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국
1. 동아시아에서 군사주의가 확산되는 요인
(1) 동아시아의 분단선
2차대전의 종전 처리과정에서 미국이 그은 선(한반도의 DMZ 등)을 중심으로 동아시아의 냉전이 형성되었다. 동아시아 냉전의 거점은 한반도와 대만이다. 이 두 개의 거점을 중심으로 동아시아의 군사지도가 해양세력(미일동맹)과 대륙세력(중국-러시아)으로 분단되는 분단선(分斷線)을 이루고 있다. 전쟁・분쟁의 불씨를 지닌 동아시아 분단선은 새로운 전쟁선(戰爭線)을 그리며, 거대한 전쟁 체계(주일미군-일본 자위대가 중심이 되고 주한미군-한국군이 보조세력이 되어 한반도와 대만을 거점으로 한 전쟁 체계)를 형성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미군 재편(GPR: Global Defense Posture Review)을 실행하고 있다.
여기에서 동아시아의 분단선을 해체하는 반전평화운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동아시아의 분단선을 상징하는 남북한의 DMZ(비무장지대)는 ‘비무장지대’가 아니라 세계 최고의 화약고가 되어 있는 역설을 낳고 있다. 이러한 역설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남북한 민중의 평화통일 염원이 깃든 ‘남북한 주도(미국 등 외세의 입김 배제)의 평화공동체’를 내오는 운동을 전
개해야 한다.
동아시아의 또 하나의 분단선인 중국・대만의 국경선 부근에 미일동맹의 그림자가 사라지면 양안간의 평화가 앞당겨 이루어질 것이다. 중국 포위 전략에 모든 힘을 쏟고 있는 미국이 대만을 중국 포위의 거점으로 삼기 때문에 미국・중국 사이에 갈등관계가 상존하고 있다. ‘동아시아의 평화를 원한다’는 미국 정부의 발표가 구두선(口頭禪)이 되지 않으려면, 대만을 ‘중국 역공의 거점’에서 해방시키는 평화운동이 전개되어야 한다.
미국은 남북한의 분단, 중국・대만의 분단을 통해 동아시아인들끼리 티격태격 다투는 틀을 짜놓은 뒤 친미국가(한국, 대만, 일본)의 군비확장을 종용하고 있다. 최첨단 미제(美製) 무기로 무장한 한국과 대만이 북한・중국과 군사적으로 대치하는 전쟁선을 미국이 총체적으로 관리하는 ‘동아시아의 분할통치(divide and rule)’ 구도 및 이에 공헌하는 미・일 동맹을 지양하지 않는 한 ‘동아시아인의 연합에 의한 평화공동체’ 건설은 요원하다.
(2) 동아시아의 새로운 전쟁선: 불안한 화살
‘불안한 화살(Broken arrows)’은 미・일 동맹의 동아시아・세계 제패를 위한 반테러전쟁선을 말한다. 펜타곤이 추진 중인 GPR(미군의 세계적인 재편)의 핵심은 세계적인 석유 방위군을 창설하는 데 있다. GPR은 미군의 전략・전력(戰力)을 획기적으로 ‘변환(transformation)’시키는 데 주요한 목적이 있다.
‘변환’의 대상 지역은 석유의 매장량이 풍부한 「불안정한 화살」 지역이다. 「불안정한 화살」 지역은, 석유자원이 풍부한 중동, 북부 아프리카, 카스피해・중앙아시아를 포괄한다. 이 지역은 종교분쟁・지역분쟁・민족분쟁이 끊임없이 일어나며 이슬람교가 지배적인 곳, 반미감정이 강한 곳이다. 미국은 이렇게 반미 기운이 높은 이 지역을 「불안정한 화살」이라고 부르며, ‘반
테러전쟁’의 이름으로 이곳에 미군을 주둔시키고 있다.
「불안정한 화살」의 동쪽 끝에 있는 한국・일본이 GPR의 핵심지역이다. 평택에로의 미군기지 총집결, 오키나와 미군기지・주일 미군기지 재편성이 GPR의 핵심요소인데, 일본이 석유 지배를 위한 군사 패권의 일익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주일미군을 중심으로 GPR을 실시하고 있다. GPR의 충견(忠犬)인 아베 정권은 일본을, (이라크전쟁에서처럼 전쟁・군사력으로 석유를 강탈하는) 미군의 공범자로 만들고 있다.
(3) 북한 핵(核)을 에워싼 ‘두 개의 삼각형’
미국은 유라시아의 양쪽(유라시아대륙의 좌・우측)에서 좁혀오면서 유라시아의 3대 대국인 러시아・중국・인도를 협공하는 작전을 늘 염두에 두고 있다. 이 협공작전의 판도 위에서 세계적 차원의 냉전이 지속되어 왔다. 제1차 냉전은 미국・북대서양조약기구・미일 군사동맹 對 소련・바르샤바 조약기구의 대결구도이었다. 결국 소련・바르샤바 조약기구가 붕괴됨으로써 제1차 냉전이 마감된 한편 미국・북대서양조약기구・미일 군사동맹은 강화되었다.
제2차 냉전은 미국・북대서양조약기구・미일 군사동맹 對 러시아・인도・중국의 길항 속에서 진행 중이다. 러시아・인도・중국이 ‘무슬림들의 자치운동(체첸・카시미르・신강 위구르 자치구)에 대한 투쟁에 매달리도록 유도하는 미국의 구도 속에서 제2차 냉전이 강화되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이 이들 분쟁을 해결하면, 각각 인도・파키스탄과 새로운 동맹을 맺을 것이다. 그리고 러시아는 ‘불량국가’인 이란・북한 등과 동일한 대열에 가담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유라시아 대륙은, 미국・북대서양 조약기구・미일 군사동맹에 대항하는 전선(비교적 느슨한 전선)을 형성하게 된다. 이 전선의 동쪽 끝에서 제2차 냉전의 교차점을 이루는 곳이 남한・북한・일본의 3각형(이하 ‘3각형 A’)이며, 3각형 A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제2차 냉전의 분단선이 진동한다.
한편 동아시아에서 ‘3각형 A'를 에워싼 강대국(미국・중국・러시아)은, 모두 핵을 보유한 ‘핵보유 3각형(이하 ‘3각형 B')을 이루고 있다. 3각형 B 안에서는 서로 갈등・길항 관계를 유지하지만 3각형 A의 수평적 핵확산을 저지하는 데는 동지관계이다. 이 동지관계가 북한의 핵실험을 계기로 강화된다면, ‘3각형 A의 수평적 핵확산 저지 연대체’에 도전장을 내는 북한 정권을 도태시키는 물밑작업에 들어갈지 모른다. 이럴 경우 김정일 위원장의 정치생명이 위협받고 그 결과 한반도의 평화통일에 예기치 못한 사태가 생길지 모른다. 필자는 바로 이 점을 우려하고 있다.
어쨌든 세계 최대의 핵보유 국가들이 모인 3각형 B가 3각형 A를 엄호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3각형 A는 무핵(無核: 핵무기・핵무기 발사체계가 없다는 뜻으로 ‘無核’)의 호수이었다. 한편 3각형 B의 핵독점 체제가 3각형 A를 비핵(非核)의 호수(비핵지대화)를 만드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3각형 A의 한 변(邊)을 이루는 북한이 무핵의 호수에 돌을 던짐으로써(핵실험), 3각형 A를 비핵의 호수로 만들려는 구상에 더욱 큰 차질이 예상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북한의 핵실험으로 무핵의 호수가 출렁이고 있으며 그 물결이 3각형 B(미국・러시아・중국) 쪽으로 밀려가고 있다.
미국・러시아・중국이 바라듯이 3각형 A가 비핵화 협정(남북한) ・비핵 3원칙(일본)을 지키면 ‘(3각형 B 중심의) 제2차 냉전의 분단선’에 진동음(핵의 경고 사이렌)이 울리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3각형의 A의 3변(邊) 중 한군데에서라도 핵보유의 진동음이 울리면, 3각형 B를 통해 지구촌의 제2차 냉전 분단선이 흔들리게 되어 있다. 이것이 세계화 시대의 ‘핵 떨림음(音)’이며, 북한의 핵실험이 전 세계에 핵 떨림 음을 요란하게 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북한 스스로 핵물질을 잘못 관리하거나 3각형 A 안에서 상충이 일어나면, 3각형 B에 충격을 주어 유라시아의 분단선이 동요함과 동시에 지구촌의 국제정치 질서에도 빨간 불이 켜진다. 북한의 핵실험으로 전 세계가 떨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이 떨림 음은 반대 방향으로 작용하여 북한도 전율케 한다. 지구촌의 국제정치 질서가 북한의 핵실험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유엔 안보리→NPT(IAEA) →3각형 B를 통한 개입으로, 북한 체제의 생존을 위협하는 격음(激音)으로 되돌아올 것이다. 이러한 상호 진동은 북한의 핵실험을 에워싼 국제정세의 압축판을 말해준다.
국제정치판이 북한의 핵실험이라는 뜨거운 감자를 잘못 다룬다면 미국지배의 유라시아, 즉 브레진스키가 말하는 ‘거대한 체스판’이 흔들흔들할 것이다. 북한의 핵실험 이후 부시 정권이 조심스럽게 반응하는 것은 ‘거대한 체스판의 동요 정도’와 (북한 핵실험에 대한) 역공-‘북한 붕괴’ 사이의 이해득실을 면밀하게 점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핵문제를 에워싼 북미간의 혈투 속에서 북한이 과속(제2차 핵실험)하면 실족사(북한 정권의 붕괴, 즉 김정일 위원장의 실각・암살 가능성) 할 수 있는 한편, 틈새(3각형 A와 3각형 B의 틈새)를 잘 노리고 미국을 때려눕히면 북한이 핵문제의 질곡에서 해방(2 ・13합의의 평화적 이행을 통한 해방)되어 한반도에 극적으로 평화의 미풍이 불기 시작할 것이다.
(4) 동아시아의 영토 분쟁― 자원 분쟁선
1) 독도: 막대한 양의 지하자원이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독도의 대륙붕을 놓고 한국・일본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2) 센가쿠 섬: 오키나와 남단의 시마지 시마 섬에 공군기지가 만들어지면 중국 對 미-일 동맹 신경전이 거세질 것이다.
3) 春曉(춘샤오) 유전 개발을 둘러싼 일본・중국의 갈등이 강화될 것이다.
4) 남사군도(Spratley 군도): 이 섬 부근에 석유가 매장되어 있으므로 당사국들의 분쟁이 예상된다.<이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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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국 지음『한반도의 평화와 북한 핵문제』(파주, 한국학술정보, 2007) 47~66쪽을 참조할 것.
1. 동아시아에서 군사주의가 확산되는 요인
(1) 동아시아의 분단선
2차대전의 종전 처리과정에서 미국이 그은 선(한반도의 DMZ 등)을 중심으로 동아시아의 냉전이 형성되었다. 동아시아 냉전의 거점은 한반도와 대만이다. 이 두 개의 거점을 중심으로 동아시아의 군사지도가 해양세력(미일동맹)과 대륙세력(중국-러시아)으로 분단되는 분단선(分斷線)을 이루고 있다. 전쟁・분쟁의 불씨를 지닌 동아시아 분단선은 새로운 전쟁선(戰爭線)을 그리며, 거대한 전쟁 체계(주일미군-일본 자위대가 중심이 되고 주한미군-한국군이 보조세력이 되어 한반도와 대만을 거점으로 한 전쟁 체계)를 형성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미군 재편(GPR: Global Defense Posture Review)을 실행하고 있다.
여기에서 동아시아의 분단선을 해체하는 반전평화운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동아시아의 분단선을 상징하는 남북한의 DMZ(비무장지대)는 ‘비무장지대’가 아니라 세계 최고의 화약고가 되어 있는 역설을 낳고 있다. 이러한 역설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남북한 민중의 평화통일 염원이 깃든 ‘남북한 주도(미국 등 외세의 입김 배제)의 평화공동체’를 내오는 운동을 전
개해야 한다.
동아시아의 또 하나의 분단선인 중국・대만의 국경선 부근에 미일동맹의 그림자가 사라지면 양안간의 평화가 앞당겨 이루어질 것이다. 중국 포위 전략에 모든 힘을 쏟고 있는 미국이 대만을 중국 포위의 거점으로 삼기 때문에 미국・중국 사이에 갈등관계가 상존하고 있다. ‘동아시아의 평화를 원한다’는 미국 정부의 발표가 구두선(口頭禪)이 되지 않으려면, 대만을 ‘중국 역공의 거점’에서 해방시키는 평화운동이 전개되어야 한다.
미국은 남북한의 분단, 중국・대만의 분단을 통해 동아시아인들끼리 티격태격 다투는 틀을 짜놓은 뒤 친미국가(한국, 대만, 일본)의 군비확장을 종용하고 있다. 최첨단 미제(美製) 무기로 무장한 한국과 대만이 북한・중국과 군사적으로 대치하는 전쟁선을 미국이 총체적으로 관리하는 ‘동아시아의 분할통치(divide and rule)’ 구도 및 이에 공헌하는 미・일 동맹을 지양하지 않는 한 ‘동아시아인의 연합에 의한 평화공동체’ 건설은 요원하다.
(2) 동아시아의 새로운 전쟁선: 불안한 화살
‘불안한 화살(Broken arrows)’은 미・일 동맹의 동아시아・세계 제패를 위한 반테러전쟁선을 말한다. 펜타곤이 추진 중인 GPR(미군의 세계적인 재편)의 핵심은 세계적인 석유 방위군을 창설하는 데 있다. GPR은 미군의 전략・전력(戰力)을 획기적으로 ‘변환(transformation)’시키는 데 주요한 목적이 있다.
‘변환’의 대상 지역은 석유의 매장량이 풍부한 「불안정한 화살」 지역이다. 「불안정한 화살」 지역은, 석유자원이 풍부한 중동, 북부 아프리카, 카스피해・중앙아시아를 포괄한다. 이 지역은 종교분쟁・지역분쟁・민족분쟁이 끊임없이 일어나며 이슬람교가 지배적인 곳, 반미감정이 강한 곳이다. 미국은 이렇게 반미 기운이 높은 이 지역을 「불안정한 화살」이라고 부르며, ‘반
테러전쟁’의 이름으로 이곳에 미군을 주둔시키고 있다.
「불안정한 화살」의 동쪽 끝에 있는 한국・일본이 GPR의 핵심지역이다. 평택에로의 미군기지 총집결, 오키나와 미군기지・주일 미군기지 재편성이 GPR의 핵심요소인데, 일본이 석유 지배를 위한 군사 패권의 일익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주일미군을 중심으로 GPR을 실시하고 있다. GPR의 충견(忠犬)인 아베 정권은 일본을, (이라크전쟁에서처럼 전쟁・군사력으로 석유를 강탈하는) 미군의 공범자로 만들고 있다.
(3) 북한 핵(核)을 에워싼 ‘두 개의 삼각형’
미국은 유라시아의 양쪽(유라시아대륙의 좌・우측)에서 좁혀오면서 유라시아의 3대 대국인 러시아・중국・인도를 협공하는 작전을 늘 염두에 두고 있다. 이 협공작전의 판도 위에서 세계적 차원의 냉전이 지속되어 왔다. 제1차 냉전은 미국・북대서양조약기구・미일 군사동맹 對 소련・바르샤바 조약기구의 대결구도이었다. 결국 소련・바르샤바 조약기구가 붕괴됨으로써 제1차 냉전이 마감된 한편 미국・북대서양조약기구・미일 군사동맹은 강화되었다.
제2차 냉전은 미국・북대서양조약기구・미일 군사동맹 對 러시아・인도・중국의 길항 속에서 진행 중이다. 러시아・인도・중국이 ‘무슬림들의 자치운동(체첸・카시미르・신강 위구르 자치구)에 대한 투쟁에 매달리도록 유도하는 미국의 구도 속에서 제2차 냉전이 강화되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이 이들 분쟁을 해결하면, 각각 인도・파키스탄과 새로운 동맹을 맺을 것이다. 그리고 러시아는 ‘불량국가’인 이란・북한 등과 동일한 대열에 가담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유라시아 대륙은, 미국・북대서양 조약기구・미일 군사동맹에 대항하는 전선(비교적 느슨한 전선)을 형성하게 된다. 이 전선의 동쪽 끝에서 제2차 냉전의 교차점을 이루는 곳이 남한・북한・일본의 3각형(이하 ‘3각형 A’)이며, 3각형 A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제2차 냉전의 분단선이 진동한다.
한편 동아시아에서 ‘3각형 A'를 에워싼 강대국(미국・중국・러시아)은, 모두 핵을 보유한 ‘핵보유 3각형(이하 ‘3각형 B')을 이루고 있다. 3각형 B 안에서는 서로 갈등・길항 관계를 유지하지만 3각형 A의 수평적 핵확산을 저지하는 데는 동지관계이다. 이 동지관계가 북한의 핵실험을 계기로 강화된다면, ‘3각형 A의 수평적 핵확산 저지 연대체’에 도전장을 내는 북한 정권을 도태시키는 물밑작업에 들어갈지 모른다. 이럴 경우 김정일 위원장의 정치생명이 위협받고 그 결과 한반도의 평화통일에 예기치 못한 사태가 생길지 모른다. 필자는 바로 이 점을 우려하고 있다.
어쨌든 세계 최대의 핵보유 국가들이 모인 3각형 B가 3각형 A를 엄호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3각형 A는 무핵(無核: 핵무기・핵무기 발사체계가 없다는 뜻으로 ‘無核’)의 호수이었다. 한편 3각형 B의 핵독점 체제가 3각형 A를 비핵(非核)의 호수(비핵지대화)를 만드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3각형 A의 한 변(邊)을 이루는 북한이 무핵의 호수에 돌을 던짐으로써(핵실험), 3각형 A를 비핵의 호수로 만들려는 구상에 더욱 큰 차질이 예상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북한의 핵실험으로 무핵의 호수가 출렁이고 있으며 그 물결이 3각형 B(미국・러시아・중국) 쪽으로 밀려가고 있다.
미국・러시아・중국이 바라듯이 3각형 A가 비핵화 협정(남북한) ・비핵 3원칙(일본)을 지키면 ‘(3각형 B 중심의) 제2차 냉전의 분단선’에 진동음(핵의 경고 사이렌)이 울리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3각형의 A의 3변(邊) 중 한군데에서라도 핵보유의 진동음이 울리면, 3각형 B를 통해 지구촌의 제2차 냉전 분단선이 흔들리게 되어 있다. 이것이 세계화 시대의 ‘핵 떨림음(音)’이며, 북한의 핵실험이 전 세계에 핵 떨림 음을 요란하게 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북한 스스로 핵물질을 잘못 관리하거나 3각형 A 안에서 상충이 일어나면, 3각형 B에 충격을 주어 유라시아의 분단선이 동요함과 동시에 지구촌의 국제정치 질서에도 빨간 불이 켜진다. 북한의 핵실험으로 전 세계가 떨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이 떨림 음은 반대 방향으로 작용하여 북한도 전율케 한다. 지구촌의 국제정치 질서가 북한의 핵실험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유엔 안보리→NPT(IAEA) →3각형 B를 통한 개입으로, 북한 체제의 생존을 위협하는 격음(激音)으로 되돌아올 것이다. 이러한 상호 진동은 북한의 핵실험을 에워싼 국제정세의 압축판을 말해준다.
국제정치판이 북한의 핵실험이라는 뜨거운 감자를 잘못 다룬다면 미국지배의 유라시아, 즉 브레진스키가 말하는 ‘거대한 체스판’이 흔들흔들할 것이다. 북한의 핵실험 이후 부시 정권이 조심스럽게 반응하는 것은 ‘거대한 체스판의 동요 정도’와 (북한 핵실험에 대한) 역공-‘북한 붕괴’ 사이의 이해득실을 면밀하게 점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핵문제를 에워싼 북미간의 혈투 속에서 북한이 과속(제2차 핵실험)하면 실족사(북한 정권의 붕괴, 즉 김정일 위원장의 실각・암살 가능성) 할 수 있는 한편, 틈새(3각형 A와 3각형 B의 틈새)를 잘 노리고 미국을 때려눕히면 북한이 핵문제의 질곡에서 해방(2 ・13합의의 평화적 이행을 통한 해방)되어 한반도에 극적으로 평화의 미풍이 불기 시작할 것이다.
(4) 동아시아의 영토 분쟁― 자원 분쟁선
1) 독도: 막대한 양의 지하자원이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독도의 대륙붕을 놓고 한국・일본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2) 센가쿠 섬: 오키나와 남단의 시마지 시마 섬에 공군기지가 만들어지면 중국 對 미-일 동맹 신경전이 거세질 것이다.
3) 春曉(춘샤오) 유전 개발을 둘러싼 일본・중국의 갈등이 강화될 것이다.
4) 남사군도(Spratley 군도): 이 섬 부근에 석유가 매장되어 있으므로 당사국들의 분쟁이 예상된다.<이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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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국 지음『한반도의 평화와 북한 핵문제』(파주, 한국학술정보, 2007) 47~66쪽을 참조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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