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국
1945년 8월 9일. 가톨릭 사제의 기도가 올려진 이른 아침에 데니안 섬을 출발한 폭격기가 나가사키의 우라카미(浦上) 성당 위에 핵무기를 투하했다. 기독교 국가 미국의 종군목사의 기도(핵무기의 성공적인 투하를 기원함) 직후 출격한 핵탑재 전폭기가 나사시키 기독교 신자들의 머리 위에 핵무기를 떨어뜨린 것이다.
핵투하의 성공을 기원함으로써 간접적인 전범(핵무기 투하는 전쟁범죄에 해당된다)이 된 종군 성직자들의 기도와 사후(事後)의 회한을 다룬 구리바야시 테루오(栗林輝夫)의 저서『原子爆彈とキリスト敎』(東京, 日本キリスト敎團出版局, 2008)를 아래와 같이 요약한다.
1. 기도
* 원폭(원자폭탄)을 싣고 히로시마ㆍ나가사키를 향했던 미군 폭격기(에놀라 게이, 보크스카)가 데니안 섬(원폭탑재 전폭기가 주둔했던 미군기지)을 날아오르기 직전에, 데니안 섬에서 근무하던 종군 성직자들<루터파의 종군목사인 윌리암 도니, 가톨릭 사제인 죠지 자벨카(George Zabelka)>이 원폭탑재 폭격기의 출격을 축복해주었다. 핵무기를 실은 에놀라 게이(폭격기의 이름)가 히로시마를 향해 출격할 때, 도니 목사는 승무원들 앞에서 다음과 같이 기도했다; “전능하신 하나님 아버지, 우리들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지금부터 당신의 하늘(天空)에 과감하게 올라가서, 적[일본]에게 일격(一擊)을 가하려는 이들과 당신이 함께 하여주시길 바랍니다. 이 비행을 호위해주시고 당신의 힘으로 이들의 승무원들로 하여금 전쟁의 종지부를 빨리 찍는 사람이 되게 하여 주소서. 전쟁이 조기(早期)에 종결되어, 평화가 지상에 재현되도록 하여 주십시오. 오늘 밤 비행하는 사람들을 지켜주시고 무사히 우리들의 품으로 귀환하도록 해 주세요. 앞으로 끊임없는 신의 가호를 믿으며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아멘!”(72~73쪽)
2. 후회
* 도니 목사는 2차 대전의 종전 이후에 원폭공격을 신의 이름으로 기원해준 것을 크게 후회했다. 자신은 아우구스티누스의 정전론(정의의 전쟁론)에 따라 시민을 공격해서는 안 된다고 배워 익혔는데 에놀라 게이가 출격할 때 그런 가르침(아우구스티누스의 정전론)이 머리에 떠오르지 않았다고 한다(73쪽).
* 이렇게 말한 도니 목사는 2차대전 이후에 원폭투하에 대한 정신적 트라우마(Trauma)를 지닌채 병사들을 상담해주는 사람이 되었으며 어떠한 핵무기도 반대하는 절대 평화주의의 길을 걸었다. 한편 나가사키로 출격한 핵탑재 폭격기의 전도를 축복해준 죠지 자벨카 종군사제. 그는 당시에 원폭투하가 올바르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민의 살육이 엄청났음을 알고 그 뒤에 모든 폭력에 반대하는 평화활동에 몸을 바쳤다. 자벨카는 “예수의 가르침과 전쟁은 정반대이고 물과 기름인데, 종군사제인 자신은 폭력을 퇴치한 예수의 손에 무리하게 기관총을 안겨주었다. 그러한 모독적인 예수의 모습을 진실이라며 병사들에게 가르쳤고 ‘주를 극구 칭찬한다’며 찬미가를 부르며 총탄(銃彈)을 건네주었다. 에놀라 게이와 보크스카의 승무원에게 그러한 모독적인 그리스도의 이미지를 심게한 것은 자신이었다”고 인터뷰에서 말했다(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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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는 평화 활동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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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 자료>
* 栗林輝夫『原子爆彈とキリスト敎』(東京, 日本キリスト敎團出版局,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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