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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연구(이론)-평화학/평화 만들기의 대안

한반도의 평화 로드맵

김승국

Ⅰ. 서 론

요즘 ‘로드맵(Roadmap)’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쓰인다. ‘로드맵’의 정확한 우리말 번역이 없으나 ‘단계별 이행 조감도 / 이행의 밑그림’의 의미를 지닌다. ‘평화 로드맵(Peace Roadmap)’ 역시 ‘평화에로의 단계별 이행 조감도 / 평화 이행의 밑그림’을 뜻한다. 따라서 이 글은 ‘한반도 평화의 단계별 이행 조감도 / 평화 이행의 밑그림’을 그리는데 목적이 있다.

세계 각국의 분쟁을 해소하기 위한 몇 가지 평화 로드맵이 있으며, 한반도에서 대표적인 평화 로드맵은 ‘페리 프로세스(Perry Process)’와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 ・협력에 관한 합의서」(이하 ‘남북 기본합의서’)에 내포된 평화 과정(Peace Process)이다.

‘페리 프로세스’는 북한의 핵 ・미사일 문제의 점진적 해결방식에 주안점이 있지만, 남북한의 상생(相生)을 도우려는 미국 측의 정신이 부족하다. 남북한의 상생에 의한 평화 이행(평화에로의 이행)은, ‘비(非)제로섬 게임(non-zero sum game)’에 의하여 이루어져야 하는데, ‘페리 프로세스’에는 ‘제로섬 게임(zero-sum game)’에 입각한 미국측의 실용주의 외교 노선’이 깃들어 있는 한계점이 있다. 이 한계점 때문에 ‘페리 프로세스’가 관철되지 않은 것이다.

남북 기본합의서에 내포된 평화 과정 역시 단계론의 발상을 나열한 느낌이 든다. 남북 기본합의서 체결 당시 그러한 발상을 나열한 것만도 기특하다. 남북 기본합의서는 시대 상황의 제약을 받은 산물이다. 이런 제약은, 남북 기본합의서에 의거하여 평화 로드맵을 그리는 데 난점을 제공한다.

  1. 이 글의 구도

앞에서 지적한 ‘페리 프로세스’와 남북 기본합의서의 난점을 극복하기 위해 ‘한반도의 평화 로드맵’을 그리는 데 전념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필요에 부응한 본 논문은 다음과 같은 구도 아래 작성되었다. 

    1) 평화통일의 이행에 중점

이 글은 평화통일의 이행 ・변환(transformation, 변형 / 전환)<주1>에 관심이 있다. 기존의 통일방안은 부차적인 관심사이다. 기존의 정형화된 통일방안이 한반도의 평화 로드맵을 그리는 데 있어서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되지만, 여기에서는 부차적인 관심사로 돌렸다. 한반도의 평화 로드맵에 기존의 통일방안을 중첩시키면, 너무 난삽한 매트릭스(matrix)가 그려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평화 로드맵과 기존의 통일방안은 논의의 출발점, 논의 전개 방식, 방법론, 목표, 용도, 기능에 편차가 있을 수 있고 행위자(주체)-수용자(객체)의 관계도 다를 수 있다. 그렇지만 기존의 통일방안을 도입할 필요가 있는 곳에서는 통일방안을 언급한다.

평화통일의 변환(transformation)에서 ‘변환’은 ‘변증법적인 이행’을 내포한다. 한반도 평화 로드맵의 ‘변증법적인 이행’을 드러내기 위하여, 다음의 <표1: 한반도의 평화 로드맵>에서 3단계의 이행표를 제시한다.

위의 <표1: 한반도의 평화 로드맵>는, 김승국 지음『한반도의 평화 로드맵』(파주, 한국학술정보, 2008) 16쪽에 실려 있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찾으려면, {평화 만들기(http://peacemaking.kr)}의 143호에 실린 ‘평화 로드맵 (1)’의 [전문보기]를 보세요.

<표1>의 3단계의 평화 로드맵<제1단계=남북한 교류 ・평화공존 단계 / 제2단계=평화체제 구축 단계(평화국가 연합<주2> 단계) / 제3단계=통일 단계>은, 평화를 향한 이정표이므로 시 ・공간적인 출발 시간 ・출발 지점이 있고, 궁극적인 평화통일의 시 ・공간이 복합적으로 상정된다.

이 글은, 로드맵의 시 ・공간 배열을 물리적인 시간순서에 따라 단순화하지 않고, 통시성과 공시성을 동시에 고려한다. 공간 개념도 영토 개념에만 국한하지 않고 평화통일의 주체<남북한 민(民)>의 생활세계(Lebenswelt, 평화통일의 이행에 따라 삶의 질이 높아질수록 생활세계의 지평이 넓혀질 것이다)를 포괄한다.

필자의 소견으로는 제1단계의 전반부인 남북한 교류 단계가 향후 10여 년간 지속(2005~2014년)되고, 이에 성공하면 제1단계의 후반부에 해당되는 평화공존(주3) 단계가 또 10여 년간 지속(2015~2024년)될 것으로 보인다(이러한 예측은 정세에 따라 변화될 수 있다).

제2단계인 평화체제 구축 단계(‘평화국가 연합’을 통해 평화체제를 견고하게 구축하는 단계)는 2025년에나 진입할 것으로 추측된다.

이렇게 진입 속도가 늦어지는 것은, 미국 ・일본 등 외세가 한반도 정세에 개입(북한 ・중국 포위)하고 북한이 이에 적극적으로 저항하면서 갈등 해소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세의 개입을 제어할 민족의 역량에 따라 제2단계 진입의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2) 제1단계와 제2단계를 명확히 구분

이 글이 평화통일의 ‘변증법적인 이행 / 변환’을 모색하므로 제1단계와 제2단계는 확연하게 구분되어야 하고 그 색깔(사회 구성체의 내용)이 달라야 한다. 구분의 기준점은, 남북한이 각기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준비해야 할 현안 안에 있다. 남북한이 다음의 현안을 해결하지 못하면 평화체제 구축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이 현안의 해결 ・해소 여부를 제1단계와 제2단계를 나누는 기준점으로 삼는다; 주한미군 주둔, 한미 간 군사동맹(남한의 대미 군사적 종속), 미국의 핵 ・미사일 방어망(MD) 우산, 한반도 비핵화(북한 핵문제 해결 포함), 군축, 남북한의 군사주의(북한의 선군정치 포함).

이 기준점을 놓고 볼 때 제2단계는 제1단계의 점진적인 발전 상태가 아니다. 제1단계의 후반부에 평화공존 상태가 이루어짐에도 불구하고, 외세(주로 미국)의 입김이나 국내 수구세력의 잔존으로 말미암아 ‘탈미 자주평화(脫美 自主平和)’의 사회 구성체를 가로막는 모순이 존재할 것이다. 이 모순을 마지막으로 지양하는 게 제1단계 후반의 주요 임무이다.

제1단계의 지향점인 ‘탈미 자주평화 사회 구성체’의 끈질긴 장애물은 주한미군(및 이에 기반을 둔 한미동맹)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제1단계 후반부인 평화공존 단계에서 제2단계로 이행하는 관건은 주한미군의 완전한 철수에 있다. 주한미군이 완전히 철수하여 한국이 대미(對美) 군사종속을 완전히 청산하는 날이 제2단계로 진입하는 결정적인 날(D-day)이다. 필자는 이날을 편의상 2025년 모월(某月) 모일(某日)로 잡았다. 가상적으로 설정한 2025년 모월 모일(<표2>의 H4: H4는 한반도 평화 로드맵의 가장 중요한 수렴 지점 중 하나임)은, 역사적인 측면에서 ‘제2의 해방일(제1의 해방일은 1945년 8월 15일)’이 될 것이다.

2025년 모월 모일 이전의 제1단계는 분단 아래에서 주한미군의 그늘 속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북한이 평화공존을 이룬 단계이고, 제2단계는 주한미군의 그늘에서 벗어난 ‘평화국가’로서 평화체제 구축을 매듭짓는 단계이다. 제2단계에서 남북한이 ‘평화국가 연합’을 이룩하면, 제3단계의 통일 단계로 나아가는 디딤돌을 놓을 수 있다.

    3) 각 단계별로 평화통일을 위한 사회 구성체 제시

위에서 언급한 ‘3단계 평화 로드맵’의 각 단계별로 남북한이 이루어야 할 사회 구성체(social formation)를 <표1>의 하단에 제시했다.

이 사회 구성체 역시 3단계로 이행(변증법적인 이행)하도록 되어 있다. 남북한 사회 구성체의 변증법적인 이행 없이 한반도의 평화 로드맵을 그릴 수 없기 때문이다. 평화 로드맵을 위한 사회 구성체에 관하여 아주 많은 논의가 필요하므로 여기에서는 생략하고 보론으로 다룬다.

    4) 6 ・15 공동선언을 출발점으로 상정

이 글은 「6 ・15 남북 공동선언」(이하 ‘6 ・15 공동선언’)을 ‘한반도 평화 로드맵’의 출발지점으로 삼는다. 남북 기본합의서가 ‘한반도 평화 로드맵’의 맹아 형태이지만, 논의의 편의상 6 ・15 공동선언에서부터 논리를 전개한다.(주4)

    5) 6 ・15 공동선언의 미흡한 부분을 보완

6 ・15 공동선언은 위대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평화’의 내용이 미흡하다. ‘평화’의 내용 중 가장 뜨거운 현안은 주한미군의 위상 문제였을 것이다. 6 ・15 공동선언의 당사자인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했음에도 ‘주한미군’ 문제에 관한 의견의 일치를 내오지 못했다. 두 정상이 탄 승용차 안에서 주한미군과 관련된 이야기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나, 합의점에 이르지 못한 듯하다. 주한미군의 위상에 관한 의견 조율이 되지 못했으니, 남북한 군축 문제 등 남북 기본합의서의 군사조항을 실천할 기초를 마련할 수 없었다. 결국 두 정상은, 남북한의 신뢰구축 필요성을 확인하는데 그쳤을 뿐, ‘평화’ 문제의 본론에 들어가지 못한 채 6 ・15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그러므로 이 글은, 6 ・15 선언의 미흡한 부분인 ‘평화’를 보완하는 차원에서 로드맵을 작성한다.

Ⅱ. 3단계 평화 로드맵

서론에서 밝힌 구도에 따라 ‘한반도의 평화 로드맵’을 그리면 <표 1>과 같다. 3단계로 나뉜 <표 1>은, 각 단계별로 4가지 과제(핵심과제, 비핵 ・중립화, 주한미군, 평화보장)-14개 항목을 설정했으며, 단계별로 14개 항목이 수렴되는 사회 구성체를 나타냈다.

4가지 과제 역시 몇 개의 소항목으로 세분류(細分類)되어 있다. 로드맵이 3단계로 이행(변환)됨과 동시에, 4가지 과제의 세분류에 따라 평화통일을 향해 ‘변증법적인 나선형 이행’이 이루어짐을 강조하기 위해 세분류했다.

  1. 제1단계: 남북한 교류 ・평화공존 단계

제1단계는 전반부의 남북한 교류 단계와 후반부의 평화공존 단계로 나누어 설명한다. 위의 두 단계(남북한 교류 단계와 평화공존 단계)는 단절의 관계가 아니고 계승의 관계이므로 상호 연결되어 있다. 남북한 교류 단계가 원숙해지면 남북한 간의 평화공존이 저절로 이루어진다.

그럼 4가지 과제를 본격적으로 점검해 본다.

    1) 핵심과제

      * 경제-안보 연계 카드: 금강산 ・개성 개발 모델

금강산 개발은 현대 아산의 투자(경제)와 북한 군부의 ‘금강산 요새 개방’ 결단(안보)의 합작품이다. 금강산 뱃길을 통한 평화관광은 북방한계선(NLL) 사태 등을 제어하는 전쟁억지력을 발휘했다.

금강산 육로 관광은 군사적 기능만 해오던 비무장지대(DMZ)에, 경제기능을 갖춰 평화의 훈풍을 불게 한 ‘경제-안보 연계 카드’의 모범적인 사례이다.

금강산 개발(금강산에서의 경제-안보 연계 카드 사용)을 통해 비무장지대 동쪽에 평화의 혈맥이 뚫리기 시작한 선례는,비무장지대 서쪽의 핵심지역인 개성에 경제-안보 연계의 도미노 현상을 낳고 있다. 개성공단 역시 남쪽 기업(현대 아산, 토지공사,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투자와 북한 군부의 결단(개성에 주둔한 군 병력 ・군사시설의 과감한 철수)이 어우러진 ‘경제-안보 연계’의 모범 사례이다.

이러한 금강산 ・개성 공동개발의 ‘경제-안보 연계 카드’는 2004년 6월 5일의 제2차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의 합의(북방한계선에서의 신뢰구축+비무장지대에서의 상호비방 수단 제거)를 초래한다. 이 합의에 의해 ‘경제-안보의 상충 사례’인 ‘서해 꽃게전쟁’이 멈추는 효과를 가져왔다.

정세현 전직 통일부 장관의 말처럼 “지금껏 경협, 사회문화 교류 중심으로 경제가 군사를 견인했다고 할 수 있는데, 앞으로 둘이 같이 가며 때로는 군사가 경협을 뒷받침하며 밀어줄 수 있는 버팀목이 될 수 있게 된 것이다.”<{한겨레신문} 2004.6.5)>

함택영 교수가 여러 저작에서 말하듯이, 남북한 통합의 기축은 경제통합과 안보 공동체의 달성에 있는 것이다. 결국 6 ・15 공동선언의 남북 경제협력 조항(경제)과 남북 기본합의서의 군사협력 조항(안보)을 연계시키는 전략을 남북한 당국이 구
사하는 게 핵심적인 과제이다.

      * 국가권력의 성격 변화: ‘두 개의 코리아(Two Korea)’의 변환

분단 상황에서 특수한 관계에 있는 남북한의 평화공존을 위해 남북한 각기 국가권력의 성격을 변환시켜야 한다. <남한(South Korea)과 북한(North Korea)으로 분단된> 두 개의 코리아(Two Korea) 시대를 청산하고, ‘평화국가를 지향하는 꼬레아(Corea)’로 나아가야 하고, 이를 위해 남북한 국가권력의 성격이 크게 바뀌어야 한다.

      * 헌법 개정: 분단헌법 지양

앞에서 지적한 국가권력의 성격을 바꾸는 지름길은 남북한의 분단헌법을 개정하는 일이다. 남한은 더욱 평화 지향적으로 개헌함과 동시에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야 하고, 북한 역시 이에 상응한 개헌(및 노동당 규약의 개정)을 해야 한다.

      * 안보 패러다임의 전환: ‘합리적 충분성’에 의한 전수방어

남북한의 평화공존을 위한 안보 패러다임(paradigm)의 전환을 위해 ‘합리적 충분성(reasonable sufficiency)’ 원칙을 도입한다. 이 원칙에 바탕을 두고 남북한이 각기 전수(專守)방어를 추진하면서 군축에 임한다.

      * 군축: 군비통제와 군축 병행

초반에는 남북한 교류 단계에 걸맞은 신뢰구축을 위해 군비통제를 실시한다. 어느 정도 신뢰구축이 이루어지면 군축을 진행한다. 남북한 군사 당국이 남북 기본합의서의 군사협력 조항을 살려 군축을 이루어내면, 평화공존 단계를 군사적으로 보장할 수 있을 것이다.

    2) 비핵 ・중립화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중립화를 분리해서 생각하는 경향이 있으나, 양자를 결합하는 구상이 바람직하다.(주5) 북한 핵문제가 해결되면 한반도 비핵화의 기운이 높아질 것이다. 이때 미국(및 미국의 영향을 받는 국제원자력기구)의 입김을 배제시키려는 중립적인 태도가 중요하다. 남북한이 미국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제국주의적 압력으로부터 중립을 지키지 않으면, 한반도 비핵화를 견지할 수 없다.

그러므로 비핵화와 중립화 카드를 연동시키는 일이 요청된다. 특히 2단계의 한반도 비핵 지대화로 진입하는 데 최대의 걸림돌로 예상되는 미국의 핵우산 제거를 위한 ‘비핵-중립화’가 긴요하다.

      * 비핵화: 한반도 비핵화 선언 실천

노태우 정부 시절에 남북한이 맺은 「한반도의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이하 ‘한반도 비핵화 선언’)을 실천하는 것이 요체이다. 한반도 비핵화 선언의 실천을 통해 북한 핵문제를 원천적으로 해소할 수 있다.

      * 중립화: 오스트리아 방식의 중립화

한반도에서의 중립화는 미군 철수와 한반도 주변국의 평화보장(중립화 승인) 없이 불가능하다. 제1단계에서 이루어질 미군 철수의 속도에 걸맞은 중립화의 당위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오스트리아 방식의 중립을 공론화한다. 제2단계에 도입할 오스트리아 방식의 중립과 스위스의 영세중립에 큰 차이는 없으나, 오스트리아는 유엔에 가입하는 중립화를 취하고 있다(스위스도 최근에 경제문제 때문에 유엔에 가입했다). 제1단계의 남북한 교차승인을 위해 남북이 유엔에 가입해 있는 게 매우 중요하므로, 유엔에 가입한 상태에서의 중립(오스트리아 방식)을 공론화하는 게 좋다.

     3) 주한미군(한미동맹)

제2단계(평화체제 구축 단계)는 주한미군이 완전 철수한 상태의 ‘평화국가 연합’이 요체이다. 여기에서의 ‘평화’는 ‘한반도에 미군이 없는 평화상태’를 뜻한다(주한미군이 주둔해도 평화가 보장된다면 주한미군 주둔하의 제2단계를 맞이할 수 있으나, 일단 원론상 주한미군이 없는 제2단계를 상정한다). 주한미군이 없는 ‘평화국가 연합’을 내오기 위한 제1단계의 임무는 막중하며, 이 임무의 수행이 제1단계 평화 로드맵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 주둔상태: 주한미군의 단계적 철수

제1단계의 남북한 교류 단계에는 주한미군의 주둔을 용인한다. 그러나 제1단계의 후반부인 평화공존 단계로 접어들수록 주한미군의 그늘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를 위해 남북한 교류 단계에서부터 주한미군의 단계적 철수를 유도(주6)하면서 ‘주한미군 없는 한반도’를 지향해야 한다.

      * 한미 간 조약 틀: 신(新) 한미 상호방위조약 체결

제1단계에서 한미동맹의 근간인 「대한민국과 미합중국 간의 상호방위 조약」(이하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개폐하고 새로운(新) 상호방위 조약을 체결하도록 한다. 한미 상호방위 조약을 개폐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한미 상호방위조약 합의 의사록 제1항의 독소 조항에 있다.

상호방위 조약의 합의 의사록 제1항은 “한국은 유엔을 통한 가능한 노력을 포함하는 국토통일을 위한 노력에 있어서 미국과 협조한다.”는 내용이다. 이 내용의 수사법을 걸러내고 해석하면 ‘한반도 통일은 한미 간의 협의 사항’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동의가 없으면 한반도의 통일은 불가능하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제아무리 남북한이 평화통일을 합의하더라도,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주도하는) 미국의 국익 ・안보이익에 어긋나면 통일을 거부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러한 반통일적인 독소 조항이 들어 있는 한미 상호방위조약은 시급히 폐지되어야 한다.

이에 따라 제1단계의 전반부인 남북한 교류 단계에는, 한미 상호 방위조약의 개폐운동을 범국민적으로 전개한다. 이 운동의 대안으로 ‘신(新) 한미 상호방위 조약안’을 대중들에게 제시하고, 신 상호방위 조약체결을 위한 캠페인을 전개한다.

      * 한미동맹: 미군 없는 한미동맹

‘미군 없는 한미동맹’을 유도하기 위해 민족을 역량을 모아야 할 것이다. 미군 없는 한미동맹이란, 미국의 군사적 종속에서 벗어난 남한 정부의 미래상을 말한다. 미군 없는 한미동맹이라고 해서 미국과 절연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과 경제 ・문화 ・인적 교류는 지속한다.

이렇게 대미(對美) 군사적 종속을 벗어나는 ‘탈미(脫美)’의 노력은 남한 정부 단독으로 불가능하다. 남쪽 민간(운동) 진영의 적극적인 노력과 더불어 북한과의 간접적인 공조가 불가피하며, ‘탈미’를 향한 남북한의 공조가 평화공존의 속도를 높일 것이다.

    4) 평화보장

‘평화보장’이란 각 단계의 평화통일 성과를 경제 ・안보적으로 보장하거나 동아시아 다자간 안보 틀을 창출하는 것, 한반도 주변국이 한반도의 평화상태를 보장해 주는 것을 뜻한다.

      * 경제-안보 연계 카드: 시베리아 철도 ・중국횡단 철도를 통한 육상 교통로 형성

한국 자본주의의 생명선인 해상 교통로(Sea Lane)를 미군이 지켜주므로, 한국은 미국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다. 해상 교통로는, 미국의 세계 패권을 장악하기 위한 경제-안보 연계 카드이다. 이 카드의 그늘 아래에 있는 한 한국의 자주적인 대외 정책은 불가능하며, 비자주적인 대외 정책이 존속하는 한 평화통일의 대로(大路, 제2단계 평화 로드맵)로 진입할 수 없다.

따라서 대미 종속적인 해상 교통로 대신 ‘유라시아 대륙(주로 시베리아)을 달리는 새로운 육상 교통로(Land Lane)’를 개척해야 하며, 그 일환으로 시베리아 철도(TSR)와 중국횡단 철도(TCR)가 중요하다. 더구나 이 육상 교통로는 반드시 북한을 경유해야 하므로 북한 경제의 활성화-민족경제 공동체 형성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경의선 개통을 개성공단에만 국한시키면 시야가 좁아진다. 육상 교통로와 연결될 경의선 ・경원선 ・동해 남부선은 ‘탈미 자주 평화의 대동맥’이다. 육상 교통로 자체가 ‘탈미 ・자주적으로 평화를 보장하는 경제 ・안보 연계 카드’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패권을 유지시키는 반면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저해하는) 해상 교통로를 견제하는 평화통일의 힘이 육상 교통로를 통해 나오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육상 교통로의 경제 ・안보 연계 카드를 구사하는 것이 제2단계 진입의 지름길이다.

      * 평화보장 구도: 남북한 교차승인

남북한이 각기 유엔에 가입한 나라이면서도 북-미 수교, 북-일 수교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이는 한-중 수교, 한-러 수교와의 비대칭 외교를 대변한다. 그러므로 북-미 수교, 북-일 수교를 통한 남북한 교차승인을 완결시킴으로써 평화보장의 제1보를 내디딜 수 있다.

      * 다자간 안보 틀: ‘동아시아판 ARF’ 창설

한반도 평화통일을 보장해 줄 다자간 안보 틀이 중요하다. 해양세력(남한-미-일 군사동맹)과 대륙세력(북한-중국-러시아의 우호관계)의 대립점이 형성되어 있는 동아시아에서 유럽형의 헬싱키 체제를 내오기 어렵다. 그러나 유럽처럼 자립적이고 상호 협력적인 동아시아 질서를 남북한-중국-일본이 강구하려고 노력한다면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다. 여기에서 동남아시아의 탈미형 안보기구의 맹아인 아세안 지역 포럼(ARF)을 모방하여 ‘동아시아형 ARF’를 창설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작업은 제1단계의 평화공존 속도에 걸맞게 이루어지는 게 좋다. 남북 평화공존의 대외적인 연계구조로서 ‘동아시아판 ARF’가 움직이면 금상첨화라 할 수 있다.

      * 주변국의 보장: 남북 평화선언, 평화협정에 대한 보장

남북한 평화공존 단계에서 이루어질지 모를 남북한 평화선언 ・북-미 평화협정(위의 양자를 포괄하는 3자 간 평화협정)을, 한반도 주변국들이나 다자간 안보 틀에서 보장해 주지 않으면 퇴색될 우려가 있다. 이를 위한 남북공조 외교가 긴요하다.

    5) 사회 구성체

앞에서 기술한 14개 항목의 합집합이 제1단계 평화 로드맵의 대강(大綱)이다. 제1단계 로드맵의 대강이 제2단계 로드맵의 대강으로 이행 ・변환해야 한다는 것이 이 논문의 요지이다.

제1단계의 대강에 있어서 각 항목 간의 상충이나 부조화가 있을 수 있으나 총체적인 조화는 필연적이다. 그리고 남북한 각 사회 구성체가 평화 지향적으로 변환하지 않으면, 제1단계 로드맵의 대강이 실현되지 못할 것이다. 즉 남북한 각각 <지속 가능한 평화(sustainable peace)를 통한 사회 구성체(남한의 경우 ‘탈미 자주형 사회 구성체’)>를 창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러한 차원에서 제1단계 로드맵의 대강에 조응하는 사회 구성체를 제시해야 마땅하나, 또 다른 논의가 필요하므로 여기에서는 생략하고 보론에서 다룬다.

  2. 제2단계: 평화체제 구축 단계

    1) 핵심과제

      * 경제-안보 연계 카드: 남북 경제통합 ・안보 공동체 병행

제1단계에서 거론한 경제 ・안보 연계 구도인 금강산 ・개성 공동개발 모델을 확장시켜 제도화하면, 남북 경제통합 ・안보 공동체를 이룩할 수 있을 것이다. 유럽의 경우 독일 ・프랑스의 거듭되는 전쟁을 방지(안보 문제 해결)하기 위해 제2차 대전 직후 출범한 ‘독일 ・프랑스의 철광석 ・탄광 개발 공동체’(경제협력)가, 오늘날의 유럽연합(EU)의 모태가 되었다. 이처럼 금강산 ・개성을 통한 민족자원의 공동개발이, 한반도 경제통합 ・안보 공동체의 모태가 될 수 있다.

      * 국가권력의 성격 변화: ‘두 개의 코리아(Two Korea)’의 연합

2단계에 진입한 남북의 각 국가권력은 평화 지향적으로 변혁되지 않으면 안 된다. 전쟁을 멀리하고 오직 평화를 향해 줄달음치는 국가권력을 표방해야 한다. 제1단계의 분단시대를 반영한 ‘두 개의 코리아(Two Korea)’를 청산하고 평화 지향적인 ‘꼬레아(Corea)’를 표방하는 게 바람직하다. 제1단계의 평화공존 상태에서 남북한이 각기 ‘평화 코리아(Peace Korea)’를 이룬 채 제2단계에 진입하면 평화 지향적인 ‘꼬레아(Corea)’로 변환될 것이다. 이렇게 변환된 두 개의 꼬레아(Two Corea)가 연합하는 ‘평화국가 연합’이 역사적으로 요청된다. 여기에서 평화국가 연합의 대외적인 국호의 상징으로서 ‘꼬레아’를 사용하는 것도 생각해 볼 만하다.

평화국가 연합의 바람직한 모습을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 제1단계 로드맵의 ‘전쟁체제가 남아 있는 국가’에서 ‘평화 지향 국가’로 변환(transformation)됨 ⓑ 남북한 각기 ‘1국 평화(지향) 국가’로 발돋움한 다음 결정적으로 평화국가 연합에 성공함 ⓒ 위의 평화국가 연합을 이루는 데 장애물인 각종 폭력(구조적 폭력, 자본 ・권력에 의한 폭력, 국가권력의 폭력성)을 지양한 상태 ⓓ 외세의 지배(특히 군사 ・외교적 지배)에서 벗어난 상태. 따라서 주한미군 등 외국군이 한반도에 주둔하지 않는 상태 ⓔ 남북한의 경제통합-안보 공동체의 시너지 효과가 증폭되는 상태 ⓕ 동북아의 다자간 안보 틀을 주도적으로 만드는 국가(이 안보 틀로부터 평화국가 연합의 안보를 보장받는다)의 존재 ⓖ 남북한이 상생하는 공동안보를 추구하는 국가의 존재 ⓗ 국가의 평화유지 능력을 상당히 배양한 상태. 평화 협치(Peace Governance)에 의해, 한반도 전체에 걸쳐 ‘평화 만들기(peace making)의 힘’이 증강된 상태(물론 이에 힘입어 평화헌법으로 개헌한다).

      * 헌법 개정: 평화헌법으로 개헌

평화국가 연합을 이루려면 그 전제조건으로 남북한 각기 평화헌법으로 개헌해야 한다. 이때 일본의 평화헌법, 코스타리카 평화헌법의 ‘평화 조항’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평화헌법에 중립화 조항을 넣을 필요가 있다면 오스트리아 ・스위스의 영세중립 헌법을 크게 참고해야 할 것이다.

      * 안보 패러다임의 전환: 남북 공동안보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안보관의 정립이 중요한데, 우선 남북 공동안보(주7) 틀을 내와야 한다. 남북 공동안보 구상을 마련하기 위한 민족의 지혜가 절실하게 요구된다.

      * 군축: 군축을 통한 평화국가 연합

제2단계에 이르면, 이미 미군 등 외국군이 없는 한반도가 되므로 민족 주체적인 공동안보를 가다듬을 수 있다. 이에 대비한 군축이 필수적이며 이 군축과정에서의 성공 여부가 남북 공동안보의 성패를 좌우한다.

    2) 비핵 ・중립화

      * 비핵화: 한반도 비핵 지대화

제1단계의 실천 사항인 한반도 비핵화 선언에는 핵무기의 제거가 빠져 있다. 제1단계에서 북한 핵문제가 해결되어 한반도 비핵화가 실현된다 해도, 미국의 핵우산-미사일 방어망(MD) 우산이 남아 있을 수 있다. 따라서 미국의 핵우산 등 핵무기의 그림자를 한반도에서 영원히 지우는 ‘한반도 비핵 지대화’를 선언하고 이를 실천해야 한다.

      * 중립화: 오스트리아 방식의 중립화

제2단계의 전반부에 오스트리아 방식의 중립화를 도입하고, 후반부에는 스위스 방식의 영세중립 방안을 채택한다. 평화국가의 헌법에 중립화 조항을 삽입함으로써 영세중립을 제도화한다.

    3) 주한미군(한미동맹)

      * 주둔상태: 주한미군 철수 완료

제2단계에서는 주한미군을 비롯한 외국군이 한반도에 전혀 주둔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단 외국군이 주둔해도 평화국가 연합을 이루는 데 지장이 없거나 남북한이 외국군의 주둔에 동의했을 경우는 예외로 한다. 기대하기 어렵지만, 외국군(미군 포함)이 한반도의 평화유지를 위해 주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한반도 평화유지를 위한 유엔 평화유지군(PKF)이 주둔할 수도 있다.

      * 한미 간 조약 틀: 한미우호조약

이미 제1단계의 남북 평화공존 상태에서 한미 상호방위조약이 개폐된 상황이므로, 한미관계의 유지를 위해 필요하다면 한미우호 조약을 체결할 수 있다. 한미우호 조약은 북-러 우호 조약, 북-중 우호 조약과의 형평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며, 이러한 형평이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데 일조할 것이다.

      * 한미동맹: 미국과 우호 관계

제2단계에서 ‘한미동맹’이라는 용어는 사라지고 ‘한미 간의 친선우호 관계’가 신조어로 등장할 것이다. ‘친선 우호관계’란 한미 양국이 호혜 ・평등한 가운데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해 서로 노력하는 관계를 지칭한다.

    4) 평화보장

      * 경제-안보 연계 카드: ‘유라시안 연육교(Eurasian Land Bridge)’ 구상

제1단계의 육상 교통로의 연장선상에서,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대륙 연계 구상 즉 ‘유라시안 연육교’를 제2단계에서 시도한다. 이 유라시안 연육교의 시발점은 한반도가 될 것이므로, 평화국가 연합이 ‘유라시안 연육교’ 구상을 이끌어가야 한다.

유라시안 연육교는, 아시아와 유럽의 연대(유라시안 연대)를 가장 두려워하는 미국의 기본적인 대외전략을 흩뜨려 놓는 작용을 하므로, 제국 ‘미국’에 맞서는 세계 전략의 으뜸이 될 것이다. 미국의 힘에 의한 세계 평정(Pax Americana)에 도전하는 ‘유라시안 연육교’ 구상안에 세계 평화의 지름길이 내재해 있다. 우리 민족이 이 길을 따라 평화통일 정책을 펼 때, 평화국가 연합을 보장받는 폭이 넓어질 것이다.

      * 평화보장 구도: 유엔 등 국제사회의 평화국가 연합 승인

제1단계의 남북 교차승인을 가속화시켜 유엔 등 국제사회가 평화국가 연합을 승인하도록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

      * 다자간 안보 틀: ‘동아시아판 CSCE’

유럽의 공동안보 틀인 유럽안보협력회의(CSCE: Conference on Security and Cooperation in Europe)의 동북아판을 짜기 위하여 진력해야 한다. 유럽안보협력회의와 같은 안보 장치가 없으면 한반도 주변의 전쟁방지를 제도화할 수 없다. 유럽안보협력회의와 같은 장치를 통해,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위한 다자간 대화가 가능할 것이다.

      * 주변국의 보장: 평화국가 연합에 대한 평화보장

‘동아시아판 CSCE’가 있어야 (남북한 군축을 뒷받침해 주는) 주변국들의 평화보장이 가능할 것이다. 주변국들의 평화보장 중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은, 평화국가 연합에 대하여 핵무기를 선제공격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소극적 안전보장(NSA: Negative Security Assurance)이다. 한반도 주변의 핵강대국들(미국, 러시아, 중국)로부터 소극적 안전보장을 받아낸 평화국가 연합은, 일본으로부터 ‘재래식 무기의 위협을 하지 않겠다’는 보장을 받아냄으로써, 일본의 군사대국화가 평화국가 연합의 진로를 방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5) 사회 구성체

제1단계의 ‘지속 가능한 평화를 통한 탈미 자주 사회 구성체’를 더욱 발전시켜, 평화국가 연합에 걸맞은 사회 구성체로 변환시킨다. 남북한 사회 구성체의 평화통일 지향적인 변혁 없이 평화국가 연합을 이루어낼 수 없다. 평화국가 연합을 이루기 위한 사회 구성체의 상(像)을 제시하는 게 마땅하나, 여기에서는 생략한다.

  3. 제3단계: 통일 단계

제2단계의 평화체제 구축에 성공하면 평화 로드맵의 제3단계인 ‘통일 단계’가 가시권에 들어올 것이다. 그러나 제3단계는 먼 장래의 일이므로 지금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하기 어렵다.

    1) 핵심과제

      * 경제-안보 연계 카드: 남북한의 평화경제체제 수립

이 단계에서는 남북한의 평화경제체제 수립에 주력한다. 제2단계까지 남아 있을지 모르는 전쟁 지향적인 경제체제를 완전히 청산하고 평화 지향적인 경제체제로 탈바꿈한다. 평화국가 연합 단계의 남북한 병력과 전력(戰力)을 대폭 줄여 최소한의 자위를 위한 민족방어 능력만 갖춘다. 이러한 대대적인 군축으로 얻어진 평화 배당금(peace dividend)을 통일 단계의 인프라 구축에 전용한다.

      * 국가권력의 성격 변화: ‘하나의 꼬레아(One Corea)’

평화연합 국가의 ‘두 개의 꼬레아(Two Corea)’를 ‘하나의 꼬레아(One Corea)’로 단일화하는 일이 제3단계의 중대한 고비가 될 것이다. 평화국가 연합의 두 꼬레아(남북한의 꼬레아)는 각기 평화적인 국가권력을 지니는 한편 상당수의 상비군을 보유한다. 그렇지만 남북한 단일의 군대를 보유하지 않으므로, ‘평화를 유지하는 군대(Peace keeping army)’가 될지언정 ‘평화를 창출하는 군대(Peace making army)’가 되기 어렵다. 따라서 ‘평화 유지 군대’를 ‘평화 창출 군대’로 변환시키는
남북한 국가권력의 상생 과정에서 ‘하나의 꼬레아’가 태동될 것이다.

      * 헌법 개정: 연방 평화헌법

‘하나의 꼬레아’의 평화 지향적인 국권(國權)과 민권(民權)이 반영된 연방 평화헌법으로 개정되어야 한다. 평화의 조항에 관하여서는, 일본의 평화헌법에 코스타리카의 평화헌법을 가미한 형태가 바람직하다. 

      * 안보 패러다임의 전환: 민족방어

제2단계의 남북 공동안보를 거듭 발전시켜 ‘민족방어’ 즉 민족의 자위권 ・평화적 생존권을 방어하는 개념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민족의 자위권을 공격 지향적으로 방어하지 않는 가운데, 민족의 평화적 생존권을 보장할 정도의 군대를 보유하는 안보 전략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특히 이웃 나라(일본, 중국, 러시아)를 자극하지 않을 정도의 민족 자위력을 갖추는 민족군대를 양성하는 게 긴요하다. 이 민족군대는 제3단계의 전반부에 필수적이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안보의 위협요소가 사라지면 선택사항으로 남겨둔다. 즉 제3단계의 전반부에 민족군대는 필수이지만, 후반부에는 선택이라는 말이다. 제3단계의 후반부에는 코스타리카처럼 상비군을 없애는 방향(안보상 필요하면 예비군의 활용)도 고려의 대상이다.

      * 군축: 비무장 연방제 지향

제3단계의 전반부에 민족방어를 위한 군축이 필요하지만, 후반부에는 군축보다 ‘상비군을 없애는 비무장’에 주력해야 한다. 즉 비무장 연방제를 지향하는 ‘근본적인 탈(脫)군사주의-비무장’에 주력해야 한다는 뜻이다.

    2) 비핵 ・중립화

      * 비핵화: 동아시아 비핵 지대화

제2단계의 한반도 비핵 지대화만으로 부족하다. 한반도와 관련된 국가 중 미국, 러시아, 중국이 핵 강대국이고 일본이 핵무장 능력을 갖고 있다. 따라서 이들 국가를 끌어들인 동아시아 비핵 지대화에 성공하지 못하면, 한반도 비핵 지대화가 장수(長壽)하기 어렵다. 동아시아 비핵 지대화는 ‘핵의 위협이 없는 제3단계 로드맵’의 안전을 보장하는 유력한 수단이기도 하다.

      * 중립화: 코스타리카 방식의 비무장 ・비동맹 중립

상비군을 없애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 제3단계 로드맵은, 코스타리카 방식의 비무장 ・비동맹 중립노선을 채택하는 게 좋을 듯하다. 물론 제1단계~제2단계에 걸쳐 추진해 온 오스트리아 방식 ・스위스 방식의 중립화 노선을 견지하는 바탕 위에서, 코스타리카의 비무장 ・비동맹 중립을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3) 주한미군(한미동맹)

      * 주둔상태: 외국군이 없는 한반도

제3단계에서는 주한미군을 비롯한 외국군이 한반도에 전혀 주둔하지 않는다. 즉 외국군이 전무한 한반도의 정세 아래에서 통일을 이룬다. 이는 ‘통일 이후에도 주한미군이 주둔한다’는 견해와 다른 판단이다. 필자는, 공격지향적인 주한미군이 주둔하는 한 제3단계 로드맵을 결코 달성할 수 없다고 본다. 따라서 제3단계 로드맵의 필수조건 중 하나는 ‘공격 지향적인 주한미군이 한반도에 전혀 주둔하지 않는 상태’이다.

      * 한미 간 조약 틀: 한미우호조약 유지

제3단계의 한미관계는 우호조약을 유지하거나, 통일 국가가 미국 등 주변국과 친선조약을 맺는 상태일 것이다.

      * 한미동맹: 미국 등 모든 외세와 친선관계

제2단계에서 한미동맹이 해소되고 한미 우호관계로 대체되므로, 제3단계에서는 미국 등 모든 외세와 친선관계를 유지하게 된다.

    4) 평화보장

      * 경제-안보 연계 카드: ‘유라시안 연육교’ 구상

제2단계의 ‘유라시안 연육교’에 평화 기능을 특별히 가미한 ‘유라시안 평화 교량(Eurasian Peace Bridge)’을 구축한다. 유럽과 아시아가 세계 평화를 위해 연대(‘유라시안 평화 교량’ 구상의 실현)하는 가운데, 제3단계의 통일 국가가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진력하는 상황을 상정할 수 있다.

      * 평화보장 구도: 동북아 평화동맹에 가입

이때쯤 ‘유라시안 평화 교량’ 구상을 추진할 ‘동북아 평화동맹’이 출범할 것이며, 제3단계의 통일 국가는 ‘동북아 평화동맹’에 가입할 것이다. 제3단계 통일 국가가 ‘동북아 평화동맹’에 가입하는 것 자체가 평화보장을 받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 다자간 안보 틀: ‘동아시아판 EU’

동아시아판 CSCE에 경제통합 기능을 갖춘 ‘동아시아판 유럽연합(EU)’이 출범할 것이다. 이 ‘동아시아판 유럽연합’은 미국 등 패권국가를 견제하거나 패권국가의 전쟁구도를 제지하는 억지력을 갖출 것이다. 이러한 다자간 안보 틀 아래에서, 제3단계 통일 국가의 ‘상비군 없애기-비무장 ・비동맹 ・영세중립’이 가능할 것이다.

      * 주변국의 보장: 통일 국가에 대한 평화보장

제3단계의 통일 국가가 ‘동아시아판 유럽연합’에 가맹하거나 창설을 주도한다면 그 자체가 평화보장책이 될 것이다.

    5) 사회 구성체

제3단계 통일 국가의 사회 구성체는 지상낙원은 아니더라도 ‘만인의 만인에 대한 평화체제’ 즉 마르크스가 말하는 ‘자유인들의 연합(Assoziation)’에 다가갈 것이다. 이러한 사회 구성체는 아직은 몽상 단계이므로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Ⅲ. 제1단계 평화 로드맵의 ‘점-선-면’ 이행

<표1: 한반도의 평화 로드맵>은 총론적인 조감도여서 평화 이행의 시계열(時系列)이 나와 있지 않다. 14개 항목이 어떤 순서를 밟아 어떤 경로를 거쳐 어떤 관계를 형성하며 평화체제로 이행하는지를 나타나기 위해 각 항목 간의 시계열을 표현한 것이 <표2: 제1단계 평화 로드맵의 ‘점(点)-선(線)-면(面)’ 이행>이다.

* <표2>를 찾으려면, 김승국 지음『한반도의 평화 로드맵』(파주, 한국학술정보, 2008) 44쪽을 보세요.
인터넷을 통하여 찾으려면 {평화 만들기(
http://peacemaking.kr)}의 143호에 실린
 ‘평화 로드맵 (1)’의 [전문보기]를 보세요.

<표2>는, 제1단계 평화 로드맵의 방법론으로서 ‘점-선-면’ 이행을 도입한 표이다. 즉 ‘점-선-면 이행’이라는 방법론을 통해 제1단계 평화 로드맵의 시계열을 완성함으로써, 로드맵 전체(<표1>)의 구체적인 실행도(實行圖) 중 제1단계의 단면을 예시하려고 했다.

<표2>의 횡축(橫軸)은 단계별(남북교류 단계, 평화공존 단계)로 주요 국면(북한 핵문제 해결 →남북 평화선언 →남 ・북 ・미 평화협정 체결 →평화체제 구축 ・평화국가 연합 준비)을 설정하고, 이 흐름을 다시 연도별로 세분했다. 각 항목의 출발지점에 점(점마다 고유번호가 있다)을 찍고 각 점 사이를 선으로 연결함으로써 횡축이 ‘점-선’으로 연결됨을 표시했다.

<표2>의 종축(縱軸)은 14개 항목을 네 개의 관계망(경제 관계, 법률 ・권력 관계, 외교 ・안보 관계, 평화보장 관계)으로 나눈 뒤 소항목별로 고유번호를 매겨가며(횡축을 따라) 평화 이행의 과정을 시계열로 표현했다. 종축 역시 각 항목별로 ‘점-선’으로 연결되어 있다. 예컨대 2005년의 종축을 망라하기 위해 (A1)부터 (N1)까지의 14개 점을 선으로 연결하면 2005년도 평화 로드맵의 진행상황(평화통일의 현주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2005년도의 각 항목 간의 점을 유기적인 관계에 따라 연결하면 면이 생긴다(<표2>의 가는 점선 부분). 이 면이 2005년도에 형성될 평화통일의 공간이다.

더 나아가 남북교류 단계의 평화 이행 전체를 조감하고자 하면, 2005년~2015년의 횡축과 종축 전체에 빗금을 쳐서 ‘점-선-면’의 이행관계를 살펴보면 된다. 평화공존 단계의 평화 이행 전체를 조감하려면, 2015년~2025년의 횡축과 종축 전체에 빗금을 쳐 ‘점-선-면’의 이행관계를 살펴보면 된다. 이렇게 보면 남북교류 단계의 전체 빗금의 색깔과 평화공존 단계의 전체 빗금의 색깔이 다름을 간파할 수 있을 것이며, 남북교류 단계~평화공존 단계에로의 이행표를 확실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종횡으로 평화 이행의 시계열을 나타낸 뒤에, 각 항목이 ‘점-선-면’으로 이행됨을 드러내면서 평화통일의 공간이 형성 ・이행되는 과정을 서술한다. 시간상의 나열은 물론이고, (‘점-선-면’의 3단계 이행이 이루어지면서 평화통일의 공간이 확보된다는) ‘공간 개념’이 <표2>에 들어 있다. 이렇게 <표2>에 시 ・공간 개념을 도입하고, 행위자<agent: 남북한의 국가권력(정부), 한반도 주변 4개국, 남북한 민중>의 행동을 넣음으로써 평화 로드맵의 완결성을 높이려고 노력했다.

<표2>의 기본적인 관점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 (중국의 개혁개방 노선처럼) ‘점-선-면’으로 3단계 이행(변환)하는 가운데, 평화의 관계망을 형성하면서 통일의 공간을 확대해 나아간다.
    * 남북 기본합의서의 조기(早期) 비준을 전제로, 6 ・15 공동선언의 실천을 저변(底邊)에 둔다.
    * 중요한 행위자로서 남북한 민중을 상정한다(<표2>의 금강산 ・개성 관광 붐 조성, ‘꼬레아(Corea) 운동’ ・국가보안법 / 분단헌법 폐지 운동, 한미 상호방위조약 개폐운동, 대미(對美) 종속탈피 운동 등은, 남북한 민중이 주체로 나서며 전개해야 할 운동이다). 남북한 민중의 힘(People’s Power)이 ‘평화의 이행’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측한다. ‘안보 패러다임의 전환-미군 철수-미군 없는 한미동맹’ 등은 민중의 힘에 의해 가속화될 것이다.

Ⅳ. 제1단계 평화 로드맵의 이행 과정

필자는 제1단계 평화 로드맵의 실행을 위한 방법론으로 ‘점-선-면 이행 전략’을 제시한다.
중국이 개혁개방의 방법론으로 채택한 점-선-면 이행 전략을 한반도의 평화통일에 적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한반도 평화통일의 제1차적인 점(거점)을 비무장지대(DMZ)의 세 곳(금강산, 철원, 개성)으로 상정하고, 이 세 개의 점을 잇는 선을 중심으로 면을 확장해 나아간다는 구상이 ‘한반도의 점-선-면 이행 전략’이다.

중국은, 심천 등 해안선 특구에 개혁개방의 점(거점)을 먼저 조성하고(제1단계), 선(특구들 사이의 선)을 이어(제2단계) 개혁개방의 면(공간)을 만든 다음, 내륙으로 개혁개방의 면(공간)을 확대(제3단계)했다. 한반도의 평화통일 역시 비무장지대에서 시작되는 점-선-면의 3단계 이행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중국식 개혁개방의 거점이 해안이었다면 한반도 평화통일의 거점은 내륙(비무장지대)인 점이 다르다.

그리고 한반도 평화통일의 점-선-면 이행은, 금강산에서 성공한 경제-안보 연계 모델을 바탕으로, 3단계에 걸쳐 ‘DMZ의 소(小) 평화지대를 한반도 전체로 확장’하는 게 바람직하다. 필자는 이 과정 전체를 압축하여 ‘경(경제)-안(안보) 3단계 평화지대화 구상’이라고 부른다. ‘경-안 3단계 평화지대화’는, 제1단계 로드맵의 축소판이자 바람직한 모델 중의 하나이다.

  1. ‘경-안 3단계 평화지대화 구상’의 단계별 이행

‘경-안 3단계 평화지대화’의 첫 번째 단계는, 제1단계 로드맵의 전반부인 남북교류 단계에 해당된다. 이 단계는 ‘경제-안보 연계’ 발상에 따라 <표2>의 A1(금강산 ・개성 관광 / 개성공단 조성)에서 시작하여 E3(DMZ의 평화지대화)에로 수렴된다.

    1) 점

여기에서의 ‘점’은 경제-안보 연계의 구상이 관철될 수 있는 거점으로 다음의 세 곳이다.
① 동해안(동부전선)의 점=금강산 ② 서해안(서부전선)의 점=개성 ③ 중부지방(중부전선)의 점=철원

    2) 선

여기에서의 선은, 비무장지대를 중심으로 금강산-철원-개성을 잇는 선이다.

    3) 면

위의 점과 선을 동서남북으로 확장하면, 세 개의 점을 중심으로 ‘소(mini) 평화지대’(E2)를 3곳에 형성할 수 있다. 이어 세 곳의 소평화지대(세 개의 E2) 사이를 선으로 연결하고 면(평화통일의 공간)을 확장하는 가운데, 비무장지대 전체를 평화지대(E3)로 만들 수 있다.

금강산 ・철원 ・개성의 소 평화지대(세 개의 E2) 안에, ‘인간 띠-생태 띠-자본 띠의 3위 1체’를 형성하면서 평화를 창출(peace making)할 수 있다. 인간 띠는 주로 소 평화지대를 찾을 남측의 관광객에 의해 이루어질 것이며, ‘소 평화지대’ 안에서의 남북 이산가족 만남, 남북 민간 ・사회단체의 교류를 통해 남북한의 인간 띠가 형성될 것이다. 소 평화지대를 지나는 남북 연계 교통망(철도 ・도로), 이 교통망 주변에 부설될 통신 ・전력수송망, 에너지 수급망이 자본 띠를 이룰 것이다. 위의 교통망 ・통신망 ・전력수송망 ・에너지 수급망 자체가 자본의 덩어리이다.

위의 인간 띠와 자본 띠는 생태 띠를 기본전제로 한다. 이처럼 소평화지대를 중심으로 인간 띠-자본 띠-생태 띠의 종합이 이루어지면, ‘평화 지향적인 안보 띠’를 형성하는 조건(안보 패러다임의 전환 등)이 창출될 것이다. 이와 같은 절차를 거쳐 ‘경-안 DMZ 평화지대(경제와 안보의 연계 카드를 통해 비무장지대 안에 소 평화지대를 만듦)’를 이룩할 수 있다.

그러면 소 평화지대를 중심으로 비무장지대의 분단장벽을 뚫는 방도를 아래와 같이 제시한다.

    * 금강산의 소 평화지대

‘경-안 평화 3각형(peace triangle)’을 온정리-고성-육로 관광의 남측 입구를 중심으로 그려본다. 이 3각형을 통해 분단장벽에 평화의 훈풍을 집어넣을 수 있다.
   
    * 철원의 소 평화지대

이 지대의 ‘경-안 평화 3각형’은, 평강-구철원-신철원(평화도시 예정지, 노동당사 부근)을 중심으로 그릴 수 있다. 이 3각형을 통해 분단장벽에 평화의 훈풍을 집어넣을 수 있다.

    * 개성의 소 평화지대

이 ‘경-안 평화 3각형’은, 개성-파주-인천권(김포 ・강화)을 중심으로 그릴 수 있다. 이 3각형을 통해 분단장벽에 평화의 훈풍을 집어 넣을 수 있다.(주8)
위의 3곳의 소 평화지대를 만드는 데 최근의 남북 간 신뢰구축 조치(E1) 즉 비무장지대 내의 선전 비방 시설물 제거, 북방한계선 해상에서의 핫라인 ・상호 신호체계 수립이 도움을 줄 것이다

이어 세 곳에 있는 소 평화지대의 평화력(peace power)이 동서남북으로 전파되는 현상에 대하여 설명한다.

    ① 우선 3곳 소 평화지대의 동서 띠를 만든다. 금강산의 ‘경-안 평화 3각형’-철원의 ‘경-안 평화 3각형’-개성의 ‘경-안 평화 3각형’을 잇는 동서 띠를 만들어 비무장지대 전체가 평화권(平和圈)으로 탈바꿈하도록 한다. DMZ의 평화권이 서해안의 북방한계선(NLL)으로 이어가도록 한다. 이렇게 되면 비무장지대 안팎의 육지 ・해상에 걸쳐 평화의 기류가 형성된다.

위와 같은 구상을 실현하기 위한 절차는 다음과 같다.

    ① ‘경제-안보 연계’의 구심점인 A1(금강산 ・개성관광 / 개성공단 조성)은 E1(남북한의 신뢰구축) 없이 이루어질 수 없으며, 신뢰구축 과정에서 안보 패러다임의 전환(D1)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므로 <표2>의 A행(行) ・E행 ・D행은 궤(軌)를 같이한다.
A행-E행-D행의 동궤(同軌)는 평화협정 체결의 내부적인 동력<이 내부적인 동력을 축적하기 위해 국가권력의 성격변환(B행) ・분단헌법 지양(C행)이 필수적이다>이 된 다음, 외세(주한미군)의 반통일 행각을 차단하는 외력(外力)으로 승화될 것이다(H행-I행-J행의 상호관계에서 위의 외력이 발생한다). 내부적인 동력과 외력을 겸비하지 못하면 주변국으로부터 평화보장(L행-M행-N행)을 받을 수 없다.
위의 각 행(各行)끼리의 연결고리를 찾아 점과 선을 이으면 중층적인 면(평화통일의 공간: 이 공간을 1차적으로 수렴한 것이 DMZ의 평화지대화이다)이 이루어진다.
   
    ② 앞에서 언급한 내부적인 동력의 증강 속도에 맞춰 북한 핵문제(F행)의 주체적인 해결이 가능하고, 중립화(G행)가 가속화될 것이다. 중립화가 가속화된다는 것은 주한미군을 철수(H행)시키기 위한 가속기를 밟는다는 뜻이다. 주한미군의 철수는 미군 없는 한미동맹(J행)을 예약하며, 이를 위해 한미 상호방위조약의 개폐(I행)가 긴요하다.


    ③ 북한을 주적(主敵)으로 삼는 안보관으로는, 남북 간의 경제통합 ・안보 공동체를 통한 ‘정전협정~평화협정의 이행’을 이룰 수 없다. 주적인 북한과 경제교류를 증진하는 것 자체가 안보 차원의 모순이므로, 이 모순을 지양하는 ‘안보 패러다임의 전환’이 불가피하다. 북한이 주적으로 되어 있는 한, 남북 경제통합 모델(A3)을 내올 수 없다. 이에 ‘안보 패러다임 전환의 일환’으로서 합리적 충분성의 원칙(D2)을 도입해야 한다. 오히려 남쪽 정부가 D2의 도입을 선언함으로써 신뢰구축(E1)을 선도해야 한다.

    ④ 위와 같은 노력의 결과 북한 핵문제가 해결되면 2010년경에 남북 평화선언이 본격적으로 실현될 것으로 예견한다(2005년~2010년에 한 두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고 이 회담에서 평화선언이 선포될 것으로 예상함). 남북 평화선언의 실현은, <표2>에 나타나는 2005년의 종축(縱軸) 즉 A1~N1의 면이 2010년의 종축 즉 A2~N2로 이행함을 뜻한다. 이러한 이행이 수렴되는 점이 DMZ의 ‘소 평화지대’(E2)이다. 이윽고 E2에서 ‘경-안 3단계 평화지대화 구상’의 두번째 단계가 출발한다(아래의 「2. ‘경-안 3단계 평화지대화 구상’의 두 번째 제2단계」에서 구체적으로 설명).

    ⑤ 남북 평화선언의 실현과 더불어 비무장지대의 세 곳(금강산 ・철원 ・개성)에 ‘소 평화지대’(E2)가 확고하게 자리잡을 것이다. E2는 A2(개성공단 본궤도 진입, 금강산 관광 활성화)를 반영하는 것이며, ‘F2-D2-I2-B2-C2의 선순환(善循環)’ 없이 E2~E3의 이행을 기대하기 어렵다.

    ⑥ 위와 같은 노력이 결실을 맺는다면 2015년경에 ‘남-북-미 평화협정’이 체결되면서 남북교류 단계의 대미(大尾)를 장식하고, 평화공존 단계로 이행할 것이다. 이 지점에서 ‘경-안 3단계 평화지대화 구상’의 세 번째 단계가 출발한다(아래의 「3. ‘경-안 3단계 평화지대화 구상’의 세 번째 3단계」에서 설명).

‘남-북-미 평화협정’의 위력으로 DMZ의 평화지대화(E3)가 매듭지어질 것이다. 이 무렵에 DMZ의 평화지대화와 더불어 A3(남북한 경제통합 모델)이 상당히 진척될 것이다. E3은 D3(남북한 각기 전수방어)을 가능케 하며 F3(한반도의 비핵화 선언 실천)의 길잡이 노릇을 할 것이다. E3은 ‘H2(주한미군의 ⅓ 추가 감축)-I3(신상호방위조약 체결)-J2(한 ・미 호혜평등 관계)의 선순환(善循環)’을 촉발할 것이다.

  2. ‘경-안 3단계 평화지대화 구상’의 두 번째 단계: 점-선-면 전략을 남북의 수도권까지 확대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경-안 3단계 평화지대화 구상’의 두번째 단계는 E3(DMZ의 평화지대화)에서 출발하며, 종점은 ‘점-선-면 전략이 남북의 수도권까지 확대되는 지점’이다.

이 종점을 향해 DMZ 평화권(DMZ 평화지대화)의 확대전략을 추진한다. 비무장지대 부근의 점-선-면 전략의 남하(서울 쪽으로)와 북상(평양 쪽으로)을 동시에 시도한다. DMZ 평화지대화의 핵심인 소 평화지대들을 확대하여 남북의 수도권 사이에 ‘중(中) 평화지대’를 만든다. 다시 말하면 DMZ 평화권의 남하를 통한 서울~DMZ 지역의 경무장화(輕武裝化), DMZ 평화권의 북상을 통한 DMZ~평양 지역의 경무장화에 도전한다. 여기에서 ‘경무장화’란 대량파괴무기를 없앤다는 뜻이며, ‘합리적 충분성의 원칙에 의한 전수방어’라는 안보패러다임 전환에 어울리는 조치이다. 더욱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남
북한의 수도권 지역(서울~평양)을 대량파괴무기 금지지대(WMDFZ: Weapons of Mass Destruction Free Zone)로 만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실행조건은 다음과 같다;
    ① 주한미군 재배치 계획에 의한 대북(對北) 원격전쟁 계획의 포기.
    ② 평택에로의 주한미군기지 총집결 포기.
    ③ 한-미 연합전력의 ‘대북(對北) 종심공격 전략’의 포기.
    ④ 남북한의 군축조치에 걸맞은 대량파괴무기(북한의 장사포 포함) 제거. 북방한계선(NLL) 등 해상에서의 군축 실시.
    ⑤ 서울~평양의 남북한 수도권 지역 안에서 외국군의 철수.

  3. ‘경-안 3단계 평화지대화 구상’의 세 번째 단계: 점-선-면 전략을 한반도 전체로 확대

위의 두 번째 단계가 성공하면, 점-선-면 전략을 서울 이남과 평양 이북으로 동시에 확대하여 한반도 전체의 경무장화를 통한 ‘대(大) 평화지대화’를 시도한다.

Ⅴ. 결 론

지금까지 평화통일의 이행 ・변환에 중점을 두면서, 한반도의 평화 로드맵을 3단계로 설명했다. 이 평화 로드맵은 기존의 평화통일방안과 다른 관점에서 작성된 것이지만, 평화통일방안과의 상호소통을 생각하면서 서술했다. 평화 통일의 미래상이 과제별 ・단계별로 어떻게 이행 ・변환되느냐를 밝히는 게 평화 로드맵의 관심사이므로, 평화통일방안은 제1차적인 고려
사항이 아니다.

그러나 평화 로드맵의 출발지점을 6 ・15 공동선언으로 상정하고 있는바, 6 ・15 선언에 깃든 평화통일방안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와 같은 의무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자 나름대로 ‘평화 로드맵과 평화통일방안의 넘나들기’를 시도하고 있으나 아직 틀이 잡히지 않아 이 글에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 논문은, 평화통일의 통시적 ・공시적인 이정표를 제시함과 동시에 평화통일 운동의 나침반을 제공하고 있다. 역사적인 공간 속에서 이루어질 평화통일을, 어떠한 주체가 어떠한 경로를 거쳐 어떠한 상호관계 속에서 이루어내느냐를 분명히 밝히는 게 중요하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평화통일의 관계망’을 조감도로 나타낸 것이 <표1>과 <표2>이다.

그러나 <표1>과 <표2>만으로 불충분하므로 <표1>의 각 과제별 해설을 덧붙인다. 또한 <표1>의 각 단계별 과제를 수렴할 사회 구성체에 대한 설명을 추가한다.

필자의 능력부족으로, 제1단계의 평화 로드맵만을 구체화하여 <표2>로 나타낸 점이 아쉽다. <표2>는, ‘점-선-면 이행’의 방법론을 통해 <표1>의 제1단계를 세밀하게 구현한 것이다. 그런데 <표2>의 시간표를 절단하듯 짬으로써 통일의 미래상을 도식화한 느낌이 든다.

이 논문은 완결판이 아니므로 많은 비판을 거쳐 수정 보완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로드맵의 제1단계(남북한 교류 ・평화공존 단계)가 20년 뒤에나 이루어지면 도대체 언제 통일이 되느냐”는 불만이 있을 법하다. 통일은 어느 날 갑자기 오는 것도 아니고, 아주 늦게 오는 것도 아닌 점을 헤아리면서 불만을 삭여야 할 것 같다. 평화통일의 주체들이 평화통일의 관계망을 치밀하게 형성하는 가운데, 저자의 평화 로드맵과 같은 종류의 방략(方略)을 실천하는 데는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다.

어쨌든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민중이 역사의 주재자가 되고 남북한의 국가권력이 민중의 평화통일 의지를 잘 받든다면, 필자의 평화 로드맵이 비교적 낙관적으로 관철될 것으로 믿는다.

천학비재한 저자가 제시한 한반도의 평화 로드맵이, 평화통일의 주체<남북한의 민(民)과 남북한의 국가권력>가 공용하는 방략으로 활용되길 기대하면서 이 글을 끝맺는다.(2004.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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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 함택영 {국가안보의 정치 경제학} (서울, 법문사, 1998).
* Johan Galtung 「Divided Nations as a Process: One State, Two State, and In-between」 {Journal of Peace Research} No.4 (1972).
* Johan Galtung 지음 / 강종일 외 옮김 {평화적 수단에 의한 평화(Peace by Peaceful Means)}(서울, 들녘,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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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註>
(주1) 요한 갈퉁(Johan Galtung)에 의하면, 평화란 비폭력적이고 창조적 갈등의 변형(transformation, 변환 / 전환)이다. 평화에 대해 알기 위해서는 먼저 갈등을 이해해야 하며, 갈등이 어떻게 비폭력적으로 변화되는가를 이해해야 한다(요한 갈퉁, 2000, 36쪽).

(주2) 필자는 기존의 통일방안을 크게 고려하지 않고 이 글을 썼다. 그러나 한반도의 평화 로드맵이 통일방안과 완전히 절연(絶緣)되어 있는 것이 아니므로, 국가 연합에 평화를 접맥시킨 ‘평화국가 연합’이 평화 로드맵의 제2단계에 해당되는 것으로 했다.
‘평화국가 연합’은 ‘평화국가’의 연합을 말한다. 그러면 ‘평화국가’란 무엇인가? 단순한 말 풀이로 해석하면 평화국가는 전쟁국가의 반대 개념이다. 역사적인 측면에서 보면 국가는 전쟁 속에서 출현했다. 그러므로 국가란 기본적으로 전쟁 지향적이다. 그러나 민주적인 국가일수록 평화를 지향하는 게 일반적인 경향이다. 이런 뜻에서 ‘평화국가’란, 국가의 기본 운영원리가 평화를 지향하는 나라임을 뜻한다.
한반도에서 평화국가 ・평화국가 연합의 성패는 군축 ・주한미군 문제에 달려 있다고 본다. 군축 ・주한미군 문제는 6 ・15 공동선언에서조차 다루지 못할 정도로 무거운 주제이다. 저자는 이 무거운 주제를 피하지 않고 ‘한반도의 평화 로드맵’을 그릴 생각이다. 즉 6 ・15 공동선언에 누락된 ‘평화’의 핵심인 주한미군 ・군축 문제를 거론하는 가운데 6 ・15 공동선언을 평화적으로 실현하는 로드맵을 그릴 생각이며, 그 로드맵의 첫 번째 마침표를 ‘평화국가 연합’에 찍을 것이다.
한반도에서 ‘평화국가 연합’은 6 ・15 공동선언의 ‘국가 연합(낮은 단계의 연방제에 가까워지려는 국가 연합)’에 ‘평화(6 ・15 선언에 누락된 평화)’를 가중시킨 것이다. ‘평화국가 연합’에서 ‘평화’는 ‘국가 연합’의 단순한 수식어가 아니라, 평화에 기초한 국가 연합(국가 연합의 정당성이 평화에 있음)을 뜻한다.
‘평화국가 연합’은, 국가 연합과 낮은 단계의 연방제를 2분법적으로 보지 않고 평화의 시각에서 종합적으로 보는 구상이다. ‘평화국가 연합’은 평화의 원리에 기반을 둔 국가 연합인 동시에 낮은 단계의 연방제 국가로 진입하기 위한 평화의 인프라를 완비하는 것이므로 상보적이다. 국가연합에서 낮은 단계의 연방제로 단계적으로 나아가는 단계론적 사고가 아니라, ‘평화’를 중심으로 국가 연합과 낮은 단계의 연방제를 묶는 발상이다. 이런 발상을 통해 6 ・15 공동선언에 누락된 ‘평화’를 입체적으로 집어넣을 수 있다.
주로 남한 정부가 내미는 ‘국가 연합’은, 북한의 연방제 통일방안에 대한 방어기제로 사용되어 왔다. ‘국가 연합’은 남측의 단계적 통일 논의의 핵심이며, 통일에 적극적이지 않은 남한 정부의 통일방안 중 하나로 통용되어 왔다. 이러한 국가 연합을 그대로 도입하여 ‘한반도의 평화 로드맵’을 그릴 수 없다는 뜻이다.
필자가 보기에 ‘평화국가 연합’을 통해, ‘6 ・15 공동선언의 국가 연합과 낮은 단계의 연방제 사이의 모호한 경계선’에 빠지지 않고 ‘평화의 로드맵’을 그릴 수 있다.

(주3) 한반도에서의 평화공존은 두 가지 즉 수동적인 평화공존과 능동적인 평화공존이 있다. 위의 두 평화공존은 모두 2국가론과 관련된다. 하지만 수동적인 평화공존은 남북한 적대의 부재(不在)만을 포괄하는 데 비하여 능동적인 평화공존은 몇 가지 남북연합의 조처들(associative measures)을 추가한다. ‘평화공존’이란 단어는 두개의 다른 체제 사이의 협력(cooperation)에 대한 요망과 가능성을 나타낸다. 두 체제가 서로 수렴[수렴 통일]되거나, 어느 하나의 체제가 다른 쪽으로 갑자기 전환되는 일[흡수 통일]이 평화공존의 조건이 되어서는 안 된다. 어느 쪽도, 자기편으로 전환되어 협력해야 한다는 욕구나 기대를 표현해서는 안 된다. 평화공존의 온전한 개념은 수렴 명제(convergence thesis) ・급격한 붕괴에 반대하는 개념이어야 한다. 그리고 어느 한쪽 체제에서 변화가 일어나더라도 다른 쪽에서 강요받은 것이어서는 안 된다. 비개입(非介入, non-intervention), 비공격(非攻擊, non-aggression)의 정책을 견지해야 한다(Johan Galtung 1972, 357쪽).

(주4) 남북 기본합의서의 비준이 6 ・15 공동선언 실현의 길잡이이므로, 남북 기본합의서의 비준일은 ‘한반도 평화 로드맵’을 가속화하는 지점이 될 것이다.

(주5) 비핵화와 중립화를 연결시키려는 셀리그 해리슨(Selig Harrison)은 {코리아 엔드게임}(서울, 삼인, 2003)에서 ‘미국의 국익에 근거한 미군 철수-한반도 비핵중립화’를 제기한다. 해리슨에 의하면, 한반도 비핵중립화론은 기존의 시각을 뛰어넘는 논리이며 이에 걸맞은 발상의 전환을 요구한다.

(주6)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이 6 ・15 공동선언을 초래했고, 6 ・15 공동선언은 주한미군의 주둔근거를 허약하게 했다. 미국 정부의 주한미군 12,500명 철수 발표가 펜타곤의 ‘전 세계 미군의 재배치(GPR)’에 따른 것이지만, 햇볕정책-6 ・15 공동선언의 연쇄효과 즉 ‘주한미군의 무의미화(無意味化)’와 무관하지 않다. 이러한 측면에서 주한미군의 단계적 철수를 유도해 낼 수 있다고 본다.
 
(주7) 남북한의 군사적 대립과 군비경쟁은 국내외의 구조적 원인 때문에 군사적 접근으로 해결할 수 없다. 이는 평화 ・통일과 직결된 정치적 해결을 요하는 과제이다. 남북한의 군축과 평화체제 구축은 일방의 절대안보 보다는 공동안보를 추구함으로써 달성되어야 한다. 또한 합리적 충분성(reasonable sufficiency) 원칙에 입각한 안보 정책이 보다 바람직하다. 그
런데 문제는 공동안보라는 정치적 해결이 대단히 어렵다는 점이다. 결국 정치적 해결을, 경제협력을 통한 간접적 접근방식을 통하여 모색하지 않을 수 없다. … 경제협력이야말로 남측이 보여줄 수 있는 최선의 신뢰구축 방안이라는 사실을 유념하기 바랄 뿐이다(함택영 1998, ⅺ쪽).

(주8) 해상의 평화지대를 추가할 경우, 북방한계선(NLL) 부근의 소 평화지대 즉 ‘경-안 평화 3각형’을 해주-백령도-연평도를 중심으로 그릴 수 있다. 이 3각형을 통해 서해안의 해상 분단장벽에 평화의 훈풍을 넣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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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논문의 출처=
1) {동향과 전망} 제63호(2005년 봄) 163~200쪽.
2) 김승국 지음『한반도의 평화 로드맵』(파주, 한국학술정보, 2008) 13~57쪽.
3) {평화 만들기(
http://peacemaking.kr)} 14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