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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연구(이론)-평화학/칼럼-에세이

조선시대 후기 民의 유랑

조선시대 후기 民의 유랑

 

김승국(평화활동가/ 평화만들기 대표)

 

 

밥상 공동체가 깨져 민중항쟁이 일어난 사례를 멀리 러시아에서 찾을 필요가 없다. 바로 조선 땅에서 평화의 밥을 달라고 절규한 민초들의 항쟁이 터졌으며 오늘날의 분단으로 이어져 내려왔다. 조선 후기의 민란이 한반도 분단의 지류를 형성한 것이다.

 

 

한반도 분단이 (국제)정치적으로 1945년 해방 이후에서 비롯되었지만, 사회‧경제적으로는 조선 후기의 민생고(民生苦)으로 말미암은 민란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선왕조의 학정, 지배계급의 가렴주구‧토지수탈로 밥상 공동체를 도저히 이룰 수 없었던 민(民)의 저항이 민란이 되고 이 민란이 이어져 갑오 농민전쟁이 발발했다. 갑오 농민전쟁을 계기로 청일전쟁이 발생하면서 외세가 한반도 문제에 개입했으며, 그 결과 한반도는 국제 대리전의 전쟁터로 전락한다. 민란⟶갑오 농민전쟁⟶청일전쟁⟶러일전쟁⟶신미양요⟶아관파천⟶민비 시해⟶을사 보호조약⟶한일 합병조약(1910년)⟶일제(日帝)지배⟶일제의 패망과 민족해방(1945년)⟶미 군정(1945~1950년)⟶한국전쟁(1950년)⟶정전(1953년)⟶분단체제(1953~현재)로 이어져 오는 가운데, 민초들의 평화로운 삶은 아예 불가능했다. 民이 잘사는 길을 모색할 겨를이 없었다. 평화의 밥을 먹을 수 없는 民의 유랑‧삶의 분단, 생활세계의 분단이 밥상 공동체의 해체로 이어져 사회‧경제적 분단이 가중되었다. 몇 세기에 걸친 사회‧경제적 분단이 1945년 이후의 (국제)정치적 분단과 어우려져 한반도 분단의 원류를 이룬다.

 

 

그러므로 조선후기부터 비롯된 사회‧경제적 분단(및 이로 말미암은 민중의 밥상 공동체 해체)을 거론하지 않는 한반도 분단론은 단견에 그친다. 민생고로 인한 밥상 공동체 해체가 사회‧경제적 분단을 낳은 조선후기의 민중생활사를 다루지 않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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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는 [시민사회 신문]에 기고한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