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평화연구(이론)-평화학/동양의 평화이론

평화 사경 (46)-朝三暮四

평화 사경 (46)-朝三暮四

 

김승국 정리

 

 

謂之朝三 何謂朝三? 狙公賦芧曰: “朝三而暮四.” 衆狙皆怒. : “然則朝四而暮三.” 衆狙皆悅

어느 날 저공狙公이 원숭이들에게 말했다. “아침에는 도토리를 세 개 주고, 저녁에는 네 개 주겠다.” 그러자 원숭이들이 모두 화를 냈다. 저공이 다시 말했다. “좋다. 그러면 아침에는 도토리를 네 개 주고 저녁에는 세 개 주겠다.” 그러자 원숭이들이 모두 기뻐했다. <출처; 莊子』 「齊物論>

 

사실 원숭이들만 그런게 아니라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핏대를 세우고 얼굴을 붉혀가며 다투는 것들 중 대부분이 아침에 세 개냐, 저녁에 세 개냐의 문제가 아닌가?

아침에 세 개냐, 저녁에 세 개냐 하는 논쟁은 사실 우리 주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전쟁에서 전력이 상대적으로 약하고 병력이 손실을 입은 쪽이 먼저 휴전을 요청한 후에 협상을 벌이기도 하고, 전력이 우위에 있는 쪽이 먼저 협상을 요청한 후에 휴전하기도 한다. 이 둘 중에 정말로 아무런 차이가 없을까? 또 한 예로 세계 각국이 먼저 핵을 포기하고 관계 정상화를 실현함으로써 안전을 보장하는 것과 먼저 관계를 정상화하고 안전을 보장한 후에 핵을 포기하는 것, 이 두 가지가 동일할까? 먼저 공감대를 얻은 후에 무력 포기를 선언하는 것과 무력 포기를 선언한 후에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과연 아무런 차이가 없을까? <출처; 왕멍 나는 장자다(파주, 들녘, 2011) 160~163>

------

<김승국 사견>;

위의 이야기는 평화협상 때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사안이다.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에워싼 다국간 협상 때에도 朝三暮四식의 흥정이 일어날 공산이 크다. 한반도 평화협상 때 더 가진 쪽이 아침에 네 개를 주고 저녁에 세 개를 나누어 갖자고 제안하면 소통이 잘 될텐데...남북한의 협상에서도 조금 더 가진 남쪽이 네 개를 아침에 먼저주고 나중에(저녁에) 세 개를 줄 테니 평화통일에 관한 공감대를 조성하자고 하면 될텐데...국력이 강한 남한이 아침에 먼저 네 개의 군사력을 줄이며 신뢰양성에 주력하면 저녁에 북한이 적어도 세 개 이상의 군사력을 줄일텐데...이러한 朝三暮四의 군비축소평화체제 구축 작업이 이루어지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인가?

이러한 朝三暮四평화구축 모델을 남북한간에 적용할 뿐만 아니라 집단간의 사회적 갈등해소의 방법으로 활용하면서 공동체의 평화를 이룩할 수 있을텐데...

무엇보다 남북한의 통일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자원분배가 가장 중요한데 북한이 아침에 네 개를 갖게 하고 저녁에 남한이 세 개를 갖는 여유 있는 朝三暮四평화행진의 일상화가 필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