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국
중립 지향적인 군사구조 ➃
1. 단계별 군축 추진
1) 제2단계; 강도 높은 군축(김승국, 2008, 127)
제1단계의 군비통제 ‧ 군축 병행을 통해 한반도에서 전쟁을 반대하는 ‘반전(反戰; anti-war) 시스템’을 만든다. 이 시스템을 확고한 틀로 굳히기 위해 제2단계에서 ‘강도 높은 군축’을 실시하며 2단계의 후반부에서는 연방제를 준비하기 위한 ‘비전(非戰; no-war) 시스템'을 시도한다. 강도 높은 군축의 기본전제는 외국군의 완전 철수이며 한반도 전체의 경무장화(輕武裝化)이다. 경무장화의 조건이 갖춰져야 [중립화 통일을 지향하는] 평화국가 연합으로 진입할 수 있다.
2) 제3단계; 비무장 연방제 지향(김승국, 2008, 128-130)
연방제 통일의 초기단계에는, 민족방어에 주력하는 차원에서 적정한 무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연방제 통일이 안정되는 속도에 걸맞은 비전(非戰) 시스템, 즉 ‘비무장 ‧ 비동맹 중립-동북아 비핵 지대화’를 지향하는 비무장 연방제로 나아가야할 것이다.
비무장 연방제의 기본 원리인 ‘비무장 ‧ 비동맹 중립’을 시행하는 나라는 코스타리카이다. 코스타리카에는 상비군이 없고, 최소한의 경찰과 민간 예비 자위조직이 시민사회를 자체 방어한다. 이러한 민간주도 방위론은 진 샤프(Gene Sharp)의 CBD(Civilian Based Defense) 이론과 관련이 있다.
① CBD
CBD는 외세의 침략이나 군사 쿠데타 등 정당하지 않은 정치권력이 시민의 자유와 권리를 박탈하거나 억압하려고 드는 경우 비폭력 저항의 수단으로 그들의 행동을 저지하고 또 물리치는 집단활동의 전략전술이다. 이 운동의 이론가인 진 샤프(Gene Sharp)는 비폭력 저항 행위를 하나의 전투로 비유하고 그 싸움에 활용하는 정치기법이나 수단들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누고 있다. 첫째가 항의와 설득, 둘째가 불복종과 비협조, 셋째는 비폭력 간섭(Non-violent Intervention)이다. CBD 이론과 기법은 국민들로 하여금 실제로 주권자 행세를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 효과적인 방법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매우 획기적인 의의를 갖는다. CBD 운동은 시민들의 자유로운 선택에 의하여 다양하게 전개될 수가 있다. 한국이 처해있는 현실여건을 보아서 CBD 운동은 평화통일을 앞당기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주1)
② 탈무장화
군사적 방위에서 민간주도 방위전략으로의 전환은 이 이론가들에겐 방어능력의 축소나 포기가 아니라 군사적 ‘무장’으로부터 정치 사회 경제 심리적 무기를 통한 전 국민의 ‘무장화’를 의미하게 되는데 진 샤프의 경우 그러한 과정을 탈무장화(transarmament)라고 부르고 있다.(주2)
탈무장은 군축이나 무장해제와는 다르며 기존의 군사력에 의존하는 형태의 무장으로부터 탈피하여 사회내의 심리적,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무기를 사용하면서 국민(시민)에 의존하는 무장의 형태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비폭력적 무장이다. 탈무장이 군축과 동일시되는 것은 아니나 결과적으로 탈무장은 군축이며 완전한 탈무장은 비무장이라 할 수 있다.(주3)
군축이 상호불신, 군사력 측정난 등으로 실행이 쉽지 않으나, 탈무장화로서의 CBD는 시민(시민사회 조직)의 시민방위(Civilian Defense)만 있으면 실행 가능하다.
③ CBD와 연방제 통일
연방제 통일 이전 단계에는 상비군 중심의 군축논리로서 남북 공동안보 ‧ 합리적 충분성 원리 등이 중요했다. 그러나 연방제 통일의 초기단계에서는 중무장한 상비군이 무의미해지므로 방어지향적인 민족방어 논리가 긴요하다. 또 연방제 통일의 안정기에는 비무장 연방제를 지향하므로, 탈무장화가 중요한 가치가 되고 이런 가치를 실현하는 방편 중 하나로 CBD 등이 거론될 것이다. 이 때 민중의 평화적 생존권을 지키고 생명을 보위하기 위한 생명안보 차원에서 CBD 등을 비무장 연방제의 안보 논리로 채택해봄 직하다.
지금까지 중립 지향적인 군사구조에 관하여 설명했는데, 그러면 이러한 군사구조를 남북한이 어떻게 만들어 가느냐가 커다란 과제이다.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황인관 선생이 제시한「코리아 영세중립 통일을 위한 헌장」의 관련 부분을 아래와 같이 소개한다.
2.「코리아 영세중립 통일을 위한 헌장」
남북이 우선적으로 해야 할 것은 상호 무기경쟁과 군사적 대립을 피하고, 이념적 정통성을 주장하는 대립을 지양하고, 외국과의 군사동맹으로부터 탈피하여 중립화를 스스로 실천하는 것이다.
제4조: 평화통일의 절차를 시작하는 단계로, 남북 정부는 먼저 상호 불가침 조약과 평화공존 조약을 체결하고, 상대국 수도에 상주 대표부를 설치한다. 본 조약에는 ‘최고합동 통일위원회(SJCR)’와 같은 합동통일 위원회를 임시로 설치하는 조항을 포함한다. 남북정부의 위임을 받은 최고합동 통일위원회는 남북통일을 관장할 최고 상설기구이다.
제5조: 최고합동 통일위원회는 ‘코리아 통일 공화국’[중립화 통일될 나라의 이름]의 영세 중립에 따른 새로운 제도에 적합한 남북한의 군대를 재평가하고 조정하는 상설된 합동 무기통제와 무기감축을 담당할 위원회를 설치한다. 최고합동 통일위원회는 코리아 통일 공화국의 영세 중립에 반(反)하는 외국의 간섭과 침략에 대처하기 위해 상설된 합동군 사령부를 조직한다. 코리아 통일 공화국의 군대는 남북 간에 다소의 차이는 있겠으나 동일한 수와 무력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최고합동 통일위원회는 평화통일의 목적달성을 위해 하시라도 외국이나 국제기구와 협상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최고합동 통일위원회는 코리아의 휴전협정을 코리아 통일 공화국에 영세중립을 보증하는 조약으로 변경하는 데 있어서 국제연합(특히 미국과 중국 포함)과 협의해야 한다. 최고 합동통일 위원회의 모든 결정은 남북한 정부의 최고 결정자의 승인을 받음으로써 효력을 발생한다.
제7조: 코리아 통일 공화국은 어떠한 경우에도 타 국가의 평화에 저해되는 무력사용과 위협을 해서는 안 되며, 타국의 국제적 문제에 간섭해서도 안 된다. 코리아 통일 공화국은 어떠한 군사동맹을 해서도 안 되며, 영세중립 정책에 부합되지 않는 어떠한 군사적이거나 또는 군사협정을 체결해서도 안 된다. 코리아 통일 공화국은 자국의 영토 내에 외국의 어떠한 군사기지의 건설을 허락해서는 안 되며, 또는 타국의 국내문제에 간섭할 목적으로 자국의 영토를 사용하는 것도 허락해서는 안 된다.
코리아 통일 공화국은 자국의 국내문제에 대해 외국의 어떠한 형태의 간섭도 허락해서는 안 되며, 어떠한 동맹이나 또는 군사연합을 승인해서도 안 된다.
코리아 통일 공화국은 자국의 안보와 방위 목적에 필요한 무기를 제외하고는 어떠한 무기나 탄약이나 전쟁 물자를 자국의 영토에 반입되는 것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 코리아 통일 공화국은 어떠한 외국의 간섭이나 공격에 대비해서 무장목적이 아닌 자국의 중립화를 방어하는데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자국의 독립과 영토의 통합을 지켜야 한다.
제9조: 4대 국가들(4대 보장국;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은 어떠한 형태의 외국 군대나 또는 병력을 코리아 통일 공화국에 들어오게 해서는 안 되며, 외국 군대나 또는 병력을 위한 어떠한 형태의 시설물을 통일 코리아 공화국에 유입하게 해서도 안 된다. 4대 국가들은 코리아 통일 공화국에 어떠한 외국 기지나 또는 어떠한 종류의 외국 군대의 시설물을 건설할 수 없다. 4대 국가들은 다른 국가들의 내정에 간섭하기 위하여 코리아 통일 공화국의 영토를 이용해서는 안 된다. 4대 국가들은 코리아 통일 공화국의 내정에 간섭하기 위해 그들을 포함하여 어떤 국가의 영토를 이용해서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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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 자료>* 김승국『한반도의 평화 로드맵』(파주, 한국학술정보, 2008)
* 황인관「코리아 영세중립 통일을 위한 헌장(초안)」『평화 만들기(http://peacemaking.kr)』416호(2010.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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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주1) 한승조 「CBD이론과 한국의 민주시민교육」『평화연구』제3호(1994년, 고려대 평화연구소) 111~113쪽.
(주2) 강성학 「CBD이론에서 본 한반도의 안전보장과 그 전망」『평화연구』3호(1994년, 고려대 평화연구소) 123쪽.
(주3) 현인택 「CBD이론에서 본 남북한 평화통일 방안」『평화연구』4호(1995년, 고려대 평화연구소) 146~1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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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는 평화 활동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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