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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

핵무기와 神 (13) -나가이 다카시의 번제설 (3) 김승국 1. 키에르케고르와 나가이 다카시 나가이 다카시(永井隆)의 ‘번제설(피폭=번제)’을 이해하기 위한 방편으로 키에르케고르(Kierkegaard)의 번제론을 소개한다. 필자가 보기에 나가이 다카시는, 키에르케고르의『이거냐 저거냐(Entweder-Oder)』에 나오는 ‘A형 인간’에 가까운 것 같다. 키에르케고르는『이거냐 저거냐』에서 A형 인간과 B형 인간을 대비시키면서 이거냐(A형 인간 선택하느냐) 저거냐(B형 인간을 선택하느냐)를 놓고 고민한다. 키에르케고르가 말하는 A형은 직관적ㆍ감성적ㆍ미적인 감성을 갖고 사색하는 인간이고 B형은 이론적인 사람이다. 필자가 앞에서 A형 인간에 ‘가까운 것 같다’고 언급한 이유는, 나가이 다카시에게도 B형 인간의 요소가 있지만 상대적으로 A형 인간의 요소가 강한 것.. 더보기
핵무기와 神 (12) -나가이 다카시의 번제설 (2) 김승국 키에르케고르(Kierkegaard)가『공포와 전율(Furcht und Zittern)』에서 ‘신앙은 사유가 끝나는 바로 그곳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사유를 통해서는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역설’이라고 언급한다. 신앙은 역설이므로 불합리해도 믿을 수밖에 없다. 교부 철학자의 말대로 ‘불합리하기 때문에 믿는다(credo, quia absurdum).’ 이러한 전제 아래, 나가시 다카시(永井隆)의 역설적인 번제설이 드러나는「原子爆彈 死者 合同 弔辭」를 소개하면서 중요부분에 대한 설명을 덧붙인다. Ⅰ.「原子爆彈 死者 合同 弔辭」 나가이 다카시가 ‘천주공교(天主公敎) 浦上 신도 대표’로서 1945년 11월 23일에 폐허로 변한 우라카미(浦上) 천주당(성당) 앞에서 낭독한「原子爆彈死者合同弔辭」는 다음과 같은 내.. 더보기
핵무기와 神 (11) -나가이 다카시의 번제설 (1) 김승국 나가사키에서 피폭 당한 가톨릭 신자ㆍ부락민ㆍ나병환자ㆍ조선인ㆍ중국인은 ‘피폭된 희생양’으로서 고난의 중층화를 겪었다. 그런데 피폭이라는 동일한 체험을 한 나가이 다카시(永井隆)는, 피폭이라는 고난을 하나님의 섭리로 보는 ‘피폭=번제(燔祭)’설을 주장했다. ‘피폭이라는 천벌(주1)을 받았다면 그것도 하나님의 섭리’라는 ‘피폭=번제’설은, 난해한 문제를 낳는다. 지옥 같은 피폭이 하나님의 섭리로 이루어졌다는 나가이 다카시의 역설을, 필자 나름대로 해석하면서 난제를 풀어갈 셈이다. 그럼 나가이 다카시는 어떤 사람인지를 먼저 밝힌다. Ⅰ. 나가이 다카시는 어떤 사람? 독실한 가톨릭 신자이자 의사이었던 나가이 다카시는 1945년 8월 9일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에 의해 피폭되었다. 그는 피폭된 몸으로 피.. 더보기
핵무기와 神 (4)-기독교 원리주의의 종말론적인 군국주의 김승국 본래 평화의 종교인 기독교가 폭력ㆍ전쟁 지향적으로 왜곡되어 십자군 전쟁 등을 일으켰다. 21세기의 십자군 전쟁인 ‘이라크 전쟁’은 네오콘(Neo Con)과 연결된 기독교 원리주의(근본주의) 세력에 의해 주도되었다. 이들 기독교 원리주의 세력은 요한 계시록에 대한 종말론적인 해석에 따라, 악의 축(북한 등) 국가에 대한 핵 선제공격을 주장하는 군국주의의 모습을 보였다. 특히 요한 계시록 16장 16절의 ‘아마겟돈’에 심취한 끝에 사탄ㆍ적(敵)그리스도ㆍ악의 축 국가에 대한 아마겟돈 (핵)전쟁을 상정했다. 이와 같이 기독교 원리주의의 종말론적인 군국주의 경향이 세계 평화를 위협함에도 불구하고, ‘기독교 원리주의는 선(善)인 반면 이슬람 원리주의는 악(惡)이므로 이슬람 원리주의 세력에 대한 반(反)테러 .. 더보기
핵무기와 神 (1)-원폭투하를 에워싼 미국사회의 입장 김승국 히로시마ㆍ나가사키에 원폭(원자폭탄)을 투하한 미국정부의 입장, 원폭투하에 대한 미국 국민ㆍ교회의 태도를 기독교의 측면에서 기술한 구리바야시 테루오(栗林輝夫; 關西學院大學 교수)의 저서『原子爆彈とキリスト敎』(東京, 日本キリスト敎團出版局, 2008)의 핵심적인 내용을 아래와 의역하여 기술한다. Ⅰ. 미국 사회의 원폭투하에 대한 입장 미국은 일본에 원폭을 투하할 필요가 있었을까? 원폭 없이도 종전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이와 같은 질문에 대하여 미국 사회는 전반적으로 원폭 투하를 승인하는 분위기이다. 1. 어쩔 수 없었다 * 원폭을 일본의 도시에 떨어뜨리면, 전투와 관계 없는 시민ㆍ여성ㆍ아동ㆍ노인의 대다수가 살해된다. 미국 정부가 이를 인식하면서도 원폭 투하에 나섰다면 그것은 정의의 전쟁에 합치하지 않는.. 더보기
핵무기의 정체 김승국 Ⅰ. 히로시마ㆍ나가사키에 투하된 핵무기 1. 죄와 벌 1) 히로시마ㆍ나가사키에 떨어진 핵무기는 일본 제국주의의 죄악을 심판하는 무기이었나? 한국의 일부 인사들은 “히로시마ㆍ나가사키의 피폭자들의 죽음에 애도를 표명하지만, 일본 제국주의의 죄악에 대한 천벌로 핵무기 세례를 받은 게 아니냐”는 반문을 던지는데, 여러분들은 이에 동의합니까? 동의하지 않는다면 그 이유는? 2) 반일감정에 휩싸인 민족주의 경향의 발언인가? 이러한 이야기를 들은 일본인ㆍ일본의 반핵운동가들은 ‘히로시마ㆍ나사사키에서 목숨을 잃은 피폭자들의 생명을 경시하는 발언이다. 반일감정ㆍ민족주의 경향을 지닌 한국인들이 피폭의 의미를 잘못 파악한 채 극언을 서슴지 않는다’고 반발하는데 여러분들은 이에 동의합니까? 동의하지 않는다면 그 이유는?.. 더보기
핵무기와 기아의 악순환 김승국 파키스탄의 부토 수상은, 1998년 핵실험 이후 국가가 치러야 할 대가(경제제재 등)에 대하여 “우리는 굶을 준비가 되어 있다. 풀을 먹어도 핵무기를 개발하겠다”고 밝혔다.(주1) 굶어죽을 각오로 핵무기를 개발하겠다는 뜻이다. 민중의 굶주린 창자를 담보로 핵무기를 개발한 국가권력의 비정함이 배어나오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국가권력보다 더 비정한 쪽은 국제 사회・국내의 가진 자들이었다. 파키스탄의 빚쟁이 나라인 미국・일본 등의 강력한 경제제재와 가진 자들의 자본유출로 파키스탄 경제는 붕괴 일보 직전에 봉착하여 국가의 위기를 가속화했다. 이에 따라 파키스탄 민중의 기아는 가중되었다. 핵무기 개발로 민중의 기아상태가 더욱 악화되는 악순환이 일어났다. 파키스탄의 핵무기-기아의 악순환은 먼 나라의 이야기가 .. 더보기
핵무기에 대한 인식 Ⅰ: 낙관론과 비관론 김승국 핵무기라는 동일한 물체에 대하여 낙관론과 비관론이 물과 기름처럼 엉켜 있다. 전자는 주로 제국주의 국가의 패권론・핵강대국의 핵군비 확장론・군국주의적인 국가권력론・약육강식의 국제정치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현실정치(real politics)론・세력균형론 등과 연관이 있고, 후자는 반전 반핵 평화론・반핵 생태 환경론・생명 평화론・서구 사회주의정당・NGO의 입장을 반영한다. 핵무기 체계에 대한 인식이 천박한 한국에서는 낙관론과 비관론의 뚜렷한 구분점이 형성되어 있지 않으나, 대체로 진보정당(민주노동당) ・통일운동권 내부에서 낙관론이 상당히 강한 반면 반핵평화운동 그룹・시민운동 단체・환경-생태-생명운동 그룹에서는 비관론이 지배적이다. 한국의 낙관론은 주로 ‘찬핵 민족주의’와 직・간접적으로 연관을 맺고 있.. 더보기
핵무기는 생명 파괴의 주범 김승국 지금 한반도의 상공에 핵무기의 유령이 배회하고 있다. 핵 귀신이 민중(남한의 시민+북한의 인민) ・민족의 생명을 내놓으라고 호령하고 있다. 핵무기는 북한의 것이든 미국의 것이든 중국의 것이든 관계없이 민중의 생명을 빼앗고 민중의 친구인 자연도 황폐하게 만들 것이다. 핵은 시민사회(남한) ・인민사회(북한)를 가릴 것 없이 모두 파괴할 것이다. 핵은 민 족공동체를 파멸로 이끌 것이다. 핵무기 앞에서 온 생명이 자유스럽지 못하다. 강남에 사는 부자이든 서울역 지하의 노숙자이든 핵에 의한 대량 학살(genocide) 앞에서 평등하다. 핵은 이승과 저승의 거리도 주지 않는다. 핵 앞에서의 삶과 죽음은 이렇게 밀착되어 있다. 죽은 목숨인지 산목숨인지 알아차릴 수 없는 핵문명의 생활세계(Lebenswelt)에.. 더보기
핵무기와 종교 김승국 한반도의 평화를 이룩하는 데 종교는 어느 정도의 역할을 할 수 있나? 한반도 평화의 시금석인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는 데, 종교는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하나? 필자가 종교계의 소식에 둔감하여 북한 핵실험과 관련된 종교계의 움직임을 소상하게 알 수 없으나, 소극적인 대응에 머문 듯하다. 그래서 북한이 앞으로 개발할 핵무기에 대하여 종교계가 억지력을 지니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핵무기 개발을 제지하지 못하는 종교가 평화지향적인지 묻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한반도에서 전개되고 있다. 남북한에 존재하는 여러 형태의 종교집단이 한반도의 핵무장화(북한의 핵실험+남한의 미국 핵우산 도입)를 저지할 ‘평화의 능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왜 종교는 핵무장에 대한 견제력이 약한가? 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