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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도시-평화 마을/3세계 숍

[커피 장사 수기(52)] 아메리카노를 미끼상품으로

커피 장사 수기(52)


 

아메리카노를 미끼상품으로

 

김승국(커피공방 뜰의 점장)

 

우리 동네에 짜장면 한 그릇에 1,000원을 받고 파는 초저가 중국음식점이 성황이다. 발 디딜 틈도 없이 손님이 쇄도한다. 불경기를 이기기 힘들어하는 주민들의 호주머니 사정을 잘 살펴주는 고마운 가게이다. 이러한 고마움이 입소문내는데 주효한 듯, 중산동 이외의 먼곳에서도 1,000원짜리 짜장면을 먹으러 온다. 이 중국집이 주요 방송에 소개되면서 수도권 각지에도 차비를 들여 일부러 방문하는 명소가 되었다.

 

짜장면을 너무나 좋아하는 나도 이 중국음식점의 단골손님인데....짜장면을 주문하며 유심히 관찰하면 손님들이 짜장면만 먹는게 아니라 정상가격의 다른 메뉴도 선택한다. 짜장면만 100% 팔리면 적자일텐데 다른 메뉴도 주문하므로 장사가 되므로, 짜장면은 다른 메뉴를 선택하도록 유인하는 미끼 상품인 셈이다.

 

미끼 상품이라는 발상은 중국음식점에만 해당되는 것일까? 우리 가게에는 ‘해당 무(該當 無)’일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자문회의 참석자들 역시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우리 가게를 살리려면 미끼 상품을 개발해야한다”고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하자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동의하면서 미끼 상품 개발론이 현실화 되었다.

 

모든 메뉴를 미끼상품으로 선정할 수 없으므로, 그럼 무슨 메뉴를 미끼상품으로 정할까 논의한 결과 아메리카노가 적당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어 또 하나의 고민은 아메리카노는 미끼상품으로 정할 경우 가격은 얼마로 낮춰야하느냐롤 놓고 설왕설래했다. 나는 가격인하 폭을 낮추려했는데, 다른 참석자들은 나보다 더 낮추려했으며 한 사람이 좀 과격한 인하를 주장하는게 힘을 얻어 1,000원에 팔기로 결정되었다. 회의에서 결정된 것이어서 내가 불만을 드러낼 수 없었지만, 1,000원짜리 아메리카노를 판매할 점장으로서는 충격이었다.

 

충격이지만 판매할 수밖에 없어서 오늘부터 1,000원짜리 아메리카노를 미끼상품으로 선보인다. (2012.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