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평화연구(이론)-평화학/평화 만들기의 대안

‘Eurasian Land Bridge’를 통한 평화 만들기


김승국

 

Ⅰ. 지정학의 관점에서 문제제기

 

1. 스파이크만의 ‘rimland’

 

스파이크만(Nicholas John Spykman)이 지은『The Geography of the Peace』(1944)는, 지정학적인 입장에서 유라시아(유럽ㆍ아시아) 대륙의 남쪽 주변부(Rimland)의 중요성을 강조한 고전이다.

 

스파이크만의 ‘rimland’론이 담긴 이 책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분쟁이 많이 일어나는) rimland를 지배하는 자(者)가 유라시아를 통제하게 되고, 유라시아를 지배하는 者가 세계의 운명을 거머쥔다. 미국의 안전보장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유럽․아시아의 남쪽 주변부(rimland)를 누가 장악하는냐’이다. 이 두 지역(유럽ㆍ아시아)이, 미국에 적대적인 한 국가 또는 다수의 국가의 손아귀에 들어가면 미국이 포위(encirclement) 당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미 육군․해군의 규모와 무관하게, 미국은 중대한 위기에 빠진다.

 

스파이크만의 논지를 왜곡하지 않을 정도로 확대 해석하면 아래와 같다; 제2차 대전 때 유럽을 장악한 독일과 아시아를 장악한 일본이 파시즘 동맹을 맺은 것처럼 ‘유라시아의 세력 균형이 무너지면’ 미국의 안보가 위협을 받는다. 그렇게 되면 미국이 포위당하는 꼴이 되므로, 유럽과 아시아가 뭉치는 것을 막는 게 미국의 안전보장의 최우선 과제이며 이를 위해 유라시아 남부 주변부를 미국이 통제․장악해야 한다

 

‘미국이 유라시아 남부 주변부를 장악해야 Pax Americana(미국의 힘에 의한 세계 평정)가 유지된다’는 게 rimland론의 요지이다. 그런데 스파이크만의 rimland와 부시 정권의 전략가들이 강조하는 ‘불안한 화살(broken arrow)’․ ‘불안정한 弧(Arc of Instability)’가 동일하게 유라시아 남부 지역을 지칭하고 있음에 유의해야할 것이다. 1944년의 rimland와 21세기 벽두의 ‘불안한 화살’ ․ ‘불안정한 弧’가 지리적으로 중첩된다는 것은, 유라시아 남부 주변부가 미국의 세계패권 장악을 위한 영원한 보루임을 증명해준다. 미국이 유라시아 남부지역을 장악하는 것이 ‘제국’ 미국의 헤게모니 쟁취의 핵심이라는 뜻이다. 예나 지금이나 유라시아 남부지역을 미국 손아귀에 넣는 것이 Pax Americana(미국의 힘에 의한 세계 평정)의 최대 전략이자 지상과제라는 것이다.

 

2. 브레진스키의 ‘불안정한 弧’

 

스파이크만의 rimland론은 지정학적 논의에 다양한 영향을 미쳤다. 케난(George F. Kennan)의 소련 봉쇄정책, 브레진스키(Zbigniew Brzezinski)의 ‘불안정한 弧(Arc of Crisis)’ ‘유라시아 발칸과 불안정 지대(Eurasia Balkan & Zone of Instability)’, 지리학자인 코헨(Saul B. Cohen)의 ‘Shatter Belt’, 최근의 미국쪽 전략문서(부시 정권의 전략가들이 작성한 전략문서)에 나오는 ‘불안정한 弧(Arc of Instability)’의 발상은 모두 rimland이론과 비슷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위의 여러 개념 중에서 브레진스키의 ‘불안정한 弧’ 발상을 집중적으로 설명한다. 카터 대통령 집권 당시 국가안보담당 특별 보좌관․국가안보 회의(NSC) 의장으로 활약했던 브레진스키는 ‘불안정한 弧’ 발상을 선보여 유명해졌다. 그의 ‘불안정한 弧’는 1979년 1월 15일자의 『Time』지 표지를 장식했다. 그 이후 브레진스키는 ‘불안정한 弧’를 ‘유라시아 발칸’이라는 이름으로 바꿨다. 이에 관하여서는 브레진스키의 저서『The Grand Chessboard』(New York, Basic Books, 1997)에 잘 나와 있다.『거대한 체스판(The Grand Chessboard)』은, 유라시아(유라시아에 대한 개입)를 통한 ‘미 제국(American Empire)의 세계지배-세계 일등적 지위(Global Supremacy) 유지’ 전략을 드러낸 저작이다.



1)『거대한 체스판』
의 주요내용 요약

 

* 유라시아는 세계 일등의 지위를 유지하려는 미국의 투쟁이 계속되고 있는 하나의 거대한 체스판이며, 그 투쟁은 지정학적 이익을 전략적으로 관리한다는 의미에서 지정학적 전략(geostrategy)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16쪽)

* 유라시아는 미국의 가장 중요한 지정학적(geopolitical) 목표이다. 미국의 세계 일등적 지위는 얼마나 오랫동안 그리고 얼마나 효과적으로 유라시아 대륙에서 이러한 위치[세계 일등적 지위]를 지속하느냐에 달려 있다...이 같은 맥락에서 미국이 어떻게 유라시아를 ‘관리’(manage)하느냐가 중요하다. 유라시아는 세계의 가장 큰 대륙이고 지정학적 중추이다. 유라시아를 지배하는 나라는 전 세계의 가장 선진적이고 경제적 생산성이 높은 세 지역 중 두 지역을 장악하게 된다.(51~53쪽)

* 정치적 혹은 경제적으로 미국의 일등적 지위에 대항할 잠재적 도전자는 모두 유라시아 국가이다. 결론적으로 유라시아의 힘은 미국의 힘을 압도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입장에서는 다행스럽게도 유라시아는 정치적으로 하나가 되기에 너무 크다. 따라서 유라시아는 일등적 지위를 향한 미국의 싸움이 계속되는 체스판이다. 지정 전략(geostrategy)-지정학적 이익에 대한 전략적 관리-이 체스에 비유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타원형의 유라시아 체스판에는 두 명의 게임 참가자만이 아니라 각기 상이한 힘을 지닌 여러 명의 게임 참가자가 존재한다. 주요한 게임 참가자는 체스판의 동서남북에 포진하고 있다...만일 [유라시아의] 중앙부가 서쪽[유럽]을 축출하고 독단적인 단일 주체가 된다면, 혹은 남쪽[스파이크만의 rimland]에 대한 통제권을 가지게 되거나 동쪽의 주요한 게임 참가자와 연대를 형성하게 된다면, 유라시아에 있어서 미국의 일등적 지위는 극적으로 줄어들고 말 것이다. 만일 어떠한 형태로든 유라시아 동쪽의 두 주요 게임 참가자[중국ㆍ일본]가 단결하게 될 경우에도 마찬가지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끝으로 만일 유라시아 서쪽[유럽]의 파트너들이 미국을 현재 앉아 있는 횃대에서 쫓아내 버린다면 유라시아 체스판에서 벌어지는 게임에서 미국은 자동적으로 축출되고 말 것이다. 그것은 아마도 다시 유라시아 중앙부를 장악한 세력이 출현하여 [유라시아 중앙부를 장악했던 몽골 제국과 유사한 세력의 출현] 유라시아 서쪽[유럽]을 복속시키게 됨을 의미할 것이다.(53~56쪽)

* 최근의 국제 정세로 볼 때, 유라시아의 지도 위에서 적어도 다섯 개의 중요한 지정 전략적 게임 참가자와 다섯 개의 지정학적 추축을 변별해 낼 수 있을 것이다. 프랑스ㆍ독일ㆍ러시아ㆍ중국ㆍ인도가 중요하고 역동적인 게임 참가자인 반면, 영국ㆍ일본ㆍ인도네시아는 비록 중요한 국가이기는 하지만 게임 참가자로서 자격을 갖추고 있지는 못하다. 우크라이나ㆍ아제르바이잔ㆍ남한ㆍ터키ㆍ이란 등은 매우 중요한 지정학적 추축이다.(64쪽)

* 남한은 극동 지역의 지정학적 추축이다. 남한이 미국과 맺고 있는 밀접한 관계는 미군이 일본에 대규모로 주둔하지 않고서도 일본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해 주며, 따라서 일본이 독립적인 군사 강국으로 성장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하고 있다. 통일 혹은 중국 영향권으로의 편입 등으로 말미암아 남한의 지위가 변화하면, 극동에서 미국의 지위 역시 크게 변화할 것이고 일본의 지위도 마찬가지로 크게 변화할 것이다. 부연하자면 남한의 증대된 경제력으로 인해 남한은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공간’이 되었고, 남한에 대한 통제는 더욱 값진 것이 되었다.(72쪽)

* 주요한 게임 참가자와 주요한 추축을 확인하는 일은 미국의 거대 전략상의 딜레마를 분명히 하고, 유라시아라는 거대 대륙에서 발생할 도전을 예측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73쪽)

* 유라시아에 대한 미국의 정책이 효율적이기 위해서는 미국이 극동 지역에 닻을 내리고 있어야 한다. 미국이 아시아 본토로부터 자진해서 철수하거나 축출당한다면 이러한 필요성은 충족될 수 없다.(199쪽)

* 오늘날 미국은 유라시아의 거중 조정자이며, 미국의 참여 없이 혹은 미국의 이익에 반해서는 유라시아의 어떠한 쟁점도 해결될 수 없다. 미국이 어떻게 유라시아의 체스판 위에 존재하는 지정 전략적 행위자들을 조종하고 순응시키느냐 하는 것과 어떻게 유라시아의 주요한 지정학적 추축들을 관리하느냐 하는 것은 미국의 세계 일등적 지위의 지속과 안정에 매우 중요하다.(249~250쪽)

* 가장 긴박한 임무는 어떠한 단일 국가 혹은 국가 간의 조합이 유라시아로부터 미국을 축출하거나 미국의 중재적 역할을 심각하게 축소시키는 것을 막는 일이다.(254쪽)

* 미래가 어떠하든지 간에 유라시아 대륙에서 미국의 일등적 지위는 혼돈 내지는 적어도 간헐적인 폭력과 더불어 존립할 것이다. 잠재적으로 미국의 일등적 지위는 지역적 패권 국가 또는 新동맹으로부터 닥쳐 올 도전에 취약하다.(81~82쪽)

 

위와 같은 요약문에 대한 필자의 논평을 덧붙이면, ‘유라시아라는 세계 패권의 경락(經絡)지대를 분할통치(divide and rule)하면서 21세기에도 미국의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음’을 브레진스키가 강조했다고 볼 수 있다. 브레진스키가『거대한 체스판』에서 ‘유라시아의 권역간․국가간의 분할통치, 유럽-아시아의 분할통치’라는 말을 구사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단일 국가 혹은 국가간의 조합이 유라시아로부터 미국을 축출하거나 미국의 중재적 역할을 심각하게 축소시키는 것을 막고 지역적 패권 국가 또는 新동맹으로부터 닥쳐 올 도전에 취약한 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제국주의의 상투적인 분할통치 수법을 구사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분할통치’라는 용어를 집어넣었다. 미국의 패권유지를 중심으로 유라시아의 이해관계를 거중 조정하는 한편 거중조정의 결과가 미국의 국익에 걸맞지 않을 때, ‘분할통치’ 방식으로 갈등을 해소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거중조정형(居中調停型) 분할통치’가 예상된다는 뜻이다. 실제로『거대한 체스판』에서 ‘거중 조정형 분할통치’를 암시하는 맥락을 발견할 수 있다.

 

Ⅱ. ‘생명선’의 관점에서 본 Eurasian Land Bridge

 

스파이크만의 rimland론과 브레진스키의『거대한 체스판』에서 언급하는 유라시아 관리(관할ㆍ통제ㆍ분할통치ㆍ개입) 전략을 다음과 같이 폭넓게 해석할 수 있겠다; ① 미국은 유라시아라는 경락을 누르고 있어야 전 세계의 패권을 장악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한 군사정치적인 개입을 할 수 있다. ② 유럽과 아시아가 뭉치면 미국의 국익이 위협받게 된다. ③ 따라서 유럽과 아시아가 뭉치지 못하도록 분할통치하는 전략을 수행할 수도 있다. ④ 유라시아의 요충(要衝)인 중동의 석유자원을 미국이 영원히 틀어쥐고 있어야하며, 이를 위해 전쟁도 불사(不辭)한다(이라크 전쟁이 대표적인 사례). ⑤ 중동의 원유를 전 세계로 실어 나르는 해상 교통로(Sea Lane)를 미군이 지킴으로써 원유의 유통망을 움켜쥔다. 원유의 해양 수송로 장악을 통해, 원유에 의존하는 국가들 즉 원유 수송로를 생명선으로 여기는 국가들(한국ㆍ일본 등)의 숨통을 쥐고 흔든다.

 

1. 해상 교통로

 

이렇게 한국경제의 숨통을 쥐고 있는 해상 교통로(Sea Lane)는 다름 아닌 중동의 원유 수송로이다. 해상 교통로는 평시에 교역의 통로이지만 전시에는 전략적인 생명선(Strategic Line of Communications)이 되므로, 경제-안보의 측면에서 고찰해야할 것이다. 해상 교통로를 지키는 미군의 임무중에서 중동의 원유 수송로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점에 비추어, 경제․안보적인 고찰이 더욱 중요해진다.

 

미국은 세계 자본주의의 혈맥인 중동원유 수송로를 장악하기 위해 혈전을 마다하지 않는다. 아프간 전쟁에 이은 이라크 전쟁은, 미국 자본주의․제국 ‘미국’의 생명선(life line)인 해상 교통로를 중동 지역에서 확장하는데 주요 목적이 있다. 제국 ‘미국’은, 전쟁을 통한 생명선 사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게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의 진면목이다.

 

그런데 중동의 원유 수송로는 제국 ‘미국’만의 생명선이 아니다. 한국ㆍ일본ㆍ중국ㆍ대만 등 동아시아 주요 국가의 생명선이기도 하다. 특히 일본 자본주의와 한국 자본주의의 생명선인 중동원유 수송로를 사실상 미군이 지키고 있다는 점이, 두 나라의 대미 종속을 불가피하게 만든다.

 

한ㆍ일 양국 자본주의의 명줄인 중동 원유 수송로를 미국이 지켜주고 있는바, 이 생명줄은 놓아버리면 양국의 자본주의는 존립의 위협을 받는다. 양국 자본주의의 생존을 위해 이 생명줄에 매달려 있는 한, 친미 세력에 의한 정치가 불가피하다. 만약 미국에 비판적인 정치세력이 집권하여 미국에 반기를 드는 대외정책을 펼칠 경우, 미국 측에서 ‘중동의 원유 수송로를 끊어버리겠다’고 선언하면 양국의 정치 체제ㆍ자본주의 체제는 단말마의 질곡에 빠질 것이다. 중동의 원유 수송로라는 양국 자본주의의 젖줄을 끊겠다고 미국이 선언한 순간, 미국에 등을 돌린 정권은 사망선고를 받을 것이다. 한국의 민주노동당이 집권하거나 일본의 공산당이 집권해도, 친미 정권의 굴레인 ‘중동의 원유 수송로’ 우산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석유 자원이 전무한 한국 자본주의의 생명선인 ‘중동 원유 수송로’를 미국이 꽉 쥐고 있는 한, 한국은 미국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미국의 원유 수송로(Sea Lane) 우산 아래 편입된 한국이 미국의 종속국가로 존재하면 할수록, 친미국가의 굴레(한ㆍ미 동맹 관계 등)를 벗어나기 힘들다. 한ㆍ미 군사동맹으로는 분단상황을 돌파할 수 없으므로, 남북한의 대승적인 통합에 의한 통일은 그만큼 어려워진다.

 

2. 새로운 생명선 ‘Eurasian Land Bridge’

 

이렇게 ‘대미종속’의 그늘을 드리우는 해상 교통로(Sea Lane; 중동원유 수송로)에만 매달리면, 한반도의 평화통일은 아주 늦어지거나 불가능해진다. 그러므로 통일의 대계(大計)를 수립하는데 있어서 평화통일 지향적인 자원 수송로를 찾는 게 지상과제이다. 여기에서 필자는 해상 교통로의 대안으로, 유라시아 대륙을 잇는 대륙 교통로(Land Lane) 즉 ‘Eurasian Land Bridge’를 우리 국가․민족의 새로운 생명선으로 제안한다.

 

해상 교통로의 또 다른 선택지(option)로서, ‘유라시아 대륙을 다리 놓는(Eurasian Land Bridge)’ 대륙 교통로를, ‘새로운 생명선을 잇기 위한 경제-안보 연계 카드’로 고려하는 게 한반도 평화 로드맵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위한 방략으로 Eurasian Land Bridge 구축이 필수적이라는 말이다.

 

한반도의 평화통일은 남북한의 통합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한반도 주변의 평화지향적인 틀을 완비해놓아야 평화통일이 촉진된다. 한반도 주변의 평화지향적인 틀을 만들기 위해, 해양세력인 미국ㆍ일본을 견제하는 동시에 대륙세력인 중국ㆍ러시아를 견인하는 양동작전이 필수적이다. 미국ㆍ일본을 견제하기 위해 미ㆍ일 동맹의 한반도 개입, 미ㆍ일 동맹의 북한 공략을 위한 군사적인 움직임, 제국 ‘미국’의 한반도 분할통치를 저지하면서 미국의 Sea Lane 우산에서 벗어나는 게 중요하다.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Eurasian Land Bridge를 통해 대륙세력(중국ㆍ러시아)을 견인하는 전략이다.

 

Ⅲ. 생명선을 바꿔야 한반도의 통일․동아시아의 평화를 이룰 수 있다

 

1. ‘철의 실크로드’를 통한 남북한의 생명선 통합

 

1) 새로운 북방정책을 통한 ‘한반도 發 Eurasian Land Bridge’

 

Eurasian Land Bridge는,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의 틈바구니에서 헤매다가 분단상황을 초래한 한반도의 운명을 통일 지향적으로 개척할 새로운 생명선이다. 이 생명선은 한반도의 북방에 존재하므로, 북방 지향적인 새로운 정책 즉 새로운 북방정책이 수립되어야한다. (서독의 동방정책과 유사한) 새로운 북방정책이 북ㆍ미 수교와 북ㆍ일 수교를 매개하면 남북한의 주변국 수교가 완결됨으로써, 한반도 통일을 위한 주변국의 상호보장 장치가 매듭 지워질 것이다.

 

새로운 북방정책은 통일을 위한 외교적인 효과로 그치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북방정책은 북ㆍ미 수교와 북ㆍ일 수교를 통한 미ㆍ일 자본의 대북진출을 쉽게 함과 동시에, Eurasian Land Bridge의 출발점인 한반도의 철도연결(부산~신의주 철도 연결, 부산~나진․두만강 철도연결)을 촉발하므로, 동아시아 경제부흥의 발판을 새로이 만들 수 있다. Eurasian Land Bridge의 출발점인 한반도가,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을 연결 짓는 연육교(Land Bridge)로서 양 세력의 자본ㆍ상품ㆍ물류ㆍ인적 자원을 유통시키는 허브(Hub)가 될 수 있다. 부산~신의주 철도와 부산~나진․두만강 철도가 시베리아 철도와 연결되는 순간 한반도 발(發) 유라시아 연육교(Eurasian Land Bridge)가 놓아지게 된다. 이로써 한반도는 유라시아와 해양세력을 잇는 자본ㆍ상품ㆍ물류ㆍ인적자원 유통의 허브(Hub)로 자리매김하면서 동아시아 경제부흥의 발신지가 될 것이다.

 

2) ‘철의 실크로드’와 한반도ㆍ동아시아의 평화정착

일본-남북한-러시아‧중국-시베리아를 잇는 ‘철(鐵)의 실크로드’는 동아시아에 평화를 가져올 새로운 자원수송로가 되어야 하며, 동아시아의 자원을 평화롭게 공동 관리할 수 있는 길이어야 한다. 유럽의 경우, 공동안보 틀(헬싱키 체제, CSCE 체제)은 자원의 공동 관리에 바탕을 두고 있다. 2차 대전 이후 앙숙이었던 프랑스와 독일의 화해를 통한 유럽 통합의 길을 튼 것은 1952년에 출범한 유럽 석탄ㆍ철강 공동체(ECSC)이다. 여러 차례 전쟁을 치른 프랑스와 독일이 중심이 되어 유럽 경제부흥의 자원인 석탄ㆍ철강을 공동생산ㆍ관리하자는 발상에 따라 ECSC가 출범했다. 이러한 발상은 오늘날 유럽공동체(유럽 평화공동체)의 출발점이 되었다.

 

현재 유럽은 자원ㆍ경제 공동체를 대변하는 유로 달러를 강화하는 가운데, 공동안보를 책임질 유럽 공동군(軍) 창설을 본격화하고 있다. 경제통합과 협력안보의 총화를 통한 유럽 평화공동체를 지향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자원 공동체가 평화 공동체의 하부구조가 된 유럽의 성공사례를 동아시아에 적용하기 위한 과제는 다음과 같다;

 

동아시아의 전쟁 지향적인 자원 수송로를 평화 지향적인 자원 수송로로 전환시켜야 한다. 동아시아의 대표적인 자원 수송로는 중동 원유 수송로<중동→아라비아 해→인도양→말라카 해협→남중국해(South China Sea)→동중국해(East China Sea)→일본ㆍ한국으로 이어지는 해상 교통로(Sea Lane)>이다. 그런데 이 해상 교통로를 미국의 군사력이 지켜주고 있는 게 문제이다. 최근 일본도 유사법제 등을 통해 이 해상 교통로를 독자적으로 지킬 뜻을 비치고 있어서 우려를 더한다. 동아시아에 주둔하는 미군의 제1의 임무가 이 해상 교통로를 중국 등으로부터 지키는 것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런데 중국이 미ㆍ일의 해상 교통로 강화 움직임에 맞서는 해양전략을 강구함으로써 문제가 확산되고 있다. 중국은 2001년 1월 新 해양전략을 제시하였는데, 이는 중국의 방어선을 G라인에서 B라인(Blue Line; 쿠릴 열도-마리아나 군도-파푸아 뉴기니)으로 확장한다는 내용이다. 랜드 연구소의 보고서 등 미국의 새 안보전략 관련 문서들은, 중국의 이러한 해상 교통로 확장에 대한 대응에 중점을 두고 있는 듯하다. B라인은 미‧일 군사동맹의 해상 교통로와 중첩되므로 첨예한 갈등을 예고한다. B라인 등 동아시아의 해상 교통로를 차지하기 위한 ‘미ㆍ일 동맹-중국 사이의 예고된 갈등’이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일 동맹군의 중국ㆍ북한 포위망을 거두어 내고, 그 대안으로 동아시아의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을 하나의 동아리로 엮는 ‘평화 지향적인 새로운 자원 수송로’를 만들지 않으면 한반도ㆍ동아시아의 평화는 요원할지 모른다. 한반도ㆍ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해양 세력(미국ㆍ일본)과 대륙 세력(중국ㆍ러시아)을 잇는 ‘평화의 실크로드’ 즉 <Eurasian Land Bridge를 평화의 실크로드로 승화시키는 Eurasian Peace Bridge>를 통한 평화정착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와 같은 방식에 의한 해양세력-대륙세력의 평화공존 구도는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위한 원대한 밑그림이다. 분단 이후 지금까지 남한은 해양세력과의 동맹-중동원유 수송로를 생명선으로, 북한은 대륙세력(중국ㆍ러시아)과의 우호관계를 생명선으로 여기며 지내왔다. 여기에서 남북한의 생명선의 차이가 분단의 강화로 이어졌다고 볼 수도 있다. 이제 이런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남북한 생명선의 통합을 통한 한반도 평화통일의 길’을 모색해야 하는데, 남북한 생명선 통합의 구체적인 방편 중의 하나가 ‘철의 실크로드’이다.

 

2. TSRㆍTKR을 통한 Eurasian Peace Bridge

 

1) TSRㆍTCR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생명선 중의 하나인 ‘철의 실크로드’ 즉 시베리아 횡단철도(TSR; Trans-Siberian Railway)ㆍ중국 횡단철도(TCR; Trans-Chinese Railway)에 큰 관심을 가져야할 것이다.

 

러시아의 TSR 운영체제가 개선된다면 TSR은 유럽의 PETN(Pan European Transport Network)과 유기적인 연계운송체제를 구축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남한, 북한, 중국, 몽골 등의 동북아시아 국가 간에 ‘범동북아 철도 운송망’이 구축되어 TSR 체제와 연계된다면 유라시아 복합운송체제는 유럽의 주요 내륙도시에 대해서도 해상 운송보다 강력한 경쟁력을 보유하게 될 것으로 전망되며, TSR이 21세기를 주도하는 Landbridge로서 확고하게 자리매김할 것이다.

 

2) TKR

 

TSRㆍTCR의 시발점인 한반도 안의 끊어진 철길을 연결하는 작업이 시급하다. 분단으로 끊긴 경의선ㆍ경원선ㆍ금강산선ㆍ동해남부선을 잇는 한반도 종단철도(TKR)는, 한반도 평화통일의 혈맥 뚫기임과 동시에 ‘유라시아에 평화의 가교(Eurasian Peace Bridge)를 놓는 평화 만들기(peace making)’의 대들보이다. TKR을 TSRㆍTCR과 연결시키려면 한반도 주변 국가들로부터 긴밀한 협조ㆍ강력한 지원을 얻어내야 하는데, 위의 협조ㆍ지원을 성공적으로 얻는 과정 자체가 한반도 평화보장의 지름길이다.

 

Ⅳ. 한반도의 평화와 Eurasian Land Bridge

 

한국은 대륙과 해양을 잇는 이른바 반도적 ‘랜드브리지’(land bridge)로서의 지정학적 이점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 채 국가적 번영의 명운을 해양에서 찾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새 천년의 여명과 함께 한국은 냉전시기 강요된 해양세력의 부속물에서 벗어나 유라시아 대륙의 당당한 일원이 되는 경제적 기회와 민족적 웅비의 거대한 기회를 맞이하게 되었다. 2000년 6월 13일 역사적인 평양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한이 상호 적대와 대립에서 벗어나 화해와 협력을 모색하였기 때문이다. 남북한 정상은 민족공영과 평화공존의 상징적 차원에서 단절된 경의선 철도 복원을 약속하였고 2004년에는 동해선 북부노선 연결에도 합의하였으며, 그리하여 목하 휴전선 동서 양 방향에서 끊어진 민족의 대동맹 복구공사가 한창이다. 경의선 및 동해선 복원과 관련하여 최근 국내외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고 있는 이슈가 있다면, 그것은 아마 남북한 철도 즉 한반도 종단철도(TKR)와 중국, 몽고, 러시아를 관통하는 동북아 간선철도망의 통합적 운용을 통해 유라시아간 국제적 육상운송 시스템을 구축하는 이른바 ‘철의 실크로드’ 구상일 것이다. 철의 실크로드 프로젝트는 단순히 물류로 이해되는 경제 일원론적 관점에서만 파악할 수는 없다. 한국에게 이 문제는 동북아 물류 중심국가 건설 차원뿐만 아니라 한반도 평화구도 정착을 위한 군사‧안보적 차원, 대북 경협 증진과 북한의 개방을 위한 통일외교 차원, 냉전기 잃어버린 대륙적 정체성 회복차원, 지역 간 경제력 격차를 시정하기 위한 국가의 종합발전전략 차원, 동북아의 경제통합을 위한 지경학적 차원, 역내 세력균형을 위한 전략적 차원, 한국의 국제적 리더십 확대를 위한 지정학적 차원 등을 아우르는 다면적인 수준에서 검토되어져야 한다.

 

남북한을 가로질러 유럽으로 이어지는 [Eurasian Land Bridge로서의] 철의 실크로드 완성이 한국에 주는 함의와 기대효과는 무엇인가? 첫째는 남북한 분단의 상징성 극복과 군사적 긴장완화이다. 남북한 철도의 복원은 단순히 비무장지대(DMZ)의 철책을 걷어내고 절단된 국토를 물리적으로 연결한다는 차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이는 냉전의 벽을 허문다는 상징성 이외에 남북 간 군사적 긴장완화와 신뢰구축에 순기능으로 작용하여 한반도에 평화와 안정을 담보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둘째는 남북경협의 활성화와 통일비용의 절감이다. 경의선ㆍ동해선 연결은 남북 간 직교역로 확보를 의미한다. 남북한 간의 교역이 기존의 컨테이너 해상수송에서 육로수송으로 전환됨으로써 물류비 절감과 수송기간 대폭 단축 효과를 가져다주는 것은 물론이고 교역의 확대와 함께 개성공단 건설 등 남북 간 경협 활성화에도 획기적 전기를 제공할 것이다. 특히 남측의 우수한 기술과 자본력, 북측의 풍부한 노동력과 자원이 결합하면 생산과 판매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창출할 수 있어 민족경제의 균형적인 발전을 도모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 통일비용을 줄여주는데 기여할 것이다.

 

Eurasian Land Bridge로서의 철의 실크로드는 한반도 평화구도의 정착을 예약하므로, ‘Eurasian Peace Bridge’ 구상과 연결될 수 있다.

 

1. 라루쉬의 제안

 

그러면 ‘한반도의 평화-Eurasian Land Bridge’와 관련하여 선구적인 연구를 해온 라루쉬 그룹(EIR)의 발상<유라시아 대륙횡단 철도의 한반도 구간(Eurasian Landbridge in Korea)을 위한 ‘6강(Six Power)’ 계획안>에 귀를 기울여보자.

 

<참고 자료>

* The Road to Peace---LaRouche's Eurasian Land-Bridge development proposal

(

http://www.rolf-witzsche.com/peace/landbridge/index.html

)

* The Global Dimensions of the Eurasian Land-Bridge

(

http://www.rolf-witzsche.com/peace/landbridge/global-eurasian.html

)

 

우선 라루쉬 그룹이 펴내는『The New Federalist』紙(2004.1.12)의 기사 「‘Economy First’ Silk Road Policy Key to Peace on Korean Peninsula」를 소개한다;

 

EIR(Executive Intelligence Review)의 편집장이자 미국 민주당계의 대통령 후보인 린든 라루쉬(Lyndon H. LaRouche)는, 도쿄에서 부산을 거쳐 파리로 이어지는 유라시아 대륙횡단 철도, 즉 ‘철의 비단길(Iron Silk Road)’을 건설함으로써 북한 핵 위기를 해소하자는 새로운 ‘6강(Six Power)'계획을 제시했다.

 

2003년 3월 28일 워싱턴에서, 남한의 외무부 장관 윤영관은 미국 국무부장관 콜린 파월에게 6강 계획, 즉 6자간 협력안을 제안한 바 있었다. 미국은 그의 제안을 거절하였고, 4월 9일에는 오히려 UN 안전보장 이사회가 북한을 비난하도록 요구하였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의 그러한 조치를 거부하였다. 그 후, 남한의 국가안전보장회의 수석 보좌관 나종일 박사는 6강 계획을 베이징과 모스크바에 설명하고 협력을 구하였다.

 

그 결과, 러시아 국방장관 세르게이 이바노프는 2003년 4월 10일 러시아ㆍ중국ㆍ남한ㆍ미국ㆍ일본이 북한에 대해 다자간 불가침 ‘6강’ 협정을 맺자고 제안하기에 이르렀다. 이바노프는 서울에서 “러시아는 북한 정권의 안전을 미국ㆍ중국ㆍ러시아가 (기타 관계국과 함께) ‘교차적으로 보증’하는 데 참가할 용의가 있다”고 발표했다. 주요 핵 강국이 북한의 안보를 보장하는 데 동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미국과 북한 대표단은 또 다시 교착상태에 머무르고 말았다. 이는 마치 두 귀머거리가 서로에게 고함을 지르고 있는 형국이다. 이러한 회담들은 실패가 확실한 예행연습에 불과하다.

 

우리가 지금 북한에 대하여 하는 행위는 효과가 없음이 분명하다. 워싱턴의 극단주의자들이 위협을 가할 때마다, 그것은 단지 북한의 (온건파) ‘근대화론자’들의 입지를 약화시키고, 핵무기를 고집하는 평양의 (강경파) ‘군국주의자’들의 노선을 강화시킬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라루쉬는 이에 완전히 새로운 접근법을 제의하고자 한다.

라루쉬는 김대중ㆍ노무현 두 대통령에 의해 채택된 바 있는 철의 비단길 계획의 ‘할아버지’이다. 라루쉬는 이 아이디어를 1981년부터 구상하여 왔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을 때, 라루쉬는 동서 유럽의 철도노선을 새로 연결하는 ‘동서유럽 대륙횡단 철도(East-West European Landbridge)’를 제안한 바 있다. 그는 자기부상(磁氣浮上; Magnetic Levitation) 열차 및 새로운 고온가스 냉각원자로(HTGCR) 핵발전소 등 최첨단 신기술들을 도입하자고 제의하였다.

 

라루쉬는 이어 1992년 ‘새 비단길(New Silk Road)’로 알려진 ‘유라시아 대륙횡단 철도(Eurasian Landbridge)’를 건설하여 ‘파리에서 서울을 거쳐 도쿄까지’ 이러한 첨단기술을 대거 확장하자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거대 인프라 사업(mega-project)’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수요량을 감당하기 위해 광범위한 분야의 차세대 테크놀로지를 도입해야 하기 때문에, 새 비단길 계획은 남한과 일본이 퇴락하고 있는 산업의 ‘국내 기반’을 한 단계 고양시키는 촉진제가 될 것이다.

 

이제 이러한 계획에 기초하여, 라루쉬는 한반도가 처한 상황에 대해 새로운 ‘대담한 제안’을 하고자 한다.

 

라루쉬는 우선, 남북한 간 협상 당사자들에게 현재의 접근 방식, 즉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간의 해묵은 분쟁과 협상에서 보듯이 ‘실패하기 위한 묘책’만을 거듭하는 악순환의 대결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제언한다. 반세기가 넘도록, 이스라엘과 PLO는 형식적 절차와 군사적 문제(무기감축 조약)를 앞세우는 반면에 경제개발 의제는 부차화함으로써, 갈등 해소에 실패해왔다.

 

여기에서 라루쉬는 경제 개발(산업기반의 현대화를 통한 경제개발)을 우선하자고 제안한다. 전쟁으로는 결코 문제가 해결된 적이 없고, 오로지 해당 국가들을 ‘경색’시켜 스스로 변화하기 어렵게 만들 뿐이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중국의 경우와 같이 북한 내부의 과학자들과 근대화론자들의 힘을 강화시켜 그들이 자체적으로 북한을 개혁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의 관건은, 최고도의 기술을 사용하여 북한의 全 산업구조를 개조하는 것이다. 북한의 한 지역에 걸쳐 철도를 건설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히 효과적이지 못하다. 라루쉬는 철도를 따라 폭 50~100 킬로미터 상당의 새로운 송전설비, 핵 발전소, 급수 시설, 가스관 및 송유관, 그리고 신 도시 등이 병행하여 추진되는 대규모 개발 지구를 건설하자고 제안했다.

 

중국의 개혁은, 2002년 12월 31일 지구상 최초의 상업용 자기부상(MagLev) 열차노선을 푸동에서 상하이까지 개통시킨 놀라운 사실에 의해 입증되었다. 확실히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은 중국과 같은 성공적 변혁을 자신도 달성하고자 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계속하여 김정일 위원장을 억제하여 곤경에 빠트리는 한, 그리하여 북한 내부의 강경파들에게 득세의 구실을 주는 한, 그는 개혁을 시도하지 못할 것이다.

 

북한 문제에 관하여 미국이 경제개발을 진지하게 고려한다면, 미국은 러시아ㆍ중국ㆍ일본ㆍ 남한ㆍ북한에 대해 한국전쟁을 종결지우기 위한 조약에 서명할 것을 제안할 수 있다. 이 제안은 북한 내부의 ‘현대화론자(modernizers)’들을 강화시킬 수 있어서, 결국 평양의 강경 매파들을 약하게 만든다.

 

미국이 ‘6강(Six Power)’에 의한 새로운 비단길을 거부한다면 미국을 제외한 5강만이라도 이 ‘철의 비단길’ 계획을 실행할 수 있다. 일본ㆍ중국ㆍ러시아ㆍ남북한이 평화조약을 맺고 철도 운행을 개시한다면, 그 누구도 감히 개입하지 못할 것이다.

-------

* 위의 글은, 2008년 12월 6~9일 프랑스의 파리에서 열린 [2008 파리 국제정책 포럼]에서 필자가 발표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