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국
남북한이 각기 ‘합리적 충분성’에 의한 전수방어에 성공한다면 공동안보(주1)를 위한 분위기가 저절로 형성되어 평화체제 구축 단계로 무난하게 진입할 것이다.
남북한의 군사적 대립과 군비경쟁은 국내외의 구조적 원인 때문에 군사적 접근으로 해결할 수 없다. 이는 평화와 통일과 직결된 정치적 해결을 요하는 과제이다. 남북한의 군축과 평화체제 구축은 일방의 절대안보보다는 공동안보를 추구함으로써 달성되어야 한다. 또한 합리적 충분성(reasonable sufficiency) 원칙에 입각한 안보 정책이 보다 바람직하다. 그런데 문제는 공동안보라는 정치적 해결이 대단히 어렵다는 점이다. 결국 정치적 해결은 경제협력을 통한 간접적 접근 방식을 통하여 모색하지 않을 수 없다.<함택영 {국가안보의 정치경제학}(서울, 법문사, 1998) 머리말 ⅺ>
이와 같이 평화체제 구축(평화 로드맵의 제2단계)은 남북 공동안보를 추구해야 이루어질 수 있다. 이때 남북 공동안보가 남북한 각각의 국가안보보다 우선해야 한다. 유럽의 네덜란드-벨기에 관계에서 국가안보가 무의미한 것처럼(주2) 남북한도 국가안보보다 높은 수준의 남북 공동안보 체계를 내오는 안보 패러다임의 전환을 각각 수행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남북 공동안보를 정치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우므로 경제협력을 통한 우회로를 선택하는 게 바람직하다. 즉 필자가 평화 로드맵의 제2단계에서 제시했듯이 남북 경제통합과 안보 공동체를 병행함으로써 평화체제를 원만하게 구축할 수 있다.(주3)
이러한 공동안보는 평화국가 연합을 내오는 안보 장치로 유효할 것이다. 공동안보 개념에 입각한 평화국가 연합은 강도 높은 군축을 통하여 가능할 것이며, 이와 연동되어 주한미군의 철수완료-한미우호조약 체결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평화헌법으로의 개헌 ・한반도 비핵 지대화 ・중립화에 성공해야 한다. 이때 비로소 평화국가 연합에 대한 주변국의 보장, 유엔등 국제사회의 평화국가 연합에 대한 승인이 뒤따를 것이다.(2004.9.7)
* 김승국 지음『한반도의 평화 로드맵』(파주, 한국학술정보, 2008) 113~115쪽을 참조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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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註>
(주1) 냉전기 유럽 제국은 기존의 핵억지를 통한 안보전략과 이에 따른 ‘공포의 균형(balance of terror)’은 오히려 안보유지에 위협이 될 뿐 아니라, ‘핵전력의 평형(nuclear equilibrium)’에 따라 군비증대는 안보를 내적으로 침식하는 원인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그 대안으로서 ‘공동안보(common security)’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미국과 소련을 포함한 열강은, 자국 또는 자신의 진영만의 안보를 모색하는 절대안보에 기초한 안정이 위험을 배태하고 있을 뿐 아니라 지속되기 어렵기 때문에, 안보를 ‘공동의 문제’로 보고 진영 간의 신뢰구축, 이해증진, 나아가 군축을 통해 안보를 더불어 도모하는 것이 안보의 원래의 목적을 달성키 위한 효율적인 대안이라고 인식하게 되었다. 공동안보는 또한 ‘포괄적 안보(comprehensive
security)’의 개념을 그 구성요소의 하나로 포함한다. 1970년대 CSCE가 군사, 경제, 인권을 안보의 3대 바스켓으로 설정한 것도 포괄적 안보 개념이 반영된 결과이다.<박건영 「동북아 다자간 안보협력의 현실과 전망」 {한국과 국제정치} 제33호(2000년 가을 ・겨울 호) 44~45쪽>
(주2) 오늘날 네덜란드와 벨기에에서 ‘국가안보’란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한다. 유럽(지역)안보, 또는 유럽(공통)안보란 개념(European security, European regional security, European common security)은 가능할지 모르나 네덜란드 국가안보(national security)란 개념은, 추상을 넘을 경우, 유럽헌법에서 볼 수 있듯이 현실세계에서는 성립 불가능하다. 주권국가(sovereign state)의 등장과 함께 확립되었던, 국가 간 갈등을 전제로 한 국가안보의 개념은 이제 통합화와 평화화의 경로 속에서는 실제로 폐기되고 있는 것이다. 동아시아 지역에서 이것이 꿈이라고 말하기에는 유럽의 실현 사례, 그리고 북핵문제에서 비롯된 오늘의 전쟁위기에서 볼 수 있듯이 절박하고 현실적인 문제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박명림 「남북 평화협정과 한반도 평화」 {민주법학} 25호(2004) 288쪽>
(주3) 안보 문제의 논의에서도 편협한 군사적 접근을 지양하고 자국 위주의 ‘국가안보’가 아니라 ‘공동안보’를 모색하는 것이 탈냉전기의 시대적 요청이다. 남북한 분단국가 간의 구조적 ・장기적인 ‘적극적 평화’란 민족공동체의 수립에 있다. 남북한의 평화는 평화협정 체결, 군비통제 및 군축 등 ‘분단체제의 안정화’와 남북한 경제통합을 통한 ‘공동체 수립’ 양자를 포괄하는 것이다. 남북한 통합의 기본 축은 경제통합과 안보 공동체의 달성에 있는 것이다. 남북한의 평화를 국가안보의 차원에서만 파악하여 통일과 별개의 문제로 보거나,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한다는 ‘소극적 평화’관은 지양되어야 한다<함택영 「21세기 한반도 평화전략」 {동북아 연구} 제7권(2002.12)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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