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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연구(이론)-평화학/중립화, 영세중립

영세중립ㆍ중립화 통일의 길 (5) -중립화 통일을 위한 유세에 나설 사람 없소!?

김승국


춘추전국 시대의 논객 집단을 제자백가라고 부른다. 제자백가 중 공자는 천하를 주유(周遊)할 때 만난 제후들에게 “패도(覇道)의 전쟁을 그만두라” “전쟁이 불가피하다면 예(禮)에 따른 의로운 전쟁(義戰)을 하라”고 유세(遊說)했다. 묵자는 제후들의 전쟁 계획을 중단시키는 유세를 하면서 반전평화 운동을 전개했다. 종횡가(소진ㆍ장의)는 세치의 짧은 혀로 제후들을 설득하여 중국 대륙을 종횡으로 엮는 안보체계를 만들었다.


제자백가의 평화를 위한 유세(이하; ‘평화 유세’)는 적극적인 평화운동으로서 본받을 점이 많다. 전쟁 중독에 걸린 제후들을 평화쪽으로 회심(回心)케 하는 평화 유세는, 평화가 싫은 제후 앞에서 자신의 목숨을 바치고 중언(忠言)하는 용감한 행동이었다.


이렇게 용감한 평화 유세꾼이 한반도 중립화 통일을 위해 반드시 등장해야한다. 필자는 중립화 통일을 위해 평화유세에 나설 사람을 찾아 나서고 싶은 심정으로 이 글을 쓴다. 이를 위해 춘추전국 시대에서 중립화론의 논점을 찾는 작업부터 시작한다.


1. 춘추전국 시대에서 중립의 논점 찾기


오늘날의 상황이 춘추전국 시대(B.C. 770~256)와 비슷하다는 평가가 많으므로, 춘추전국 시대의 사회상을 살펴보면서 중립화론의 논점을 찾는다.


당시 전쟁으로 날을 지새던 시대(춘추시대에만 큰 전쟁이 483차례 벌어짐)의 질곡을 벗어나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천하를 주유(周遊)했던 제자백가. 이들 제자백가 중에서 유가(공자ㆍ맹자), 묵가(묵자), 종횡가(소진ㆍ장의)의 평화ㆍ안전보장론을 통하여, 한반도 중립화의 발상을 얻고자 한다.


  1) 춘추전국 시대의 세력구도, 전쟁양상


중원에 있는 제하(諸夏)를 중심으로 동서남북의 네 방위에 소수민족(서융ㆍ동이ㆍ남만ㆍ북적)이 어울리는 ‘화이오방(華夷五方)의 구조’ 속에서, 중원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전쟁을 거듭한 시대를 춘추전국 시대라고 부른다.


춘추전국 시대는 대립 항쟁의 시대였기 때문에 대국은 패권 장악을 위해 그리고 소국은 국명보존을 위해 서로 제휴하고 동맹할 필요가 있었다. 따라서 각국은 이 같은 국가적 이해관계에 따라 동맹과 연합을 수시로 결성하고 또 해체하였는데 춘추전국 시대에는 이같은 동맹 또는 연합을 회맹(會盟)이라고 하였다.(이춘식, 51)


회맹 질서 아래에서 중원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은 중국은 통일하기 위한 통일전쟁이었으며, 통일전쟁은 네가지 전쟁양상(정征ㆍ벌伐ㆍ침侵ㆍ습襲)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무력에 의존하는 통일전쟁은 민초들 사이에서 전쟁에 대한 염증(厭戰)ㆍ전쟁종식의 열망을 불러일으켰다. 전쟁이 하루빨리 종식되어, 평화로운 화이오방(華夷五方)을 이룩해야한다는 통일열망이 민중들 사이에서 형성되었다.


2. 평화로운 세상을 갈망하는 민초들의 목소리


약육강식의 난세이었던 춘추전국 시대의 약자는 힘 없는 민초들이었다. 춘추전국 시대는 민초들이 전쟁터에 끌려가 죽거나, 굶주림 속에서 부역ㆍ강제노동을 당하며 늙어 죽는 봉건제 사회이었다. 그래서 봉건제 사회의 착취(농민의 토지 빼앗기, 과중한 세금 징수, 전쟁에 강제동원)에 신음하며 평화로운 세상을 갈망하는 민초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러한 민초들의 목소리를 담은『시경(詩經)』중에서 두 개의 詩를 소개한다.(기세춘ㆍ신영복, 110ㆍ202)


  1)『시경』「당풍(唐風」의 ‘鴇羽(너새의 날개)’
 

푸드득 너새는 깃을 털며
가죽나무 떨기에 내리네
병역이 너무 잦아
기장과 피를 못심었으니
부모님은 누구를 의지할까
멀고 먼 푸른 하늘이여
언제나 고향에 돌아갈까
(생략)
멀고 먼 푸른 하늘이여
언제나 전쟁이 끝나려나
(생략)
멀고 먼 푸른 하늘이여
언제나 평화가 오려나


  2)『시경』「소아(小雅」의 ‘何草不黃(풀은 시들고)’


“어떤 풀이 시들지 않으리요
어느 날에 행역[병역ㆍ부역]이 없으리요
어느 누가 행역을 피하리요
사방에 전쟁이요 부역이라오


어떤 풀이 마르지 않으리요
어느 누가 홀아비가 아니리요
슬프다 나는 군인이 되어
어찌 악한 백성이 되었는가


들소나 호랑이도 아닌데
나는 광야를 헤매야 하나
슬프다 나는 군인이 되어
아침저녁 쉴 틈이 없구나


위와 같은 고난의 근원인 전쟁을 끝내는 길은, 한 국가에 의한 완전한 승리 즉 통일(무력에 의존하는 통일전쟁이 아닌 방식으로 중국을 통일하는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했다. 이렇게 대중적인 통일열망을 수렴하여 ‘전쟁 없는 평화로운 세상’의 대안을 제시한 선비들(士)이 유가(공자ㆍ맹자), 묵가(묵자), 종횡가(소진ㆍ장의)와 같은 제자백가이다.


제자백가들 중에서 공자ㆍ묵자ㆍ종횡가(소진ㆍ장의)는 전쟁 중독에 걸린 제후들을 직접 찾아가 중원을 평화롭게 통일하는 대안을 유세(遊說)했는데, 이들의 평화유세 속의 평화론에서 한반도 중립통일의 지혜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공자의 평화유세 내용ㆍ평화론을 설명한다.


3. 공자의 평화 유세


공자가『춘추(春秋)』라는 역사책을 집필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세상에 올바른 정치가 쇠퇴하고 어진 도가 희미해져(世衰道微), 옳지 못한 說과 모진 행동이 제창되고 행해지니(邪說暴行有作), 신하로서 그의 군주를 죽이는 자가 있고(臣弑其君者有之) 자식으로서 그의 부친을 죽이는 자가 있자(子弑其父者有之), 공자께서는 그 사태를 두려워하여 춘추를 지으시었다(孔子懼作春秋)”(左丘明『春秋左氏傳』).


혼돈의 극치를 다리던 세상을 바로잡기 위해『춘추』를 저술한 공자가 두려워한 것은, 신하가 군주를 살해한뒤 군주의 권력을 찬탈하는 ‘패도(覇道)의 전쟁’이었다. 공자가 보기에 패도의 전쟁을 예방하려면, 주나라의 예악(禮樂)질서로 되돌아가는 극기복례(克己復禮) 운동을 벌여야한다. 이 운동의 중요한 대상자가 패도의 전쟁을 즐기는 제후들이었으로, 공자가 제후들을 끈질기게 찾아가는 유세를 벌이며 패도의 전쟁을 중단하라고 외친 것이다.


공자는 평화주의자였다. ‘천하를 가족으로 생각한다(以天下爲一家)’(『禮記』「禮運」) ‘사해 내의 사람들이 모두 내 형제이다(四海之內, 皆兄弟也)’(『論語』「顔淵」)라고 말한 공자는,국제적인 관점에서 평화적인 공존이 가능하다고 설파했다. 평화적으로 공존하는 원칙에서 출발하는 공자는, 전쟁에 대한 언급을 싫어하고 꺼리는 사람이었다.『論語』「述而」편에 ‘공자는 제나라, 전쟁, 질병에 관한 이야기를 삼갔다(子之所愼: 齊,戰,疾)라는 구절이 있는데, 공자가 싫어한 것이 ‘전(戰)’이다.
유세의 상대이었던 위령공(衛靈公)이 공자에게 진(陳)나라를 치는 작전법을 묻자, 공자는 예교에 관한 일은 들었으나 전쟁에 대한 일은 배우지 않았다 하시고 이튿날 위 나라를 떠났다(『論語』「衛靈公」).
위는, 위령공이 전쟁(패도의 전쟁)을 좋아하고 예(禮)를 좋아하지 아니하는 태도에 대한 공자의 부정적인 생각을 드러낸 것이다. 공자는 ‘병(兵; 군사)과 ‘식(食; 경제)’과 ‘信(신; 백성들의 신뢰)’이 모순될 경우 당연히 군사를 버려야한다고 생각했다.(『論語』「顔淵」).
공자는 통치자가 전쟁을 가벼이 여기는 것에 대해 반대한 사람이었다. 또 다른 유세의 대상이었던 계강자(季康子)에게도 죽이는 방법을 동원한 정치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였다(『論語』「顔淵」).(랴오 밍춘, 35~38)


이처럼 공자는 무력을 사용하는 정치와 패도의 전쟁을 단호하게 반대하는 평화주의자이었지만, 패도를 징벌하기 위한 천자(天子)의 정벌 전쟁은 인정했으며(『論語』「季氏」), 이러한 태도가 맹자의 의전론(義戰論)으로 이어졌다.


위와 같은 공자의 평화유세를 21세기의 동아시아에서 그대로 흉내낼 수 없다. 그러나 국제적인 평화공존을 지향하면서 평천하(平天下)하려고 했던 공자의 뜻을 살리는 평화유세는 지금도 가능하다.


분단체제 해소를 위한 중립이 절실한 이 때에 ‘중립운동에 정진할 평화유세 집단’이 등장하길 학수고대하면서 세상 사람들에게 묻는다: “중립화 통일을 위한 천하유세(미국ㆍ중국ㆍ일본ㆍ러시아ㆍ북한 등을 다니며 중립화 통일을 위한 평화유세를 함)에 나설 사람 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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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 자료>
* 기세춘ㆍ신영복 편역『中國歷代 詩歌 選集 1』(서울, 돌베개, 1994)
* 이춘식「中國 古代 朝貢의 實體와 性格」『中國學 論叢』(고려대학교 중국학 연구회 간행) 3 (1986.12)
* 랴오 밍춘「중국의 전쟁과 평화사상에 대한 논고」『동양정치 사상사』제5권 2호(200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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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는,『책과 인생』2010년 7월호에 실린 글이다.
* 필자는 평화 활동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