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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연구(이론)-평화학/마르크스_ 정치경제학

마르크스의 '평화'

김승국

‘계급 없는 사회’를 가장 평화로운 사회로 묘사하는 마르크스의 계급이론 가운데서 평화의 계기를 발견할 수 있다. 계급투쟁의 목표가 생산양식의 변혁에 의한 ‘계급 없는 평화로운 사회’인바, 여기에 평화의 계기가 있다. 마르크스는 계급 없는 평화로운 사회를 이루기 위하여 프롤레타리아트의 강력(强力)을 동원한 혁명-계급투쟁을 인정한다. 그러므로 그는 추상적 ・낭만적으로 “평화”를 외치는 평화 지상주의자가 아니라, ‘혁명의 평화론자’이다. 마르크스가 ‘혁명의 평화론자’라는 규정은 마르크스에 있어서 전쟁의 계기와 평화의 계기를 동시에 포섭한다. ‘혁명에 의한 평화’를 주창한 마르크스의 논리에서 전쟁의 계기와 평화의 계기를 동시에 발견할 수 있다.

전쟁의 계기를 유발한 자본가 계급의 자본축적은 ‘부정(否定)의 부정’을 거쳐 프롤레타리아 해방의 계기를 가져온다. 이 해방의 계기는 본원적 축적-폭력-전쟁의 계기와 대비되는 의미에서 ‘평화의 계기’라고 부를 수 있다. 마르크스에 의하면 이러한 해방의 계기-평화의 계기는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의 질곡과 더불어 시작된다.

자본주의적 사적 소유가 개인적 소유를 부정하는 단계, 즉 본원적 축적에 성공한 자본가 계급이 독립생산자 ・무산대중(無産大衆)을 수탈하는 단계에서는, 부르주아지에게만 평화가 약속되므로 대중들에게서 평화의 가능성을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무산대중이 소수 횡령자(자본가 계급)를 수탈하는 ‘부정의 부정’ 단계의 계급투쟁(프롤레타리아트 해방전쟁)에서 평화의 가능성을 찾아볼 수 있다. 즉 부정의 부정을 통하여 ‘모든 생산수단의 공동점유(共同占有)에 입각한 노동자의 개인적 소유를 재건’함으로써 평화를 쟁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마르크스의 ‘전쟁과 평화의 변증법’을 인지할 수 있다. 이처럼 부정의 부정 단계의 계급투쟁(프롤레타리아트 해방전쟁)을 통하여 얻은 평화가 진정한 평화임을 마르크스는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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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의 글은 필자의 박사학위 논문「마르크스가 본 전쟁과 평화」의 제4장의 도입 부분으로, {평화 만들기(http://peacemaking.kr)} 140호에 실려 있다.
* 김승국『마르크스의「전쟁‧평화」론』(파주, 한국학술정보, 2008) 188~189쪽에도, 위의 글이 실려 있다.