에 입각하여 새로운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도록 해야한다.
(4) 한반도의 평화에 도움이 되는 한미 협력안보 틀을 마련해야한다.
(5) 새로운 상호방위조약은 민족의 평화적인 생존권, 민중이 평화롭게 살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 국가안보 중심인 현행 상호방위조약을 인간안보, 시민사회의 안보, 민중안보를 보장하는 쪽으로 개정해야 한다.
(6) 군사주의의 폐해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 제국주의 군대인 미군의 군국주의가 상호방위조약을 통해 한국에 유입되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 제국주의형 군대의 전략(북한 붕괴 전략)이 상호방위조약을 통해 한국군에 유입되어 한국군이 북한 흡수통일에 앞장서는 일이 없도록 명문화해야 한다.
(7) 한국국민의 평화적 생존권을 보장해야 한다. 즉 주한미군이 한국민의 평화적 생존권을 해친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많을 경우 국민투표 등을 거쳐 주한미군의 장래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부시 대통령은 “한국민이 원하면 미군 철수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므로 미군 주둔을 원하지 않는 국민이 많을 경우 국민투표를 실행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8) 미국의 세계적 차원의 전쟁구도에 보탬이 되는 상호방위조약이 되면 안 된다. 이를 저지하는 조항을 새로운 상호방위조약안에 넣어야 한다.
(9) 새로운 상호방위조약은, 한미 간에 철저하게 평등한 군사적 지원관계(수평적 군사협력)를 규정하는 조약으로 되어야 한다.
(10) 신상호방위조약은, 동북아 비핵 지대화 등 동북아의 평화적 질서를 존중하는 조약이 되어야 한다. 특히 동아시아의 다자간 안보 틀을 내올 수 있는 다자간 군사협력의 질서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 새로운 조약이 필요하다. 핵무기를 사
용할 수 없음을 명기함으로써 한반도에서 핵전쟁 가능성,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 미국의 핵우산을 제거해
야 함을 명기하도록 해야 한다.
(11) 한-미-일 군사 공동체에 의한 북한 붕괴의 실정법적인 힘을 제공하는 현행 상호방위조약을 개폐하여, 북한 붕괴 시나리오를 중단하도록 만드는 장치를 넣어야 한다. 한국과 교류 ・화해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어떤 나라(북한 등)도 교류 ・화해 ・평화를 위한 협상이 진행 중인 한 공격할 수 없다는 규정이 신상호방위조약에 들어가야 한다.
(12) 신상호방위조약에는, 공격형 무기도입 억제 조항을 삽입하여 한-미 군사동맹이 한국군의 자위권 확보에만 주력하도록 보장해야 한다. 즉 방어 위주의 군사력 보전에 주력하는 조약으로 변신해야 한다.
(13) 정전협정의 약속을 파기한 것이 현행 상호방위조약이므로 정전협정의 정신을 존중한다는 문구가 들어가야 한다. 그렇게 해야 정전협정과 상호방위조약의 모순을 제거할 수 있다.
(14) 한-미 양국의 군비축소 의무를 명기해야 한다.
(15) 미국이 한국에 대하여 무한대로 전력 증강할 수 있는 현행 조약을 개폐하여, 미국이 전술적 차원에서만(한국군 부대의 운용을 위해서만) 한국군을 지원할 뿐 전략적 차원(북한 붕괴를 위한 전력지원)의 지원이 불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 한반도에서 전쟁을 유발할 수 있는 최첨단 공격용 무기의 도입을 근절해야 한다.
(16) 유엔사의 해체 결의를 존중한다는 문구가 들어가야 한다. 기능 마비된 유엔사를 사실상 해체시켜야 한다.
<적용 범위>
(1) 지리적 범위
새로운 방위조약은 남한 땅에서 발생하는 군사적 충돌에만 적용된다(한반도 전역을 포괄하는 헌법 조항과의 상충을 예방). 즉 남한의 육지와 그 부속도서에만 해당된다. 남한의 육상, 해상, 공중만 해당된다. 남한 땅의 우주공간 이용이 불가능한(MD를 이용하지 못하게 하는) 방위조약이 되어야 한다.
(2) 법률적 범위
새 방위조약에는, 한미 양국의 헌법을 어기면 자동 폐기됨을 명기해야 한다. 앞으로 한국에서 평화헌법이 만들어지면 평화헌법에 따라 상호방위조약을 폐기할 수 있는 권능을 부여해야 한다.
(3) 군사적 범위
미군의 방공식별권 등 ‘Air cover’를 분명히 정해야 한다. 북방한계선(NLL) 사태를 예방하는 조항이 들어가도록 해야 한다.
(4) 영토 조항
헌법상 영토 조항 등을 재검토해야 한다.
<新 상호방위조약에 있어서 발동요건의 제한>
(1) 신상호방위조약은, 한국의 대통령이 전시작전권을 보유해야 하며, 전시작전권을 보유한 한국의 대통령이 방어적인 수준에서 미군의 지원을 요청할 때만(북한 공격을 위한 미군 지원은 제외) 주한미군이 움직이는 체제로 전환되어야 한다. 단 주한미군의 평상시 훈련은 인정한다. 그러나 주한미군이 한반도에서 전쟁에 개입하는 가능성을 봉쇄해야 한다. 주한미군의 공군 ・해군이 전시에 한국 대통령의 명령체계 아래에 편입되도록 新 상호방위조약에서 규정해야 한다.
(2) 한반도에서의 전쟁 결정권을 미국 대통령이 가질 수 없음을 新 상호방위조약에 명기해야 한다. 전쟁에 돌입할 경우 전시작전권을 보유한 한국 대통령의 결단에 의함을 명기해야 한다.
(3) 주한미군이 중국을 포위하거나(중국과의 군사적 충돌에 대비) 아시아 대륙국가, 북한을 상대로 한 MD 등의 시설, 작전, 훈련, 관련 군수물자 이동을 못 하게 해야 한다.
(4) 미군 핵함정이 한국의 항구에 진입 못 하게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5) ‘무력 공격’에 대한 자구의 해석범위를 분명하게 해야 한다.
(6) 미군의 자동개입 가능성을 축소하든지 봉쇄하기 위해 자동개입의 조건을 엄격하게 재조정한다. 자동개입의 종류, 자동개입의 사례를 명시하여 자동개입의 영역을 축소해야 한다.
(7) 한국 대통령의 승인이 없으면 주한미군을 증강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8) 한미연합사령부 체제에 대한 한국 대통령의 통제가 가능하게 해야 한다. 주한미군의 일방적 군사행동이 불가능하게 한다. 미군의 배치 변경, 미군 장비의 도입, 전투작전 수행을 (한국군처럼) 한국 대통령에게 보고하여 승인을 받도록 해야 한다. 한미연합 사령부 체제의 사전 승인 또는 사전협의 대상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한미연합사 체제를 파기하고 주한미군은 한국군의 보증인 역할만 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해방 이후 북한에 진주한 중국군처럼 주한미군의 역할을 ‘보증인 역할’로 축소하기 위해 한국 대통령의 주한미군에 대한 개입의 정도를 높여야 한다.
(9) 한국민이 주한미군을 감시할 수 있는 체제를 완비해야 한다. 감시(모니터) 권리를 부여해야 한다. 한국민의 대표나 NGO에 의한 주한미군 감시 체제를 공식화하고, 감시 결과를 반영한 한국민 대표의 권고문에 주한미군이 따르도록 해야 한다.
(10)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이 발생했을 때 주한미군의 출동 범위를 제한해야 한다. 미 공군 ・해군이 준동하지 못하게 해야한다.
(11)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발생 때 주일미군의 출동태세를 제약한다.
(12) 한-미 양국의 의회가 미군의 출동을 감시하는 체제(평상시훈련은 제외)를 갖춘다. 한-미 기동훈련의 경우 양국 의회의 승인을 얻도록 한다.
<新 상호방위조약에 폐기조항 삽입>
(1) 한반도에서 통일의 기운이 높아지거나 평화협정의 체결 분위기가 성숙되면 한-미 상호방위조약이 자동폐기 대상이 됨을 명기해야 한다.
(2) 양국 국민의 국민투표에 의해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폐기하거나 개정안을 내놓을 수 있는 권리(군사주권 在民論을 적용)를 부여해야 한다.
(3) 양국 의회의 일방적 결정에 의해 상호방위조약을 거부(Veto)할 수 있도록, Veto권을 가진 의회에 의한 폐기 ・개정안 제출이 가능하게 해야 한다.
<한미관계 재조정>
(1) 한미 군사관계를 종속관계에서 계약관계로 바꾸는 의미에서 新 상호방위조약은 미국의 명령하달서가 아닌 계약서가 되어야한다.
① 계약서의 내용:
Ⓐ 현행 상호방위조약 제4조의 ‘허여하고 … 수락한다’를 완전한 계약관계를 의미하는 말로 바꾼다. 즉 ‘호혜 평등한 협상에 따라 계약서에 서명하는 행위’를 표기하는 말로 바꾼다.
Ⓑ 주한미군기지를 한국 정부(국가소유의 땅일 경우), 한국민(한국인 개인이 가진 땅일 경우)으로부터 임대하는 새로운 체제를 마련한다. 주한미군기지의 땅을 철저하게 자본주의 토지 거래 관습에 따라 한국 정부(한국인)가 임대해 주고 미군으로부터 임대료를 받는 체제로 바꾼다. 즉 기지 임대료를 주한미군이 한국 정부와 한국민에게 동시에 이중(二重)으로 부담하는 체제로 바꾼다. 그리고 매년 주한미군의 임대료 협상(협상단 안에 한국민의 민간토지 소유자를 대표한 사람과 민간단체가 참여)을 하여 협상에 실패하면 주한미군이 기지를 사용할 수 없도록 만든다. 새로운 상호방위조약의 종료기한(갱신 기한) 이전일지라도 기지임대 협상과 관련하여 주한미군이 기지를 사용하지 못하게 만들어야 한다.
Ⓒ 북한의 금창리 사찰 때 미국이 북한에 돈을 주었듯이, 주한미군이 남한 땅의 군사시설을 사용하면 반드시 (한국민이 부담하는 가격과 동등한) 사용료를 내도록 해야 한다. 한국의 인프라 시설을 이용할 때 미군 전용시설이 아닌 한 사용료를 한국민과 동일한 가격으로 지출해야 한다.
<조약의 기한>
(1) 위의 5장, 6장을 고려하여 한-미 상호방위조약의 기한을 결정한다. 기한은 계약의 정신에 입각하여 결정하고 양국 중 어느 쪽이라도 계약을 어기면 자동 폐기됨을 명기한다.
(2) 한반도의 평화통일 정세와 무관한, 현행 상호방위조약의 무기한 유효기간을 폐기한다.
(3)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위한 남북한, 관련 당사국 간의 안보-평화협정 체결과 연동하여 상호방위조약의 기한을 축소할 수 있다(조약기한의 재협상이 언제나 가능하게 한다). 예컨대 6 ・15 공동선언과 같은 평화통일의 대장정이 발표되었을 경우 상호방위조약의 기한을 재협상해야 한다.
(4) 한반도의 정세가 통일 쪽으로 갈 경우 한미 양국 정부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정세 분석을 거쳐 조약의 기한을 단축해야한다.
<보론>
위의 요구사항이 너무 방대하므로, 이를 新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모두 반영할 수 없다. 따라서 신상호방위조약에 넣을 수 없는 내용은, 부속 합의서 등에 반영하도록 하면 좋을 듯하다.(2004.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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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국 지음『한반도의 평화 로드맵』(파주, 한국학술정보, 2008) 199~209쪽을 참조하세요.
'전쟁-안보-군사 > 동맹(한미동맹,미일동맹)'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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