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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도시-평화 마을/3세계 숍

[커피 장사 수기 (4)] 어느 자영업자의 ‘고난의 행군’

커피장사 수기 (4)

 

어느 자영업자의 ‘고난의 행군’


 

김승국(커피공방 뜰의 점장)

 

「커피장사 수기」라는 연재물의 부제 중 하나로 ‘어느 자영업자의 고난의 행군’을 떠올린다.

 

여기에서 ‘어느 자영업자’는 커피장사를 하는 개인(필자)을 지칭하지만, 고난의 행군을 겪고 있는 수많은 자영업자의 고통을 내 몸 안으로 끌어안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나만이 겪는 고난이 아니라는 뜻이다.

 

1. 몸으로 때운다

 

고난의 행군은 수입 대(對) 지출의 불균형 즉 적자의 위기로부터 시작된다. 수입에 비하여 지출이 많아지면 허리띠를 졸라매기 시작한다. 지출 항목 중 가장 큰 월세와 관리비를 준비하지 못하면, 빚을 얻어서라도 마련해야한다. 그런데 빚도 제대로 조달할 수 없을 때는 몸뚱이로 버텨야한다.

 

자영업자의 마지막 무기인 자신의 신체를 고달프게 함으로써 고난의 행군은 시작된다. 자영업자의 신체를 유지해주는 의식주(衣食住) 비용의 절감이 급선무이다. 옷(衣)은 흔하고 싼 것이 많아서 크게 줄일 것이 없다. 그러면 남는 게 먹을거리(食)와 잠자리(住)이다.

 

2. 값싼 먹을거리에 의존

 

가장 손쉬운 것이 먹을거리에 드는 비용(식사비용)을 절약하는 것이다. 절약하는 강도가 아주 강하면 빈혈 일보직전까지 이르도록 굶는 것인데, 이는 자영업자의 노동생산력을 극도로 떨어뜨리므로 기피의 대상이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의 노동생산력을 유지하는 최저의 영양 상태를 보장하는 식비(食費)의 한도 내에서 밥을 먹는 것이다.

 

이 정도의 식사를 위해서 가게 안에서 자취하듯 밥을 직접 지어먹는다. 우리 가게는 커피숍이라 가게 안에서 음식을 해 먹으면 냄새가 진동하는바(특히 김치 냄새), 이는 손님들을 내쫓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필자도 한때 가게 안에서 자취하듯 밥을 해 먹었는데, 매일 동일한 반찬을 꾸역꾸역 입안에 몰아쳐 넣는 행위에 질려 중단했다. 그것도 손님이 올까 두려워서 군대의 훈련병보다 빨리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먹다보니 위장병이 저절로 생길 염려가 있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매식(買食)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는데, 다행스럽게도 우리 동네는 서민들이 많이 사는 곳이어서 그런지 저가 식당이 드문드문 있다. 1,500원(1,000원에 팔다가 최근에 1,500원으로 인상)짜리 짜장면도 있고 3,500원짜리 왕돈까스도 있어서 1,500원 짜장면집이 가장 많이 들르는 단골식당이 되었다.

 

이처럼 초저가 짜장면을 일용할 양식으로 삼는 일상생활이 지속되었다. 일단 아침에 가게 문을 열자마자 1,500원짜리 짜장면 한 그릇을 아침식사로 해치우고 점심은 가게 안에서 대강대강 빵으로 때우고 영업이 끝나는 밤 10시 경에 롯데수퍼에 가서 그날 팔다 남은 반값의 도시락 1,500원을 사들고 가게로 돌아와 먹으면 일용할 양식의 조달이 끝난다.

 

이렇게 하루 식사비용 3,500원으로 줄여야 겨우 월세를 준비할 수 있으니 이러한 고난의 행군은 불가피하다. 3,500원짜리 식사의 영양가(營養價)가 몇 칼로리냐고 따지는 것은 사치스러운 생각이다.  그래도 북한의 가난한 민초들보다 배불리 먹고 있다고 위안하면 된다.

 

3. 가게 안에서 취침

 

필자가 건강을 무시하며 하루의 식사비용으로 3,500원을 책정한 이유는 주거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필자는 가게에서 멀리 떨어진 서울시 영등포구에서 산다. 우리 집을 나와 가게에 오려면 서울 시내버스를 타고 나와 영등포 소방서 앞에서 일산행 광역 좌석버스를 타야한다. 이렇게 하루 두 차례 왕복하면 최소한 4,500원의 교통비가 든다. 

 

따라서 교통비를 줄이면 식사비용을 조달할 수 있다는 셈법이 나온다. 귀가하지 않는 대가로 4,500원의 교통비를 절감하면 하루의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는 말이다.

 

더욱이 교통비를 한 달로 계산했을 때 135,000원이라는 큰돈이 된다. 135,000원이 부족하여 월세․관리비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므로 교통비를 완전 삭감하는 게 중요한다.

 

교통비의 전액 삭감은 귀가를 포기하는 것이며 가게 안에서 잠자리 문제를 해결해야함을 의미한다. 그래서 필자는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게 안에서 취침하기로 했다(밤 10시쯤 영업을 끝내고 가게를 정리하면 10시 30분의 막차를 놓치게 되므로 가게 안에서 잠잘 수밖에 상황이 발생하지만...).

 

이렇게 필자의 의도와 무관하게 이산가족이 되어 가게의 안팎에서 의식주를 해결하는 비참한 생활이 이어지게 된다. 자신의 신체를 학대 하며, 밥통을 줄이며, 때론 굶주리는 가운데 몸으로 때우는 자영업자의 전형적인 모습이 굳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