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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도시-평화 마을/3세계 숍

[커피 장사 수기(79)] 기름 덩어리 유기농 커피

커피 장사 수기(79)

 

 

기름 덩어리 유기농 커피

 

 

김승국(커피공방 뜰의 점장)

 

 

우리 가게를 생태지향적인 커피 숍으로 만들기 위하여 유기농 커피를 팔면 어떨까 생각하여 유기농 커피의 원두 값을 알아보았는데 너무 터무니없이 비싸서 포기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코스트코에 가서 유기농 커피를 발견했다. ‘San Francisco Bay/ Certified Organic Rainforest Blend’라는 거창한 이름의 유기농 커피이었다. 미국의 샌프란시스코에서 볶은 원두인데, 단순한 유기농이 아니라 우기 열대림 속에서 재배한 아주 생태적인 생두를 섞은 것이라는 상표를 보고 반할 수밖에 없었다. 가격도 1.36㎏에 28,990원이니 홀딱 반하여 얼른 사들고 급하게 가게로 돌아왔다.

 

 

가게로 귀환하자마자 봉지를 열어보았는데, 시커먼 원두에 기름이 잘잘 흘렀다. 마치 숫덩어리 같이 보여 놀랐다. 숫덩어리에 버터 기름을 바를 것 같은 원두의 유통기간이 2년간이어 또 한 번 놀랐다. 미국에서 볶은 원두를 전 세계에 걸쳐 판매하려면 숫덩어리 같이 볶아야 오랫동안 유통되므로 이렇게 기름 먹은 깜둥이 원두가 되었나보다.

 

 

 

무엇보다도 장기간 유통시키기 위해 Italian 급(級)으로 아주 강하게 볶는 바람에 크레마는 강하지만 아로마는 거의 없는 ‘향기 없는 기름덩어리’를 어떻게 추출하여 맛을 내느냐가 커다란 숙제이다.

 

 

이 숙제를 풀기 위해 불길한 느낌을 갖고 핸드드립했는데, 농도가 진하고 쓴맛만 지독하게 나올 뿐인 골칫덩어리이었다. 그래도 명색이 유기농 커피이니 맛을 내보자고 작심하면서 쓴맛을 눅이는 한편 산미와 단맛(구수함)이 배어나오는 방향으로 핸드드립을 요리저리 보며 포인트를 찾았으나 헛고생만 했다.

 

 

그래서 하나의 변칙을 생각해냈는데, 우리 가게에서 유기농 커피의 이름으로 팔고 있는 만데린․모카 하라․모카 시다모에 San Francisco Bay 유기농 원두를 섞으면 유기농 커피로서 손색이 없을 것 같아 핸드드립해보았으나 적절하지 않았다.(20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