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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도시-평화 마을/3세계 숍

[커피 장사 수기(56)] 우행(愚行)을 저지른 크리스마스 날 밤의 우연한 소득

커피 장사 수기(56)


 

우행(愚行)을 저지른 크리스마스 날 밤의 우연한 소득

 

김승국(커피공방 뜰의 점장)

 

크리스마스 날의 우행 때문에 자동 핸드드립 분쇄기를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할 수 없이 수동 분쇄기(수동 Mill)를 사용해야 되는데, 내 손에 잡힌 수동 분쇄기의 분쇄도 조절이 전혀 되지 않아(분쇄도를 조절하는 나사의 작동이 정지됨) 아주 미세한 입자(에스프레소 원두를 밀가루처럼 가늘게 간 것 같은 미세한 입자이어서 핸드드립용으로는 사용할 수 없다)만 계속 갈려나왔다.

 

아무리 손으로 분쇄도 조절 나사를 돌려도 꿈쩍도 하지 않자 은근히 화가 나서 미세한 입자를 이용하여 추출을 해보자는 오기가 생겼다. 오기가 가득한 손끝으로 고노 드리퍼를 쥐고 서버에 올려놓은 뒤 십자형 추출방식으로 커피를 내리는 연습을 밤늦게까지 거듭했다.

 

얼마 전에 자동 분쇄기로 간 커피가루를 고노 드리퍼에 넣고 새로운 맛을 개발하려고 하다가 실패했는데, 그 실패한 맛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훌륭한 맛이 연출되어 시련 속의 기쁨을 맛보았다. 비록 오늘 낮에 우행을 자동 분쇄기를 고장 내는 우행(愚行)을 저질렀지만, 자동 분쇄기의 대안으로 수동 분쇄기(분쇄도 조절 나사가 작동되지 않는 분쇄기)를 사용하다가 우연하게(미세한 입자를 추출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맛을 개발하게 되어 기뻤다.(2011.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