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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연구(이론)-평화학/마르크스_ 정치경제학

C3I와 마르크스의 ‘교통형태’

김승국

핵미사일의 ‘빛의 교통’, C3I(지휘Command, 통제Control, 통신Communication, 정보Intelligence)를 마르크스(Marx)의 ‘교통형태(Verkehrsform)’ 개념과 견주어 본다.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공동저작인 {독일 이데올로기(Deutsche Ideologie)}는, 역사를 ‘생산력과 교통형태(교류형식, Verkehrsform)의 모순’으로 파악함으로써 사적 유물론(historical materialism)의 출발점을 이룬다. {독일 이데올로기}의 ‘교통형태’는 단순히 인간노동의 성과인 생산물의 교환에 머물지 않고 인간활동의 교환, 개인 ・사회집단 ・모든 나라들 사이의 물질적 ・정신적 교류, 즉 성(性) ・언어 ・전쟁 ・법률 ・세계시장 ・분업 등을 포함한 ‘생산관계’ 개념으로 발전한다.

전쟁이 교통형태의 한 종류라고 밝힌 {독일 이데올로기}는 폭력 ・약탈 등이 역사의 추진력임을 강조하면서 ‘생산력과 교통형태의 매개항’으로 폭력(전쟁)을 상정한다. 위의 교통형태를 ‘생산관계’로 대치할 수 있다면 생산력과 생산관계, 즉 생산양식과 폭력(전쟁)이 불가분의 관계를 형성한다. 그러므로 생산양식과 폭력(전쟁)의 관계를 규명하는 예비행위로서 생산력과 교통형태의 모순을 밝힐 필요가 있다.

생산력과 교통형태의 모순은 계급의 충돌, 의식의 모순, 사상투쟁, 정치투쟁으로 나타난다. {독일 이데올로기}는 역사의 모든 충돌이 ‘생산력과 교통형태의 모순’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강조한다. 마르크스는 일정한 생산관계(교통형태)의 총체가 그 시기에 현존하는 생산력을 토대로 성립하고, 그 생산력의 성격에 조응하며, 또 그 생산력의 발전 조건을 이루지만, 뒤에는 생산력의 발전에 질곡이 되고 그것과 모순되기에 이른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 모순은 질곡으로 작용했던 이전의 교통형태를 대신하여 하나의 새로운 교통형태로, 더욱 발달한 생산력에 적합한 교통형태로 교체됨으로써 해결된다.

마르크스는 ‘역사상의 모든 충돌은 그 원인이 생산력과 교통형태 간의 모순에 있다’는 것, 그래서 이 모순은 ‘그때마다 혁명에 의해 작렬’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마르크스는 ‘생산력과 교통형태의 매개항’으로 전쟁(폭력)을 상정했다. 위의 문구를 현대의 핵전쟁 체계에 적용해 보면, 현대의 핵전쟁은, 핵전쟁 체계를 낳는 자본주의의 생산력과 교통형태를 매개한다. 여기에서 핵시대의 교통형태를 C3I로 규정할 수 있다면, C3I라는 교통형태를 ‘생산관계(C3I는 IT산업의 결과물이므로 이를 둘러싼 생산관계가 형성된다)’로 대치해도 무방하다. 이때 C3I를 에워싸고 생산력과 생산관계, 즉 생산양식과 전쟁(폭력)이 불가분의 관계를 형성한다.

C3I는 (IT 산업을 중심으로 한) 정보자본주의의 생산양식을 대변하지만, 전쟁(핵전쟁체제)과 연결되는 교통형태이므로 지구촌(세계체제, World System)을 절멸시킬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이렇게 C3I라는 교통형태가 자본주의 생산력을 총체적으로 파괴하는 속성을 지니고 있는 점에서, 교통형태와 생산력의 모순이 발생한다.

그런데 생산력과 C3I(교통형태)의 모순은 계급의 충돌, 의식의 모순, 사상투쟁, 정치투쟁으로 나타난다. 미국 자본주의의 군사령부인 펜타곤의 교통형태에 해당되는 C3I는, 제국 ‘미국’의 지배계급의 명령체계를 반영한다. 부시 정권이 지향하는 세계지배의 관계망이 C3I에서 드러난다.

C3I를 중심으로 한 군수자본의 편중이 미국의 생산력을 왜곡하면서 계급충돌이 격화되고 있다. 미국의 선거가 계급투표의 양상을 보이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2004년의 미국 선거는 부시(공화당 후보)의 일방주의적인 군사 파시즘이라는 의식(사상)체계와 케리(민주당 후보)의 다자주의라는 의식체계의 대결이며, 이 대결선상에서 사상투쟁과 정치투쟁이 벌어졌다. 여기에서 ‘역사상의 모든 충돌은 그 원인이 생산력과 교통형태 간의 모순에 있다. 그래서 이 모순은 그때마다 혁명에 의해 작렬되지 않을 수 없다’는 마르크스의 명제를 받아들일 경우, C3I를 에워싼 생산력과 교통형태 간의 모순은 혁명에 의해 지양되지 않으면 안 된다. 적어도 선거를 통한 민주주의 혁명이 요청된다.(2004.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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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국 지음『한반도의 평화 로드맵』(파주, 한국학술정보, 2008) 330~333쪽을 참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