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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도시-평화 마을/3세계 숍

[커피 장사 수기(77)] 결사적인 가게 운영

커피 장사 수기(77)

 

 


결사적인 가게 운영

 

 

김승국(커피공방 뜰의 점장)

 

 

나는 평화운동 하는 사람이어서 여간해서 결사적(決死的)이란 말을 사용하지 않는다. 평화롭지 못한 ‘결사(決死)’가 아닌 평화지향적인 ‘결사(結社; 평화결사)’를 선호한다. 그런데 지금은 ‘평화 결사(平和結社)’는 잠시 잊은 채 결사(決死)란 단어만 떠올린다. 생존을 위한 결사(決死)말이다.

 

 

올 3월 하순부터 시작된 영업부진의 긴 터널을 벗어나기 위한 ‘결사적(決死的)인 가게 운영’만 생각하고 있다. 개업 초기에 구상한 평화마을 만들기의 초심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가게 경영이 잘 되어야한다. 적자투성이가 되면 ‘평화마을 만들기를 통한 평화결사’를 엮어낼 수  없다. 적자를 모면하고 흑자로 전환되어야 ‘평화마을 만들기를 통한 평화결사’를 시도할 수 있다. 그래서 결사적인 가게 운영에 매달리는 것이다.

 

또 하나 결사적인 가게 운영에 집착하는 이유는, 자존심과 명예이다. 지금까지 평화운동을 성공리에 이끌어왔던 내가 고양(일산)지역에 들어와서 평화마을 만들기를 위한 커피 장사에 실패한다면, 이건 대단한 불명예이요 자존심을 엄청나게 상하게 하는 일이다.

 

 

나의 친지들이 나를 무어라고 평가하겠는가? “거창하게 세상을 평화롭게 바꾼다며 평화운동했던 사람이 조그만 가게 하나 제대로 운영하지 못해 문을 닫다니...형편없는 평화운동꾼이 아닌가?” 이런 조롱을 예상한다는 것 자체가 자존심을 상하는 일이다. 30년 동안 평화운동에 종사한 나의 명예를 훼손하는 일이다.

 

 

나의 평화운동의 역사를 명예롭게 지키기 위해서라도 이 가게를 성공적으로 운영해야한다. 평화마을 만들기라는 지역형 평화운동의 모델을 개발하기 위하여 커피 장사를 하고 있으므로, 커피 장사에 실패한다면 평화마을 만들기라는 평화운동도 실패하는 것이다. 단순하게 커피 장사만 망하는 게 아니다. 평화운동이 동시에 망하는 것이다. 돈도 잃어버리고 운동도 잃어버리는 최악의 상황에 봉착하게 된다. 양자를 동시에 잃어버리는 비극을 막기 위해, 결사적으로 양자를 살리는 행동에 돌입한 것이다. 단, 배수의 진을 치면서 양자를 살리는 작전을 펼쳐야하므로, 가게를 내놓는 한편 가게가 나갈 때까지 결사적으로 커피 장사는 하고 있다. 자존심과 명예가 걸린 문제이므로, 더욱 결사적으로 커피 장사에 임하고 있다.(2012.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