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평화연구(이론)-평화학/동양의 평화이론

동양문헌 속의 ‘평화’ (4)-소동파의 오도송

동양문헌 속의 ‘평화’ (4)


소동파의 오도송(悟道頌)

 

 

김승국 정리

 

<들어가는 말>

 

소동파는 천하에 자기를 능가할 지식과 총명과 지혜를 갖춘 사람은 없다고 스스로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있었습니다. 다만 부족한 게 있다면 불교에 대한 이해였습니다. 그래서 유명한 스님들을 찾아다니며 공부를 했습니다.

 

어느 날 상총스님이란 분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던 중 스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당신은 유정설법(有情說法)은 잘 아는데 무정설법(無情說法)은 전혀 아는 게 없다."

 

유정설법은 부처님이나 조사 스님들의 뜻이 있고, 마음이 있는 말씀을 가리킵니다. 반면에 무정설법은 쇠붙이나 목석같이 뜻이 없는 말씀을 의미합니다.

 

소동파는 '무정설법'이란 말에 그만 말이 막히고 말았습니다. 그 뒤로 그 '무정설법'이 화두(話頭)가 되었습니다. 어느 날 일념으로 화두에 몰입하여 걸어가고 있는데 옷이 젖는 것을 느꼈습니다. 고개를 들어 보니 폭포 밑에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그 폭포소리를 듣고 무릎을 치며 무정설법의 이치를 깨달았습니다. 그때 다음과 같은 오도송을 남겼습니다.
 

溪聲便是廣場舌(계성변시광장설); 시냇물 소리가 곧 부처님의 한 없이 긴 설법이니

 

 

山色豈非淸淨身(산색기비청정신); 산 빛이 어찌 청정법신 비로자나불이 아니고 무엇이랴?

 

 

夜來八萬四千偈(야래팔만사천게); 밤이 되니 팔만사천 가지의 게송이 되는구나

 

 

他日如何擧似人(타일여하거사인); 그 도리를 다른 날 어떻게 남에게 일러 줄 것인가

 

 

<해설>

 

 

소동파(蘇東坡)의 오도송(悟道頌)이라고 알려져 있는 이 시는 불도를 닦는 많은 사람들이 애송하는 시이다. 당대의 시인이요 학자였던 동파거사가 만년에 벼슬에서 물러나 동쪽 언덕에 초암을 지어 놓고 기거하였다 하여 동파란 호가 붙었다. 처음에는 불교를 우습게 알았던 그가 옥천사 승호(承浩)선사의 할(喝)에 눌려 선(禪)을 시작하였다는 일화가 있다. 그런 후 그는 많은 고승들을 방문하면서 법문을 듣고 선지(禪旨)를 익혔다. 한번은 상총(常聰)선사를 찾아가 법문을 청했더니, 사람이 설해 주는 말만이 법문이 아니라 우주 만상이 모두 법을 설하고 있으니 그 법을 들을 줄 알아야 된다는 말을 하는 것이었다. 이른바 무정설법(無情說法)을 들으라는 말이다. 마침 절을 나와 돌아오는데 골짜기 계곡 밑을 지나자 폭포에서 물 떨어지는 소리가 세차게 들렸다. 전날 밤에 비가 와서 물이 불어 폭포의 물이 더욱 세차게 흘렀던 것이다. 순간 소동파의 머리에 섬광이 번쩍이는 것이었다. 그때 바로 이 송을 지었다고 한다. 산과 물이 부처의 몸이요 부처의 설법이라는 이 말은 우주의 근원을 사무쳐 알고 난 오도의 경계에서 나오는 말이다.

 

 

위에서 알 수 있듯이 시냇물소리 그대로가 부처님의 많고 많은 가르침의 내용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는 것입니다. 시냇물소리뿐만 아니라 바람소리, 새소리, 자동차소리 등 세상의 온갖 것들이 전부 부처님의 장광설법입니다.

 

 

또 시냇물소리는 산에서 흘러 내려오기 때문에 산은 그대로 부처님의 청정한 몸인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산천초목이 바로 청정법신 비로자나불인 것입니다. 그래서 하루 동안 시냇물이 토해낸 소리가 밤이 되니 팔만 사천 게송이 되더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곧 부처님의 팔만대장경에 담긴 가르침이 온종일 흘러간 시냇물소리와 같다는 것입니다.

 

 

그 도리를 깨닫고 너무나 기뻐서 법락을 모든 사람과 나누고 싶었던 것입니다. 부처님의 깨달음의 도리를 그대로 표현한 극찬의 노래입니다. 온갖 삼라만상이 그대로 진리며 부처님의 참 모습입니다.

 

 

* 출처=http://banyaam.com/bbs/view.php?id=05&no=36
* 출처=http://www.sejon.or.kr/whaum/b_whaum/b_data/boheun_t/t_04.s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