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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연구(이론)-평화학/평화국가-평화헌법

한국에서 보는 일본헌법 개악

김승국

1. 한국 사람들의 생각

한국 사람들에게 반일 감정이 남아 있어서 일본을 별로 좋지 않게 보는 경향이 강하다. 거기에 일본 평화헌법 개악과 같이 선(善)하지 않은 동향이 있으면 노골적으로 반일감정이 드러날 수 있다.

일반적인 한국 사람들은 주로 매스컴에 의존하여 일본 사회를 평가한다. 한국의 매스컴이 일본에 관하여 제일 많이 다루는 기사 중 하나는 군사대국화에 관한 것이다. 따라서 한국민도 일본 군사대국화에 대한 경계심이 강하다. 이러한 경계심은, 군사대국 일본의 자위대가 한반도를 다시 점령할지 모른다는 ‘우려 섞인 공포심’을 낳는다.

한국 사람들은 매스컴의 보도 등을 통하여 일본헌법 개악 움직임에 대하여 알고 있다. 그러나 일본헌법의 개악이 어떠한 정치적인 배경 아래에서 진행되는지에 대하여 잘 모른 채, ‘군사대국화의 경향과 맞물려 있다.’는 일반적인 이해에 머물러 있다.

2. 평화운동가가 바라본 일본헌법 개악

한국의 평화 운동가들은 일반적인 한국인들보다 훨씬 강하게 일본의 평화헌법 개악 움직임을 비판하고 있다. 이러한 비판정신이 ‘한국 9조의 회’ 결성의 밑거름이 되었다. 필자는 한국의 평화운동가로서, 아래와 같이 생각한다:

① 본인은 평화헌법을 가진 일본을 사뭇 부러워하며, 한국도 언젠가 일본의 평화헌법과 같은 헌법을 가진 나라로 바꾸는 게
평화운동가의 임무라고 생각한다. 한국전쟁이 초래한 한반도의 분단 상황을 강화하기 위해 남북한이 만든 분단헌법 아래
에서 고난을 겪은 필자가 보기에, 일본은 평화헌법이 있기에 ‘복(福)받은 나라’이다. 일본 평화헌법이 일본인의 ‘복(福) 주
머니’이다. 그런데 그런 복 주머니를 내팽개치고 헌법개악이라는 ‘불행한 복 주머니’를 차려는 일본 사람들을 도저히 이
해할 수 없다. 왜 그렇게 좋은 헌법을 고치려고 안달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일본처럼 아름다운 헌법을 가진 나라
가 드물고, 그런 평화헌법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이 아름다운 나라인데……그런 아름다운 나라를 버리고 전쟁지
향적인 헌법으로 나아가려는 움직임을 이해할 수 없다.

② 헌법개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 아베 정권의 지도자인 아베가 ‘아름다운 나라’를 지향한다고 하면서 ‘아름다운 나라의 평화 헌법’을 수정하려는 행동을 납득할 수 없다.

③ 그렇게 아름다운 헌법을 개악하려는 일본의 보수정치 세력은 결코 아름답지 못한 세력이며, 그들이 일본을 ‘추(醜)한 나라’로 만들 것이다. 헌법을 개악함으로써 일본을 추한 나라로 만드는 정치세력은 ‘망국(亡國)의 세력’이며, 한반도와 동아시
아의 평화를 망치는 ‘추악한 세력’이다.

④ 일본의 평화헌법은 단순히 정치, 군사적인 영역에 머물지 않는다. 일본의 패전 이후에 평화헌법이 있었기 때문에, 일본의 경제발전이 가능했다고 본다. 中山伊知郞이 「日本経済の動向と物価」 {学士会会報} 701호(1971년 1월)라는 논문에서 ‘일
본이 2차 대전 이후 비약적인 경제성장을 한 원인이 평화헌법 제9조 및 평화헌법과 관련된 경제개혁에 있음’을 밝혔다.

평화헌법이라는 상부구조에 의해 ‘평화경제의 기초(하부구조)를 이루는 생산관계’가 형성되고(농지개혁, 재벌 해체, 노동
조합 운동의 활성화와 함께 군비축소형 생산관계가 형성됨), 이 생산관계가 경제성장의 장기적 요인을 촉발함으로써 생산
력의 급증을 유발하여, 일본 국민 모두가 비교적 골고루 잘사는 평화국가가 되었다는 논지(論旨)이다.

이처럼 일본의 평화헌법은 ‘경제발전을 가져온 복 주머니’인데, 그런 복 주머니를 버리고 ‘불행의 주머니(헌법개악)’를 갖고자 하는 보수적인 일본인들의 심리를 모르겠다는 것이다. 일본의 평화헌법이 경제성장을 초래했다는 논리가 성립된다면, ‘평화헌법을 개악하면 경제성장을 저해한다’는 논리도 성립된다.

그런데 일본의 재계를 비롯한 지배세력은 헌법을 고쳐 보통국가로 되어 중무장해야 경제성장을 도모한다고 거꾸로 생각하는 ‘청개구리 집단’이다. 만일 일본국민들이 이 ‘청개구리 집단’의 꼬임에 속아 헌법개악에 이은 군사대국화-자위대의 한반도 재상륙으로 나아가면, 일본 패망의 길을 다시금 선택하게 될 것이다.

경제발전도 도모하고 평화도 증진시킬 수 있는 평화헌법이 건재하는데, 그것을 내팽개치고 ‘경제악화와 전쟁만을 예약하는 헌법개악’에 박수치라고 일본국민들을 유혹하는 세력은, 일본, 한반도, 동아시아의 평화를 망치는 악마, 사탄이다. 이러한 악마를 퇴치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의 평화세력이 똘똘 뭉쳐 ‘9조의 회’를 중심으로 국제연대를 강화해야 한다.

⑤ 일본이 평화헌법을 개악하면 한국의 분단헌법과 상승효과를 나타내 한일 간에 ‘비(非)평화헌법의 동맹관계’가 형성될 것
이다. 이러한 비평화헌법 동맹은, 한-미-일 3각 군사동맹과 어울려 한반도-동아시아의 평화를 원천적으로 가로막는 원흉이 될 것이다. 그런데 이와 반대로 일본이 평화헌법을 유지하고 한국도 평화지향적인 헌법으로 개헌한다면, 한일간에 ‘평화헌법 동맹’이 이루어져 한-미-일 전쟁동맹을 타파하고 동아시아의 평화를 구가(謳歌)할 것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일본의 평화헌법 개악의 저지 못지않게 한국의 ‘평화헌법 만들기’가 중요하다. 한국 9조의 회가 ‘한국의 평화헌법 만들기 운동’을 전개하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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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평화 만들기(http://peacemaking.kr)} 299호(2007. 11. 10.)
332 평화연구의 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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