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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연구(이론)-평화학/중립화, 영세중립

영세중립ㆍ중립화 통일의 길 (33) --- 지정학적인 조건 ⑦

김승국


브레진스키가『거대한 체스판』에서 언급하는 유라시아 관리(관할ㆍ통제ㆍ분할통치ㆍ개입) 전략을 다음과 같이 폭넓게 해석할 수 있겠다; ① 미국은 유라시아라는 경락을 누르고 있어야 전 세계의 패권을 장악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한 군사정치적인 개입을 해야 한다. ② 유럽과 아시아가 뭉치면 미국의 국익이 위협받게 된다. ③ 따라서 유럽과 아시아가 뭉치지 못하도록 분할통치 하는 전략을 수행한다. ④ 유라시아의 요충(要衝)인 중동의 석유자원을 미국이 영원히 틀어쥐고 있어야하며, 이를 위해 전쟁도 불사(不辭)한다(이라크 전쟁이 대표적인 사례). ⑤ 중동의 원유를 전 세계로 실어 나르는 해상 교통로(Sea Lane)를 미군이 지킴으로써 원유의 유통망을 움켜쥔다. 원유의 해양 수송로 장악을 통해, 원유에 의존하는 국가들, 즉 원유 수송로를 생명선으로 여기는 국가들(한국ㆍ일본 등)의 숨통을 쥐고 흔든다. 


이와 같은 브레진스키의 유라시아 관리 전략은, 미국의 패권확장을 위해 유라시안 대륙에 속해 있는 국가ㆍ지역을 이이제이(以夷制夷)하는 전략이다. 이러한 전략이 관철되는 한(限) 한반도의 중립화 통일은 난망이다. 그러므로 브레진스키의 유라시아 관리 전략을 뛰어넘는 ‘유라시아 평화전략’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이러한 필요성에 따라 아래와 같은 대안을 제시한다. 
 

1. ‘Eurasian Land Bridge’


한국경제의 숨통을 쥐고 있는 해상 교통로는 다름 아닌 중동의 원유 수송로이다. 해상 교통로는 평시에 교역의 통로이지만 전시에는 전략적인 생명선(Strategic Line of Communications)이 되므로, 경제-안보의 측면에서 고찰해야할 것이다. 해상 교통로를 지키는 미군의 임무 중에서 중동의 원유 수송로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점에 비추어, 경제․안보적인 고찰이 더욱 중요해진다.


미국은 세계 자본주의의 혈맥인 중동원유 수송로를 장악하기 위해 혈전을 마다하지 않는다. 이라크 전쟁ㆍ아프간 전쟁은, 미국 자본주의․제국 ‘미국’의 생명선(life line)인 해상 교통로를 중동 지역에서 확장하는데 주요 목적이 있다. 제국 ‘미국’은, 전쟁을 통한 생명선  사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게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의 진면목이다.


그런데 중동의 원유 수송로는 제국 ‘미국’만의 생명선이 아니다. 한국ㆍ일본ㆍ중국ㆍ대만 등 동아시아 주요 국가의 생명선이기도 하다. 특히 일본 자본주의와 한국 자본주의의 생명선인 중동원유 수송로를 사실상 미군이 지키고 있는 점이, 두 나라의 대미 종속을 불가피하게 만든다.


한ㆍ일 양국 자본주의의 명줄인 중동 원유 수송로를 미국이 지켜주고 있는바, 이 생명줄은 놓아버리면 양국의 자본주의는 존립의 위협을 받는다. 양국 자본주의의 생존을 위해 이 생명줄에 매달려 있는 한, 친미 세력에 의한 정치가 불가피하다.


석유 자원이 전무한 한국 자본주의의 생명선인 ‘중동 원유 수송로’를 미국이 꽉 쥐고 있는 한, 한국은 미국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미국의 원유 수송로(Sea Lane) 우산 아래 편입된 한국이 미국의 종속국가로 존재하면 할수록, 친미국가의 굴레(한ㆍ미 동맹 관계 등)를 벗어나기 힘들다. 한ㆍ미 군사동맹으로는 분단상황을 돌파할 수 없으므로, 남북한의 대승적인 통합에 의한 통일은 그만큼 어려워진다.


이렇게 ‘대미종속’의 그늘을 드리우는 해상 교통로(중동원유 수송로)에만 매달리면, 한반도의 평화통일은 아주 늦어지거나 불가능해진다. 그러므로 통일의 대계(大計)를 수립하는데 있어서 평화통일 지향적인 자원 수송로를 찾는 게 지상과제이다. 여기에서 필자는 해상 교통로의 대안으로, 유라시아 대륙을 잇는 대륙 교통로(Land Lane), 즉 ‘Eurasian Land Bridge’를 우리 국가․민족의 새로운 생명선으로 제안한다.


해상 교통로의 또 다른 선택지(option)로서, ‘유라시아 대륙을 다리 놓는(Eurasian Land Bridge)’ 대륙 교통로를, ‘새로운 생명선을 잇기 위한 경제-안보 연계 카드’로 고려하는 게 한반도 평화 로드맵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위한 방략으로 Eurasian Land Bridge 구축이 필수적이라는 말이다.


한반도의 평화통일은 남북한의 통합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한반도 주변의 평화지향적인 틀을 완비해놓아야 평화통일이 촉진된다. 한반도 주변의 평화지향적인 틀을 만들기 위해, 해양세력인 미국ㆍ일본을 견제하는 동시에 대륙세력인 중국ㆍ러시아를 견인하는 양동작전이 필수적이다. 미국ㆍ일본을 견제하기 위해 미ㆍ일 동맹의 한반도 개입, 미ㆍ일 동맹의 북한 공략을 위한 군사적인 움직임, 제국 ‘미국’의 한반도 분할통치를 저지하면서 미국의 Sea Lane 우산에서 벗어나는 게 중요하다.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Eurasian Land Bridge를 통해 대륙세력(중국ㆍ러시아)을 견인하는 전략이다.  


2. ‘철의 실크로드’를 통한 남북한의 생명선 통합


Eurasian Land Bridge는,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의 틈바구니에서 헤매다가 분단상황을 초래한 한반도의 운명을 통일 지향적으로 개척할 새로운 생명선이다. 이 생명선은 한반도의  북방에 존재하므로, 북방 지향적인 새로운 정책 즉 새로운 북방정책이 수립되어야한다. (서독의 동방정책과 유사한) 새로운 북방정책이 북ㆍ미 수교와 북ㆍ일 수교를 매개하면 남북한의 주변국 수교가 완결됨으로써, 한반도 통일을 위한 주변국의 상호보장 장치가 매듭 지워질 것이다. 


새로운 북방정책은 통일을 위한 외교적인 효과로 그치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북방정책은 북ㆍ미 수교와 북ㆍ일 수교를 통한 미ㆍ일 자본의 대북진출을 쉽게 함과 동시에, Eurasian Land Bridge의 출발점인 한반도의 철도연결(부산~신의주 철도 연결, 부산~나진․두만강 철도연결)을 촉발하므로, 동아시아 경제부흥의 발판을 새로이 만들 수 있다. Eurasian Land Bridge의 출발점인 한반도가,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을 연결 짓는 연육교(Land Bridge)로서 양 세력의 자본ㆍ상품ㆍ물류ㆍ인적 자원을 유통시키는 허브(Hub)가 될 수 있다. 부산~신의주 철도와 부산~나진․두만강 철도가 시베리아 철도와 연결되는 순간 한반도 발(發) 유라시아 연육교(Eurasian Land Bridge)가 놓이게 된다. 이로써 한반도는 유라시아와 해양세력을 잇는 자본ㆍ상품ㆍ물류ㆍ인적자원 유통의 허브로 자리매김하면서 동아시아 경제부흥의 발신지가 될 것이다. 
 

이렇게 일본-남북한-러시아‧중국-시베리아를 잇는 ‘철(鐵)의 실크로드’는 동아시아에 평화를 가져올 새로운 자원수송로가 되어야 하며, 동아시아의 자원을 평화롭게 공동 관리할 수 있는 길이어야 한다.


3. TSRㆍTKR을 통한 Eurasian Peace Bridge


    1) TSRㆍTCR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생명선 중의 하나인 ‘철의 실크로드’, 즉 시베리아 횡단철도(TSR; Trans-Siberian Railway)ㆍ중국 횡단철도(TCR; Trans-Chinese Railway)에 큰 관심을 가져야할 것이다.


러시아의 TSR 운영체제가 개선된다면 TSR은 유럽의 PETN(Pan European Transport Network)과 유기적인 연계운송 체제를 구축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남한, 북한, 중국, 몽골 등의 동북아시아 국가 간에 ‘범동북아 철도 운송망’이 구축되어 TSR 체제와 연계된다면 유라시아 복합운송 체제는 유럽의 주요 내륙도시에 대해서도 해상 운송보다 강력한 경쟁력을 보유하게 될 것으로 전망되며, TSR이 21세기를 주도하는 Landbridge로서 확고하게 자리매김할 것이다.


    2) TKR


TSRㆍTCR의 시발점인 한반도 안의 끊어진 철길을 연결하는 작업이 시급하다. 분단으로 끊긴 경의선ㆍ경원선ㆍ금강산선ㆍ동해남부선을 잇는 한반도 종단철도(TKR)는, 한반도 평화통일의 혈맥 뚫기임과 동시에 ‘유라시아에 평화의 가교(Eurasian Peace Bridge)를 놓는 평화 만들기(peace making)’의 대들보이다. TKR을 TSRㆍTCR과 연결시키려면 한반도 주변 국가들로부터 긴밀한 협조ㆍ강력한 지원을 얻어내야 하는데, 위의 협조ㆍ지원을 성공적으로 얻는 과정 자체가 한반도 평화보장의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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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는 평화 활동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