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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연구(이론)-평화학/중립화, 영세중립

한반도 영세중립통일의 당위성

김승국 정리

* 이 글을 쓰기 위해, 강종일의 「한반도의 통일환경과 중립화 대안」 {평화 만들기(http://peacemaking.kr)}134호를 참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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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 대한 주변 4대 강국의 간섭과 헤게모니 경쟁은 19세기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계속되었으며, 남북은 지금도 분단과 냉전을 계속하고 있다. 지정학적 요인으로 인하여 한반도의 통일문제는 남북한 내부의 문제인 동시에 국제적 문제가 되고 있다. 한반도가 왜 영세중립국으로 통일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당위성의 요인들로 한반도의 지정학을 비롯하여, 국력과 안보, 동북아시아의 평화유지, 및 한국인의 당파성 등을 살펴보기로 한다.
한반도는 역사적으로 세계의 어느 나라보다 외국의 침입을 많이 받은 국가 중의 하나다.
역사적으로 주변 국가들이 한반도에 대해 일으킨 소요사태는 667회이며, 침략전쟁은 중국이 33회, 일본이 17회, 프랑스, 미국, 영국이 각 1회로 53회에 달했다. 한반도에서 외국군 간의 전쟁은 5회로, 중 ・일간 3회, 러 ・일 간 1회, 중 ・미 간 1회였다.
한반도 영세중립통일의 당위성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한반도의 지정학이다. “지리는 인류역사의 어머니” 또는 “지리는 외교정책의 기본적 통제요인”이라고 한다. 한반도는 세계에서 국력이 가장 강한 4개 국가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상충되는 전략적 요충에 위치하고 있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가 주변 4강의 국가이익에 밀접하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한반도가 어느 일개 국가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할 경우 다른 국가는 불리하게 된다.
중국은 한반도를 입술과 이의 관계인 ‘순치지국(脣齒之國)’의 국가적 관계로 보면서도, 중국의 머리를 칠 수 있는 망치와 같은 존재로 한반도를 경계하면서 조공을 받아야 하는 주종관계로 생각해 왔다. 중국은 1895년 일본과의 전쟁에서 패함으로써 한반도에 대한 지배권을 상실하였으나, 1950년 한국전쟁에 참여하여 북한을 지원한 후부터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일본은 한반도를 가장 가까운 ‘일의대수(一衣帶水)’의 나라로 생각하면도 일본의 대륙 진출을 위해서는 반드시 지배하여야 할 정복의 대상으로 생각했다. 특히 1895년 중 ・일전쟁과 1905년 러 ・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은 1910년부터 1945년까지 한반도를 식민지로 지배했다.
1895년 청 ・일전쟁에서 중국이 패하자 러시아는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 행사와 부동항 확보를 시도하였으나 1905년 일본과의 전쟁에서 패함으로써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상실하였고 1945년 미국과 함께 한반도를 분할한 후 북한에 영향을 행사하고 있다.
미국은 한반도와 국경을 인접하고 있지 않으나, 1882년 체결된 한 ・미수호통상조약(韓美修好通商條約)에 따라 한반도 문제에 개입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1905년 7월 일본과 비밀로 체결한 태프트-가츠라 각서(The Taft-Katsura Memorandum)에 따라 한반도에 대한 종주권(宗主權: suzerainty)을 일본에 인정한 후, 11월 주한 미국공사관을 철수했다. 그러나 미국은 1945년 미군을 한국에 주둔시킨 이래 한반도 문제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1990년 냉전의 종식으로 세계질서를 주도하면서 남북한 문제에 어느 나라보다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둘째, 남북한의 국력문제이다. 여기서 남북한의 국력이란 남북을 합한 것이다.
한반도의 주변국은 세계 4대 강국들로 남북과 밀접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 주변 4강과 한반도의 국력을 비교함에 있어 국력요소의 항목으로 국민총생산, 군사비, 병력, 인구, 영토를 중심으로 비교해 보자. 오늘날 한반도의 국력은 남북한을 합해도 주변 국가에 비해 많은 격차를 보여주고 있다. 남북과 4강의 국력을 100으로 했을 경우, 한반도가 차지하는 비율은 GDP 3.0퍼센트, 군사비 3.7퍼센트, 인구 3.7퍼센트, 영토 0.6퍼센트이다.
셋째, 한반도의 안보 문제이다. 통일된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안전보장을 위한 시나리오는 자주(自主), 동맹(同盟), 그리고 영세중립의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통일된 한국의 자주국방은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과 무력으로 경쟁을 하면서 국가안보를 유지하는 것이 어려운 문제로 제기될 수 있다. 한반도의 국력이 주변국들에 비해 너무 미미하기 때문에, 과거 주변국의 속국이 되거나 또는 식민지로 전락한 역사적 사실은 이를 반증한 것이다.
다음으로 생각할 수 있는 안보방법은 외국과의 동맹이다. 안보동맹은 쌍무동맹과 다자동맹을 생각할 수 있다. 쌍무동맹은 한반도가 통일된 후 현재와 같은 한 ・미동맹을 유지한다면, 중국과 러시아가 이를 반대할 것이며, 한 ・중동맹을 하게 될 경우, 미국과 일본이 이를 반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 나아가 통일된 한국이 외국과 쌍무동맹으로 안보를 유지할 경우, 안보는 유지될 수 있으나, 동맹국으로부터 내정간섭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통일된 한국이 주변 국가들과 다자간 협정을 통하여 안보를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다자간의 협정에 의한 안보는 가입 국가들의 세력균형이 유지될 때 가능하나, 세력균형이 파괴될 경우 한반도는 또 다시 주변 국가의 침략을 받을 수 있다.
넷째, 통일된 한반도가 영세중립국의 국제적 지위를 이용하여 안보 문제를 해결하는 시나리오이다. 만약 한반도가 영세중립국이 된다면, 한반도는 외국의 간섭에서 해방될 수 있고, 외국군도 자동적으로 철수하게 된다. 영세중립이란 외국군의 철수를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위스는 1815년 영세중립국이 된 이래, 주변 국가로부터 침입도 받지 않고 외국의 간섭도 받지 않으면서 발전하고 있다. 2차대전 중 히틀러도 스위스를 침공하지 못했다.
다섯째, 한국인의 당파성 문제이다. 과거 한국인의 당파성은 국가생존을 위한 목적에서 생성되거나, 외국의 지원을 받아 정권획득을 위해 파생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한국의 당파는 국가안보를 위한 긍정적 효과보다는 권력획득을 위한 부정적 작용을 하는 면이 더 많았다. 한국에서 당파가 형성될 수 있는 구조적 요인은 한반도 주위에 강대국이 존재한 반면, 한국의 국력이 미약하였기 때문에 외국에 의지하려는 자연 발생적 결과였다.
끝으로 영세중립의 이론이다.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블랙은 영세중립의 대상 국가로, 신생 독립국가, 분단국가, 주변 강대국의 경쟁적 간섭을 받거나 받을 가능성이 있는 국가, 지리적으로 강대국과 강대국을 연결하는 교량적 역할을 하고 있는 국가 등으로 정의하고 있다. 한반도는 블랙이 정의한 영세중립 대상 국가의 제반 조건에 충분히 해당된다.
한반도가 영구적으로 안전보장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로 가정할 수 있다.
하나는 한반도가 주변 4강과 같은 국력과 무력을 유지하면서 주변국의 침입을 사전에 방지하는 것이며, 다른 방법은 한반도가 통일된 후 스위스와 같은 영세중립국이 되어 주변 4강의 완충국가로 작용하면서 조정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방법이다.
한반도가 통일된 후 주변 국가와 무력으로 경쟁하면서 안보를 유지한다는 가정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할 것으로 분석된다. 그렇다면, 한반도가 영구적으로 자주독립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영세중립국이 되는 것이 바람직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21)(2004.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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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국 지음『한반도의 평화 로드맵』(파주, 한국학술정보, 2008) 167~171쪽을 참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