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문헌 속의 ‘평화’ (5)-성군도 전쟁을 피하지 못했나?
김승국(평화만들기 대표)
위는, 『莊子』「人間世」의 문구이며 우리말로 번역하면 다음과 같다;
“옛날에 요(堯)왕은 총지(叢枝)국과 서오(胥敖)국을 공격하였고 우(禹)왕은 유호(有扈)국을 공격하여 나라를 폐허로 만들고 왕을 악귀가 되게 하였으며 몸소 형벌로 그들을 죽였으며, 그는 병사 쓰기를 그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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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견해
중국 고대의 성군이라고 일컬어지는 요임금과 우임금마저 전쟁을 피하지 못한 사정이 무엇이었는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위의 문구의 맥락으로 보면 요임금이 몸소 살육을 조종한 듯하다. 마지못해 전쟁에 임한 것이 아니라 살육전쟁을 막후조종했다면 살인군주가 아닌가? 그런데 어떻게 해서 성스러운 임금(聖君)으로 떠받들어지는지...
두 임금을 성군으로 모시는 유가(儒家)에서 표방하는 인(仁)을 베풀기 위한 인정(仁政) 차원의 전쟁에 임했을지 모를 일이지만, 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공격•침략 당한 나라를 폐허로 만듦과 동시에 그 나라의 왕을 악귀로 만든 점에서 조지 부시 대통령(9•11 테러를 명분 삼아 이라크를 침공하며 후세인을 악마로 상징화한 전쟁광?)과 그리 큰 차이가 없는 듯하다.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를 침공할 때 내세운 정의의 전쟁(Just War)론과 요•우임금의 인정(仁政) 전쟁론의 차별점이 잘 부각되지 않는다.
전쟁을 위한 병사 동원을 그치지 않았고, 형벌(전쟁 관련 법률)을 앞세워 상대국가의 지도자•민중을 살해한 점도 비슷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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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요왕이 친히 몸소 그 살육을 조종하였다.
요왕과 우왕, 두 성인은 스스로 인(仁)하다고 여기고 폭정을 제거하고 백성을 구하였음을 일컫는다. 이것은 모두 인(仁)이라는 실질을 구하는 일을 그치지 않는 것이다. 그러므로 병사 쓰기를 그치지 않았다. 이로써 명분을 좋아할수록 더 살육하게 되었다.
인이라는 명분은 구했지만 살육, 정벌을 행하였다. 명분을 이루었지만 알맹이를 잃었다.
요왕이나 우왕이 다른 작은 국가를 침략하면서 내세운 명분은 인(仁)한 것처럼 보이는 그럴 듯한 것이다. 그러나 그 명분을 이유로 살생을 더욱 많이 하였다면 이는 결국 악을 행한 셈이다. 그러나 이들은 계속 명분만을 내세워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한다. 그 명분에 해당하는 실질을 보여주려고 더욱 더 많은 살생을 하였다. 도덕은 이처럼 위선자들의 도구가 될 수 있다.
* 출처; 감산덕청 지음, 심재원 옮김『장자, 그 禪의 물결』278~2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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