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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도시-평화 마을/3세계 숍

[커피 장사 수기(75)] 가게 안에서 밥을 지어먹지 않기로

커피 장사 수기(75)


 

가게 안에서 밥을 지어먹지 않기로

 

 

김승국(커피공방 뜰의 점장)

 

이번 주 내내 심각한 몸살을 앓는 바람에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체력이 저하되었다. 이윽고 미각을 잃어 음식 맛, 커피 냄새를 제대로 감지하지 못할 지경이다.

 

 

이렇게 몸이 엉망진창이 된 이유는, 가게 안에서 밥을 지어먹은 탓이다. 엉성하게 지은 밥과 먹으나 마나한 반찬을 몇 달째 계속 먹다보니 입이 벌어지지 않는다. 따끈한 국이 없는 맨밥 위에 한두 가지 빈약한 반찬을 얹어 먹다보니 지겨워서 입이 벌어지지 않은 것이다. 내가 고등학교 다닐 때 학교 앞에서 자취했는데, 매일 같이 밥에 간장을 비벼 먹었다. 그때도 간장에 비빈 밥이 지겨워 입을 열지 못했는데, 그런 생활이 45년 만에 재현된 것이다.

 

 

이런 식으로 섭생이 형편없으면 체력보전에 문제가 생겨 몸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이제 더 이상 체력을 온전하게 유지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에 가게 안에서 밥을 지어먹는 행위를 중단하기로 결단했다. 약간의 돈을 더 들여서라도 남이 해준 밥과 반찬을 먹기로 하고 비용이 저렴하면서도 영양가 있는 식당을 찾았는데 마침 일산 복음병원 식당이 안성맞춤이었다.

 

 

밖으로 밥을 먹으러 나가면 가게 문을 닫아야 되는 게 문제이어서 외식을 망설였다. 문을 닫은 시간에 손님이 오면 커피를 팔지 못하고 이미지도 나빠지는 손실을 각오해야한다. 가게 안에서 밥을 해먹는 것보다 더 많은 돈을 쓰면서 손님에게 커피도 팔지 못하는 이중의 손실을 감내하고 외식을 해야 한다.

 

 

이중의 손실를 고려하는 게 우선이냐, 내 몸의 체력을 보전하는 게 우선이냐를 놓고 고민한 끝에 외식하기로 결정하고, 가게 문을 미련 없이 닫고 일산 복음 병원 식당에서 진수성찬(가게 안에서 먹던 음식에 비하면 진수성찬이고말고)을 즐겼다.(2012.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