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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연구(이론)-평화학/중립화, 영세중립

영세중립ㆍ중립화 통일의 길 (46)--- 한반도 중립화 통일의 이행 (7)

김승국


미국이 주체가 되는 과제ㆍ단계별 실행 구조


한반도 중립화 통일의 이행표에서 미국이 주체가 되는 과제ㆍ단계별 실행 구조를 밝힌다. 한반도의 중립화 통일을 위한 미국의 과제는 주한미군의 중립화, 한미동맹의 중립화, 미일동맹의 중립화이다. 한반도 중립화 통일의 군사적인 관문인 주한미군ㆍ한미동맹ㆍ미일동맹을 중립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중립화(중립화 통일)를 위해 주한미군ㆍ한미동맹ㆍ미일동맹을 중립화시켜야한다는 뜻이다.


‘어떤 국가가 다른 국가들 간의 전쟁에 참여하기를 거부하고, 교전 당사국들에 대해 공평한 태도를 유지하며, 교전 당사국들이 이런 불개입과 공평함을 인정함으로써 생기는 법적 지위’를 중립이라고 일컫는다. 이러한 중립개념에 따라 미국이 한반도 중립화 통일의 주체가 되려면 ① 남한 또는 북한이 한반도 안팎에서 벌어지는 다른 나라들 간의 전쟁에 참여하기를 거부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하고 ② 남북한이 교전 당사국들에 대해 공평한 태도를 유지하게 도와주어야 하고 ③ 교전 당사국들은 남북한의 불개입ㆍ공평한 태도를 인정해줘야 한다.


위의 ①항에서 ‘다른 나라들 간의 전쟁’은, 한반도 주변 강대국들(미국ㆍ중국ㆍ일본ㆍ러시아) 사이의 양자 간 전쟁이나 다자간 전쟁, 미국-이라크 전쟁, 미국-아프가니스탄 전쟁, 미국-베트남 전쟁 등이다. 19세기의 청-일 전쟁, 러-일 전쟁과 유사한 전쟁이 한반도 주변에서 일어났을 때, 남북한이 이러한 전쟁에 참여하는 것을 거부할 수 있도록 보장해줘야 한다.


현재 중국을 옥죄는 미국의 안보전략상 미국-중국 간 갈등ㆍ분쟁ㆍ전쟁이 일어날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은데, 이때 남한이 한미동맹과 무관하게 미국-중국 간 전쟁에 참여하기를 거부할 수 있도록 미국 등의 한반도 주변 강대국들이 보장해줘야 중립화 통일이 이루어질 텐데 그 게 가능한 일인가? 미국-중국 간 갈등ㆍ분쟁ㆍ전쟁이 일어난다면 한미동맹의 구조상 한국군의 자동적인 참여ㆍ자동 참전이 불가피하고, 주한미군이 남한 땅을 중국 공격의 발진기지로 사용하며, 미일 동맹군(주일미군+일본 자위대)이 한미 연합군의 중국 공격을 후방 지원할 것이다. 이 때 남한 정부가 이러한 전쟁에 휘말려드는 것을 거부할 자유를 미국ㆍ일본 등의 한반도 주변국들이 부여해줄 수 있나?


주한미군ㆍ한미동맹ㆍ미일동맹이 남한 정부의 참전거부 자유를 보장해주면 한반도 중립화의 길이 열리는데 현재의 주한미군ㆍ한미동맹ㆍ미일동맹 구조로 볼 때 불가능하다. 가능하게 하려면, 주한미군ㆍ한미동맹ㆍ미일동맹을 탈바꿈시켜야한다. 한반도 안팎의 갈등ㆍ분쟁ㆍ전쟁을 조장하는 세력이 아니라, 한반도ㆍ동아시아의 평화를 유지ㆍ관리하는 주한미군ㆍ한미동맹ㆍ미일동맹이 되도록 전환시켜야 한다. 전환시키기 위해 한반도ㆍ동아시아 정세의 중립지대로 주한미군ㆍ한미동맹ㆍ미일동맹을 유인해야한다. 미국-중국의 전쟁판을 권투 경기장으로 비유할 경우, 미국-중국을 권투 링의 중립코너에 몰아넣어 남한 정부의 참전거부 자유를 얻어내야 ‘주한미군ㆍ한미동맹ㆍ미일동맹’이라는 중립화 통일의 장애물을 제거할 수 있다. 남한 정부가 이라크 전쟁(미국-이라크 전쟁), 아프간 전쟁(미국-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대한 참전거부 자유를 누리며 미국의 파병요청을 거부할 자유를 얻어내야 중립화 통일의 자격이 주어진다.


위의 ②항과 관련하여, 남북한이 파병ㆍ참전을 거부함으로써 교전 당사국들에 대해 공평한 태도를 유지하도록 주한미군ㆍ한미동맹ㆍ미일동맹이 도와주어야 하는데 현실적인 상황은 이에 역행하고 있다. 그래서 주한미군ㆍ한미동맹ㆍ미일동맹을 중립화시켜 ‘남북한이 파병ㆍ참전을 거부함으로써 교전 당사국들에 대해 공평한 태도를 유지하는 구조’를 만들자는 것이다.


위의 ③항과 관련하여 교전 당사국들(미국-중국 간 전쟁ㆍ분쟁의 경우 미국과 중국이 교전 당사국이 된다)이 남북한의 불개입ㆍ공평한 태도를 인정하는 중립화 통일의 체계를 갖추기 위해, 주한미군ㆍ한미동맹ㆍ미일동맹으로부터 해방되는 해방구를 만들자는 것이다. 해방구를 만들기 위해 주한미군ㆍ한미동맹ㆍ미일동맹의 중립화를 거론하는 것이다. 그러면 주한미군의 중립화를 먼저 거론한다.


1. 주한미군의 중립화 ①


이철기 교수는 주한미군 중립화 방안을 줄곧 주장하고 있다. 이 교수는 “휴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대체되면 주한미군의 지위가 바뀔 수밖에 없다. 비무장 지대를 ‘평화지대화’하고 여기에 주한미군이 일부 참여하는 다국적 평화유지군을 주둔시키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평화유지군(PKF)은 유지할 평화가 있어야만 존재할 수 있다. 따라서 주한미군이 평화유지군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우선 평화협정이 체결돼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 역시 1990년대부터 주한미군의 평화유지군으로의 성격변화를 주장하고 있는 만큼 이 방안으로의 타협이 현실적으로 가능할 것이라는 게 이 교수의 논리다.
주한미군 중립화 논의는 또 있다. 김대중 대통령은 지난 해[1999년] 4월 장군 임명식 때 “북한이 주한미군의 존재를 평화유지군이라면 인정한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밝혔다”고 말하기도 했다. 주한미군 중립화론이 여기저기서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는 것이다.
한반도 전문가로서 북한의 입장을 간접적으로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셀리그 해리슨 윌슨 연구소 선임연구원도 평화유지군 성격으로 주한미군을 중립화하자는 주장을 오랫동안 제기해왔다. 그의 한반도 군사적 중립화 주장은 남북한과 미국 3자의 평화유지군 구조 내에서 ‘안정자’와 ‘균형자’ 역할로 주한미군의 위상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주한미군철수 국민운동 본주 이창은 집행위원장도 “한반도 주변정세 속에서 주한미군 문제는 중립화로 몰아가는 것이 합리적이다”라고 말했다.
평화유지군의 형태에 대한 뚜렷한 그림은 아직 없다. 다만 이철기 교수의 중립화 방안은 유엔 평화유지군보다는 다국적 평화유지군 형태를 바람직한 모습으로 상정하고 있다. 이 교수는 다국적 평화유지군이 바람직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유엔 평화유지군은 유엔이 한국전쟁에서 북한과 대결했던 당사자라는 점 때문에 북한이 달가워하지 않을 수 있고 평화유지군을 미국이 주도할 수밖에 없다.”(조계완, 42)


주한미군이 평화유지군으로 탈바꿈하는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군의 존재의미가 사라진다. 존재의미가 사라진 주한미군은 일단 철수하고 푸른 색 베레모를 쓴 유엔 평화유지군 또는 다국적 평화유지군이 한반도에 주둔하며 중립화 통일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겠다.


이러한 과정을 한반도 중립화 이행쪽으로 끌어들이면, 주한미군의 중립화(미군철수-평화유지군化)에 관한 문제제기ㆍ공론화하는 기간이 필요한데, 이 기간을 한반도 중립화 이행표의 제1단계로 삼을 수 있겠다. 이어 평화협정이 체결된 뒤 주한미군이 철수하고 유엔 평화유지군 또는 다국적 평화유지군이 한반도에 주둔하는 기간을 한반도 중립화 이행표의 제2단계로 상정할  수 있겠다.


평화협정 체결에 이은 주한미군 철수를 분기점으로 한반도 중립화 이행표의 제1단계와 제2단계가 나뉜다. 이러한 분기점은, 필자가 이미 제시한「한반도의 평화 로드맵」(김승국, 2008, 188-198)의 분기점과 엇비슷하다.
「한반도의 평화 로드맵」에서 GPR(전 세계에 걸친 ‘미군 관련 방위체제의 재편’)의 요소를 넣어, ‘주한미군의 단계적 철수’를 제1단계와 제2단계의 분기점으로 삼았으며 한반도 중립화 이행표에서는 주한미군의 중립화(미군철수-평화유지군化)라는 요소를 넣어 제1단계와 제2단계의 분기점으로 삼은 점만 다른 뿐, 주한미군 철수의 이행 방향은 거의 비슷하다.
그런데 위는 주한미군의 위상 변화ㆍ지위변경ㆍ전환ㆍ탈바꿈에 관한 양자(「한반도의 평화 로드맵」과 한반도 중립화 이행표)의 논리적인 정합성에 관한 것일 뿐, 현실은 논리와 다르게 진행될 수 있다.


현실적으로 한국 정부가 전시작전 지휘권을 미국으로부터 양도 받는 기한을 늘려 잡았기 때문에, GPR에 따른 주한미군의 자발적인 철수가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반도 중립화 이행표의 제1단계에 해당되는 주한미군 중립화(미군철수-평화유지군化)의 공론화를 통해,「한반도의 평화 로드맵」의 제1단계(주한미군의 단계적 철수)를 이루기 위해 더욱 노력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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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 자료>
* 김승국『한반도의 평화 로드맵』(파주, 한국학술정보, 2008)
* 조계완「“중립화로 긴장을 풀어라”」『한겨레 21』제316호(200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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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는 평화 활동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