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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도시-평화 마을/접경 평화

접경지역의 짜장면

접경지역의 짜장면

평화로 가는 길 (7)

 

김승국(평화 활동가/ 문명전환연구소 소장)

 

평화가 하늘이다[和乃天]

 

내가 제일 좋아하는 술은 막걸리이고 가장 즐기는 음식 중의 하나는 짜장면이다. 이 두 개의 선호하는 음식을 한꺼번에 취하기 위해 짜장면을 안주 삼아 막걸리를 마신 적이 있는데, 왜 그렇게 위장 속에서 두 개의 음식이 서로 반란을 일으키는지 괴로웠다. 참 이상하다. 내가 좋아하는 두 가지 음식을 따로 먹을 때는 좋은데, 두 가지 음식을 한꺼번에 먹으려면 비위에 맞지 않아 위장이 뒤틀리는지

 

그래서 접경지역에 다닐 때도 두 가지 음식을 따로 취한다. 낮에는 언제나 짜장면(짜장면을 먹고 남은 그릇에 집에서 가져온 잡곡밥을 넣고 비빈 김승국표 짜장밥)을 먹고, 일정을 마치고 주차한 뒤 막걸리를 꼭 마시지만 짜장면을 안주로 삼지는 않는다.

 

낮에 반드시 짜장면을 먹는 이유 중의 하나는 서울이나 안산(나의 거주지)에서 먹는 것과 맛과 느낌이 다르기 때문이다. 접경지역의 짜장면은 서울이나 안산지역보다 일단 양이 많아 포만감을 준다. 맛의 비교는 어렵지만 가성비로 볼 때 맛의 우수성을 입증할 수 있다. 그 이유로 '짜장면을 좋아하는 군인들이 접경지역에 밀집해 있는 점'을 들 수 있겠다. 필자의 추정이지만, 군인들이 외박 나오거나 부대 안에서 주문할 때 첫번째 선택지가 짜장면이지 않을까? 내가 군대 생활할 때도 그랬고...

 

이런 탓인지 군부대가 많거나 외박 군인들이 많이 다니는 길거리에는 거의 틀림없이 중화음식점이 있다(가끔 오지의 군부대 지역에 피자집도 있다. 젊은 군인들이 피자를 좋아해서 생긴 피자 가게가 아닐는지...).

 

군인들이 짜장면을 즐기다 보니 입맛에 맞추기 위한 음식점 주인의 노력이 보태져서 맛이 향상되지 않았을까? 물론 군인들이 젊어서 식욕이 왕성하니까 양도 많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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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접경지역마다 짜장면 집의 위치를 주름잡듯 파악하고 있으며, 어느 집이 맛있는지 알게 되어 그 집을 즐겨 찾아가 단골로 삼는다. 나의 단골집 가운데에서 방문 횟수가 가장 높은 곳은, 철원의 직탕폭포 입구 로터리 부근에 있는 장흥 웰빙 짜장이라는 중국 음식점이다.

 

나이든 부부가 운영하는 장흥 웰빙 짜장집은 짜장면의 재료가 다른 가게와 다르다. 보통의 경우 면에 볶은 짜장을 섞는데, 이 집은 <브로커리 가루+녹차 가루+비밀 재료>를 짜장과 섞어 볶은 것을 면에 올려서 손님에게 내놓는다(아래의 사진).

 

브로커리, 녹차, 비밀재료가 섞인 웰빙 짜장면.

이렇게 몸에 좋은 브로커리+녹차+비밀 재료를 섞어서 만들기 때문에 웰빙이라는 상호를 붙인 듯하다. 단돈 5천원을 받는데도 묵은 김치단무지양파를 듬뿍 갖다 준다. 그리고 '대추+둥글레+양파껍질을 넣고 연탄난로 위에서 끓인 차'를 음료수로 대접하니 그야말로 웰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