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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카리아트

[커피 장사 수기 (11)] 사설 대부업체에 전화를 걸지 않은 이유 커피 장사 수기 (11) 사설 대부업체에 전화를 걸지 않은 이유 김승국(커피공방 뜰의 점장) 아침에 가게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마룻바닥에 사설 대부업체의 전단지 여러 뭉치가 떨어져 있다. 20페이지 정도의 메모지 맨 앞에 유리한 조건으로 대출 받을 수 있다는 광고 문안이 빼곡하게 적혀 있다. 우리 가게뿐만 아니라 길거리에도 이러한 전단지를 물 뿌리듯 살포하는 광경을 자주 볼 수 있다. 사설 대부업체의 전단지가 홍수처럼 넘쳐난다. 위의 전단지에서 보다시피 (담보 제출을 요구하는) 은행의 문턱이 높아 고민하는 소상공인들을 유혹하는 문구가 나열되어 있다. ‘선이자도 없고 수수료도 없다’는 문구가 맨 처음에 눈에 띄도록 편집되어 있다. 선이자와 수수료를 떼고 대출해주던 관행이 사라진데는, 사설 대부업계의 과잉경.. 더보기
[커피 장사 수기 (10)] 아랫것들의 낡은 신발 커피장사 수기 (10) 아랫것들의 낡은 신발 김승국(커피공방 뜰의 점장) 지난번에「구멍 난 양말 속의 환부(患部) ‘발꿈치’」라는 글을 쓰면서 아래와 같은 사진을 실었다. 그런데 이 글을 쓰면서 구멍 난 양말을 신은 구두를 촬영한 사진(아래의 사진)은 선보이지 않고 아껴두었다. 구멍 난 양말을 신고 다니는 ‘아랫것들’의 삶을 지탱해주는 낡은 신발, 즉 ‘아랫것들의 낡은 신발’에 관한 글을 쓸 때 사용하려고 아껴 두었다. 위의 사진은 아랫것들에 속하는 나(신자유주의 아래에서 신음하고 있는 커피 자영업자인 나)의 낡은 신발(닳고 닳아 동그랗게 구멍 난 양말을 신은 구두)을 촬영한 것이고, 아래의 사진은 아랫것들의 낡은 구두를 많이 그린 고흐(Vincent van Gogh)의 작품(De la Faille's .. 더보기
[커피 장사 수기 (1)] 커피장사 수기에 관한 간단한 설명 커피장사 수기 (1) 커피장사 수기에 관한 간단한 설명 김승국(커피공방 뜰의 점장) 「커피장사 수기」는, 필자(아래의 사진)가 2011년 9월에 커피공방 뜰을 개점한 뒤 1년 동안 커피장사를 하면서 느낀 바를 기록한 잡문의 묶음이다. 이 수기가 6백만 자영업자들의 심정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영업자들도 어느 정도 공감하는 부분이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마르크스(Marx)는 자영업자 군(群)이 혁명에 도움을 주지 않는 ‘쁘띠 브르주아지(petite bourgeosie)’로서 회피의 대상이라고 규정했지만, 한국의 자영업자들은 브르주아지도 프롤레타리아(proletariat)도 아닌 밑바닥에서 헤매는 중음신(中陰身)이다. ‘아랫것들(subaltern)’이다. 현재는 보수 정당의 표밭이지만, 정세의 변화에 .. 더보기
만국의 Precariat여 공모하자! 김승국 1970년대부터 유럽에서 젊은 세대의 불안정 고용․실업이 사회문제로 떠올랐으며 이탈리아도 예외가 아니었다. 1970년대 중반에 이탈리아의 20대 청년의 7할이 실업상태라는 보고서가 나온 적이 있다. 당시 이탈리아의 불안정한 상황은, 유럽에서 유일하게(아니 세계에서 유일하게) 1968년의 운동이 ‘아우또노미아(autonomia)’라는 새로운 운동으로 계승되어 1970년대 후반까지 계속되는 원인을 낳았다. 아우또노미아로 대표되는 이 시기의 운동은, 노동자 본대(本隊)를 주축으로 삼는 종래의 좌익운동을 넘어 젊은이․실업자, 나아가 주부․외국인 노동자라는 ‘이제까지 변혁의 주체로 낮은 평가를 받아온 세력’을 자본주의 비판의 중요한 동력으로 설정할 수 있게 했다. 이러한 문제설정이 나중에 하트(Hardt).. 더보기
불안한 씨알, 불안한 프롤레타리아트 김승국 연재를 시작하며 국내외의 민초들이 불안한 삶을 영위하는 모습을 글과 동영상으로 표현하는 가운데, 평화의 대안을 찾는 연재물을 새로 시작한다. 우선 9.11 사태 이후에 우심해지는 불안한 시대의 현상(아프간 전쟁, 이라크 전쟁, 이스라엘의 가자 폭격, 클러스터 폭탄 등의 신종무기에 의한 피해, 민초들이 당하는 구조적 폭력, 신자유주의의 횡포, 제국 미국의 패권 동요, 미국의 금융불안, 이명박 ‘신자유주의 개발독재 체제’ 아래의 민중고 등)을 다각적으로 분석하는 글을 게재할 것이다. 그리고 불안한 시대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누구인가를 밝히며 주체(불안의 담지자)를 규명할 것이다. 이어 불안한 주체가 어떠한 경로로 불안 증후군에 휩싸이는지를 파헤치면, 불안을 제공하는 세력의 실체가 드러날 것이다. 물론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