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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세중립

영세중립ㆍ중립화 통일의 길 (31) --- 지정학적인 조건 ⑤ 김승국 1. 평화적인 경계 만들기; 점-선-면 이행 전략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점-선-면 이행 전략은, 3단계에 걸쳐 ‘DMZ의 소(小) 평화 지대를 한반도 전체로 확장’하는 것이다. 필자는 이 과정 전체를 압축하여 ‘經(경제)-安(안보) 3단계 평화 지대화 구상’이라고 부른다. 중립화 통일의 기초를 다지는 ‘평화적인 경계 만들기’ 작업의 일환으로, ‘經-安 3단계 평화 지대화’를 제안한다.(김승국, 171~172) 여기에서의 ‘점’은 경제-안보 연계의 구상이 관철될 수 있는 거점으로 다음의 세 곳이다; ● 동해안(동부전선)의 점=금강산 ● 서해안(서부전선)의 점=개성 ● 중부지방(중부전선)의 점=철원 여기에서의 선은, 비무장 지대를 중심으로 금강산-철원-개성을 잇는 선이다. 위의 점을 확장시키면, 세.. 더보기
영세중립ㆍ중립화 통일의 길 (28) --- 지정학적인 조건 ② 김승국 명(明)ㆍ청(淸) 교체기에 일본은 화이변태(華夷變態)로 선회했는데, 조선은 일본처럼 화이변태를 선택하지 않고 ‘숭명배청(崇明排淸)’을 고집한 이유는 무엇일까? ‘숭명배청’에 매달린 조선 정부가 선뜻 화이변태로 나아가지 못한 것은 지정학적인 요인 때문이지 않을까? 당시 천하를 지배한 중국의 코 앞에 조선이 위치해 있고, 일본은 멀리 떨어져 있어서 조선의 화이변태는 그만큼 어려웠을 것이다. 지정학의 측면에서 본 ‘순망치한(脣亡齒寒;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의 조(朝)-중(中) 관계가 ‘탈(脫)중국-화이변태’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1. 조(朝)-중(中) 관계; 순망치한(脣亡齒寒)의 지정학적인 조건 지정학은 지리학과 다르다. 그것은 하나의 세계관으로서 일국의 정치지도자들이 국가 외.. 더보기
영세중립ㆍ중립화 통일의 길 (27) --- 지정학적인 조건 ① 김승국 1. 스위스의 지정학적인 조건 스위스의 지형은 2개의 습곡(褶曲) 산맥(알프스 산맥ㆍ쥬라 산맥), 이 두 산맥 끼어있는 구릉지대인 ‘미텔란트(Mittel Land)’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중앙 알프스를 수원(水源)으로 하는 주요 하천이 유럽과 연결되어 있다. 스위스는 산협(山峽)으로 둘러싸인 전략적ㆍ지정학적인 거점이기 때문에, 로마제국에 편입된 이후 스위스의 요충지대에 대한 인근 국가들의 침공ㆍ지배를 받았다.(浦野起央, 77~78) 스위스는 프랑스, 독일, 이태리와 같은 유럽의 전통적인 강대국에 둘러싸여 있다. 스위스 지역이 역사에서 주목받게 된 것은 신성 로마제국 시대부터인데, 스위스 칸톤(canton; 스위스 산악지대에 있었던 공동체 형태의 자치지구)들이 교류의 중심지였던 지중해와 서유럽을.. 더보기
영세중립ㆍ중립화 통일의 길 (26) --- 사회적인 조건 ③ 김승국 1. 나라가 썩어 문드러졌다 필자는 광해군 이후의 조선후기 역사를 조명하면서, 광해군 중립외교를 단절시킨 서인에 이은 노론ㆍ세도정치 집단의 3백 년 지배가 조선왕조의 멸망으로 이어졌음을 강조했다. 그런데 광해군 이전의 조선 전기(前期)부터 ‘민생고를 해결하지 못하는 지배계급의 무능함으로 인한 망국의 징조’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러한 징조를 독파한 이율곡의 저서 『율곡전서(栗谷全書)』를 소개한다.(기세춘, 241~245) “민생은 생선처럼 썩어 문드러지고 흙처럼 무너질 것이다. 오늘날 민력(民力)을 살펴보면 죽어가는 사람처럼 숨소리가 잦아들어 평시에도 지탱하기 힘들 지경이니 만일 외환(外患)이 남북에서 일어나면 장차 질풍에 낙엽이 쓸리듯 할 것이다.” 위와 같이 임진왜란을 경고하는 발언에 이어 ‘.. 더보기
영세중립ㆍ중립화 통일의 길 (25) --- 사회적인 조건 ② 김승국 1. 평화가 밥 평화(平和)는 동양사회에서 기본적으로 ‘밥(米)을 사람들(口)에게 균등하게(平) 나누어준다(和)’는 것을 의미한다. 밥이 공평하게 나누어지는 곳에 평화가 있고, 평화가 있는 곳은 밥이 공평하게 나누어지는 세상일 것이다. ‘평화가 밥이다’는 매우 평범한 말이지만 그 속에 격렬함이 내재해 있다. 동서고금의 민중항쟁은 밥상 공동체가 해체되었을 때 일어났다. 지배계급이 백성들에게 평화의 밥을 주지 않아 밥상 공동체가 무너졌을 때, 민중들은 항쟁의 맹아를 키우기 시작한다. 중국의 크고 작은 항쟁은 농민들의 밥상 공동체가 유린되면서 일어났다. 러시아 혁명도 예외가 아니다. 1917년 혁명 당시 평화의 밥이 그리운 러시아 민중들은 “빵을 달라! 평화를 달라!”고 절규했다. 밥상 공동체가 깨져 .. 더보기
영세중립ㆍ중립화 통일의 길 (24) --- 사회적인 조건 ① 김승국 1. 중립정책-사회적 평화-평화경제의 3박자 어느 나라이든지 대외적으로 중립외교를 펼치려면, 국내사회가 평화로워야한다. ‘사회적 평화’가 중립외교의 필요조건이다. 국내에서 사회적 평화가 유지되어야 위정자들이 대외정책으로서 중립외교를 전개할 수 있다. ‘사회적 평화’가 좀 낮선 용어이므로, ‘평화 지향적이며 지속가능한 사회에서 누릴 수 있는 평화의 상태’라고 표현하면 적절할 것 같다. 더욱이 중립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국내의 사회적 평화가 필수적이며, 중립국가가 된 다음에 사회적 평화가 강화되지 않으면 무의미하다. 코스타리카, 스위스, 오스트리아, 스웨덴 등의 국가들은, 중립국가가 되기 이전에 사회적 평화를 유지하고 있었으며 중립국가가 된 이후에 사회적 평화가 질적으로 향상되었다. 대내적으로 사회적 .. 더보기
코스타리카의 비무장 영세중립---남북통일에 주는 함의ㆍ시사점 김승국 코스타리카의 정식명칭은 Republica de Costa Rica이고 통칭은 Costa Rica이다. Costa Rica는「풍부한(Rica) 해안(Costa)」이라는 뜻이며, 콜럼버스(Christopher Columbus)가 이 땅에 상륙했을 때 조우한 先住民(인디헤나; Indígena)이 금세공(金細工)의 장식품을 몸이 지니고 있었던 데에서 이 이름이 붙었다. 공식적인 영어표기는 Republic of Costa Rica이고 통칭은 Costa Rica이다. 우리말로 ‘코스타리카 공화국’이라고 표기하면 정확하며 이 글에서는 ‘코스타리카’라는 국명을 사용한다. 중앙 아메리카 남부에 위치하는 이 나라는, 북쪽의 니카라과, 남동쪽의 파나마와 국경을 맞대고 있으며 남쪽은 태평양을 북쪽은 카리브해를 향하고 .. 더보기
영세중립ㆍ중립화 통일의 길 (22) ---역사적인 조건 ⑩ 김승국 1. ‘중립외교의 이정표’를 가로막는 차단막 최명길은 호란(정묘호란ㆍ병자호란)의 위기 극복 대안으로 변통(變通)의 논리를 내세움으로써, 광해군 중립외교의 맥을 이으려 했다. 변통이란 새롭게 전개되는 현실에 맞추어 때로는 명분을 굽혀서라도 나라를 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시 말해서 명나라의 적인 후금과 겉으로는 화약을 맺고 안으로 군대를 양성하여 앞날을 대비하고 명에 대한 의리를 저버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것이 바로 광해군이 추구한 실리외교를 조금 절충하여 ‘친명(親明)’의 관계는 유지하고 ‘和金[후금과의 和親]’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이이화, 318) 이렇게 광해군 중립외교를 변용한 최명길의 ‘변통’은 고집불통의 척화파에 의해 단절되었다. 최명길은 청의 진영을 오가며 화의에 앞장섰다... 더보기
영세중립ㆍ중립화 통일의 길 (21) ---역사적인 조건 ⑨ 김승국 앞의 글에서 주화ㆍ척화의 논쟁을 해석학적으로 이해하면서 중립의 가치를 찾으려고 노력했는데, 최명길ㆍ김상헌의 和-戰-守 논쟁은 오히려 변증법적이다. 和와 戰은 안티테제(Anti These)인데 어떻게 ‘守(백성의 목숨ㆍ민족의 생명ㆍ임금의 목숨ㆍ사직을 지킴)’라는 Synthese로 수렴할 것인가의 논쟁이어서 변증법적이다. 기본적으로 和를 These로 삼는 최명길과 戰을 These로 삼는 김상헌의 和에 대한 이해가 다르다. 두 사람 사이의 이해의 지평이 다르기 때문에 지평 융합(Horizontverschmelzung)하기 힘들다. ‘和(청나라와의 강화)=降(항복)’이라는 김상헌은 ‘戰해야 和의 길이 열린다’는 모순 속에서 守를 주장한다. 이에 반하여 최명길은 ‘和=降’의 등식은 성립되지 않고 和를 통해.. 더보기
영세중립ㆍ중립화 통일의 길 (20) ---역사적인 조건 ⑧ 김승국 남한산성 논쟁의 텍스트(Text)를 해석학적으로 이해하는 가운데, 주화파ㆍ척화파의 ‘화(和)’에서 중립의 가치를 찾는 숙제가 남아 있다. 이해는 어린아이의 옹알거림을 파악하는 것에서부터 ‘햄릿’이나 ‘이성 비판’을 이해하는 데까지 이른다. 거석들, 대리석, 음악적으로 채색된 음색, 몸짓, 단어, 문자, 행위들, 경제 규정이나 헌법과 같은 다양한 형태로 인간의 정신은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며, 해석을 필요로 한다.(빌헬름 딜타이, 36) 남한산성 논쟁의 주역인 최명길과 김상헌의 몸짓, 말투, 음색, 일거수 일투족, 옹알거림은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며 해석을 필요로 한다. 두 사람의 격렬한 논쟁 속에 스며 있는 현실에 대한 이해의 차이, 세계관ㆍ이념의 차이, 논쟁을 위해 사용하는 한자 단어, 논쟁이 기록..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