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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도시-평화 마을/접경 평화

'생명 도둑놈' 지뢰

'생명 도둑놈' 지뢰

평화로 가는 길 (29)

 

 

김승국(평화 연구활동가)

 

평화가 하늘이다[和乃天]

 

한반도는 지뢰밭이다.

 

내가 40년 전 평화운동을 처음 시작할 때 운동의 대상이었던 핵무기와 지뢰가 지금도 거론되고 있다. 그만큼 한반도의 평화는 한발도 나아가고 있지 못한 상태이다.

 

핵무기와 지뢰 모두 살아 있는 괴물로 우리들의 삶을 규정한다. 핵무기는 워낙 거대한 문제 덩어리이어서 제쳐 놓고 지뢰를 중심으로 말한다.

 

지뢰야 말로 접경 지역민과 군인들, 접경지역을 찾은 모든 이들의 삶을 위협하는 생명 도둑놈이다. 한국 전쟁 때 DMZ에 약 100만발의 지뢰가 매설되었다고 하니 100만개의 흉물이 우리의 목숨을 노리고 있다.

 

지뢰는 군인들의 작전을 방해하는 놈이다. 주민들이 농토를 개간할 때 자주 터지는 바람에 발목이 나간 농부들이 많다. 철원의 오대쌀은 지뢰와 혈투하며 개척한 농토에서 수확한 목숨 건 생명의 쌀이다. 접경지역의 물 맑은 계곡을 찾은 타 지역 사람들이 물 속에 숨어 있는 지뢰를 잘못 밟아 중경상을 입는 일이 매년 계속되고 있다. 특히 발목 지뢰(M14지뢰)라고 불리는 100그램 무게의 아주 작은 것이 살아 움직이며 여름 장마철의 급류에 휩쓸려 접경지역의 계곡 곳곳에 박혀 있다가 인명을 해친다.

 

지뢰는 죽은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생물체이다. 계곡물에 떠내려 오면서 살아 있는 고기들처럼 자신의 활로를 모색한다. 모처럼 시간을 내어 계곡에 놀러와 즐기고 있는 순간의 기쁨을 빼앗기 위해 틈을 노린다. 지난해 54일 동안 비가 계속 내리는 바람에 아주 많은 지뢰가 접경지역(특히 한탄강임진강의 중하류계곡)에 숨어 있어서 올 여름에 접경지역에 물놀이 가는 사람들은 아주 조심해야 한다. 접경지역 곳곳의 도로변에 지뢰 제거 작업을 진행 중이라는 군 당국의 플랜카드가 지금도 걸려 있다.

 

물론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는 계곡의 입구에는 반드시 지뢰를 조심하라는 경고문이 걸려 있는데 이러한 사진을 중심으로 연재한다.

 

 

지뢰는 접경지역 안에만 있지 않다. 접경지역이 아닌 행주산성 주변에서 고기 잡던 어부가 지뢰 때문에 크게 다쳤는데, 이에 놀란 고양시청이 행주산성 주변의 지뢰제거에 나선 일도 있었다. 지뢰가 이제는 한경변까지 유입되고 있다. 한강 유역도 지뢰의 피해지역이 될 수 있다.

 

접경지역 안팎의 산하를 좀먹는 지뢰는 생명을 좀먹는 박테리아인데, 이 박테리아를 박멸하는데 490년이 걸린다고 한다. 지뢰 제거를 독점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군의 예산과 기술로 한반도의 미확인 지뢰를 모두 제거하는데 앞으로 490년이 더 걸린다는 계산이 나오고 있다<조선일보 DMZ 특별취재팀 DMZ 비극의 중심에서 희망을 보다(조선미디어 출간) 129>. 앞으로 40년 뒤에 통일 된다고 가정하면 통일되어도 450년 동안 지뢰로부터 해방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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