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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도시-평화 마을/3세계 숍

[커피 장사 수기(83)] 동네 주민들과 밀착하는 평화 마을 만들기는 불가능한가


커피 장사 수기(83)


 

동네 주민들과 밀착하는 평화 마을 만들기는 불가능한가

 

김승국(커피공방 뜰의 점장)

 

동네 주민들과 밀착하는 평화 마을 만들기를 위하여 1년 동안 여러 가지 시도를 했으나 실패했다.

 

17~18세기에 유럽에서 성행했던 시민 밀착형 커피 숍을 모방하여 동네 주민과 함께하는 커피 숍을 표방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했으나 여의치 않다. 유럽의 시민 밀착형 커피 숍은, 시민들의 소통공간(의견 교환 장소)․정치토론장․사회의식 함양 교실․지식 교환소(penny university)․정보 유통공간․토론 장소로 활용되었다. 커피 숍에서 프랑스 혁명의 씨앗이 뿌려졌고, 증권회사․․ 정치 신문․시민 교양대학이 만들어졌다.

 

 

20세기에 풍미했던 유럽형 풀뿌리 민중운동의 거점인 ‘민중의 집’도 이러한 커피 숍의 연장선상에서 운영되고 있다. 동네 커피 숍에서 생활정치를 실험한 바탕 위에서 유럽의 민중운동-사회주의 정당이 발전한 것이다.

 

시민과 밀착하는 유럽형 커피 숍의 닮은 꼴을 한국에서 만들 필요가 있으며, 이러한 필요에 부응하기 위해 여러 가지 프로그램(상담 카페․북 카페․실버 아카데미 등)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실버 아카데미는 훌륭한 발상이지만, 발상을 키우지도 못한 채 중단되었다. 우리 가게 부근의 아파트 주민인 전직 대학 교수가 실버 아카데미(노인 교양대학)를 주창하면서 실행에 옮길 듯 하더니 연락부절이다. 노인 문제가 심각한 한국 사회에서 노인들의 경험․지혜를 나누면서 공동체를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노인들의 소일거리를 제공하는 동네 노인정이 하지 못하는 역할을 실버 아카데미에서 하자는 논의만 단 한차례 하고 시들해졌다.

 

노인정에 적응하지 못하고 집안에서 맴도는 유능한 노인들이 그들먹하다고 한다. 젊었을 때 능력을 발휘했던 노인들의 지식․지혜․기능을 활용하면 지역사회 발전의 밑거름에 될텐데...그걸 못하는 지역사회가 답답하여 커피 공방 뜰에서 대행하고 했는데 잘 되지 않는다.     

 

잘 안 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유럽과 한국의 사회적인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유럽의 경우 시민의식이 높은 주민들이 앞장서지만, 한국에서는 시민의식 공감대 형성이 어렵기 때문에 앞장서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렇다고 커피 파는 커피 숍에서 그런 일을 대행하기도 어렵다. 무엇보다도 마을의 구성원들끼리 공동체를 만들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게 가장 큰 문제이다. 한국인들의 오랜 생활공동체인 ‘두레’의 전통이 산업화 과정에서 단절된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지역 주민들 스스로 ‘평화로운 삶을 영위하기 위한 두레(평화 두레)’를 자발적으로 만들어야 평화 마을 만들기의 기초 작업이 이루어지는데, 평화두레의 맹아도 보이지 않는 게 현실이다.

 

평화두레의 맹아를 심으면서 평화 마을 만들기에 진입하려고 개업 초반의 계획이 흔들리고 있다. 평화두레의 씨앗 뿌리기 작업을 커피 공방 뜰에서 실행하려고 노력했으나 주민들의 호응이 없어서 맥이 풀려 있는 상태이다. 평화두레의 맹아를 키우기 위해 지역 주민들이 노력하지 않는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 나아가느냐가 가장 큰 과제이다.(2012.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