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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연구(이론)-평화학/평화 만들기의 대안

아시아의 평화 공동체를 위한 제언

김승국

1. 서 론

요즘 한반도-일본-중국-러시아를 에워싸고 ‘탈미(脫美) 동아시아 연합체’를 형성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이들 나라들은 9 ・11 사태 이후 미국의 일방주의적인 반테러 전선에 동조했다. ‘반테러 전쟁을 지지하면 미국 편이고, 반테러전쟁을 반대하면 빈 라덴 편’이라는 편 가르기에서 미국 편에 서지 않을 수 없었다. 미국에 가장 강하게 저항하던 북한마저 미국 편에 서는 체했을 정도이다.

그러나 9 ・11 사태를 빌미로 동아시아 국가들을 ‘반(反)테러 전선’으로 묶었던 끈이, 2002년 9월 17일의 북 ・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풀어지기 시작했다. 미국에 대한 충성심이 강한 고이즈미 수상이 미국의 사전 결제 없이 북 ・일 정상회담을 추진한 사실은, ‘반테러 전선’이라는 댐의 일부가 무너지고 있음을 알려준다. 더욱 미국을 놀라게한 것은 러시아가 북 ・일 정상회담을 주선했다는 점이다. 미국의 부관(副官)인 일본과 미국의 손아귀에 들어온 러시아가, 미국이 가장 싫어하는 북한과 손을 잡기 위해 이심전심(以心傳心)으로 노력한 지점에서 ‘반테러전쟁 전선’의 붕괴 음이 들린다.

러시아는 미국 주도의 아프간 전쟁(아프가니스탄을 상대로 한 전쟁)에 협조하는 한편 미국과 카스피 해의 유전을 놓고 미국과 신경전을 벌였다. 그런데 아프간 전쟁의 확대판인 이라크 전쟁(이라크와의 전쟁)을 둘러싸고 미국에 비협조적이다. 후세인 정권을 붕괴시킨 다음 이라크의 석유를 독점하려는 미국에 러시아의 이라크 석유 이권을 넘겨줄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오기 시작한 러시아는 시베리아 철도를 ‘철(鐵)의 실크로드(Silk Road)’로 만들기 위해 북 ・일 정상회담을 주선했다. 일본과 미국의 자원 ・자본을 한반도의 동해선(부산~강릉~금강산~원산~나진~북한 ・러시아 ・중국의 접경지대行) ・경의선(부산~서울~신의주行)을 경유하여 시베리아 철도(TSR ・TCR)로 유럽까지 실어 나르려는 원대한 꿈이, 미국을 배제하는 북 ・일 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

미국을 더욱 놀라게 한 것은, ‘철의 실크로드’ 등을 매개로 한 북한 ・일본 ・러시아 간의 회동의 폭이 넓어져 중국 ・한국이 가세하고 있는 점이다. 앞으로 ‘철의 실크로드’의 계류장인 신의주 개방을 중국이 지원하게 될 것이며, ‘철의 실크로드’ 연결공사 중 하나인 경의선 복원공사가 거론되고 있다. ‘철의 실크로드’ 하나만으로도 남북한-일본-러시아-중국을 하나의 띠로 엮을 수 있고 여기에서 미국이 발 붙일 공간이 협소하다는 새로운 발견이, ‘동아시아 연합’이란 새로운 바람의 진원지이다.

그런데 북한이 이 새로운 바람의 소용돌이인 점이 미국을 더욱 괴롭힌다. 북한을 상대로 전쟁의 바람(戰爭風)을 일으켜 아시아를 지배하려는 구도가 무너지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새로운 바람이 ‘미국 배제의 아시아판(版) 자원 공동체’ 선풍을 일으켜 아시아에 ‘제2의 EU’가 탄생한 데 이어, 평화의 바람(平和風)을 일으켜 아시아인 주도의 공동안전보장 틀을 낳는다면, 미국은 아시아에서 떠날 채비를 해야 한다.

전쟁 중독에 걸린 부시 정권은, 동아시아에서의 ‘반테러 전선’ 붕괴가 ‘탈미 동아시아 연합체’를 형성함으로써 ‘평화풍’이 일어나는 것을 가장 두려워한다. 최근 들어 ‘북한 핵개발’ 이라는 도깨비 방망이를 또다시 두들기는 미국 행정부의 행각에서 ‘평화풍에 대한 미국의 공포심’을 읽어낼 수 있다.

미국 배제의 새로운 바람이 ‘아시아인 주도의 새로운 세계’ 를 향한 강풍이 될 것을 우려한 미국은, 강풍의 예방조치로 ‘북한 핵개발’ 소동을 벌였다. 새로운 바람의 소용돌이를 일으키고 있는 북한을, ‘핵개발을 시도하는 악(惡)의 축(軸)’으로 떼어냄으로써 남북한의 화해 분위기를 망친 다음 ‘탈미 동아시아 연합체형성 기류’에 찬바람을 일으키려는 저의가 엿보인다.
그러므로 동아시아의 정세를 해독하는 코드(Code)는, ‘반테러전쟁 전선 對 탈미 아시아 연합체 형성 기류’의 길항관계(拮抗關係) 위에서 부는 ‘전쟁풍(戰爭風) 對 평화풍(平和風)의 작용 ・반작용’이다. 여기에서 미국의 작용(전쟁풍으로서의 action)에 맞서는 반작용(reaction, 평화풍)의 힘, 즉‘아시아 평화 공동체의 힘’을 어떤 경로를 통해 어떻게 축적하느냐가 문제로 떠오른다.

필자는 이와 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전쟁과 평화의 구도 위에서 ‘아시아 연합’의 기류가 ‘아시아 평화 공동체의 힘’을 낳을 수 있는 길을 모색하면서 몇 가지의 과업을 제시한다.

2. 아시아의 평화 공동체를 이룩하기 위한 과업

첫째, 냉전이 만든 아시아의 분단선을 해체하는 과업이다. 아시아의 분단선을 상징하는 남북한의 DMZ(비무장지대)는 ‘비무장지대’가 아니라 세계 최고의 화약고가 되어 있는 역설을 낳고 있다. 이러한 역설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남북한 민중의 평화통일 염원이 깃든 ‘남북한 주도(미국의 입김 배제)의 평화 공동체’를 내와야 한다.

아시아의 또 하나의 분단선인 중국 ・대만의 국경선 부근에 미국의 그림자가 사라지면 중국통일이 앞당겨질 것이다. 중국 포위 전략에 모든 힘을 쏟고 있는 미국이 대만을 중국 포위의 거점으로 삼기 때문에 미국 ・중국 사이에 갈등관계가 상존하고 있다. ‘아시아의 평화를 원한다’는 미국 정부의 발표가 구두선(口頭禪)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대만을 ‘중국 역공의 거점’에서 해방시켜야 한다.

미국은 남북한의 분단, 중국 ・대만의 분단을 통해 동아시아인들끼리 티격태격하도록 해놓고 갈등의 장기화를 도모하기 위해 친미국가(한국 ・대만)의 군비확장을 종용하고 있다. 최첨단 미제(美製) 무기로 무장한 한국과 대만이 북한 ・중국과 군사적으로 대치하는 전선을 미국이 총체적으로 관리하는 ‘아시아의 분할 ・통치(divide and rule)’ 구도를 지양하지 않는 한 ‘아시아인의 연합에 의한 평화 공동체’ 건설은 요원하다.

둘째, 전쟁의 역사를 청산하는 과업이다. 아시아는 유럽과 달리 19세기부터 오늘날까지 이루어진 전쟁의 역사를 청산하지 못하고 있다. 전쟁으로 날을 지새운 유럽은 2차 대전 이후 독일이 중심이 되어 전쟁 청산(과거사 청산) 작업에 돌입하여 유럽 평화의 기초를 쌓았다. 만일 독일의 과감한 과거사 청산이 없었더라면 오늘날 ‘EU를 통한 유럽 평화 공동체’를 향유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런 뜻에서 일본이 과거사 청산에 소홀한 것은 아시아의 평화 공동체 형성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일본이 과거사 청산에 게으른 것은 단순히 정치집단만의 책임이 아니다. 일본인들이 아시아의 현대사를 전쟁으로 물들인 ‘역사 앞에서의 죄’를 고백성사(告白聖事)하지 않은 책임이 더 크다. ‘역사 앞에서 전쟁의 죄’를 고백하며 참회한 독일은 유럽 평화에 공헌한 반면, 참회하지 않은 일본은 아시아의 평화에 역행하는 유사입법(有事立法)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차이점은, 일본 시민사회가 ‘전쟁의 피해자 의식’ 중심으로 현대사를 읽는 반면, 독일의 시민사회가 ‘전쟁의 가해자 의식’ 중심으로 파시즘의 역사를 극복한 데에서 드러난다. 일본과 독일의 시민사회가 모두 평화교육에 열중하지만, 평화교육을 통한 사회개조(평화로운 사회에로의 이행)에 있어서 일본이 뒤지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셋째, 미국의 아시아 지배체제를 변경시키는 과업이다. 부시 정권은 ‘신자유주의’라는 경제지배 노선과 ‘북한 위협론’을 침소봉대한 군사적 지배 노선의 융합을 통해 동아시아의 헤게모니를 쥐고 있다. 이러한 헤게모니는 미국 지배계급의 축소판인 <軍(펜타곤 ・CIA) ・産(초국적 기업 ・군수기업) ・學(아시아 지배의 정책을 생산하는 Think Tank, 대학 연구소, 대학 교수들) ・政(전쟁 중독에 걸린 부시 행정부 및 이를 방치하는 의회) ・言(부시 정권의 전쟁 책동을 부추기는 언론기관) ・宗(‘악의 축’ 국가들과의 정의의 전쟁(Just War) 이데올로기를 제공하는 기독교 근본주의 세력)의 복합체>에서 나온다. 그러므로 미
국의 전쟁 지향적인 ‘군(軍) ・산(産) ・학(學) ・정(政) ・언(言) ・종(宗) 복합체’를 평화 지향적인 ‘군 ・산 ・학 ・정 ・언 ・종 복합체’로 변환시키지 않는 한 미국의 아시아 지배체제의 근본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아시아의 평화 공동체’는 한갓 꿈으로 끝날 것이다.

넷째, 미국 지배체제로 인한 아시아 시민사회의 분단을 극복하는 과업이다. 미국이 아시아 각국을 분할 ・통치하는 바람에 ‘아시아 국가의 연합체’ 건설이 어려운 상태이다. 이런 상태는 각국의 시민사회에 영향을 미쳐 아시아 국가 간의 애증관계를 닮은 ‘아시아 시민사회 간의 애증관계’로 발전했다. 물론 한 ・일 간의 관계에서처럼 국가 간에는 ‘친미 동맹’으로 묶여 있으나 시민사회 간에는 반일(反日) 감정 ・혐한(嫌韓) 감정이 강한 사례도 있다.

한국에서 반미 감정은 국가보안법의 제재를 받으나 반일 감정은 사회적인 권장사항(?)이 된 이상야릇한 사회의식이 한 ・일 시민사회의 연대를 가로막고 있다. ‘아시아의 탈미 평화 공동체’를 이룩하기 위해 한 ・일의 시민사회가 ‘미국 반대 ・비판(전쟁 지향적인 부시 정권 반대 ・비판) 정서’로 결합되면 반일 ・혐한 감정도 자동적으로 용해될 듯한데, 이런 과업에 천착하지 않는 운동의 한계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 ・북한 ・러시아를 제외한 아시아 각국의 시민사회는 ‘미국 편향적이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국의 시민사회끼리 국경을 초월한 ‘친미(親美) 네트워크’조차 만들어내지 못하는 점은 냉소적으로 넘길 일이 아니다. 아시아의 시민사회끼리 동류의식이 부족한 결과 ‘친미 동맹’도 터놓고 만들지 못하는 판에 ‘아시아 시민사회의 미국 반대 ・비판-반전평화 동맹’을 꾸리는 것은 지난(至難)한 과제이다. 그러나 9 ・11 사태를 전쟁국면으로 반전(反轉)시켜 전쟁 시리즈(아프간 전쟁-이라크 전쟁-북한 붕괴 시나리오)에 돌입한 ‘전쟁 지향적인 미국(부시 정권)’의 행태에 아시아의 민중들이 관용을 베풀고 있지는 않다. 한 ・일 민중들처럼‘과거사(過去事)’ 때문에 견원지간(犬猿之間)이 된 아시아의 시민사회는, 이제 미국의 일방주의를 제어할 ‘반전평화의 힘’을 축적해 가고 있으며 이런 힘을 해당 국가가 무시할 수 없는 날이 곧 올 것이다.

다섯째, 아시아에서의 전쟁 위기를 항구적으로 극복하는 과업이다. 미국이 이라크 전쟁에 이어 북한과의 전쟁에 돌입하는 문제를 놓고 논란을 벌임으로써 전쟁을 예방하는 효과를 높일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이와 함께 ‘제국 미국’이 아시아 전역에 쳐놓은 전쟁의 그물망, 아시아에서 전쟁의 일상화 구조를 깨는 논의를 더욱 깊숙하게 해야한다. 이러한 전쟁 그물망은 미국의 ‘군 ・산 ・학 ・정 ・언 ・종 복합체’가 쳐놓은 것이지만, 이 그물망 안에서 아귀다툼하는 아시아의 시민사회는 그물망의 주인인 미국(부시 정권)을 견제 ・배제할 생각은 하지 않고 아시아인들끼리 서로 견제 ・배제하는 데 열중해 왔다.

미국은 각 분쟁 지역마다 전쟁의 그물망을 치면서 ‘동아시아인들끼리 견원지간이 되는 분할 ・통치의 담론’을 생산해 왔다. 그 대표적인 담론이 ‘북한 위협론’이다. 미국이 가진 것을 1만분의 1도 갖지 못한 북한, 일본의 1천분의 1도 안 되는 국력을 지닌 북한, 남한 경제의 1백분의 1도 안 되는 외형의 가진 경제력으로 어떻게 미국을 위협할 수 있는지 납득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북한 위협론은 국제적인 상식이 되었다.

미국의 ‘군 ・산 ・학 ・정 ・언 ・종 복합체’ 중 이데올로기 생산공장인 ‘학 ・정 ・언 ・종 복합체’가 미국의 전쟁 지향적인 자본주의의 확대 재생산을 위해 의제(擬制)한 북한 위협론 때문에, ‘동아시아인들끼리 증오하는 심리구조’의 일상화가 이루어져 있다. 우선 북한 위협론을 별 저항 없이 받아들인 남한 시민사회의 반북 이데올로기 때문에 한반도의 평화통일이 늦춰지고 있으며, 일본의 시민사회 역시 북한 위협론에 영향을 받아 ‘북한 증오 ・멸시의 念(심리적 메커니즘)’에 사로잡혀 있다. 김정일 위원장의 ‘일본인 납치 시인’에 대한 일본사회의 과잉반응은, 단순한 북한 멸시를 지나 일본인이 유전적으로 대물림 받은 ‘조센징 차별’의 잠재의식이 드러난 것이다.

동아시아인들끼리 견원지간을 만드는 심리적인 메커니즘은 북한 위협론에 대한 태도에 그치지 않는다. 미국의 중국 위협론에 영향을 받은 일본인들은 중국(중국인)을 경계하면서, 황화론(黃禍論)을 다시 거론하고 있다. 영국 ・미국 등 제국이 19세기 후반에 아시아의 맹주였던 중국을 지배하기 위한 ‘중국 가상적’ 담론이 황화론이었으며, 이를 이어받은 헌팅턴(Huntington)은 {문명의 충돌}에서 황화론을 재론하고 있다. 이렇게 제국의 지배수단으로 악용한 황화론을 일본의 민중이 쉽게 받아들이며 중국 경계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 한, 아시아의 민중이 중심이 되는 평화 공동체를 이루기 어렵다.

여섯째, 전쟁 ・식민지 지배의 상흔(Trauma)을 극복하는 힘으로 아시아의 평화 공동체를 건설하는 과업이다. 아시아는 19세기부터 제국주의의 패권 경쟁의 싸움터였고, 여기에 뛰어든 일본의 야심으로 아시아인들끼리 전쟁을 하는 비극을 낳았다. 따라서 아시아는 다른 곳보다 전쟁 ・식민지 지배의 상흔이 켜켜이 쌓인 지역이다.

일본 제국주의의 지배를 받은 한반도 ・중국 ・동남아 지역 주민의 식민지 피지배의 상흔을 평화의 의지로 승화시키는 작업이 긴요하다. 아시아에서의 크고 작은 전쟁의 수난자인 아시아 민중의 전쟁상흔을 어떻게 반전평화의 힘으로 전환(Transformation)시켜 내느냐가 아시아 평화 공동체 형성의 열쇠이다. 일본 제국주의에 의한 태평양 전쟁의 상흔이 거의 모든 아시아 민중들에게 아직도 남아 있다. 어쩌면 종군 위안부 문제는 이런 상흔의 표피일지도 모른다. 또한 베트남 전쟁에 용병으로 동원된 한국군이 베트남 민중을 상대로 저지른 학살은,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으로 자부해왔던 한국민들에게
영원히 씻을 수 없는 과오를 안겨주었다.

모처럼 ‘탈미 아시아 연대’의 신선한 바람이 불고 있는 이때 아시아인들끼리 주고받은 전쟁의 상흔을 슬기롭게 극복하여 ‘아시아의 평화 공동체’로 매진하는 길을 발견해야 할 것이다.

3. ‘지속 가능한 평화’를 위한 패러다임의 전환

앞에서 언급한 여섯 가지 과업은 아시아에서 지속 가능한 평화(sustainable peace)를 이룩하기 위한 최소 공배수이다. 평화는 거저 오지 않는다. 평화를 애호하는 세력끼리 지속적으로 연대하는 가운데, 평화에 관심이 없는 비평화(非平和) 세력을 우리 편으로 끌어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런 폭넓은 연대가 없으면 미 ・일 ・한 동맹의 반평화(反平和) 세력을 포위할 수 없다.

평화의 가치를 모르는 미 ・일 ・한 동맹의 반(反)평화 세력(군국주의 ・냉전수구 세력)에게 평화의 항심(恒心)을 심어주기 위한 평화교육이 절실하다. 이들에게 개인적인 평화교육이 불가능하므로 언론 ・대학 등 사회적인 교육기관을 통해 이들이 평화적인 도덕 재무장을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러나 거의 모든 나라의 언론이 평화에 무관심하거나 폐쇄적이므로 정치권 자체에서 평화 의식을 함양하는 수밖에 없다. 즉 정치를 좌지우지하는 국가권력이 평화 지향적이 되지 않는 한 반평화 세력을 제도적으로 계도할 수단이 없다.

동아시아 각국의 대내외 정책이 평화 지향적으로 ‘패러다임의 전환(Paradigm Shift)’을 모색하는 가운데 아시아의 평화 공동체를 지향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세 개의 구도 즉 아시아의 ‘탈미 정치연합’, ‘탈미 다자간 안보 틀’ ‘탈미 경제협력 틀’이 3위 1체를 이루며 ‘아시아의 반미(전쟁 지향적인 부시정권 반대) 민중연대’와 결합하는 형태가 바람직하다.
아시아의 ‘탈미 정치연합’을 성립시키기 위해서는 현재의 ASEAN(동남아시아 국가 연합)+3(한국 ・일본 ・중국)의 기능을 ‘탈미(脫美)’ 쪽으로 견인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2002년에 ASEM 사상 처음으로 한 ・일 정상이 미국에 ‘북한과의 전쟁’을 자제하도록 요청한 기백으로 ASEAN+3 정상회담에 임하면 ‘탈미’의 기운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ASEAN에 기반을 둔 ARF(ASEAN 지역 포럼)에서 ‘탈미 다자간 안보 틀’을 모색하는 게 바람직하다. ARF는 현재 아시아에서 국가 간의 공동안보를 논의할 수 있는 유일한 기구이므로, 우선 이런 기구를 이용하여 아시아인들끼리 벌이는 각종 분쟁(영토 분쟁포함)을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 현재 ASEAN, ARF, ASEM에는 미국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입김에서 벗어난 위치에서 ‘탈미 정치연합’을 내올 수 있다고 본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탈미 경제협력 틀’인데 미국식 신자유주의가 아시아의 시장을 휩쓸고 있는 마당에 이런 틀을 내오기가 거의 불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아시아의 자원 ・자본을 아시아인이 공동 사용하는 취지의 아시아 경제공동체(EU의 아시아판)를 지향한다면 어려울 일도 아니다. EU(유럽연합)가 1953년의 유럽 석탄 ・철강 공동체부터 비롯되었듯이 아시아의 공동자산인 지하자원 ・철(鐵)의 실크로드’를 아시아인이 공유하는 프로젝트를 성사시키는 연습을 해볼 필요가 있다. ‘철의 실크로드’에 아시아인의 공동자산인 지하자원을 실어 나르는 다자간 협정을 맺음으로써 미국 자본 없이도 아시
아의 부(富)를 창출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하는 게 급선무이다.

위에서 아시아의 평화 공동체 형성을 위한 국가 차원의 패러다임 전환을 거론했는데, ‘아시아 민중 연대’와 결합되지 않으면 ‘아시아 연합체’를 이룰 수 없다. 지금 아시아 민중의 반미정서가 날로 고조되어 가고 있다. 중국 인민의 반미정서는 국가기관이 개입하여 통제할 정도이며, 북한의 인민은 미국을 철천지원수로 보고 있다. 남한 역시 ‘미군 장갑차에 의한 두 여중생 압살 사건’ 등으로 인해 국민들의 반미 감정이 고조되었다. 일본은 기묘하게 이시 신따로와 같은 극우세력이 ‘반미’를 표방하고 있으나 일반 국민들의 미국 비판력도 높아질 것으로 여겨진다. 필리핀의 경우 아바 샤야프 소탕을 빙자한 미군의 재상륙에 대한 민중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다.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은 이슬람 국가들이므로 미국의 이슬람권 옥죄기(아프간 전쟁에 이은 이라크 전쟁)에 부정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렇게 아시아에 일반화된 ‘반미의 민중 정서’를 ‘탈미 정치+안보+경제 연합’과 어떻게 결합시켜 내느냐가 ‘아시아 연합’의 전략적 과제이다. 이런 전략적 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아시아 각국의 국가권력과 NGO의 전략적 연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ASEAN+3 정상회담이 열릴 때, 장외에서 아시아 각국의 NGO들이 장외에서 토론 마당(Forum)을 개최하여 정치지도자들이 ‘탈미’의 길을 걷도록 성원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특히 ARF 회의가 열릴 때 미국의 반테러전쟁(아바 샤야프 소탕 작전) ・북한 붕괴 시나리오를 성토하며 백지화를 요구하면 어떨까?

4. 동아시아의 평화 공동체를 위한 논의

지금까지 아시아 전체를 놓고 보았기 때문에 윤곽이 잘 잡히지 않았다. 이제 시야를 좁혀 동아시아의 평화 공동체를 이룩하기 위한 방안을 거론하면 윤곽이 잘 드러날 것이다. 동아시아의 ‘탈미 기운’이 서서히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 배제’의 대안으로 ‘경제 ・안보 분리론’과 ‘처음부터 미국 배제론’이 경합 중이다. 전자는 ‘미국 자본의 영향력을 처음부터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없으므로, 미국 주도의 경제적 지배의 현실을 인정하면서 아시아의 공동안보를 모색하자’는 발상이다. 후자는 처음부터 미국을 배제하는 캠페인을 펼쳐야 동아시아의 평화 공동체를 이룰 수 있다는 논리이다. 전자가 단계론처럼 비추이고 후자에 반미의 목소리가 더욱 높은 듯하다. 그러나 이는 절차상의 논쟁일 뿐 국가 단위와 민간 단위(NGO)의 역할 분담이 빠져 있다. 국가 단위로는 당장 ‘미국 배제’가 불가능하므로 경제 ・안보 분리론이 적합한 것 같고, 민간 단위에서는 처음부터 미국을 배제하는 운동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1) 세 개의 길(Three Track)

위와 같은 틀 위에서 동아시아의 평화 공동체를 내오기 위한 세 개의 길(Three Track)을 제시한다. 이 Three Track은, 앞에서 거론한 아시아 전체의 ‘탈미 정치+안보+경제 연합’의 동아시아판(版)이다.

동아시아에서 ‘탈미의 정치’를 연습해야 할 곳은 한국과 일본이다. 일본은 고이즈미 내각이 북 ・일 수교를 통해 나름대로 탈미의 정치를 연습하고 있다. 문제는 한국인데 ‘예수 찬미(讚美)하듯 미국을 찬미(讚美)하는’ 정치권 및 지배세력의 의식개혁 없이 ‘탈미’는 언감생심이다. 한국의 지배세력이 ‘탈미’를 꿈속에서도 생각하지 못하는 이유는, 미국계 자본이 한국시장을 석권하고 있으며 한국의 안보가 미국의 손아귀 안에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제+안보’를 하나의 묶음으로 엮어 ‘탈미’의 기운을 높일 수 있는 ‘탈미 정치권’을 만들어 내지 못하면 허사이다.

그럼 동아시아 평화 공동체를 위한 ‘경제+안보 틀(정치가 이를 뒷받침)’은 어떻게 형성해야 하나? 여기에서 ‘탈미를 위한 물리력(자본)’을 생산해낼 수 있는 시장(市場)이 있는지를 먼저 묻지 않을 수 없다. 만일 그런 시장이 없다면 만들어낼 수 있는지,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어떻게 그런 시장을 형성할 수 있는지를 검증해야 한다.\

  2) 세 가지 과제의 유기적 결합

검증을 위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과제의 유기적 결합이 가능한지를 따져보고자 한다. ① 동북아 자유무역 지대 설립 ②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보장하는 동북아 다자간 안보 틀 ③ 위의 두 과제를 뒷받침하는 동북아 민중연대.

맨 먼저 ‘아시아를 석권하고 있는 미국계 신자유주의 자본을 견제할 장치가 있는지’를 검증해 보자. 민중경제의 활성화로 미국계 신자유주의 자본을 배제하는 것은 이상적인 희망사항이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동아시아의 국가단위로 묶여 있는 자원 ・자본을 공동 사용하는 ‘동북아 자유무역 지대’의 설립이 바람직하다. 동북아 자유무역 지대는 EU의 모델을 따르는 게 좋다고 본다. 자칫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모방하면 미국의 신자유주의 우산에 다시 편입될 우려가 있다. ‘동북아 자유무역 지대’가 제2의 NAFTA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미국 배제론’이 나오는 것이다.
이어 동아시아 평화 공동체를 위한 안보 틀이 가능한지를 검증해 본다. 동아시아 평화 공동체를 위한 안보 틀로서 시급한 것은,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보장하는 다국 간 공동(협동)안보 기구(관계)를 형성하는 일이다. 이런 과업은 남북한의 화해가 미국의 입김에 의해 흔들리지 않는 가운데 자리잡으면서, 주변 국가들(러시아 ・중국 ・일본 ・미국)이 ‘한반도의 경무장(輕武裝) 영세중립’을 교차 승인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교차승인의 분위기를 높이기 위해 주한미군의 상당부분이 철수되어야 하며 동아시아 비핵 지대화를 위한 실제적인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 동북아 비핵 지대화 구상은 비(非)군사적 수단에 의한 협력안보 개념인데, 이런 개념이 이상적이지 않은 ‘현실 가능한 경지’에 이르도록 하기 위해서는 ‘비(非)군사적
수단에 의한 협력안보’의 짝짓기로서 ‘인간안보(시민 안보 ・민중 안보)의 개념을 도입한 동아시아 안보 틀’을 근본적으로 다시 짜야 한다. 여기에서 동아시아의 민중세력이 개입할 계기가 발생한다. NGO 주도의 ‘동아시아 민중연대’ 없이 인간안보 개념에 입각한 ‘동아시아 평화 공동체’ 건설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위의 논의를 다시 정리하면, ‘① (동북아 자유무역 지대)+② (동북아 다자간 안보 틀)+③ (동북아 민중연대)의 유기적 결합’에 의한 ‘동아시아의 평화 공동체 형성’이 가능하다고 본다. ‘①+②+③의 유기적 결합’은 앞에서 말한 ‘탈미 정치+안보+경제 연합’이란 Three Track을 이루어내기 위한 선결과제이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Three Track 자체가 미국의 아시아 지배구도를 역행하므로 ‘①+②+③의 유기적 결합’은 미국과의 충돌을 마다하지 않는 ‘고난의 행군’을 각오하지 않으면 안 된다. 예컨대 ①은 미국계 신자유주의 자본과의 마찰을 예고하고 있으며, ②는 펜타곤과의 충돌이 불가피하며, ③은 한 ・미 ・일의 전쟁 지향적인 냉전 ・수구 세력과의 대첩(大捷)이 내정되어 있다. 이러한 대립관계를 달리 표현하면, ‘탈미를 지향하는 아시아의 유교 문명’과 제국 미국의 문명’과의 충돌이다.

이러한 충돌은 아시아 평화 공동체의 장래를 결정짓는 주요 변수가 될 것이다. 그런데 이런 충돌을, 헌팅턴(Huntington)의 {문명 충돌}에서 말하듯이 ‘미국의 국익을 위해 유교 문명권 특히 중국을 가상적으로 삼는’ 방향으로 이해해서는 곤란하다. 헌팅턴 논리의 맹점은, 제국 미국을 이룩하기 위해 미국 문명에 도전할 여지가 있는 가상적의 싹을 미리 도려내야 한다는 패권주의에 있다. 부시 정권은 헌팅턴의 논리에 따라 미국의 가상적들을 ‘zero sum game’으로 초토화하기 위한 수순을 밟아가고 있다.

  3) 미국 문명과의 Win-Win Game을

최근 동아시아의 ‘탈미’ 움직임은 미국과 동아시아의 패권을 놓고 ‘zero sum game’을 벌이자는 게 아니다. 동아시아 유교 문명이 탈미를 지향하지만, ‘win-win game’을 통해 두 문명의 공존을 도모하면서 미국도 잘살고 동아시아도 잘사는 길을 모색하자는 것이다.

동아시아 유교 문명과 미국 문명의 공존 아래에서 동아시아의 평화 공동체를 이룩하려면 동아시아인과 미국인의 정신적인 유대가 긴요하다. 이를 위한 민간차원의 연대가 ‘국경을 초월하고 대륙을 넘어’ 이룩되어야 한다. 이런 정신적인 연대를 하기에 앞서서 미국인들이 해야 할 일이 많다. 그중에서도 시급한 것은 ‘미국 행정부가 동아시아의 정세에 개입하는 버릇’을 미국인 스스로 교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특히 동아시아의 정세에 개입하는 선봉장인 미국의 ‘군 ・산 ・학 ・정 ・언 ・종 복합체’를 미국 국민의 여론으로 누르지 못하면 ‘아시아 평화 공동체’는 헛된 꿈이 될 것이다.

다시 말하면 전쟁 지향적인 미국의 ‘군 ・산 ・학 ・정 ・언 ・종 복합체’를 지양하여 미국 안에 평화 지향적인 ‘군 ・산 ・학 ・정 ・언 ・종 복합체’를 형성하는 게 미국도 잘살고 동아시아도 잘사는 유일한 길이다. 미국의 ‘군 ・산 ・학 ・정 ・언 ・종 복합체’의 군기(軍紀)를 빼고 여기에 평화의 바람(平和風)을 불어넣는 거대한 작업을 미국인과 동아시아인이 손잡고 하지 않는 한, 동아시아 유교 문명과 미국 문명의 평화공존은 불가능하다.

  4) ‘군 ・산 ・학 ・정 ・언 ・종 복합체’를 평화 지향적으로 전환하는 작업의 원칙

전쟁 지향적인 미국의 ‘군 ・산 ・학 ・정 ・언 ・종 복합체’를 평화지향적으로 전환하는 작업이, 논리적으로 되기보다는 ‘전쟁애호 세력과 평화애호 세력 간의 힘겨루기’로 매듭지어질 가능성이 많으므로 구체적인 방안을 미리 거론할 필요는 없다. 다만 이 작업이 아시아 ・태평양의 평화를 위해 중차대한 사안이므로 문제를 해결하는 몇 가지 원칙만 거론하고자 한다.

첫째, 미국의 ‘군 ・산 ・학 ・정 ・언 ・종 복합체’는 부시 정권의 전쟁정책에 대한 방패막이 역할을 중단해야 한다. 미국의 ‘군 ・산 ・학 ・정 ・언 ・종 복합체’는 미국의 지배계급인 WASP(White Anglo-Saxon Protestant)의 축소판으로서 부시 정부로 하여금 전쟁 중독에 걸리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의 ‘군 ・산 ・학 ・정 ・언 ・종 복합체’가 없었더라면 미국의 북한 붕괴 시나리오, 아바 샤야프 소탕작전, 북한을 ‘악의 축’으로 일방적으로 내모는 행태가 없었을 것이다. 따라서 전쟁의 방조자인 미국 ‘군 ・산 ・학 ・정 ・언 ・종 복합체’의 역할 변경, 위상 재정립이 아시아 ・태평양의 평화 만들기를 위한 제1의 원칙이다.

둘째, 미국의 ‘군 ・산 ・학 ・정 ・언 ・종 복합체’와 관련된 자본이 군수산업과 연관되어 아시아 곳곳에서 분쟁을 일으키려고 준동하는 움직임을 차단해야 한다. 이는 ‘군 ・산 ・학 ・정 ・언 ・종 복합체’와 관련된 자본을 평화 지향적으로 전환시켜 내야 한다는 지구촌의 숙제와 맞물려 있다. 늘 전쟁에 갈증을 느끼는 ‘군 ・산 ・학 ・정 ・언 ・종 복합체’가 펜타곤을 원격조종하면서 일방주의적인 세계지배전략을 내오게 한다. 이 전략을 수행하는 데 핵우산으로도 부족하므로 아시아의 하늘에 미사일 방어망(MD: Missile Defense)을 또 한 차례 덮어 씌워야 한다는 게 펜타곤의 논리이다. 이런 전략의 수행자인 주일미군 ・주한미군은 ‘중국 포위 ・북한 붕괴’의 고삐를 더욱 강하게 잡아 당기면서 동아시아의 정세를 신냉전(新冷戰) 쪽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미국의 ‘군 ・산 ・학 ・정 ・언 ・종 복합체’에 의한 신냉전 바람은 ‘탈미 동아시아 연합체 형성의 기류’에 대한 역풍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이를 ‘동아시아의 탈미 정치+안보+경제 연합체’가 낳을 ‘평화의 힘(peace power)’으로 눕히지 않으면 안 된다.

셋째, 미국의 군 ・산 ・학 ・정 ・언 ・종 복합체’와 관련된 군수자본이 생산하는 무기는 동아시아 민중의 목숨을 노리는 ‘죽임의 무기’이다. 미국 정부는 전통적으로 ‘아시아 지역의 분할 ・통치 지배 전략’을 수행한 결과 아시아 지역에 분쟁이 끊일 날이 없었다. 특히 동아시아는 세계 최대의 전쟁 지뢰밭이며 이 지뢰밭의 한가운데에 한반도의 분단선이 그어져 있다. 그런데 미국의 ‘군 ・산 ・학 ・정 ・언 ・종 복합체’는, 이러한 동아시아의 화약고를 불태울 전쟁의 불쏘시개를 친미국가들(한국 ・대만)에 제공하면서 전쟁을 독려하고 있다.

한국에 제공된 미제(美製) 최첨단 무기는 동족인 북한 정권의 생명을 노리고 있으며, 생명을 내놓지 않으려는 북한 정권의 반발과 이에 대한 미국의 반응 여하에 따라 한반도에서 (핵)전쟁이 터질 수도 있다. 지금이라도 미국의 ‘군 ・산 ・학 ・정 ・언 ・종 복합체’가 북한협공의 최첨단 무기를 한국에 제공하지 않으면 남 ・북관계, 북 ・미 관계가 원활해져 동아시아에 평화의 훈풍이 불 것이다.

대만 역시 마찬가지이다. 중국을 주적으로 삼은 미국의 ‘군 ・산 ・학 ・정 ・언 ・종 복합체’는 중국의 명치끝(대만)에 미제(美製) 무기를 전시해 놓은 가운데 중국을 위협하고 있다. 미국의 ‘군 ・산 ・학 ・정 ・언 ・종 복합체’가 진정으로 동아시아의 평화를 원한다면 한국 ・대만에 진열한 최첨단 무기를 거두어들이고 두 나라에 최첨단 무기를 제공하는 노력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이런 중단 노력이 없는 미국 정부의 ‘평화’ 담론은 모두 허구이다.

5. 맺는 말

위의 원칙에 따라 ‘(동)아시아의 탈미(脫美) 연합’을 위한 평화의 힘을 창출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 한반도가 (동)아시아에서 ‘평화의 회랑(peace corridor)’이 되어야 한다. 평화의 회랑이 되기 위해 한반도를 관통하는 ‘철의 실크로드’에 미 ・일의 자원 ・자본을 실어 시베리아~유럽으로 나르는 연습을 통해 ‘아시아인에 의한 자원 공동체’를 형성해야 한다. 이러한 자원 공동체를 전쟁용이 아닌 평화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안전 보장 틀을 내오면서 ‘경제’와 안보’가 넘나드는 ‘아시아판(版) EU’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탈미 (동)아시아 연합’은 미국을 배제하는 게 목표가 아니며 미국 문명과의 평화적인 공존을 통해 아시아도 평화롭게 잘살고 미국도 잘사는 게 최종 목표이다. 이 목표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전술적으로 아시아 각국이 ‘탈미(脫美)’하고 아시아의 민중이 ‘반미(反美)’할 수 있다. 아시아 국가의 ‘탈미’와 아시아 민중의 ‘반미’가 어우러져 ‘미국의 상대화(相對化)를 통한 평화의 힘’을 창출하고, 이에 미국 문명이 응수하여 전쟁(북한과의 전쟁 등)이 아닌 ‘평화’로 화답한다면 다행이다. 그러나 전쟁 지향적인 미국의 지배계급이 불응한다면 아시아인과 미국인 모두에게 불행한 사태가 발생할 것이다. 이제 이러한 사태가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갖고 ‘아시아 평화 공동체’ 형성에 주력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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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국 지음『한반도의 평화 로드맵』(파주, 한국학술정보, 2008) 263~284쪽을 참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