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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도시-평화 마을/3세계 숍

[커피 장사 수기 (55)] 여당 표밭인 자영업자들

커피 장사 수기 (55)

 

여당 표밭인 자영업자들

 

김승국(커피공방 뜰의 점장)

 

오늘 아침 주은 프라자(우리 가게가 입주한 건물)의 1층에서 죽집을 운영하다가 망해서 문을 닫은 아저씨가 우리 가게를 찾아와 대뜸하는 말이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야 한다. 서민들의 경제적 고난의 원흉인 이명박 대신 박근혜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어이가 없어서 듣기만 했는데....막장 인생의 자영업자들이 꼴보수 여당의(새누리당)의 골수분자가 된 점이 사회경제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개인적인 향배에 따라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것은 이해되지만 사회경제적으로 취약계층인 자영업자들이 여당을 보통 시민들보다 강력하게 지지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명박과 박근혜가 동일한 보수진형의 뿌리를 갖고 있는 ‘이명박근혜’임을 망각한 것도 문제이지만, 가진자 중심의 경제체제를 강화한 여당 때문에 자영업자들의 빵의 크기가 줄어든 것은 모르는 ‘사회경제의 청맹(靑盲)’이 문제이다. 사회경제적 청맹들인 자영업자들이 지역에 경제적 활동의 근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지역의 하층으로 내려갈수록 보수의 밭이 비옥하여 야당세력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는다.

 

각종 선거를 치룰때마다 영세상인들이 많은 지역에서 여당에게 표를 몰아주는 행태를 수정하려는 노력이 야당쪽에서 집중되지 않는 한, 현재의 야당 열세는 모면하기 어렵다. 자영업자들의 이웃사촌인 지역의 토호세력이 활개치는 지역일수록 여당의 철옹성을 깨기 어렵다. 고양시의 토호세력 대다수는 옛날의 땅부자이었을 뿐 돈 부자는 아니었지만, 일산이 아파트 촌이 되면서 그 땅을 높은 가격에 팔아 돈부자가 되었다. 예컨대 토호세력의 일원(一員)이 고양시 시의원이 되어 자기가 소유한 땅을 경유하는 도로건설를 유치하여 땅 값은 엄청나게 올리면 돈 방석에 앉게 된다. 다른 토호세력은 부동산 기획 등 다른 방식으로 땅값을 올리면서 시의원이 된 토호세력과 합작을 하여 땅 값을 뻥튀긴다. 토호세력의 동맹체계가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이며, 이 동맹체계의 하부구조에 자영업자들이 포진하고 있는 형세이다.

 

‘토호세력+자영업자 네트워크’의 상층에 있는 토호세력은 자신의 사회경제적 위상을 높이고 정치적인 지위까지 얻는데 비하여 하층의 자영업자는 잘해보았자 콩고물을 얻을 뿐인데도 열렬한 여당 지지세력이 되어 있다.

 

‘토호세력+자영업자 네트워크’를 정치경제학적으로 계층분류하면 ‘쁘띠 부르조아(petite Bourgeoisie)’이며, 사회정치적 혁신을 주도하는 노동자들(프롤레타리아트)가 보기에 표리부동한 반(反)혁명세력이다. 따라서 이들 반(反)혁명세력을 사회혁신의 대오에 합류시키기 위하여 부단한 의식화 작업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 ‘토호세력+자영업자 네트워크’ 중에서 숫자가 많은 자영업자들로 하여금 정확한 사회의식(재벌 등의 지배계급의 경제적 독점 때문에 자영업자들의 삶이 고달프게 된다는 사회의식)을 지니게 하는 작업이 요청된다.

 

이러한 노력이 요청됨에도 불구하고 보수 총집결의 최하층을 이루고 있는 영세상인들이 못마땅하지만 그들의 심리적 향배를 잘 타고 넘으면서 의식전환 운동을 전개하는것이 지역사회를 평등하게 평화롭게 만드는 지름길이리라. 예를 들어 일산이라는 지역 또는 (우리 가게가 위치한) 중산동이라는 마을이 ‘토호세력+자영업자 네트워크’의 온상이 되는 것을 방치하거나 영원한 여당의 표밭이 되는 것을 방관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그들의 사회의식을 전환시키는 것이 지역사회를 평등하게 평화롭게 만드는 일이다. 평등한․ 평화로운 지역․마을 만들기의 핵심적인 활동은, ‘토호세력+자영업자 네트워크’의 성원들에게 평등․평화의식을 불어넣는 데 있다. 나의 어법으로 표현하면 지역 평화운동의 모델을 개발하기 위하여 ‘토호세력+자영업자 네트워크’ 스스로 평화마을(마을을 평화로운 공동체로 전환시킴)을 지향하도록 의식을 전환시키는 작업을 해야한다. 이러한 의식화 작업의 산실을 마을 곳곳에 마련하는 것이 ‘지역 평화운동-평화 마을 만들기’의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며, 우리 가게도 그런 활동의 공간으로 자리매김될 수 있겠다.

 

여기에서 ‘지역 평화운동-평화 마을 만들기’ 운동을 주도할 세력이 ‘토호세력+자영업자 네트워크’를 대체할 정도의 힘을 각 지역에서 배양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현재의 중앙집권적인 운동집단이나 지역적인 뿌리가 약한 야당(민주 통합당+통합 진보당)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 그러면 ‘감당’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

 

각 지역을 평화마을로 전환시키는 사회혁신을 꾀하는 ‘운동권+야당 네트워크’가 ‘토호세력+자영업자 네트워크’을 대체하는 힘을 어떠한 방식으로 어떠한 경로로 기를 것인가가 이 시대의 과제이다.(2012.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