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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세중립

영세중립ㆍ중립화 통일의 길 (19) ---역사적인 조건 ⑦ 김승국 1. 병자호란과 중립의 가치 병자호란 때 남한산성으로 쫓겨간 인조는, 청나라에 대한 항복의 수위를 놓고 완급을 조절하기 위해 신하들과 심각한 논란을 벌였다. 이 논쟁 즉 ‘남한산성 논쟁’은 중립의 가치와 관련하여 많은 시사점을 준다. 광해군의 국제감각을 이어받은 최명길(주1)이 주화(主和; 청나라와의 강화교섭에 적극적임)를 주장했고, 이에 맞선 김상헌은 숭명사대의 척화(斥和; 오랑캐인 청나라와 싸워야하므로 되도록이면 청나라와의 강화교섭을 늦추며 버텨야 한다)를 주장했기 때문이다. 절체절명(絶體絶命)의 위기 속에서 이루어진 남한산성 논쟁에서 ‘중립ㆍ중립화ㆍ영세중립’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수 없었겠지만, 주화(主和)ㆍ척화(斥和)의 ‘和’를 어떻게 풀이하느냐에 따라 중립의 가치를 찾을 수 있겠다. 후금(.. 더보기
영세중립ㆍ중립화 통일의 길 (18) ---역사적인 조건 ⑥ 김승국 1. 광해군의 국제감각을 이어받은 최명길 광해군이 인조반정으로 쫓겨난 지 5년 후인 1627년에 후금의 군사가 물밀듯 밀려와 한양을 함락시키는 정묘호란이 일어났다. 새로운 임금인 인조는 강화도로 피신하여 겨우 목숨을 부지했으나 끝내 형제의 맹약을 맺고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 이후에도 인조 정부는 맹약을 어기고 계속 명(명나라)을 지원하면서 후금을 배반했다. 이에 후금은 사신을 보내 강경하게 조선을 힐책하자 후금의 사신을 죽여 우리의 뜻을 보이자는 강경책으로 맞섰다. 이에 후금은 명나라를 치기 전에 후환을 없앤다는 정책에 따라 1636년 조선을 점령하는 병자호란을 일으켰다. 이 두 전란 때 광해군은 강화도와 교동도에 유배되어 있으면서 이런 현실을 지켜보았다. 이때 광해군의 심정은 어떠했을.. 더보기
영세중립ㆍ중립화 통일의 길 (17) ---역사적인 조건 ⑤ 김승국 1. 광해군의 군사적인 중립 정책 1) 강홍립에 내린 밀지 “觀形向背” 여진의 후금이 만주에서 일으키는 새로운 정세에 면밀하게 대처한 광해군은, 현명한 외교정책을 써서 국제적인 전란에 빠져들어 가는 것을 피하였다. 인조정권과 달리 광해군의 외교노선이 후금의 경계심을 풀고 조선을 비교적 중립적 세력으로 인식하게 했다는 점은 일정한 근거가 있다. 1619년 살이호 전투에 원군을 파견할 때 도원수 강홍립(姜弘立)에게 밀지를 내려 “상황을 보면서 처신할 것이지 적에게 이동하는 것을 보여주어 먼저 공격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이삼성, 536) 광해군은 명나라의 강력한 요구와 출병에 동조하는 조정 대신들의 압력에 못 이겨 끝내 명나라에 대한 파병을 결정한다. 사면초가에 몰린 끝에 1만 3,000여.. 더보기
영세중립ㆍ중립화 통일의 길 (13) ---역사적인 조건 ① 김승국 1. 영세중립 원년(元年)을 중심으로 서술 스위스는 1815년 11월 20일에 영세중립 국가가 되었다. 영세중립의 원년(元年)인 1815년은 평화를 사랑하는 인류가 기념해야하는 해이다. 인류가 평화를 추구한 역사를 1815년 이전과 이후로 나누는 것은 너무 무리한 구획이지만, 영세중립의 역사를 공부하는 데는 도움이 될 것 같다. 중립의 관점에서, 영세중립의 원년을 ‘평화지향적인 세계사의 분기점’으로 삼을 수 있겠다. 그러면 중립ㆍ평화의 관점에서 한국사를 어떻게 볼 것인가? 지금까지 이러한 관점에서 한국사를 다룬 책이 없으므로, 이는 매우 난감한 질문이다. 전쟁사(戰爭史) 중심의 역사책은 있어도 평화사(平和史; 평화를 주제로 삼는 역사) 중심의 역사책은 없다. 예나 지금이나 전쟁(전쟁에 대한 위협ㆍ.. 더보기
영세중립ㆍ중립화 통일의 길 (9) --- 평화 유지군 김승국 1. 주한미군, ‘한반도형 언병’ 만들기의 걸림돌? 묵자는 전수방위를 위해 방어전쟁에 필요한 군사기술과 함께 무기들을 개발했다. 묵자의 제자들인 묵가 집단은 공성전(攻城戰)에 대항하는 방성전(防城戰)을 체계적으로 익히고 훈련하여 그 분야의 대가들이 되었다. 예를 들면, 묵자의 사상이 담긴『묵자』에는 성문을 지키는 방법(備城), 높은 곳의 적을 대비하는 방법(備高臨), 사다리 공격을 대비하는 방법(備梯), 수공(水攻)에 대비하는 방법(備水) 등 방어 전쟁에 필요한 대책들이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다.(고전 연구회, 2006, 305~306) 묵자의 전수방어 방법은 분쟁의 중립지대에서 이루어지므로 중립주의의 요소를 지니고 있다. 묵자가 무기를 사용했으므로 비무장 중립주의가 아닌 ‘유(有)무장 중립주의’이.. 더보기
영세중립ㆍ중립화 통일의 길 (5) -중립화 통일을 위한 유세에 나설 사람 없소!? 김승국 춘추전국 시대의 논객 집단을 제자백가라고 부른다. 제자백가 중 공자는 천하를 주유(周遊)할 때 만난 제후들에게 “패도(覇道)의 전쟁을 그만두라” “전쟁이 불가피하다면 예(禮)에 따른 의로운 전쟁(義戰)을 하라”고 유세(遊說)했다. 묵자는 제후들의 전쟁 계획을 중단시키는 유세를 하면서 반전평화 운동을 전개했다. 종횡가(소진ㆍ장의)는 세치의 짧은 혀로 제후들을 설득하여 중국 대륙을 종횡으로 엮는 안보체계를 만들었다. 제자백가의 평화를 위한 유세(이하; ‘평화 유세’)는 적극적인 평화운동으로서 본받을 점이 많다. 전쟁 중독에 걸린 제후들을 평화쪽으로 회심(回心)케 하는 평화 유세는, 평화가 싫은 제후 앞에서 자신의 목숨을 바치고 중언(忠言)하는 용감한 행동이었다. 이렇게 용감한 평화 유세꾼이 한반도 중.. 더보기
코스타리카 영세중립 정책의 배경과 교훈 김승국 코스타리카의 정식 명칭은 ‘코스타리카 공화국’ (Republica de Costa Rica)이나, 일반적으로 ‘코스타리카’로 통칭된다. 코스타리카는 중남미에 위치하고 있으며, 북쪽에는 니카라과가, 남쪽에는 파나마가 각각 위치하고 있다. 코스타리카는 1502년 콜럼버스(Christopher Columbus)에 의해 발견된 후, 스페인과 멕시코의 식민지 통치를 받았으나 1823년 독립했다. 코스타리카의 면적 은5만 900㎢이며, 인구는 2003년 3월 현재 415만 명으로, 스페인계 백인 94%, 아프리카계 흑인 3%, 원주민 인디오계 1%, 중국계 1%, 기타 1%이다. 종교는 가톨릭이 85%, 개신교 14%, 기타 1%이다. 공용어는 스페인어이고 화폐 단위는 ‘콜론’(colon)이다. 정치는 중남.. 더보기
영세중립ㆍ중립화 통일의 길 (4) -중립화 통일의 요리사에게 주문한다 김승국 중화(中和)에 대한 설명을 한반도의 중립화 논의 쪽으로 끌어들여 재해석한다. 앞에서 기술했듯이 총체적인 화해(和諧)에 도달하는 게 中和이다. ‘총체적’이란 말은, 개체 간에는 서로 달라 부동(不同)하지만 ‘국을 끓이는 듯한 和’를 창출할 수 있다는 뜻이다. 물, 불, 식초, 젓갈, 소금, 매실 등의 서로 다른 부동(不同)의 재료를 뒤섞어 생선과 고기를 요리하는 요리사. 간을 맞추면서 부족한 것을 보충하고 지나친 것은 덜어내는 요리사. 이 요리사의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솜씨를 터득하면 한반도 중립화 통일의 입구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한반도 주변 국가들의 서로 다른 입장을 하나의 솥단지에 집어넣고 和而不同의 맛을 내는 정치적인 요리사, 즉 중립화 통일을 위한 和而不同의 맛을 내는 정치인ㆍ외교관ㆍ.. 더보기
영세중립ㆍ중립화 통일의 길 (2) -『주역』에서 ‘중립’의 가치를 찾는다 김승국 『주역(周易)』64괘의 모든 괘(卦)는 6개의 효(爻)로 이루어져있으며 밑에서 두 번째 효(爻) 즉 二爻와 밑에서 다섯 번째 효(爻) 즉 五爻를 中爻(6개 爻의 가운데에 있는 爻)라고 부른다. 각 괘의 中은 二爻와 五爻의 상관관계에서 나타난다. 64괘의 핵심인 건(乾)괘의 二爻와 五爻가 괘의 中으로 작용한다. 건괘 二爻(九二)의 ‘현룡대인見龍大人(見龍在田, 利見大人)’은 군자의 덕(德)을 갖춘 자로서, 五爻(九五)의 ‘비룡대인飛龍大人(飛龍在天, 利見大人)’의 성덕(聖德)을 봄이 이(利)롭다. 五爻의 비룡대인(飛龍大人)은 성덕(聖德)을 갖춘 자로서, 二爻의 현룡대인(見龍大人)의 군덕(君德)을 봄이 利롭다. 중효(中爻)에 있는 현룡대인과 비룡대인이 상호관계를 가지며 中(中正ㆍ正中)의 가치를 드러낸다... 더보기
영세중립ㆍ중립화 통일의 길 (1) 김승국 1. 중립의 의미 ‘중립(中立)’의 뜻풀이는 이렇다; ① 어느 편에도 치우침이 없이 그 중간에 서는 일. 양자의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아니함. 중정(中正)독립. ② 곧아 한쪽으로 기울지 아니함. ③ 어느 쪽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지 않고, 적대하지 않음 ④ 교전하는 나라(교전국)의 어느 쪽도 편들지 아니함. 교전국 쌍방에 대하여 공평하며, 원조를 하지 않음. ⑤ 국제법상 국가 간의 분쟁ㆍ전쟁에 관여하지 않음. 어떠한 군사동맹에도 참가하지 않음. 개인ㆍ국가 간의 중립을 지키려면 위와 같은 상태를 유지해야한다. 그런데 어느 편에도 치우침이 없이 중간에 서는 ‘엄정중립’의 삶의 태도를 지키기 어렵다. 중립적인 인생살이가 수월하지 않은 것은 이기적인 심성 때문이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이기적인 동물이어서 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