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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연구(이론)-평화학/평화 만들기의 대안

북한 핵문제 이렇게 풀자

김승국

북한 핵문제가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6자회담을 개최해도 북한 핵문제가 일사철리로 해결되기 어렵다. 단기적으로 6자회담의 성사가 중요하지만, 북한 핵 사태의 근원을 해결하려는 중장기적인 밑그림 없이 6자회담에 임하면 오히려 낭패 보기 십상이다. 지금까지 북한 핵문제를 다룬 논의의 아쉬운 점을 넘어서는 중장기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이 글을 썼다.

1. 지금까지의 북한 핵관련 논의에서 아쉬운 점

  (1) 지나치게 국가간 관계로 접근하고 있다. 이럴 경우 국가권력 중심의 해법에 그칠 수밖에 없다. 국가권력 중심의 해법으로는 북한 핵문제의 본원적인 해결이 어렵다.
  (2) 헌팅턴(Huntington)의 사고방식과 다르지만, 2 ・10 선언(2005년 2월 10일의 핵무기보유 선언)의 배경에 문명・문명사적인 충돌이 있다. 즉 미제(美帝)의 핵(기독교 근본주의의 핵문명) 對 주체의 핵(북한 쪽 반미・반제의 핵문명)의 대결이 가로놓여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좀더 시야를 넓혀 북한 핵 사태를 중층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3) 북한 핵문제의 논의에서, 미제의 핵무기-반제의 핵무기의 성격 차이와 반제의 핵무기의 효능・한계에 대한 언급이 누락되어 있다. 즉 미국쪽 억지 정책(이 억지 정책의 극대화가 미국의 대북 핵전쟁 기획임)의 파행이 2 ・10 선언으로 이어진 점, (미국의 대북 핵전쟁 기획에 대항하는 북한 쪽) 반제의 핵무기가 드러내는 역억지(逆抑止)의 한계를 동시에 밝
혀야 군사・안보・외교적인 대안이 나온다고 본다.
  (4) 핵무기라는 강성의 힘(Hard Power) 중심의 해법이 주류인데, 이를 연성의 힘(Soft Power) 중심의 해법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북한 역시 ‘강성대국’ 일변도를 뛰어넘는 연성의 힘을 개발해야 한다.
  (5) 6자회담의 기능을 북한 핵문제 해결로 제한하는 소극적인 경향이 강하다. 6자회담을 동아시아 비핵지대화 논의 기구로 승화시켜야 한다.
  (6) 2 ・10 선언에 대한 미온적인 반응이 문제이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에 대한 더욱 명확한 입장 표명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7) 북한 핵문제의 일괄타결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으나, 타결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일괄타결에 앞서 ‘제네바협정(1994년에 체결)의 NSA(Negative security assurance) 약속을 위반하고 대북 핵전쟁을 기도한 미국의 정책이 북한 핵 사태의 원흉인 점’을 6자회담 당사국들이 상호 인식해야 한다. 그런 다음에, NSA를 강화하는 위에서 비핵화・
비핵지대화를 모색하는 ‘제2의 제네바협정’을 일괄타결하기 바란다.

2. 2 ・10 선언에 대한 필자의 접근방법

  (1) 북한의 핵무기는 ‘한(恨)의 핵무기’이다. 그러나 ‘한(恨) 풀이식’으로 이 핵무기를 사용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북한 정권의 생존이 극도로 위협받는 북・미전쟁에서 궁극적인 무기로 핵무기를 사용할 수도 있다. 이때의 민족 절멸・민족간 상호 학살을 예견하여 민족의 평화적 생존권(생명권)을 지키는 차원의 생명평화-비핵운동이 필요하다.

  (2) 강성의 힘이 물화(物化)된 핵무기만으로 한반도의 분단 체제 해소-평화 체제 구축이 불가능하다. 나이(Nye)가 이야기하듯 연성의 힘에 의한 비핵평화의 사상 체계, (미국에 대한) 도덕적 우위력, 평화의 문화 등을 통한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비핵 상생(非核 相生) ・비핵 생명평화라는 연성의 힘으로 미국의 대북 핵전쟁 구도를 우선 파탄 낸 다음에 북한의 핵무기 보유 욕구를 저지해야 한다. 핵무기의 피해 민족인 일본・한국민들이 연성의 힘에 입각한 도덕력으로 핵무기 보유 욕구를 저지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3) 원효(元曉)의 ‘십문화쟁(十門和諍)’ 갈등 해결방식을 6자회담에 도입하면 좋을 듯하다. 즉 6자회담의 ‘육문화쟁(六門和諍)’을 이끌어내야 한다. 북・미간의 끝없는 대결・해양세력-대륙세력의 전통적인 갈등・핵강대국의 국익중심 사고로는 화쟁이 불가능하다. 여기에서 6자회담 당사국간의 ‘6원(元) 연립방정식’ 해법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 6원 연립방정식의 답이 6개 나오면 북한 핵문제의 해결이 불가능하다. 되도록이면 하나의 초점으로 모아질 수 있는 화쟁의 길을 찾아야 한다. 하나의 초점을 중심으로 일괄타결하고 그것에 기반을 두어 동아시아 평화공동체의 틀을 구축해야 한다.

  (4) 앞에서 말한 하나의 초점으로 ‘제2의 제네바협정’을 일괄타결하는 평화적 이행을 상정할 수 있다. 제2의 제네바협정은 1994년에 체결된 ‘제1의 제네바협정’의 NSA에 ‘비핵화+중립화+미군철수’를 얹고, ‘Asiatom(아시아 원자력 공동체: Euratom의 아시아판)’(주1)을 가미하는 형태가 바람직하다.

  (5) 제2의 제네바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예비적인 노력은 아래와 같은 목표와 함께 이루어지는 게 현명하다.
    ① 동아시아의 평화를 깨는 원흉인 미・일 동맹의 약화
    ② 한반도・동아시아의 상공에 펼쳐진 미국-중국-러시아-북한의 핵우산 제거
    ③ 핵무기를 갖지 않은 남한・일본이 핵무기 보유 4개국(미국・중국・러시아・북한)에 압력을 넣어 핵무기를 철폐하도록 하는 틀이 중요하다(이 틀 중의 하나가 동아시아 비핵지대화이다). 한・일 국가간 연대가 여의치 않으면 한・일 민간인 연대를 시도해야 한다. 한・일 민간인 연대 위에서 대만・중국을 끌어들이고 최종적으로 미국・북한을 영입하는 ‘국제적인 비핵 연대’를 모색해야 한다. 국제적인 비핵 연대는 6자회담장의 장외에서 ‘6자회담을 비판・반대(Anti 6자회담) 또는 지지하는 민간인 국제회의’를 개최하여 6자회담에 압력을 넣는 게 좋다.

국제적인 비핵 연대는 6자회담이 채택할 ‘제2의 제네바협정’의 실천을 강제하는 한편, 동아시아의 ‘탈미(脫美) 비핵지대화’가 실현되도록 주력해야 한다. 남태평양 비핵지대를 비롯한 기존의 비핵지대가 미국의 개입으로 기능 마비・저하 상태에 있으므로, 동아시아 비핵지대화는 발상 단계부터 미국의 입김을 배제하는 ‘탈미’를 기본전제로 해야 한다.

위의 ‘탈미’에서 또 하나 중요한 요소는 아시아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 10만 명을 감축・철수시키는 일이다. 아시아 주둔 10만 명 체제와 동아시아 비핵지대화는 양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동아시아의 해상・해저를 누비는 미국 핵함정・핵잠수함・핵항공모함이 동아시아 비핵지대화를 유린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2005.7.16)<이하 생략>

* 김승국 지음『한반도의 평화와 북한 핵문제』(파주, 한국학술정보, 2007) 290~295쪽을 참조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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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註>
(주1) ‘Asiatom 구상’에 관하여 金子熊夫 {日本の核・アジアの核}(東京, 朝日新聞社,1997) 207∼242쪽을 참조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