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평화 도시-평화 마을/접경 평화

악몽의 파서탕

악몽의 파서탕

평화로 가는 길 (10)

 

김승국(평화 활동가)

 

평화가 하늘이다[和乃天]

 

어제는 양구의 세 군데를 들렀는데, 모두 낭패를 맛보았다. 그 중에서 파서탕 계곡 옆의 얼어붙은 언덕길을 오르지 못하여 1시간가량 헤맨 것을 생각하면 진절머리가 난다.

 

파서탕 가는 길 안내 표지판

양구의 유명한 계곡 중의 하나로 소문난 파서탕에 접근하기 위하여 파서탕교 까지는 무난하게 갔는데...파서탕교에서 파서탕까지의 2,3km는 비포장 외길인데다 자갈투성이(보통 자갈이 아니라 계곡 주변에 산재한 큼지막한 자갈을 모아서 길에 깔음)의 요철이 심한 탓에 차가 요리저리 흔들렸다. 그나마 양지 바른 길은, 영상 12도의 햇볕 덕분에 빙판이 녹아서 지나갈만했다. 그러다가 문득 나타나는 음지의 내리막길까지는 무난하게 내려갔는데...갑자기 얼음덩어리 같은 언덕길을 올라가지 못해 전진후퇴를 몇 차례 거듭하다가 철수하기로 마음먹고 차를 후진하는데,,,빙판길에 차의 바퀴가 계속 미끄러져 진퇴양난이 가속되었다.

 

이 고난을 벗어나기 위하여 몸부림치고 있는데...갑자기 저쪽 편에서 차량이 나타났다...순간 구세주가 나타난 느낌...그 차량에는 주민들 3명이 탑승했다...내가 구원요청을 하자 그들이 발 벗고 도와주며 후진하는 차를 밀어젖혀 겨우 나뭇잎이 있는 땅으로 옮겼다.

 

혼비백산한 나는 아예 운전대를 주민 한 사람에게 맡겨 되돌아가는 길의 빙판길을 벗어나는데 성공했다.

 

조금 전에 지나온 陽地(양지 바른 길)陰地(빙판 언덕길)의 차이로 다가왔다. 陽地의 편안함이 순식간에 陰地의 고난으로 바퀴는 극한체험을 한 것이다.

 

내가 고마움을 표현하며 봄에 이 계곡에 오면 좋겠다고 하니, 주민들은 입을 모아 이 계곡에는 지뢰가 숨겨져 있으니 접근하면 안 된다는 경고를 듣고 또 한 번 몸서리 쳤다. 그야말로 악몽의 파서탕이었다.

 

지뢰밭 파서탕은 인간의 접근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2021.2.14.)

'평화 도시-평화 마을 > 접경 평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통일을 고대하는 마을  (0) 2021.03.02
또 하나의 분단?  (0) 2021.02.22
인제 남부의 하늘 내린 산천  (0) 2021.02.07
‘빙국(氷國)’ 철원  (0) 2021.02.01
접경지역의 짜장면  (0) 2021.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