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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연구(이론)-평화학/중립화, 영세중립

영세중립ㆍ중립화 통일의 길 (31) --- 지정학적인 조건 ⑤

김승국


1. 평화적인 경계 만들기; 점-선-면 이행 전략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점-선-면 이행 전략은, 3단계에 걸쳐 ‘DMZ의 소(小) 평화 지대를 한반도 전체로 확장’하는 것이다. 필자는 이 과정 전체를 압축하여 ‘經(경제)-安(안보) 3단계 평화 지대화 구상’이라고 부른다. 중립화 통일의 기초를 다지는 ‘평화적인 경계 만들기’ 작업의 일환으로, ‘經-安 3단계 평화 지대화’를 제안한다.(김승국, 171~172)


<점>


여기에서의 ‘점’은 경제-안보 연계의 구상이 관철될 수 있는 거점으로 다음의 세 곳이다; ● 동해안(동부전선)의 점=금강산 ● 서해안(서부전선)의 점=개성 ● 중부지방(중부전선)의 점=철원


<선>


여기에서의 선은, 비무장 지대를 중심으로 금강산-철원-개성을 잇는 선이다.


<면>
 

위의 점을 확장시키면, 세 개의 점을 중심으로 ‘소(mini) 평화지대’를 3곳에 형성할 수 있다. 이어 세 곳의 소평화지대 사이를 선으로 연결하고 면(평화통일의 공간)을 확장하는 가운데, 비무장 지대 전체를 평화지대로 만들 수 있다. 금강산 ‧ 철원 ‧ 개성의 소평화지대 안에, ‘인간 띠-생태 띠-자본 띠의 상호연관’을 이루면서 평화를 창출(peace making)할 수 있다. 인간 띠는 주로 소평화지대를 찾을 남측의 관광객에 의해 이루어질 것이며, ‘소평화지대’ 안에서의 남북 이산가족 만남, 남북 민간 ‧ 사회단체의 교류를 통해 남북한의 인간 띠가 형성될 것이다. 소평화지대를 지나는 남북 연계 교통망(철도 ‧ 도로), 이 교통망 주변에 부설될 통신 ‧ 전력수송망, 에너지 수급망이 자본 띠를 이룰 것이다. 교통망 ‧ 통신망 ‧ 전력수송망 ‧ 에너지 수급망 자체가 자본의 덩어리이다.


위의 인간 띠와 자본 띠는 생태 띠를 기본전제로 한다. 소평화지대를 중심으로 인간 띠-자본 띠-생태 띠의 종합이 이루어지면, ‘평화지향적인 안보 띠’를 형성하는 조건(안보 패러다임의 전환 등)이 창출될 것이다. 이와 같은 절차를 거쳐 ‘경-안 DMZ 평화지대(경제와 안보의 연계 카드를 통한 DMZ 안의 평화지대)를 조성할 수 있다.


  1) ‘경-안 3단계 평화지대화’의 첫 번째 단계; DMZ에 小 평화지대 조성
 

그러면 소평화지대를 중심으로 비무장 지대의 분단장벽을 뚫는 방도를 아래와 같이 제시한다.


    ⓐ 금강산의 소평화지대


온정리-고성-육로 관광의 남측 입구를 중심으로 ‘경-안 평화 3각형(peace triangle)’을 그려본다. 이 3각형을 통해 분단장벽에 평화의 훈풍을 집어넣을 수 있다.


    ⓑ 철원의 소평화지대


평강-구철원-신철원을 중심으로 ‘경-안 평화 3각형’을 그릴 수 있다. 이 3각형을 통해 분단장벽에 평화의 훈풍을 집어넣을 수 있다.


    ⓒ 개성의 소평화지대


 개성-파주-인천권(김포 ‧ 강화)을 중심으로 ‘경-안 평화 3각형’을 그릴 수 있다. 이 3각형을 통해 분단장벽에 평화의 훈풍을 집어넣을 수 있다.


위의 세 곳의 소평화지대를 만드는데 남북간 신뢰구축 조치, 즉 비무장 지대 내의 선전 비방 시설물 제거, 북방한계선 해상에서의 핫라인 ‧ 상호 신호체계 수립이 필수적이다.


그러면 세 곳에 있는 소평화지대의 평화력(peace power)이 동서남북으로 전파되는 현상에 대하여 설명한다.


우선 3곳 소평화지대의 동서 띠를 만든다. 금강산의 ‘경-안 평화 3각형’-철원의 ‘경-안 평화 3각형’-개성의 ‘경-안 평화 3각형’을 잇는 동서 띠를 만들어 비무장 지대 전체가 평화권(平和圈)으로 탈바꿈하도록 한다. DMZ의 평화권이 서해안의 북방한계선(NLL)으로 이어가도록 한다. 이렇게 되면 비무장 지대 안팎의 육지 ‧ 해상에 걸쳐 평화의 기류가 형성된다.


  2) 두 번째 단계; ‘점-선-면 전략을 남북의 수도권까지 확대
 

‘경-안 3단계 평화 지대화 구상’의 두 번째 단계는 DMZ의 小평화지대에서 출발하며, 종점은 ‘점-선-면 전략이 남북의 수도권까지 확대되는 지점’이다.


이 종점을 향해 DMZ 평화권(DMZ 평화지대화)의 확대전략을 추진한다. 비무장 지대 부근의 점-선-면 전략의 남하(서울 쪽으로)와 북상(평양 쪽으로)을 동시에 시도한다. DMZ 평화지대화의 핵심인 소평화지대들을 확대하여 남북의 수도권 사이에 ‘중(中) 평화지대’를 만든다. DMZ 평화권의 남하를 통한 서울~DMZ 지역의 경무장화(輕武裝化), DMZ 평화권의 북상을 통한 DMZ~평양 지역의 경무장화에 도전한다. 여기에서 ‘경무장화’란 핵무기 등의 대량파괴무기를 없애는 것이며, 이는 ‘합리적 충분성의 원칙에 의한 전수방어’라는 안보 패러다임 전환에 어울리는 조치이다. 달리 말하면 남북한의 수도권 지역(서울~평양)을 대량파괴무기 금지지대(WMDFZ; Weapons of Mass Destruction Free Zone)로 만드는 것이다.


  3) 세 번째 단계; 점-선-면 전략을 한반도 전체로 확대


위의 두 번째 단계가 성공하면, 점-선-면 전략을 서울 이남과 평양 이북으로 동시에 확대하여 한반도 전체의 경무장화를 통한 ‘대(大) 평화지대화’를 시도한다.


2. 한반도 주변 해상권력의 중립화


위와 같은 점-선-면 전략이 성공하면 DMZ에 이은 한반도의 육지가 경무장화된 중립지대로 나아가므로, 한반도의 중립화 통일에 크게 이바지할 것이다. 그런데 점-선-면 전략이 성공하더라도, 한반도 주변 해상의 권력(sea power)이 중립화되지 못하면 중립화 통일을 완수할 수 없다. ‘해상 권력이 중립화 되지 못한다’는 것은, 한반도 주변의 해상권력을 놓고 남한-미국-일본 군사 공동체와 북한-중국-러시아 군사공동체가 다투는 상황을 뜻한다. 러시아는 한반도 주변의 해역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거의 없기 때문에 북한-중국 對  남한-미국-일본의 대립으로 좁혀진다. 이미 남북한 사이의 NLL(북방 한계선)을 에워싼 해상권력 다툼이 진행 중이고, 이 다툼의 연장선상에서 ‘천안함 사건(2010년 3월 26일에, 백령도 남쪽  해상에서 남한 해군의 초계함인 ‘PCC-772 천안’이 침몰한 사건)’이 발생했다.


천안함 사건의 배후에, 중국-미국의 서해(황해)를 에워싼 첨예한 신경전이 가로 놓여 있다. 서해(황해) 뿐만 아니라, 동(東)중국해ㆍ남(南)중국해에서도 미-일 동맹 對 중국의 예민한 신경전이 지속되고 있다. 센카쿠 섬(尖閣諸島)을 놓고 일본-중국이 대륙붕 논쟁을 벌이고 있다. 무엇보다도 중국의 확장된 해상 방위선과 미-일 동맹의 해상 방위선이 동중국해ㆍ남중국해에서 겹치는 점이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중국의 해상 방위선이 확장되기 이전의 동중국해ㆍ남중국해는 사실상 미국의 해상권력이 통용되는 바다이었다. 마한(Mahan)의 해상권력론에 따라 항공모함을 동원한 미군이 동 중국해ㆍ남 중국해의 해상 교통로(sea lane)를 장악하는 가운데, (이 해상 교통로를 통해 중동에서 원유를 실어날아 경제를 발전시켜온) 일본ㆍ한국 자본주의의 고삐를 쥐고 있었다.


미국이 중동~말라카해협~남중국해~동중국해로 이어지는 해상 교통로를 쥐고 있는 한, 일본ㆍ한국이 미국의 패권에서 쉽사리 벗어날 수 없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해상 교통로를 통한 미국의 패권(일본ㆍ한국 자본주의에 대한 통제권)이, 중국의 해상 방위선 확장으로 도전받고 있다.


이러한 중국ㆍ미국 간의 해상권력 다툼이 서해(황해)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천안함 사건이 터졌다. 이 사건을 에워싼 남북한의 갈등의 배후에서 중국ㆍ미국의 신경전이 증폭되기도 했다.


따라서 천안함 사건과 유사한 갈등의 재발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서해(황해) 바다를 중립지대로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서해(황해) 바다는 본래 공해이므로, 원론적으로 보면 중립지대로 만들기 쉬우나 현실적으로 보면 중국ㆍ미국의 해상권력을 에워싼 신경전을 중단시킬 수단이 없으면 공론(空論)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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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 자료>
* 김승국『잘사는 평화를 위한 평화 경제론』(파주, 한국학술정보,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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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는 평화 활동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